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건너편 작별의 건너편 1
시미즈 하루키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5월
평점 :
품절




작별의 건너편은 갑자기 죽은 사람에게 이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곳이다.

24시간 동안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만 만날 수 있다.

그럼 누굴 만나라고???

 

 

정말이지 내가 죽은 걸 모르는 사람 누굴 만나야 하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가제본에 담긴 세 편의 이야기는 궁금증만 남긴다.

 

조지아 맥심 캔 커피를 좋아하는 안내인.

그는 자신이 안내하는 죽은 자들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혼란스러운 영혼을 현세로 안내해 하루 동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저녁거리를 사러 마트에 다녀오다 사고를 당한 아이 엄마.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러 가는 그 심정은 뭐라 표현할 길 없다.

 

지긋지긋한 옻칠 냄새가 싫어서

"남한테 피해 주지 마라"라는 아버지가 미워서 훌쩍 떠난 고향.

술에 절어 살다 죽은 아들은 안내인의 꼬임(?)에 빠져서 고향에 간다.

그가 그렇게 싫어한 모습 그대로 치매 노인이 된 아버지는 계속 같은 자리에서 옻칠 중이다.

아들을 보며 건네는 말 역시 늘 똑같은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였다.

그러나 아주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아버지의 다음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남에게 .... 피해 주지 마라.... 대신, 가족한테는 피해 줘도 괜찮다."

 

 

죽은 뒤에 듣게 된 아버지의 본심 앞에서 아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 앞에 설 수 있었을까?

나도 아버지랑 맺힌 게 있었는데 풀지 못했고...

지금도 가끔 허공에 대고 물어보지만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주인공은 먹고 싶은 밥을 안 준다고 삐져서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그깟 밥이 뭐라고!!

 

근데

알고 나니 밥이 참 중요한(?) 자다.

자신의 죽음을 알 길 없는 친구를 찾아가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 잠든 친구를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모습은 애처로움과 동시에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날 것만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죽음은 언제든 찾아오는 것이고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치게 될 테지만 어떤 모습으로 올지 알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죽는다면,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누구를 찾아갈까? 이야기를 마주하며 계속 머릿속에서 울리는 질문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했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서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인연의 끈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죽음을 모르는 그 누군가를 만나 있는 지도 몰랐던 감정을 풀어내는 이야기. <작별의 건너편>

 

젤 궁금한 건 안내인의 하루다.

그는 어떤 죽음이었길래 영혼의 길잡이가 되었을까?

그가 가진 하루는 어떤 만남이었을까?

아님 그 만남의 시간을 갖기 위해 봉사 중인 걸까?

 

일본 작품 특유의 간결한 감정들로 이루어진 <작별의 건너편>

책이 온전히 출간되면 나머지 이야기들도 읽어 보고 싶다.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이 생에서 풀지 못한 감정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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