안젤리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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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바꿨어야 한 게 아닐까? 마티아스로!

 

운명이 이 아이를 내가 가는 길에 예비해둔 건 아닐까? 마치 신호처럼. 아니, 도구처럼.

 

 

기욤 뮈소의 이야기는 낱장으로 써진 이야기들을 짜 맞춰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낸 거 같다.

다만 그 맞춤을 너무 성기게 맞춰서 책 제본으로 치면 들뜨고, 책등이 헐거워서 책이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주위를 주시하지 않는다면 몰랐을 일들이었다.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일이었다.

 

베란다에서 떨어진 은퇴한 발레리나.

밀실 살인처럼 침입의 흔적이 없는 이 사고는 단순 사고사로 판가름이 난다.

그녀의 딸 루이즈가 의심을 품기 전까지는.

 

은퇴한 형사 마티아스를 찾아가 엄마가 살해당한 거라는 사실을 밝혀달라는 말을 한순간부터 이 단순해 보였던 실족사의 뒷면이 드러난다.

소설의 제목이자 등장인물의 이름인 <안젤리크>

 

 

나는 항상 학업, 만남 혹은 연애를 통해 더 놓은 곳에 오르고자 안간힘을 써왔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카멜레온이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나는 나를 붙잡아두고 있는 어린 시절의 경계를 넘어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날이 찾아올 거라 굳게 믿는다.

 

 

기회를 발견한 안젤리크는 주저 없이 더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 나아간다.

 

약간 정신이 나간 여자.

 

안젤리크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안젤리크의 모습은 딱 여기까지다.

이 이야기에선. 주인공이고 제목까지 <안젤리크>인데 반해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단편적이다.

 

빠른 전개

식상할 거 같은 이야기를 식상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잘 아는 기욤 뮈소.

 

그가 떠오르는 단상들을 이어 붙인 이야기 <안젤리크>

 

뮈소님. 마감에 치이셨나요?

이야기의 얼게가 엉성해서 조금 실망스러웠어요.

마티아스가 왜 자신을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루이즈를 죽일 뻔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배경도 없어서 읽다가 이 장면은 뭐지? 했네요.

이식받은 심장이 싸이코패스의 심장일까? 나름 추측했었는데 그것도 아니군요.

명예 법정의 해결사라서? 그렇다면 뭔가 설명이 살짝 부족했거나 아님 너무 급행열차를 탄 기분이라 정신이 없을 뿐.

 

호불호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불호였던 이유는 개연성이 떨어졌기 때문인 거 같다.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건 이야기 자체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마치 부표처럼 흔들려서 그런 거 같다.

자투리로 써 놓은 글들을 매끄럽게 엮지 못하고 급하게 기우느라 어딘가 울어 버린 바느질처럼...

게다가 여러 폰트를 사용해서 눈이 어지러웠다.

 

그래도 초 스피드로 읽혔단 건 장점인 거 같다.

 

좋은 소재였는데 좀 꼼꼼하고 세련되게 마무리했더라면 기억에 오래 남을 이야기였을 거 같다.

풍부한 반전의 내용이 많았으니까~

 

이게 프랑스 스타일!이라고 우기면 그렇다고 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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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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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 듀오 보다 더 나를 미치게 하는 범인 이멀레이션 맨!

 

보호 본능의 온기가 포의 온몸에 퍼져나갔다. 브래드쇼의 순진함과 순수함은 그의 어두운 기질과 날카롭게 대비되었지만, 여러모로 둘은 닮은 구석이 있었다. 둘 다 강박적이었고, 둘 다 사람들을 거슬리게 했다.

 

 

노인들만 화형 시켜 버리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났습니다.

이름하야 이멀레이션 맨.

영국 북서부에 위치한 컴브리아를 배경으로 63개의 환상열석이 자리한 곳에서 화형식이 벌어집니다.

어떤 싸이코가 저런 천인공노할 일을 벌이는 걸까요?

 

IQ 200에 가까운 천재.

상상도 안되는 머리를 가진 틸리 브래드쇼.

아무런 단서도 없는 이 사건에서 실마리를 발견한 장본인입니다.

그 실마리라는 게 새카맣게 타버린 시신의 몸에서 범인이 남긴 문신을 찾아낸 겁니다.

워싱턴 포 5

워싱턴 포는 사람 이름입니다. 정직당한 형사죠.

다음 차례는 워싱턴 포라 짐작되시죠?

 

자신이 담당한 납치 사건의 범인 이름을 피해자 가족에게 알리는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범인이 잔인한 고문을 당한고 사건이 해결되는 불운을 겪고 정직 당한 워싱턴 포.

그에게 경찰은 자신의 본성과도 같은 거지만 그에 수반되는 규칙과 질서는 그의 소관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피해자에게는 고마운 경찰이자 범인에겐 무서운 놈이지만

상사나 동료들에게는 지긋지긋한 놈일 뿐입니다.

 

이 워싱턴 포가 이멀레이션 맨 사건에 투입됩니다.

아이큐가 높아서 어린 나이에 학과 과정을 모두 이수해버린 천재 틸리 브래드쇼.

하지만 사회생활엔 젬병입니다. 그런 틸리의 순수함을 알아 본 워싱턴은 기사도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의외로 척하면 척~ 서로를 알아듣는 사이가 됩니다.

 

피해자들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고, 범인은 어떤 실수도 하지 않는 이 오리무중의 연쇄살인사건.

워싱턴 포는 어떻게 풀어가게 될까요?

 

영국에서 아주 핫한 시리즈라고 해서 궁금했습니다.

밀레니엄 시리즈를 능가한다고 해서 더 궁금했습니다.

읽기 시작하니 놓을 수가 없었다는 진부한 표현을 한 바가지 쏟아내겠습니다.

읽어 보시면 압니다. 더 나은 표현은 없어요~





컴브리아의 엘리트 계층에서 정점에 오른 아동 학대가 패거리가 있었다. 지주, 변호사, 언론 거물, 지방의원, 성직자. 이멀레이션 맨은 관련자들을 죽이고 있었지만, 그것은 이야기의 반쪽에 불과했다. 그뿐 아니라 그는 그들을 폭로하고자 한 것이었다.

 

 

포는 이 잔인한 연쇄살인의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제목 <퍼핏 쇼>는 인형극을 말합니다.

포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일 자체가 <퍼핏 쇼>입니다. 살인마가 포에게만 흘리는 단서들을 포는 가차 없이 쫓습니다.

그리고 살인마가 예상치 못하게 앞서가는 포.

거기엔 브래드쇼의 천재적인 솜씨가 포의 번뜩이는 영감을 뒷받침해 줍니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 자신들 인생의 최고 정점에 있던 엘리트들이 벌인 일이 발단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잘 묻었다고 생각했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차례차례 응징을 당합니다.

고아들을 자신들의 욕심으로 희생시킨 대가로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자신들이 저지른 그대로 되받은 결과였습니다.

 

어디에나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힘 있는 엘리트들이 벌인 잔혹극들이 해결되지 않고 묻히나 봅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죠.

 

저는 범인을 눈치챘습니다.

포와 마찬가지로 섬광처럼 혹시? 했었는데 역시였습니다.

그래서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나머지 페이지를 읽고 싶지 않더라고요 ㅠ.ㅠ

 

워싱턴이라는 이름에 새겨진 문신 같은 아픔

껍데기 속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천재의 외출

여기저기 거미줄처럼 얽힌 커넥션들이 서로의 문제를 없던 걸로 바꾸는 정치를 봅니다.

 

영리한 범인과 더 영리한 형사는 이 풀리지 않을 거미줄을 어떻게 걷어낼까요?

 

추리소설, 범죄소설, 시리즈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렬하게 추천합니다.

포와 브래드쇼를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그리고 이멀레이션 맨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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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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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다가(?) 많은 이야기는 저음이었다.

 

미래과거시제라는 독특한 제목처럼 9편의 이야기는 현실을 얘기하는 거 같으면서도 다른 세상을 이야기한다.

비말을 없애기 위해 파열음을 없애버린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웬 오타가 이리 많아? 하면서 인덱스를 붙이다가 깨달았다. 이것이 미래의 언어라는 것을~

 

'우리 거기서 만남지'

'헤매고 있엄잖아'

 

과거에 직접 겪은 미래의 일을 표현할 때 쓰는 시제 <미래과거시제>는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이 가능한 남자와 그 남자를 첫사랑으로 기억하는 은경의 이야기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어떻게 글로 표현할까? 싶을 만큼 배명훈 작가의 글은 신박했다.

 

9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사로다.

<수요곡선의 수호자>에 나온 마사로는 로봇이다.

세상을 구하는 로봇이자 소비 로봇인 마사로. 이 인간적인 로봇의 아련함이 가슴에 남았다. 그를 구한 건 결국 인류를 구한 것이 될까?





<임시 조종사>는 그야말로 가장 신박한 이야기였다.

로봇 조종사에 대한 이야기를 국악으로 표현했는데 정말 찰지게 맛깔났다.

이렇게 읽으니 미래 이야기인데 과거를 얘기하는 거 같다.

이거야말로 <미래과거시제>가 아닐까?

 

배명훈 작가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작품은 처음 읽었다.

매 편 마지막 작가 노트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언어로 미래와 SF를 이야기하는 작가 배명훈.

 

기발하고 특별한 이야기가 고픈 사람.

언어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사람.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인물들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미래과거시제>를 추천한다.

 

새로운 감각이 주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져 내가 특별한 세상에 속해있다는 기분을 준다.

짧은 이야기들이 주는 독특한 울림들이 나를 미래로 안내한다.

 

정보라 작가가 '배명훈은 천재다.' 라고 했는데 읽기 전에는 너무 띄워주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소설들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정보라 작가의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배명훈 그는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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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를 위한 시 - Post-BTS와 K-Pop의 미래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2
이규탁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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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K-pop을 팝시장에서 한국 음악을 지칭하기 위한 분류 코드라고만 인식했었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z를위한시 #이규탁 #21세기북스

#신간리뷰

 

 

케이팝은 국내에서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하나의 거대한 전 세계적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인생명강 12번째 이야기는 케이팝이다.

케이팝에 대해서 단순하게 알고 있던 내게는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게 된 시간이었다.

단순하게 서양의 가요를 pop으로 부르니 한국 가요를 지칭하기 위해 앞에 K를 붙여 쓰는 단어로 생각했던 케이팝.

케이팝은 외국에서 먼저 쓰이기 시작해서 한국에서 역수입한 용어였다.

 

지금 현재 케이팝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음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팝 음악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미국이 그렇게 견제하고 통제했어도 들풀처럼 자라나는 케이팝의 인기에 지대한 공헌을 한 BTS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케이팝은 그룹 내에 외국인이 한두 명은 포함되어 있는데 순수 한국인으로 구성된 그룹이 전 세계를 제패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자랑스러움 그 이상이었다.

 

그럼 왜 전 세계 사람들은 케이팝에 열광할까?

 

나는 자라면서 팝송을 가요보다 더 많이 들었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욕구와 다양한 음악 장르를 맛볼 수 있으며 세련된 음악은 가요에서 찾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이제 팝 음악의 본고장에서 케이팝을 통해 찾으려 하고 있다.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이제 그들이 나와 똑같이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장르를 찾고 있는 것이다.

 

케이팝은 하이브리드 음악이다.

다양한 장르를 섞는 것은 물론 화려한 퍼포먼스와 케이팝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물론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한국의 시스템을 연구하고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케이팝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최첨단을 걷고 있다.

 




케이팝 1세대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음악을 만들었다.

케이팝 2세대는 동아시아 팬들이 좋아할 멤버들을 영입하고 그들의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들었다.

케이팝 3세대는 대표주자 BTS를 통해서 전 세계 시장으로 발을 넓혔고, 젠지 세대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 케이팝 4세대는 한류의 변곡점에 다다랐다.

케이팝 4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제작에도 직접 참여한다. 여성 아티스트의 활약도 활발하다. 그리고 그들은 알파 세대와 연결되어 있다.

알파 세대는 숏폼과 챌린지에 익숙한 세대다. 짧은 컨텐츠를 이용하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음악이 케이팝 4세대를 이끌 것이다.

 

해외 팬들이 요구하는 바를 모두 충족시키면서도 무조건 그것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케이팝에 대해서 그저 한때의 유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다 말겠지. 얼마나 가겠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화려한 문화를 일구었으며. 끝없는 침략에 대항해 자신들을 지켜온 이 땅에서 만들어진 문화에는 사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발현되어 우리를 치유하고 다독였듯이 지금 케이팝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다독이고 있다.

그 선봉에 선 BTS는 그들 자체가 흙수저로서 바닥에서부터 한 계단씩 올라온 그룹이다.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의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룹이다.

이것 역시 새로운 문화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스타들이 그들의 팬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BTS처럼 자신의 팬들에 헌신하는 스타는 보지 못했다. 이것 또한 한류가 만들어 낸 새로운 문화이다.

 

사랑받는 만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

 

자신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팬들과 공유하고, 그들의 응원으로 또 다른 성장을 해가는 그들의 행보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 또한 시련의 역사에서 우리에 남겨진 DNA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이제 그 말이 실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 흐름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해 봐야 하는 시기다.

 

케이팝은 이제 우리 것만이 아니다.

전 세계인들이 소비하고, 사랑하고, 따라 하는 음악이 케이팝이니까.

이것을 지켜내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얼마큼 알고, 얼마나 관심을 두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그저 어떤 위대한 그룹이 그 모든 것을 지고 가야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새로운 현상에 대해 그저 어깨 으쓱~ 하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알고 공부해 가는 것도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몰랐던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왔다.

 

 

인생명강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상식을 업그레이드하게 해주는 거 같다.

 

우리 문화를 잘 가꾸고 현명하게 지켜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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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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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지돈 처럼!

 

모빌리티 픽션은 뭐라는 픽션이니?

어디서 들어봐서 알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는 말들이 있다.

모빌리티라는 말도 그중 하나다. 왠지 그 느낌 아는데~ 설명하라고 하면 버벅거릴 수밖에 없는 앎.

 

#땅거미질때샌디에이고에서로스앤젤리스로운전하며소형디지털녹음기에구술한막연히la운전시들이라고생각하는작품들의모음

#정지돈 #작가정신 도서지원

 

작가정신 출판사가 그야말로 '출판사 정신'으로 출판하고 정지돈 작가가 그야말로 '작가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써낸 작품.

 

이렇게 긴 제목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떠올릴까?

제목에 나온 LA, 샌디에이고를 기대하며 페이지를 펼쳤는데 난데없이 파리가 배경이다.

 

달리기의 특징은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거리를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경험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뜻이다. 시간은 경험이다. 달리기는 목표 지향적이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의 해결을 향해 달린다. 다시 말해, ㅅ건 외에는 무관심하며 경험은 사건으로 한정된다.

 

 

달리기를 캡틴 아메리카와 연결하고, 마블의 한 챕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대목에선 감탄을 한다.

국외자들은 모르겠고 몽상가들은 봤지만 달리기 장면은 기억나지 않고,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달리기 장면은 영화 트레인스포팅이다.

이래서 나와 엠과는 내가 다른 종류임을 깨닫는다.

 

이 자그마한 시집 같은 책을 앞에 두고 모두가 어렵다고 심란해 한다.

나는 그냥 무턱대고 읽어 본다.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소설인가?

에세이?

픽션?

어디까지?

 

선을 그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흐른다.

물론 음악은 없다. 그런데 계속 무슨 소리가 흐르고 영상이 눈앞에서 휙휙 스쳐간다.

 

이 싸람 이거 뮤비를 글로 썼구만!

 

이 작품에 출연(?) 하는 예술가들의 이름은 들어 본 거 같지만 알지 못하고, 그래서 또 나와 결이 다르구만! 을 느끼고

그 신선함에 뇌가 춤을 춘다.

스치듯 들어만 보고 나와 다른 결이라 아주 깊이 묻어 버린 이름들과 사건들과 시대상과 흐름들이 저 깊숙이에서 '나 여기 있어!'라고 소리친다.

이렇게 깊이 묻어 버린 다른 결들이 수면 위에 떠오를 때 나는 이상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물론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새로운 걸 습득하지 못하더라도 알고는 있다는 그 자체로 위로를 받지.

물론 너는 그게 뭐냐고 말하겠지만.

 

중요한 건

세상에 널린 형식 따윈 개나 줘버리고(개는 무슨 죄? 냥이에게 주면 안 되는 거니?)

나의 길을 가는 멋스러움이 넘치는 글.

기를 쓰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허세는 집어치우자.

의식의 흐름이던 그냥 보이는 것들의 나열이든 엄청 고상한 생각이든

해석하고, 이해하고, 파헤치려는 것들이 다 무색한 글이야.

 

그냥 느껴.

글들이 주는 느낌을 온전히 느끼면 나가 되고 엠이 되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되는 거야.

중요한 건 흐름이지.

그 흐름을 타지 않으면 아무리 분석하고, 아무리 읽어도 몰라.

 

처음 타 본 흐름으로 나는 뭔가 고정된 나사가 풀어진 느낌이야

내 생각도 가닥가닥 안드로메다로 이어지고 있지

결이 다른 글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는데 그 춤을 바라보는 내가 참 신기해졌어.

어쩜 이런 생각들은 내 안에서도 존재했던 게 아닐까.

그걸 같이 나눌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아서 꾹꾹 눌러 담아 두고 모른 척했던 건 아닐까.

내 무의식에 숨어 있는 본능이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글.

 

제목이 길어서 이 책을 말할 때 '그런 책이 있어. 제목이 아주 길어. 정지돈 작가 책이야'라고 말할 거 같은데

'아! 나도 알아. 그 제목 엄청 긴 책!"이라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어.

그럼 그 시간은 '땅거미 질 때'로 시작해서 '정지돈'을 이야기하면서 '작가정신'의 출판사 정신을 떠올리겠지.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었어.

왠지 이 책은 봄바람처럼 사알랑~ 일 때보다는 뜨거운 여름에 에어컨 바람 앞에서 녹아가는 얼음이 땀 흘리는 컵을 바라보며 멍하니 읽어가면 꿈을 꾸듯, 뮤비를 보듯 영상처럼 흐를 거 같아.

 

새로운 시도는

늘 고정된 뇌를 깨우지.

정지돈은 그런 실험 정신으로 우리의 뇌를 깨우는 중이야.

그러니 다들 고정된 픽스를 빼버리고 깊이 감추어 두었던 생각들을 들춰봐.

그럼 거기에 당신들의 <땅거미 질 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운전하며 스마트폰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부산/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이 하나 나올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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