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토지를 읽다
김민철 지음 / 한길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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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작가는 어쩜 이리도 등장인물들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꽃들을 찾았을까?

 

 

토지는 방대한 분량과 600명 가까이 되는 등장인물이 있는 대하소설이죠.

드라마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토지를 오래전에 완독했습니다. 재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재독하려면 각 잡고 읽어야 하기에 선뜻 엄두가 나지 않았던 터에 이 책 <꽃으로 토지를 읽다>를 만나게 되었어요.

 

꽃으로 토지를 읽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의아했지만 책을 받고 알았습니다.

'꽃 기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김민철 기자님의 내공이 담긴 글에 담긴 수많은 꽃들로 토지를 다시 훑어본 느낌입니다.

 

<꽃으로 토지를 읽다>에 나오는 꽃들은 모두 책에서 언급된 꽃들입니다.

등장인물을 표현한 꽃

배경에 드리운 꽃

기억으로 소환되는 꽃

인물의 상황을 대변하는 꽃

박경리 작가는 수많은 꽃들로 <토지>의 배경과 인물들의 성격과 마음, 기억을 표현했습니다.

 

김민철 기자는 꽃 기자답게 작품에 나온 꽃들로 작품 속 인물이나 상황, 배경들을 설명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인데 이렇게 읽으니 제가 놓쳤던 많은 부분들을 새로이 각인하게 되었네요.





능소화는 상민들이 근접할 수 없는 '양반꽃'이었다. 평민집에서 능소화를 심으면 관아에 불려가 곤장을 맞았다는 얘기도 있다.

 

 

최참판댁 담을 타고 피는 꽃은 능소화입니다.

토지의 등장인물들이 최참판댁을 떠올릴 때 같이 소환되는 기억이 바로 능소화입니다.

양반꽃은 최참판댁에만 피었을테니 아름다운 능소화는 곧 최참판댁이나 마찬가지였겠죠.

 

토지의 으뜸 주인공은 바로 '서희'죠.

서희를 대표하는 꽃들이 많지만 꽃 기자님은 서희와 가장 닮은 것이 탱자나무라고 합니다.

5월에 하얀 꽃이 피어 은은한 향을 내는 탱자나무는 서로 떨어져 있는 꽃잎과 날카로운 가시가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가까이하기 어려운 서희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저도 서희를 그리 부드러운 여인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탱자나무와 서희는 닮은꼴이다에 한 표 던집니다~

 

'길상'

 

석산은 상사화의 한 종류다. 석산과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을 볼 수 없는 특이한 식물이다. 그래서 그리움의 꽃이다. 또 석산에서 나오는 녹말을 탱화 그리는 데 쓰기 때문에 사찰 주변에 많이 심는다.

 

 

고아 출신 길상은 연곡사 우관스님 아래서 자라다 최참판댁에 심부름꾼으로 들어옵니다.

그가 처음 최참판댁에서 본 꽃이 바로 석산입니다.

꽃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니 길상의 미래가 눈에 보이는 거 같습니다.

석산 같은 길상의 맘.

그가 정말 원했던 인생은 무엇이었을까요?

 

박경리 작가는 자신이 너무 욕심을 부려서 길상이라는 인물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아 어쭙잖다고 표현했답니다.

그러고 보니 불분명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길상은 항상 준비되어 있는 사람처럼 보여서 늘 의지가 되고, 안심이 되는 인물이었는데 그게 다 피상적인 모습에 불과했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마도 그런 사람은 소설속에나 있는 거라는 걸 저도 느꼈던 거 같습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굉장히 현실적이었던 토지에서 길상이만큼은 어떤 시련도 물리칠 수 있는 어떤 힘이 과하게(?) 부여된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토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임이네' 그렇게 밉살스러울 수 없고, 등장하기만 해도 가슴이 벌렁벌렁 거릴 정도로 제게는 악인이었습니다.

그 임이네는 책에서도 물가의 잡초라고 표현되었는데 꽃 기자님은 그 물가의 잡초 중에서도 고마리를 임이네의 꽃으로 지정했습니다.

 

질긴 생명력과는 다른 인상의 아름다운 꽃.

임이네가 바로 그런 모습이니까요.

 




저자는 토지의 무대가 되는 곳과 작가의 고향인 통영을 방문해 그곳 분위기와 꽃들과 나무들을 살폈습니다.

저자의 꽃 지식과 작품 속에 언급된 꽃과 나무들로 토지를 살펴본 시간이었습니다.

꽃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사진이 담겨서 그동안 이 꽃 이름이 뭐지? 했던 꽃들의 이름을 알게 된 건 덤입니다~

 

 

박경리 작가는 '최치수'가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했습니다.

읽은 지 오래된 기억 <토지>

이 책에 담긴 토지의 발췌본들이 기억을 새롭게 합니다.

 

<꽃으로 토지를 읽다>

이 책을 읽고 토지를 읽으면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느낌을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서 안 읽어 보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저는 재독할 때 이 책을 옆에 두고 같이 읽어 볼 거 같습니다.

꽃의 특성과 인물들 간의 비슷한 점을 어쩜 그리 딱! 짚어 냈는지 박경리 작가의 세심함이 또 한 번 느껴졌습니다.

 

익히 알고 있는 작품 속 인물들을 꽃으로 비유해서 만나게 되니 인물의 느낌이 세밀하게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꽃으로 토지를 읽다>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런 재밌는 기획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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