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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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정지돈 처럼!

 

모빌리티 픽션은 뭐라는 픽션이니?

어디서 들어봐서 알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는 말들이 있다.

모빌리티라는 말도 그중 하나다. 왠지 그 느낌 아는데~ 설명하라고 하면 버벅거릴 수밖에 없는 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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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출판사가 그야말로 '출판사 정신'으로 출판하고 정지돈 작가가 그야말로 '작가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써낸 작품.

 

이렇게 긴 제목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떠올릴까?

제목에 나온 LA, 샌디에이고를 기대하며 페이지를 펼쳤는데 난데없이 파리가 배경이다.

 

달리기의 특징은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거리를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경험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뜻이다. 시간은 경험이다. 달리기는 목표 지향적이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의 해결을 향해 달린다. 다시 말해, ㅅ건 외에는 무관심하며 경험은 사건으로 한정된다.

 

 

달리기를 캡틴 아메리카와 연결하고, 마블의 한 챕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대목에선 감탄을 한다.

국외자들은 모르겠고 몽상가들은 봤지만 달리기 장면은 기억나지 않고,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달리기 장면은 영화 트레인스포팅이다.

이래서 나와 엠과는 내가 다른 종류임을 깨닫는다.

 

이 자그마한 시집 같은 책을 앞에 두고 모두가 어렵다고 심란해 한다.

나는 그냥 무턱대고 읽어 본다.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소설인가?

에세이?

픽션?

어디까지?

 

선을 그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흐른다.

물론 음악은 없다. 그런데 계속 무슨 소리가 흐르고 영상이 눈앞에서 휙휙 스쳐간다.

 

이 싸람 이거 뮤비를 글로 썼구만!

 

이 작품에 출연(?) 하는 예술가들의 이름은 들어 본 거 같지만 알지 못하고, 그래서 또 나와 결이 다르구만! 을 느끼고

그 신선함에 뇌가 춤을 춘다.

스치듯 들어만 보고 나와 다른 결이라 아주 깊이 묻어 버린 이름들과 사건들과 시대상과 흐름들이 저 깊숙이에서 '나 여기 있어!'라고 소리친다.

이렇게 깊이 묻어 버린 다른 결들이 수면 위에 떠오를 때 나는 이상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

물론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새로운 걸 습득하지 못하더라도 알고는 있다는 그 자체로 위로를 받지.

물론 너는 그게 뭐냐고 말하겠지만.

 

중요한 건

세상에 널린 형식 따윈 개나 줘버리고(개는 무슨 죄? 냥이에게 주면 안 되는 거니?)

나의 길을 가는 멋스러움이 넘치는 글.

기를 쓰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허세는 집어치우자.

의식의 흐름이던 그냥 보이는 것들의 나열이든 엄청 고상한 생각이든

해석하고, 이해하고, 파헤치려는 것들이 다 무색한 글이야.

 

그냥 느껴.

글들이 주는 느낌을 온전히 느끼면 나가 되고 엠이 되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되는 거야.

중요한 건 흐름이지.

그 흐름을 타지 않으면 아무리 분석하고, 아무리 읽어도 몰라.

 

처음 타 본 흐름으로 나는 뭔가 고정된 나사가 풀어진 느낌이야

내 생각도 가닥가닥 안드로메다로 이어지고 있지

결이 다른 글들이 눈앞에서 춤을 추는데 그 춤을 바라보는 내가 참 신기해졌어.

어쩜 이런 생각들은 내 안에서도 존재했던 게 아닐까.

그걸 같이 나눌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아서 꾹꾹 눌러 담아 두고 모른 척했던 건 아닐까.

내 무의식에 숨어 있는 본능이 자유로워지려고 하는 글.

 

제목이 길어서 이 책을 말할 때 '그런 책이 있어. 제목이 아주 길어. 정지돈 작가 책이야'라고 말할 거 같은데

'아! 나도 알아. 그 제목 엄청 긴 책!"이라고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어.

그럼 그 시간은 '땅거미 질 때'로 시작해서 '정지돈'을 이야기하면서 '작가정신'의 출판사 정신을 떠올리겠지.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었어.

왠지 이 책은 봄바람처럼 사알랑~ 일 때보다는 뜨거운 여름에 에어컨 바람 앞에서 녹아가는 얼음이 땀 흘리는 컵을 바라보며 멍하니 읽어가면 꿈을 꾸듯, 뮤비를 보듯 영상처럼 흐를 거 같아.

 

새로운 시도는

늘 고정된 뇌를 깨우지.

정지돈은 그런 실험 정신으로 우리의 뇌를 깨우는 중이야.

그러니 다들 고정된 픽스를 빼버리고 깊이 감추어 두었던 생각들을 들춰봐.

그럼 거기에 당신들의 <땅거미 질 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운전하며 스마트폰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부산/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이 하나 나올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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