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작별 트래비스 맥기 Travis McGee 시리즈
존 D. 맥도널드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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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라는 이름은 하드보일드를 잘쓰는 이름일까. 

도서관에서 푸른 작별을 들고와 존을 발견한 것은 마치 진주를 발견한 갯벌처럼

처음에는 로스 맥도날드와 혹시 같은 사람인가 할 정도로 

오래간만에 하드보일드를 맛나게 쓰는 작가를 발견했다. 


X라는 사람이 귀중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데 Y가 나타나서 그걸 빼앗아 갔어. X로서는 죽었다 깨나도 그걸 되찾아 올 길이 없는데, 그때 당신이 나타나 제안하는 거지. 물건을 되찾아 오는 대신 그 절반을 나눠 가지기로 

그리고 그 돈이 떨어질때까지 놀다가 돈이 떨어지면 다시, 무언가 귀중한 물건을 최찾는 일을 하는 거다. 

트래비스 맥기 탐정은 아무 사건이나 의뢰받지 않는다. 사실 딱히 탐정도 아닌듯 하고. 


1) 귀중한 물건을 되찾아 오는일 

2) 그래야 절반을 청구해서 오래 띵까띵까 쉴 수 있으니까. 

3) 돈이 있을때는 일하지 않음 

조건 세가지가 모두 마음에 든다. 


으앙, 나도 저렇게 일하고 싶어. 특히 3)번 처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비범하지 못한 우리는 돈이 언제든 떨어질수 있고,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없는 물건인지라 불안해서 

돈이 있을때 일하는 않는, 식으로는 살수가 없다.

특히 평생직장 이런 개념도 없어진지 오래이고 비정규직 천국이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을때 한푼이라도 더 모아놓아야 늙어서 폐지 줍고 다니지 않는다, 정도가 상식이 되었다. ㅠㅜ

트래비스가 무지무지 부럽다. 


모두 마음에 든다. 

피로 얼룩진 살인사건이 아니라서 좋고, 절반을 청구하는 것도, 돈이 있을때 일하지 않는것도 좋다. 

게다가 아픈 여성을 치료하느라 사건 조사를 잠시 미뤄놓을 줄도 알고, 친절하고 

가난한 의뢰인을 기다려 일터까지 차로 대려다 주기도 한다. 

착한탐정. 쿨하고 착한 탐정. 

마초 냄새가 별로 안나는 하드보일드 탐정이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착한 탐정이 또 있었던가. 

그래서인지 트래비스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집으로 찾아와 무용연습하는 댄서가 있는가 하면, 아프니까 기대는 여자가 있고 

나도 이런 친구 있으면 좋겠어. 언제든 믿고 의지 할수 있는 속 깊은 친구. 

속 썩이는 남편보다 이런 친구가 더 좋지 않을까. ^^


로스 맥도날드의 탐정 루 아처를 좋아하는대 트래비스는 루에 비하면 프리하게 일하고 보수는 겁나 센거다.

탐정 사무소에 소속된 루는 트래비스에 비하면 훨씬 노동자 스럽다. 


그녀는 바느질을 계속하고 난 편지를 읽었다. 작고 파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직한 음악이 팬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뒤섞였다. 아바나 CMCA 방송. 평화와 자유와 인류애가 있는 땅의 목소리. 광고가 없는 방송. 하긴, 더이상 팔아 치울것도 없겠지. 

마이애미에서 쿠바 아바나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평화와 자유와 인류애가 있는 땅의 목소리라고 평가한다. 

광고가 없는 방송이라. 상상하기 어렵네. 

요즘은 영화고 드라마고 예능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광고보고 오실게요'가 반복되니 짜증도 익숙해지는걸. 

아바나의 방송을 나도 한번 보고 싶네. 


문장도 좋고, 감성도 좋고

부디 트래비스 시리즈가 더 많이 출판되길 바란다. 

북스피어 라면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속 깊은 남자친구하면 좋을 트래비스와 빨리 재회하고 싶다. 군침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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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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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초를 좋아하지만, 그러면서도 늘 여성에 대한 비하와 남성을 과시하는 마초같은 발언들이 아슬아슬하고 

시대가 다르다는걸 감안해도 참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대, 이번에는 많이 과하다. 

여성을 노리개로 표현하는 수위가 읽는 내내 눈에 거슬렸다. 


제목도 나쁜놈들이고 도야 신이치, 정말 봐주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안드는 자기중심적이고 우유부단한 

한 인물하는 병원 원장인대, 참으로 한심하고 염치없이 뻔뻔한 인물이다. 

왜 악녀시리즈 라는 걸까. 그냥 나쁜놈일 뿐인걸.


짜증나는 도야의 한심함을 계속 봐야 하나, 책을 덮을까 망설이던 시점에 수간호사 도요의 등장으로 그나마 속도가 붙었다. 

바람둥이 도야를 중심으로 지세, 다쓰코, 다카코에 도요까지. 

도야가 꼬신 여자들과의 밀고 당기는 각축전. 이 밀당에 목숨을 걸었다. 

말은 변호사라는대 뭐하는 사람인지 알수 없는 의문의 시모미자와 

그리고 도야보다 서너수 위의 선수인 다카코의 속내가 짐작한대로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읽었다. 


도야의 뻔뻔함은 갈수록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이 사람 제정신이 아니군, 했다가 

최근 이런저런 사건들을 보면 정말 이런 사람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더라. 

세이초는 이렇게 찌질한 남자의 심리를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는걸까. 

아마도 본인이 찌질했거나, 주면에 모델이 있었거나. 

앞으로 세이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좀 해봐야 겠다. 

이런 상태라면 적어도 당분간은 읽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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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해드립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런스 블록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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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릭시르의 미스터리책장 시리즈는 추리소설 리스트에서 언급될만한 고전 혹은 검증된 작품들을 내놓는대 

지금까지의 경험은 좋지 않았다. 

대체로 번역이 서툴러서 몰입을 방해하고 약간 어설프다는 느낌 그런데

아, 이번에는 좋다. 

원체 유연하고 깔끔해서 좋아하는 거장 블록이라 빌려왔더니, 재밌다. 


이킬러, 켈러 맘에 들어, 라고 쓰면서 킬러가 맘에 들다니, 마음 한구석에서 저항이 있다. ^^;

책을 펴면 차례 뒷장에 '에번 헌터에게 바침'이라고 적혀있다. 

87분서의 에드 맥베인은 블록 만큼이나 재미있는 작가인대 블록이 헌터에게 헌정하는 책이라니 읽기 전부터 호감 급 상승 



2. 

첫번재 단편부터 인상적이다. 솔저라 부르면 대답함

켈러가 의뢰받은 잉글먼을 죽이러 시골마을 로즈버그에 간다. 

낯선 시골마을에서 식당에 가소, 부동산 가격도 확인하며 이 마을에 정착하는 상상을 한다. 

잉글먼에게 접근하고 둘이 솔직하게 속 얘기도 하고 

그리고 깔끔하게, 단번에, 능숙하게 죽인다. 

킬러가 매우 유능한 전문직 종사자처럼, 그러면서 한편 매우 인간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철학적 동의여부를 떠나 킬러가 거대한 도시 뉴욕의 고독한 셀러리맨 처럼 느껴지는 것은 

로렌스가 워낙 시시콜콜 세부적인 디테일을 리얼하게 묘사하기 때문이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문장들 때문이다. 


"이 일을 생업으로 삼을 작정은 아니었어" 

어느날 오후 공원에서 넬슨에게 말했다. 

넬슨은 오스트레일리안 캐틀 도그다. 양떼들을 돌보도록 개향된 품종의 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직업인 켈러가 사람을 신뢰하지 않고, 외롭게 살며, 개에게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은 잘 어울린다. 

사람보다 개가 더 신뢰하기 쉽다는 것도 동의한다. 

사람은 단칼에 죽이면서, 개의 눈빛에 공감하는 남자. 


출장간 켈러가 집으로 전화하며 전화벨 소리를 듣고 귀를 쫑끗 세우는 넬슨을 상상하며 

개와 모종의 영적인 접촉을 쌓고 있다고 합리화 한다. 스스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전화를 한다. 

켈러를 잘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켈러. 자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 개를 키우기 시작한 건 시작에 불과했어. 다음에는 고래를 구하고 있겠지. 길 잃은 동물들을 데려오고 말이야. 조심해."

의뢰인을 중계해주는 회사의 안내직원 도트의 통찰력이다.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자기들은. 

그런데, 아마도 톱니바퀴의 하나처럼 일하는 현대의 셀러리맨들은 모두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개를 산책시키고 화분에 물을 줍니다. 

이런 직업이 진짜 있는걸까. 진짜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넬슨을 키우기 시작하니 불가피하게 장기출장 갔을때 봐줄 '사람'과의 관계가 생기고 

그녀 앤드리아는 가난하고 쿨하고 정직하고 착해 보인다. 둘의 러브라인 조차 어쩌면 이렇게 개와 인간의 관계같을까. 


각각의 단편이 이어지는 연작이다. 

켈러가 소개되고 그의 직업과 일상이 이어진다. 

킬러라는 직업으로 사람을 죽이러 다니며 발생할 수도 있는 상상초월의 황당한 상황들도 재밌고 

무엇보다 시니컬하게 비트는 문장이 적절해서 재밌다. 


"표준 몸무게를 이십킬로그램은 초과한 주제에 여기서 맨홀 뚜껑만한 스테이크를 밀어넣더군요. 소금은 반 통을 쳐서요. 이 사람들은 얼마나 급한 겁니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뇌졸증이나 관상동맥으로 끝나게 생겼는데."

블록 스러운 이런 대사 말이다. 


그는 맥라런던이 권하는 총을 샀다. 이 지방에는 '냉각기간'이라는 것이 있었다. 처음 방문했을때 총을 고르고 서류를 작성한 뒤 나흘 후에 다시 찾아가 구입하는 제도였다. 

맥라런던이 물었다. 

"성질이 급하십니까? 집에 가는길에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고 경찰에게 촐을 쏴대고 싶어요?"

"그럴것 같진 않군요."

"그러면 편법을 써보죠. 이 서류의 날짜를 며칠 앞당기면 손님은 이미 냉각기를 보낸게 됩니다. 내 보기에 손님은 충분히 냉정해 보이는 군요."


어느 나라든지 사람이 뭘 살때 서류를 작성하고 냉각기간을 거쳐야 살 수 있는 물건이 총 말고 또 있을까?

냉각기간을 거친다는 건, 왠만하면 사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실제 이 기간에 생각해보고 안 살 사람이 있기는 한걸까?

애초에 총기의 매매와 소유를 허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어쨌거나 블록의 문장은 재밌다. 


각각의 단편들이 모두 좋고, 은퇴할려고 마음먹은 켈러가 왜 다시 킬러를 성실히 하게 되는지의 스토리조차 설득력있다. 

그래 사람은 이렇게 사소한 이유가 중요하기 때문에 때려치고 싶은 직장을 평생 다니게 되기도 한다. 

재밌다. 

씨리즈가 더 있다니, 엘릭시르가 계속 번역해 주실 바란다. 켈러가 더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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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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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진의 경성탐정록을 재미있게 읽었던 맛이 기억나더라. 

색깔은 많이 다른, 전혀 다르지만 


꼭 조울증 환자처럼, 그의 시를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지만 

과장되게 잘난척하고 산만한 이상과 성실하고 정직한 구보의 콤비가 잘 어울린다. 

전형적인 홈즈와 왓슨 커플이다. 

중편 단편 모두 빠지는 작품 없이, 스토리도 재밌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것이 좋다. 

마무리는 좀 억지스럽더라. 


1월부터 이사해야 한다는 마음이 괜히 바빠서 그동안 읽은 책의 리뷰를 쓰지 못하고 

적어놓은 메모가 쌓여있다. 

쌓여가는 메모들을 보며 소화되지 않은 속처럼 더부룩 하였는대 

이사한 후에도 날마다 조금씩 하는 정리가 산만하다. 


지난주 토요일 이사를 하고 처음으로 리뷰를 쓰며 뭘 먼저 쓸까 하다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이상과 구보 콤비로 한다. 

새집에서 새사람과 살게 되는 나와 기식 커플도 잘 어울려 살길 바래. 

간만에 열어본 서재가 반갑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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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 살인사건 잭슨 브로디 시리즈
케이트 앳킨슨 지음, 임정희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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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이트는 일상을 꼼꼼하게 관찰하는 영국여성작가들의 계보에 충실하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거실을 문학의 배경으로 등장시킨 제인 오스틴처럼 

여성들의 수다를 문학으로 우아하게 승격시킨 크리스티처럼 

시골동네 할머니, 아주머니, 귀족부인부터 전문직 여성과 주방에서일하는 하녀까지 

크리스티의 여성들은 모두 말을 한다. 

소문을 탐하고 퍼트리며 

삶의 진실에서 떨어져 나온 한조각이 어느 모퉁이의 파즐 조각인지 귀신처럼 더듬어 찾아내는 

머리 나쁜 여자들의 값싼 수다를 현명한 여성들의 삶의 방식으로 승격시킨 


케이트가 제시하는 케임브리지의 세 사건, 아니 네가지 살인사건을 보면 영국 여성들이 보인다. 

시골마을에 사는 평범한 여성들이 마루를 쓸고 닦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시시콜콜 

그녀들에게 우호적인 눈빛으로 재치있는 위트를 담아 

이 모든 비극이 '평범함'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이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라는 것이 더 슬프기도 하다. 

특별한 비극이 아리나 평범한 비극 이라는 건대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라니 다행이고 다행이다. 



2. 

지리멸렬하고 기운것처럼 누추안 익숙하지만 당혹스러운 일상과 만난다. 


로즈마리는 열여덟살 때 빅터와 결혼했다. 

빅터는 수학자였고 서른여섯 살이었다. 나이가 두배나 많은 남자와 결혼한 셈이다. 큰딸 실비아는 지금 13살이다. 

만약 5년뒤에 실비아가 서른여섯 살짜리 도둑놈을 약혼자로 데려온다면(특히 그 약혼자가 서른여섯 살짜리 수학자가 되겠다고 말한다면) 로즈마리는 고기 써는 칼로 남자의 심장을 도려낼지도 모른다. 

열여덟살에 결혼해서 실비아, 아멜리아, 줄리아, 올리비아 딸이 넷이고 

남편은 가족이 침범할 수 없는 고상한 정신세계에서 사는 수학자라니.

상황은 암울하고 비참한대 그녀의 냉소 섞인 문체는 유머를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하는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이다. 잭슨은 완전히 게으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일때 가장 심오한 통찰력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잭슨은 따분해 하지 않았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가끔 수도원에 들거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욕하고 은둔하는 선불교의 스님이 되고 싶었다. 

웃었네. 동의해. 아무것도 안하는것이 생산적이라는 말에 완전 동의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 있는 주말을 나는 예찬한다. 딩굴딩굴 집에서 쉬는 날의 보람이라니. ^^

이런 문장 덕분에 술술 책장이 넘어가고, 재미있다. 


12년 동안 케임브리지셔 경찰대의 일원이었고 2년전부터 사립탐정이 된 잭슨은 작고 초라한 신념이긴 하지만 자신의 일은 사람들의 나쁜 것을 벌주는게 아니라 착하게 살도록 돕는 일이라고 믿었다. 

이런 신념을 갖은 대한민국 경찰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 경찰은 사람들의 나쁜 것을 벌주는 것도 신념이 아닌듯이 보여. 

신념이란 것이 없이 먹고사는 사람들처럼 보이고 경찰이 아닌 사람들보다 나쁜것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잭슨의 저 신념은 가마슈경감과 비교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문장이 좋다.

캐나다의 루이즈 페니와 느낌이 비슷해. 물론 다른점이 더 많지만 

페니의 문장이 더 여성적이고 섬세하고 앳킨슨은 페니보다 더 냉소적이고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그래도 그녀들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 동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들을 헤아리는 밝은 눈도 공통점이고 

물론 가마슈경감은 탐정 잭슨에 비하면 고상한 신사이고 도덕교과서 같은 사람이지만 

그리고 잭슨은 거친 스릴러의 뒷골목 탐정이라 가마슈에 비하면 가난하고 누추해 보이지만

아주아주 많이 다른 캐릭터이고 말투도 많이 다르지만 

캐나다와 영국의 닮은 감성과 신념을 보며 부러웠다. 




3. 

탐정 잭슨 브로디의 누나 니암과 형 프랜시스의 죽음에 얽힌 No.4의 사건기록을 읽은 순간 눈이 번쩍 했다. 

아. 영드 '살인의 역사'의 원작이구나!!!!

정말 재밌게 본 독특한 시리즈라고 생각했었는대 이렇게 탄탄한 원작이 있었구나, 감탄했다. 

묘하게 우울하지만 인간적인 탐정과 살인에 얽힌 사연들이 쿨하고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원작도 드라마도 모두 좋은 경우다. 왠지 내가 흐뭇해 졌다. 



4. 

사건기록 No.1 올리비아 실종사건부터 No.4 니암이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각각의 사건에 얽힌 피해자와 가족들의 이야기 

케이트 소설의 장점은 모두를 이해할 수 있게 써준다는 거다. 

누구 한사람 악하기만 한 사람은 없다. 

'도끼 살인마'라고 불리는 사람조차 사악한 싸이코 패스가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었다. 

모든 피해자들이 순결하고 착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케이트는 공평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공들여 섬세하게 공평하게 표현해준다. 


심지어 이 책은 중독성도 있다. 

내일의 일정을 무시하는 독서삼매경, 책을 읽다 밤을 새우는 당혹스러움 

이제 어쩌면 밤새 책을 읽고 다음날 피곤해서 무거운 몸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안해야 하는 나이 인지도 모른다. 

모든 캐릭터가 생생하다. 

잭슨, 빈키, 테오, 아멜리아, 줄리아 

심지어 잠깐 등장하는 프랜시스, 니암, 스탠 까지  어쩌면 이렇게 잘쓸까.  


끝없이 죽고 다시태어나던 라이프 앤 라이프 보다 좋다. 

잭슨 이 탐정 마음에 드는대, 또 써준다니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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