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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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모아 만든 괴물. 그는 누구인가?

 

 

 

나는 살해당한 여섯 시체의 집합이다. 그리고 이제 완전히 독립된 한 명의 죽은 사람이다.

그래. '데드맨'이라는 이름을 쓸까?

 

 

각각 머리, 몸통, 팔과 다리가 없는 6구의 시체.

시체가 남겨진 사건 현장에 남은 범인의 DNA.

피해자들은 그 어디에서도 접점이 없다.

 

다급한 남자의 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에서 섣부르게 추측했던 내 추리는 모두 틀렸다.

도입 부분에서 생각했던 [일본판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느낌도 점점 사라진다.

<데드맨>은 2013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2023년에 10주년 기념 개정판이 나왔다.

묵혀두었던 <데드맨>과 개정판을 두고 번갈아 읽었다.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들에게는 아무런 단서가 없고, 피해자들의 부모까지 추적했지만 서로의 연관성은 없었다.

특별 수사반까지 만들어서 이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몇 달째 아무런 성과가 없던 어느 날 수사 책임자 가부라기에게 제보가 들어온다.

자신을 <데드맨>이라 칭하는 사람에게 온 이메일은 이 사건의 윤곽을 잡게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 이후에 누군가를 단죄하기 위해 벌어진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된다.

 

데드맨을 읽으며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없는 딜레마를 느꼈다.

정신질환이라는 병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단절되었을까?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의료 행위가 벌어진 암흑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알고도 서로서로 눈감아주고 쉬쉬했다는 그 사실.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의료 사고에 면죄부를 쉽게 주는 이 사회는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

 

데드맨은 끈질긴 형사의 노력과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생각의 발상

아무리 감추려 해도 언젠가는 밝혀지게 마련인 행적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끔찍한 범죄이지만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감정이 배제된 표현 때문인 거 같다.

아마도 감정이 섞이지 않은 깨끗한 사건 현장처럼.

 




"당신은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 시작이자 끝이니까. 맞아. 아조트예요."

 

 

오랜 세월을 버틴 끈질긴 노력(?)이 돋보이는 이야기 <데드맨>

우리 사회 높은 분들 중에 끔찍한 죄를 짓고도 버젓이 사회 명사로 대접받고 사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결말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참 씁쓸하다.

죗값을 제때 받지 않은 인간 때문에 죄를 지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죄를 짓게 되었다.

모두가 눈 감고 아무도 단죄하지 않았기에 결국 세월이 흘러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결과가 된 <데드맨>

 

흡입력 좋은 이야기라 단숨에 읽힌다.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읽게 되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진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지 않은 사람 덕분에, 그리고 그가 지키고자 했던 사람 때문에

묻혔던 비밀이 드러나고, 면죄부를 받은 죄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멋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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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토지를 읽다
김민철 지음 / 한길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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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작가는 어쩜 이리도 등장인물들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꽃들을 찾았을까?

 

 

토지는 방대한 분량과 600명 가까이 되는 등장인물이 있는 대하소설이죠.

드라마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토지를 오래전에 완독했습니다. 재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재독하려면 각 잡고 읽어야 하기에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던 터에 이 책 <꽃으로 토지를 읽다>를 만나게 되었어요.

 

꽃으로 토지를 읽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의아했지만 책을 받고 알았습니다.

'꽃 기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김민철 기자님의 내공이 담긴 글에 담긴 수많은 꽃들로 토지를 다시 훑어본 느낌입니다.

 

<꽃으로 토지를 읽다>에 나오는 꽃들은 모두 책에서 언급된 꽃들입니다.

등장인물을 표현한 꽃

배경에 드리운 꽃

기억으로 소환되는 꽃

인물의 상황을 대변하는 꽃

박경리 작가는 수많은 꽃들로 <토지>의 배경과 인물들의 성격과 마음, 기억을 표현했습니다.

 

김민철 기자는 꽃 기자답게 작품에 나온 꽃들로 작품 속 인물이나 상황, 배경들을 설명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인데 이렇게 읽으니 제가 놓쳤던 많은 부분들을 새로이 각인하게 되었네요.





능소화는 상민들이 근접할 수 없는 '양반꽃'이었다. 평민집에서 능소화를 심으면 관아에 불려가 곤장을 맞았다는 얘기도 있다.

 

 

최참판댁 담을 타고 피는 꽃은 능소화입니다.

토지의 등장인물들이 최참판댁을 떠올릴 때 같이 소환되는 기억이 바로 능소화입니다.

양반꽃은 최참판댁에만 피었을테니 아름다운 능소화는 곧 최참판댁이나 마찬가지였겠죠.

 

토지의 으뜸 주인공은 바로 '서희'죠.

서희를 대표하는 꽃들이 많지만 꽃 기자님은 서희와 가장 닮은 것이 탱자나무라고 합니다.

5월에 하얀 꽃이 피어 은은한 향을 내는 탱자나무는 서로 떨어져 있는 꽃잎과 날카로운 가시가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가까이하기 어려운 서희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저도 서희를 그리 부드러운 여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탱자나무와 서희는 닮은꼴이다에 한 표 던집니다~

 

'길상'

 

석산은 상사화의 한 종류다. 석산과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을 볼 수 없는 특이한 식물이다. 그래서 그리움의 꽃이다. 또 석산에서 나오는 녹말을 탱화 그리는 데 쓰기 때문에 사찰 주변에 많이 심는다.

 

 

고아 출신 길상은 연곡사 우관스님 아래서 자라다 최참판댁에 심부름꾼으로 들어옵니다.

그가 처음 최참판댁에서 본 꽃이 바로 석산입니다.

꽃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니 길상의 미래가 눈에 보이는 거 같습니다.

석산 같은 길상의 맘.

그가 정말 원했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요?

 

박경리 작가는 자신이 너무 욕심을 부려서 길상이라는 인물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아 어쭙잖다고 표현했답니다.

그러고 보니 불분명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길상은 항상 준비되어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늘 의지가 되고, 안심이 되는 인물이었는데 그게 다 피상적인 모습에 불과했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마도 그런 사람은 소설속에나 있는 거라는 걸 저도 느꼈던 거 같습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굉장히 현실적이었던 토지에서 길상이만큼은 어떤 시련도 물리칠 수 있는 어떤 힘이 과하게(?) 부여된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토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임이네' 그렇게 밉살스러울 수 없고, 등장하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릴 정도로 제게는 악인이었습니다.

그 임이네는 책에서도 물가의 잡초라고 표현되었는데 꽃 기자님은 그 물가의 잡초 중에서도 고마리를 임이네의 꽃으로 지정했습니다.

 

질긴 생명력과는 다른 인상의 아름다운 꽃.

임이네가 바로 그런 모습이니까요.

 




저자는 토지의 무대가 되는 곳과 작가의 고향인 통영을 방문해 그곳 분위기와 꽃들과 나무들을 살폈습니다.

저자의 꽃 지식과 작품 속에 언급된 꽃과 나무들로 토지를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꽃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사진이 담겨서 그동안 이 꽃 이름이 뭐지? 했던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된 건 덤입니다~

 

 

박경리 작가는 '최치수'가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했습니다.

읽은 지 오래된 기억 <토지>

이 책에 담긴 토지의 발췌본들이 기억을 새롭게 합니다.

 

<꽃으로 토지를 읽다>

이 책을 읽고 토지를 읽으면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느낌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서 안 읽어 보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저는 재독할 때 이 책을 옆에 두고 같이 읽어 볼 거 같습니다.

꽃의 특성과 인물들 간의 비슷한 점을 어쩜 그리 딱! 짚어 냈는지 박경리 작가의 세심함이 또 한 번 느껴졌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작품 속 인물들을 꽃으로 비유해서 만나게 되니 인물의 느낌이 세밀하게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꽃으로 토지를 읽다>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런 재밌는 기획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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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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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결혼은 실패하지 않는다. 사람이 실패할 뿐이다.

 

 

중년의 부부가 관계 개선을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각자 다른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 그들 앞에는 위험만 있네요.

이 시련으로 더욱 단단해져 돌아올까요?

아니면 각자 다르게 품은 마음으로 돌아올까요?

아니면 한 사람만 돌아오게 될까요?

 

애덤은 예전부터 달리기에 재능이 있었다. 특히 현실로부터 달아나기.

 

 

안면실인증으로 아내 얼굴조차도 못 알아보는 애덤.

<가위바위보>라는 작품을 썼지만 어디에서도 빛을 못 보고 현재 그는 시나리오 각색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의 바람은 자신의 작품 <가위바위보>가 정식으로 출간되어 영상화되는 것이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내를 믿지는 않는다.

 

과연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비상구를 찾을 수 있을까?

 

 

애덤과의 결혼생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걸 깨달은 어밀리아.

천식이 있고, 배터시 유기견 센터에서 일하는 어밀리아는 애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마지막 노력을 위해 회사에서 당첨된 초대권으로 스코틀랜드 깊숙한 곳에 있는 낡은 예배당을 숙소로 개조한 블랙워터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 후에 두 사람은 예전처럼 살거나 아니면 완전히 관계가 끝나거나 둘 중에 하나다.

어밀리아는 애덤의 일중독에 지쳐가고 애덤은 더 이상 어밀리아를 믿지 못한다.

폭풍을 거슬러 도착한 그곳은 음산한 기운을 간직한 고립된 블랙워터 예배당이었다.

날도 거칠고 사람이 산 흔적이 없는 예배당은 마치 비밀을 품고 있는 것처럼 으스스하다.

당장 돌아가고 싶지만 눈 폭풍이 휘몰아치고 길도 험한 터라 어밀리아와 애덤 그들의 반려견 밥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그러나...

그곳엔 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번 주말여행은 망가진 우리 사이를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우리 둘 중 하나만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아내의 일기

어밀리아의 시선

애덤의 시선

그리고 로빈의 시선으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읽기 시작하면 오싹오싹하는 분위기와 애덤과 어밀리아의 아슬아슬한 신경전과

누군지 알 수 없는 로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때문에 궁금증만 더해간다.

게다가 결혼기념일마다 쓰인 편지는 애덤 부부의 과거사로 이루어져 있고, 해가 거듭될수록 애덤에게 실망하는 아내의 편지 때문에 이 고색창연한 예배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그게 언제인지 페이지를 자꾸 넘기지만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좀체 느슨해지지 않는다.

 

시점이 바뀔 때마다 독자의 마음도 바뀐다.

애덤을 믿었다가 어밀리아를 믿었다가 로빈만 아는 어떤 비밀이 저들을 단죄할 것처럼 느껴져 이 세 사람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종잡을 수 없어서 더 미칠 거 같다.

 

안명실인증이라는 독특한 소재 때문에 애덤이라는 캐릭터에 동정심을 가지게 되지만, 과연 그럴까?

일중독에 빠진 남편 때문에 외로움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어밀리아,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어밀리아가 안쓰럽지만, 과연 그럴까?

은둔자 로빈. 도대체 저들과 어떤 관계이기에 그들을 염탐하고, 그들을 겁먹게 만들까? 아무도 찾아오는 이 없는 으슥한 예배당에 딸린 별채에서 토끼하고 살고 있는 이 정신이 약간 맛이 간 로빈은 의문투성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 펼쳐지는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에서 정말이지 경악스러운 결말을 마주하고 말았다!

정말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독자를 도덕적 딜레마에 시달리게 하고

믿었던 캐릭터들에게 뒤통수를 맞게 하는 완벽한 이야기!

<가위바위보>

 

그들은 모두 소원을 이뤘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걸 그들이 쉽게 간과한 건 아닌지...

 

<가위바위보>

이 글의 제목이자 애덤의 첫 소설 제목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겐 반전이 있다.

그중에 가장 멋진(?) 반전을 가진 애덤.

그래서 그렇게 글을 썼던가!

 

이 작품을 읽고 나면 갑자기 옆에 있는 사람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나만 비밀이 없는 거 같아! 바보처럼~

근데... 과연 그럴까??

 

넷플릭스 영상화 확정이라는데 과연 어떤 배우들이 연기를 할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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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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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건너편은 갑자기 죽은 사람에게 이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곳이다.

24시간 동안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만 만날 수 있다.

그럼 누굴 만나라고???

 

 

정말이지 내가 죽은 걸 모르는 사람 누굴 만나야 하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가제본에 담긴 세 편의 이야기는 궁금증만 남긴다.

 

조지아 맥심 캔 커피를 좋아하는 안내인.

그는 자신이 안내하는 죽은 자들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혼란스러운 영혼을 현세로 안내해 하루 동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아이 엄마.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러 가는 그 심정은 뭐라 표현할 길 없다.

 

지긋지긋한 옻칠 냄새가 싫어서

"남한테 피해 주지 마라"라는 아버지가 미워서 훌쩍 떠난 고향.

술에 절어 살다 죽은 아들은 안내인의 꼬임(?)에 빠져서 고향에 간다.

그가 그렇게 싫어한 모습 그대로 치매 노인이 된 아버지는 계속 같은 자리에서 옻칠 중이다.

아들을 보며 건네는 말 역시 늘 똑같은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였다.

그러나 아주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아버지의 다음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남에게 .... 피해 주지 마라.... 대신, 가족한테는 피해 줘도 괜찮다."

 

 

죽은 뒤에 듣게 된 아버지의 본심 앞에서 아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 앞에 설 수 있었을까?

나도 아버지랑 맺힌 게 있었는데 풀지 못했고...

지금도 가끔 허공에 대고 물어보지만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주인공은 먹고 싶은 밥을 안 준다고 삐져서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그깟 밥이 뭐라고!!

 

근데

알고 나니 밥이 참 중요한(?) 자다.

자신의 죽음을 알 길 없는 친구를 찾아가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 잠든 친구를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모습은 애처로움과 동시에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날 것만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죽음은 언제든 찾아오는 것이고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치게 될 테지만 어떤 모습으로 올지 알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죽는다면,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누구를 찾아갈까? 이야기를 마주하며 계속 머릿속에서 울리는 질문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했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서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인연의 끈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죽음을 모르는 그 누군가를 만나 있는 지도 몰랐던 감정을 풀어내는 이야기. <작별의 건너편>

 

젤 궁금한 건 안내인의 하루다.

그는 어떤 죽음이었길래 영혼의 길잡이가 되었을까?

그가 가진 하루는 어떤 만남이었을까?

아님 그 만남의 시간을 갖기 위해 봉사 중인 걸까?

 

일본 작품 특유의 간결한 감정들로 이루어진 <작별의 건너편>

책이 온전히 출간되면 나머지 이야기들도 읽어 보고 싶다.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이 생에서 풀지 못한 감정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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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
김정배 지음, 김휘녕 그림 / KONG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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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사과꽃 풍경과 대비되는 전쟁의 상흔.

아름다운 그림 사이사이로 전쟁의 숨은 상처들이 보인다.

 




"탕"

예쁜 표지의 그림책을 넘기며 첫 장을 마주했을 때 보이는 글자는 한 글자였다.

소리 없는 글자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커다란 소음으로 증폭된다.

아름다운 표지 뒤에 숨은 '탕' 소리는 마치 평화 속에 몰래 숨어든 전쟁의 민낯처럼 보였다.





한밤중에 울린 총소리는 엄마와 내 손보다 빨랐다.

 

평화롭던 마을은 총소리에 무너졌다.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눈을 가리고 자신의 입을 가렸다.

아이는 아빠를 닮은 작은 손으로 엄마의 손을 꼭 쥐여준다.

 

눈을 가리면 못 본 게 되고

입을 막으면 비명이 새어 나오지 않게 되는 걸까...

 

 

 

몇 발의 총성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짜기 하나는 밤마다 자주 마음을 다쳤다.

 

 

총소리와 함께 사라진 아빠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알 길 없는 아이는 사과꽃이 피기만을 기다린다.

사과꽃이 피면 아빠가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아이가 태어나던 해 아빠가 심은 사과나무는

해마다 흰 꽃을 피우고 빠알간 열매를 맺는다.

해마다 찾아오는 사과꽃.

그러나 아빠의 약속은 무한정의 기다림일 뿐...

 

마을 사람들은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면 가장 예쁜 사과 하나씩을 골라 우물에 씻어내고

절대 쪼개지 않고 입을 크게 벌려 사과의 볼을 힘껏 깨문다.

그것이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예쁜 꽃 그림과 사과꽃이라는 제목에 그림책이라는 포장으로 그저 예쁜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고 펼쳤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사과꽃은 마치 벚꽃처럼 화려하게 느껴졌고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사과꽃에서 전쟁의 포악함을 보았다.

 

새콤달콤한 사과의 맛이 그래 그랬구나...

새콤한 그리운 마음과

달콤한 즐거운 추억이

바로 사과의 맛이었구나...

 

가까운 과거에

생사도 모르는 가족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하염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낸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흰 사과꽃에 점점이 박혀있는 거 같다...

 

그들의 기다림이 열매를 맺어 새콤하고 달콤한 과즙으로 기다림의 보상이 되었구나...

이제 사과를 그냥 허투루 쪼개지 말아야겠다.

어릴 때처럼 통째로 볼을 깨물어 먹어야겠다.

사과꽃 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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