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오더 - 우나의 뒤죽박죽 시간여행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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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은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었을지 몰라도 그녀의 마음이 지나온 길은 보여주지 못했다. 주름진 얼굴, 불어난 살집, 흰머리를 감추려고 염색한 머리. 몸은 그녀의 것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늘 따로 놀았다. 언제나 동동거리며 뒤죽박죽 엉긴 삶의 조각들을 다시 끼워 맞추려 애쓰기 바빴다.




20살 생일을 앞두고 새해맞이를 하던 그 순간 우나는 타임리프를 한다.

그녀가 도착한 시간대는 2015년 1982년에서 2015년으로 19살에서 53으로 인생을 건너뛴다면 어떤 기분일까?

매년 생일마다 리프를 하는 우나.

어느 시간대로 갈지 알 수 없지만 늘 그녀 곁에는 엄마 매들린이 있다.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엄마 매들린만이 우나의 리프를 알고 있다.

그리고 2015년에 우나를 맞이한 남자 켄지도 우나의 리프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손목엔 언제 새겼는지 알 수 없는 문신이 있다. 모래시계와 M, D, C, R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지만 언제 했는지, 무엇 때문에 했는지 모른다.

2015년 1년 동안 우나는 켄지와 매들린의 도움을 받으며 첫 리프의 충격을 가라앉히지만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 두렵기만 하다.

어느 시기로 떠날지 알 수 없음으로..

우나의 뒤죽박죽 시간 여행이라는 부제처럼 인생을 정주행하지 못하고 뒤죽박죽으로 살게 되는 우나.

우나의 리프를 따라가면서 나도 그 시간대의 나에게로 리프 해본다.

나는 그때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고, 무엇을 잃었는지...





이렇게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지내야 하는 것도 피곤했고, 번번이 이전 우나의 처지를 헤아리는 일도 피곤했다. 여자친구, 클럽 죽순이, 투자자, 아내, 세계 여행가.... 그리고 지금의 그녀는 어머니였다. 그보다 더 주눅들게 하는 역할은 없었다.



새로운 나이대로 리프 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남긴 메모를 보게 된다.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팁이 주어지지만 늘 그대로 되지는 않는다.

처음 리프 한 때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그것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마음에 준비도 없이 듣게 되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 좀 전까지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

아무런 기억 없이 갑자기 50대가 되어 낯선 환경에 던져진 충격.

자신을 배신한 남자와 이혼했지만 결국 그 전해로 돌아가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

자신의 첫사랑인 데일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 아이를 입양 보낸 게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우나의 심정.

이 모든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 년 살이 인생.

"엄만 내 삶에 혼란을 더하는 게 아니었어요. 색깔을 더했던 거지."

다른 엄마들과 달랐던 엄마의 존재.

남들과 똑같은 패턴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가르쳐 줬던 엄마 덕에 우나는 매년 다른 시간대를 살게 되지만 잘 적응했고, 매번 다른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이 이야기는 어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과거나 미래로 타임리프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매년 자기 생일마다 다른 시간대로 타임리프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인생을 시간순으로 살지 못하고 시간을 뒤죽박죽으로 살게 되는 우나의 인생을 맛보면서 나라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20살 생일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내 인생을 바꿀 무언가를 하지 않을까?

우나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지 않는다. 같은 시간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미래를 안다고 해도 우나는 그걸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고자 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매 챕터마다 한 곡의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 음악이 이야기를 관통한다.

다양한 음악적 취향과 함께 삶에 대한 태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 누구도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행복과 함께 불행조차도, 고통까지도, 슬픔마저도 인내하려 한다.

뒤죽박죽 살게 된 인생이어도 1년 단위로 최대한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산다는 컨셉이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갈수록 우나의 선택들이 달갑게 느껴졌다.

남들 가는 대로 가 아닌 다른 길에서 인생의 고비를 넘기는 우나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거 같다.

일 년 살이 인생

그 안에는 슬픔에 잠긴 해도 있고

통제불능의 해도 있고

아까운 사람을 놓친 해도 있고

빤한 인연임을 아는데도 그대로 답습하는 때도 있고

쉬어가는 때도 있고

사랑으로 넘치는 때도 있고

너무 많이 알아서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고

모든 걸 감당해야 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는 것...

<아웃 오브 오더>는 주어진 시간에 스스로의 삶을 살라는 얘기 같았다.

누군가 정해준 틀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틀 속에서 스스로 찾아내는 인생의 값진 것들로 삶을 채우라는 얘기 같았다.

독특한 이야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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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 순간의 감정부터 일생의 변화까지, 내 삶을 지배하는 호르몬의 모든 것
막스 니우도르프 지음, 배명자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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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호르몬은 그런 뇌의 기능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호르몬 불균형은 우리의 성격과 일상생활을 완전히 망칠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명령하는 것을 '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뇌'가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호르몬은 성장하는데 있어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있어서 몸과 마음에 변덕을 부리게 하는 요소라고만 생각했었다.

바보였다.

호르몬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뇌'를 움직이게 하는 윤활유 같은 거였다.

뇌가 우리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호르몬이 뇌를 움직여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거였다.

<호르몬은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가>

목차부터 우리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사춘기, 갱년기, 임신, 비만, 불면증, 식욕, 젠더 등등

인간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것들에 이 '호르몬'이 관여한다.

나를 임신했을 때 그 까다롭던 우리 아빠는 엄마와 같이 입덧을 했다고 한다.

나는 그걸 믿지 않았다. 남자가 입덧한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으니까. 임신은 그저 여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은 그걸 사랑의 척도로 생각했고, 아빠가 그만큼 엄마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말했다.

호르몬은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출산 이후를 준비시킨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엄마 아빠를 미리 훈련시키는 것이다.

종족보존을 위한 생식호르몬은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는 저절로 조절되는 훌륭한 호르몬 프로그램이 있고, 이 프로그램은 신체 기증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분주하게 일한다. 호르몬의 미세한 조절이 없으면 불가능한 임신과 출산은 물론이고 인생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호르몬이 우리를 돕는다.

호르몬에 대해 알아갈 수혹 그동안 무심했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진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게 아니라 그렐린이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매일 요가를 하면 혈당이 낮아진다는 사실 때문에 갑자기 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햇빛을 쐬면서 걷는 것이 멜라토닌 생성을 도와주고 그것은 결국 불면의 밤을 날려버리는 길이기도 하다.






이미 지나온 시간에 대한 호르몬보다는 앞으로 관련 있는 호르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갱년기와 불면증

빠지지 않는 살

운동이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

호르몬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등.

인간도 진화해왔다.

오래전 인간을 보호했던 행동 방식이 현제도 DNA로 전승되고 있다.

예전처럼 몸을 쓰지 않아도 우리의 호르몬은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지방을 축적하려는 의지를 가졌다.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들은 단것을 찾게 되고, 식품 회사는 그것을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지도 모른 체 사람들은 단것을 찾게 된다.

알면 알수록

내 생활방식이 보이는 책이었다.

내가 내 몸을

내 몸에 흐르는 호르몬에 대해 몰라서 대체를 못하고 병들어 가는 몸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라토닌 생성을 위해 햇빛 샤워 산책을 즐기기로 했고

혈당을 위해 요가를 하고, 소식을 하기로 결심하지만 과연???

엄마 뱃속에서부터 할머니 나이까지를 체험한 느낌이다.

호르몬이 이렇게 열 일을 하는 건지 몰랐다.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건강 상식에 관한 모든 것이 바로 호르몬과 연관된 것들이었다.

그동안의 지식은 본질을 모르고 겉만 핥은 것이다.

수박 겉 핥아 봤자 아무 맛도 안 난다.

수박은 쪼개서 안에 든 빨간 과육을 먹어야지...

건강에 관심 없는 분들도 읽어 보면 좋은 책이고,

갑자기 여기저기 몸에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분이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책이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변화들에 대해 조금 감을 잡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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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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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구세요?" 진저리의 빈약한 프로필을 응시하며 물었다. 여자가 분명했다. 스티븐의 거짓말이나 바람기에 농락당한 여자. 도덕성이 의심스러운 여자. 화면에 흐릿하게 반사된 나 자신을 쏘아봤다. 반대쪽에서 진저리가 어둠 속에 숨은 채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로맨스 작가 핀레이 도너번.

어쩌다 킬러로 오인받아 모르는 여자로부터 남편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받은 작가.

무슨 일인지 그녀가 의뢰받은 남자가 죽음으로써 어둠의 세계에 명성을 띄운 자.

정작 그녀는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며 글을 써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쌓여가는 청구서에 한 줄도 쓰지 못한 글로 에이전트에게 닦달을 당하고 있는 형편이죠.

1편에서 숨 가쁘게 독자들을 몰아갔던 핀레이 도너번이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우연과 필연이 난무했던 #당신의남자를죽여드립니다 의 인기를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했습니다.

원래 1편을 능가하는 2편은 보기 드문 편이라 과연 어떤 이야기로 독자를 꼬실지 무척 궁금했네요.






재수탱이 전 남편 스티븐의 암살 의뢰가 다크 웹에 올라온 걸 알게 된 핀레이.

이번엔 누굴 죽이는 게 아니라 아이들 아빠를 지키기 위해 파트너 베로와 함께 스티븐의 암살을 의뢰한 진저리와 진저리의 의뢰를 받아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싹쓸이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핀레이~

게다가 멋진 바텐더이자 변호사 공부를 하는 중인 줄리언과 모든 여자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 넘치는 경찰 앤드루가 딱! 버티고 핀레이를 정신없게 만드네요.

그 와중에 재수탱이 스티븐은 사사건건 핀레이를 의심하고, 믿고 의지하는 파트너 베로마저 뭔가 숨기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트레일러에 불을 지른 방화범, 칼의 살인을 교묘히 은폐한 장본인, 내 전 남편을 살해하려고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한 사람의 정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각각의 사건은 동기가 전혀 다른, 별개의 미스터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세상 무엇보다 강력한 하나의 공통된 동기가 숨어 있다면?




진저리와 싹쓸이를 찾아 내기 위해 핀레이와 베로는 좌충우돌하며 열심히 스티븐을 지키다가 오히려 곤경에 처합니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이 운영하는 조직범죄의 온상 여성 커뮤니티 게시판의 주인이 바로 1편에서 핀레이의 정체를 알아버린 펠릭스 지로프! 그가 감옥에 있으면서도 핀레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중이란 걸 알게 되죠.

그리고 핀레이를 지로프의 조직에 편입시키려는 수작을 걸고 있고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어버린 핀레이~

핀레이의 전 남편 살리기 프로젝트는 성공할까요?

"참 먹음직스러운 비스킷인데 말이다."

그 먹음직스러운 비스킷 난 왜! 자꾸 의심스럽지?

이거 참... 내 촉이 맞다면 핀레이 정말 어쩔 거야?

1편의 등장인물들이 2편에 거의 다 총출동합니다.

그러니 1편부터 읽어 보셔야 이 시리즈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어쩌다 킬러 핀레이 도너번은 마약왕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직 찾지 못한 싹쓸이는 3편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요?

아니면 이미 등장했나???

로맨스와 스릴러가 정당히 버무려진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어째 갈수록 이야기가 더 깊어지고 캐릭터들의 반전이 기대되는 시리즈가 될 거 같네요.

1편은 무심히 편하게 읽었다면

2편은 등장인물들의 반전 때문에 모두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었네요.

3편까지 나왔다는데 3편에서 더 경악스러운 일이 벌어질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번 한 번은 살려드립니다>를 읽으면서 의외의 반전들 앞에서 작가가 굉장히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에 반전의 씨앗을 뿌려 놓는 솜씨가 좋은 작가네요.

로맨스와 스릴러를 적절하게 버무리고 양념으로 코미디를 살짝 뿌린 어쩌다 킬러 핀레이 도너번 시리즈~

3탄 나올 때까지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나요?

영어 잘 하면 원서로 읽어버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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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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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몸 안에 새겨진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시대의 노화란 세금과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건지도 몰랐다.



몸 안에 장기들을 임플란트로 대체할 수 있는 미래.

머리에 버디라는 기계를 쓰고 살게 되는 미래.

영생을 누릴 수 있을 거 같은 미래지만 결국 돈 때문에 죽어야 하는 미래.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의 미래는 신선하면서도 구차하고, 새로우면서도 다르지 않다.

돈 있는 자는 임플란트 구독료를 내고 살아갈 것이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최후까지 발버둥을 치다가 죽을 것이니까.

주인공 유온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가애로 살면서 그들이 죽으면 유산을 받아 살아간다.

아내와 아이가 있었지만 아이가 죽고, 아내도 그를 떠났다.

가애로 살면서 그는 자신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은 익을수록 힘이 덜 들고 자연스러워지는 법이다. 고생해서 이룬 일은 물론 보람차겠지만, 사실 인생은 힘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일에 더 크게 좌우된다.



나는 유온이 쉽게 살아갈 방법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노인인 그의 생각은 현재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벅차 보인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최선을 다해 그들을 대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 자리에 설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은 못 한다.

서윤빈 작가의 글은 처음인데 그가 그리는 미래가 너무 현실적이라 마음이 묵직해진다.

머리에 씌워진 버디로 생각을 조정 당하고

임플란트 장기로 채워진 육체의 보존을 위해 세세한 것들을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삶.

숨이 막힌다.

인간의 욕망 앞에서..

이 시대에도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내다 팔고, 자신의 기억과 추억까지 팔아야 하는 미래가 달갑지 않다.

유온이라는 뜨뜻 미지근한 이름처럼 그의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거 같다.

그를 떠난 아내는 왜 그를 떠났을까?

아내의 친구였던 은희의 등장은 유온의 인생에 가장 뼈 때리는 등장일 것이다.

유온의 미온적인 태도로 볼 때 아내 이령은 극복되지 못한 상실감과 무력감으로 좀먹어 갔을 거 같다.

그러나 유온은 자신의 삶을 사느라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자신들이 잘 살아가고 있었다고 믿었다.

그래서 아내의 그만두자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가 마지막까지 살려고 바둥거리는 그 모습이 나는 좀 환멸스러웠다.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살려고?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제목은 로맨스 같지만 이것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언제든 찾아올 준비가 되어 있는 죽음에 대해 우리가 대비하는 건 뭘까?

나는 이 세계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 이야기 속의 세상은 지금 현재를 고스란히 가져다 놓은 미래다.

지금 이 현실의 부조리함을 미래라는 탈을 씌워서 보여준다.

그래서 더 씁쓸하고, 신맛이 난다.

한 달 구독료 10억 5000만 원.

이것을 마련하기 위해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인생을 살면서 제일 잘 준비해야 하는 것이 바로 '죽음'인 거 같다.

노후 준비란 언제든 다가올 죽음을 잘 이해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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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세계사 - 생명의 탄생부터 세계대전까지, 인류가 걸어온 모든 역사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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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했던 나였지만 역사 선생님들은 늘 시험에만 초점을 맞췄었다.

이후에도 역사책을 읽었지만 뭔가 부족하거나, 체계적인 거 같은데 너무 복잡하거나, 너무 길거나, 너무 전문적이었다.

읽어도 읽어도 잘 정리되지 않는 그 기분!


허버트 조지 웰스는 역사학자이고 사회학자이며 과학을 가르친 작가다.

대부분 다른 수식어는 빼고 허버트 조지 웰스라는 이름만으로 우리는 그를 SF 소설의 거장으로 기억한다.

<타임머신>, <우주 전쟁>, <투명 인간> 또렷하게 기억하는 이 세 권의 이야기는 인류 역사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소설이다.

그런 그가 역사학자로서 세계사를 썼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필독서처럼 느껴졌다.




<인류의 세계사>엔 인류 이전의 지구부터 시작해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까지의 역사가 담겼다.

인류라는 말이 붙어서인지 '생명'의 탄생으로 시작한다.



일목요연함.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머릿속을 떠도는 말이었다.

이보다 더 잘 요약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쪽집게 강사의 세계사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필기할 필요 없이 그저 그 페이지에 있는 내용만 숙지하면 되는. 







다양한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서 시각적 효과도 탁월하다.

적재적소에서 나타나는 그림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타고  기억 속에 저장된다.


그가 역사를 보는 방식이 편협하지 않아서 좋다.

치우침 없이 역사를 서술하면서 통찰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엔 그 두 가지가 다 담겼다.


현대인에게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이 책으로 처음 알았다.

척박한 환경에서 적게 먹고도 생존하기 위해 지방을 빠르게 저장하던 그 유전자가 현대인의 비만과 당뇨 유전자로 남아 있단다.

내가 안 먹어도 살이 찌는 이유가 네안데르탈인 덕분이구만~


알파벳과 유일신 사상을 전 세계에 전파한 건 셈족이다.

알렉산드리아엔 무세이온이란 도서관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이미 증기기관을 고안했다고 한다.



기원전 6세기는 사실 전체 인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시기 중 하나였다. 세계 각지에서 인간이 왕권과 신관, 제물의 전통에서 깨어나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2만 년의 유아기를 거쳐 비로소 인류가 청소년기에 도달한 것 같았다.

 

지구 전체가 이제는 하나의 경제 공동체가 되었다. 세계가 하나가 되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더 많아졌다. 자원을 적절히 개발하기 위해서는 지구 차원의 종합적인 통제 체계가 필요하다. 과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더 많은 힘을 안겨주었다. 현재의 단편적이고 지극히 경쟁적인 관리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자원을 낭비할 뿐 아니라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인류는 이제 겨우 청소년기에 도달했을 뿐이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인류가 늙고 쇠약해져서 겪는 문제가 아니라, 강해진 힘을 아직 길들이지 못한 데서 온 것이다.


SF 소설의 거장답게 미래를 예측하는 그의 말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하다.

짧게 추려진 인류의 역사가 그의 통찰력 때문에 빛을 발한다.

대략적인 세계사의 흐름과 인류의 발전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적당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칭기즈 칸과 중국의 역사(유럽 대륙에 영향을 준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허버트 조지 웰스가 이 시대에 살아서 한류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한국의 역사를 다뤘다면 어떤 통찰력을 보여줬을지 궁금해졌다.

세계사 보다 복잡한 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그의 시각으로 정리한 역사책이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은 전쟁의 폐허가 조금이라도 회복된다면 곧바로 비슷한 참사를 다시 일으킬 것 같다.

그의 예언대로 1차 세계대전 이후 곧바로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졌고, 그 전쟁 이후 지구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국지전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역시 전쟁 중이다.

전쟁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인류는 정말 자기 파괴적인 걸까?


웰스가 지금의 상황을 본다면 이전에 했던 말을 또 할 것이다.



"내가 말했잖아. 이 바보들아."




세계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처음 시작하기 좋은 책입니다.

세계사를 체계적으로 훑어보 보고 싶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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