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2 - 공중여왕의 면류관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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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구보의 경성탐정 두번째. 기다리고 있었다.

첫번째도 좋았는대, 김재희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편보다 문장은 훨씬 안정감 있고 스토리는 유연하다.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금홍의 다방장면으로 시작한다.

장사도 안되는대 돈 벌어올 생각은 없이 빈둥거리는 이상에게 잔소리하는 금홍과 눈치보는 구보

이런 장면들은 연작소설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독자들에게 친밀하게 어필한다.

엄청 똑똑한 천재 이상도 아내의 잔소리에 시달리기는 매 한가지라는거지. ^^

 

캐릭터도 전편보다 좋아졌다.

뭐랄까, 1편에서 이상은 너무 과하게 튀려한다는 느낌이 있어 가벼웠는대

이번에는 훨씬 진지하면서도 쿨하다.

뭐랄까. 이제는 더이상 잘보이려고 애쓰는 신입사원의 느낌이 없다고나 할까.

이상도 구보도 연륜이 느껴지고 편안하고 적당하게 잘 어울린다.

맛있게 책장이 휘리릭 넘어간다.

모국어로 씌어진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다.

 

각각의 사건마다 이상이 너무 어처구니없이 쉽게 충분한 설명도 없이 얽힌 문제들을 풀어버리지만

애초에 트릭의 비중이 높은 소설은 아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리얼함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상이 해결하는

뭔지 모게 사기당한다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이상과 구보의 수작이 밉지 않아서

어느정도 비약이나 논리적 구멍은 별 것 아닌것이 된다.

기꺼이 3권을 기다린다.

다시한번 이상과 구보 콤비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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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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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67 을 보고 어찌나 놀랍고 기쁘던지.

처음보는 홍콩소설이었는대 겁나 재밌었다.

역순으로 가는 구성과 관전둬 형사의 캐릭터, 홍콩 현대사를 거슬러보는 재미까지 어우러져 일품이었다.

책을 덮자마자 찬호께이가 더 보고 싶었었다.

 

두번째 번역된 찬호께이도 좋다.

이번에도 구성이 좋다.

뒤집혀진 타로카드를 여기저기서 한장씩 뒤집어 조각조각을 맞추어 전체 그림을 만들어 간다.

6년의 기억을 잃어버린 형사와 살인사건이 유연하게 엮인다.

6년의 기억이 없다는 설정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진실이고 누구의 진술을 믿어야 할지가 애초부터 흐릿하다.

독자들이 스토리를 집중해서 보도록 유도해. ^^

 

결말을 예상할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는 전혀 다른 반전의 카드를 내밀어 재미가 더해진다.

13.67에서도 느꼈는대 이 작가 엄청 영리하게 구성을 배치할 뿐 아니라 집요하고 성실하다.

마지막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대, 이정도면 무리없다.

치밀한 구성과 리얼한 캐릭터의 힘

재밌다.

여름휴가동안 휘리리릭 읽고, 책을 덮으며 다음 찬호께이를 기대한다.

중독성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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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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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젊은이가 아니라 인생 후반을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법륜스님의 이야기

봄꽃보다 아름다운 단풍, 그렇게 살면 좋겠네.

마흔 다섯. 나도 이제는 봄꽃보다는 단풍이구나.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까, 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계속 숙제이고, 그래서 제목도 인생수업이다.

한번 사는 인생이 내내 수업이다. 늙어서도 여전히, 오히려 늙어서 더욱 수업이다.

 

 

2.

이번에도 법륜스님은 일상의 언어로 쉽게 말한다. 그리고 차분차분 논리적이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하고 생각하지 않는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면 특별해져야 한다는 부담없이 가볍게 살아갈 수 있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일을 하든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문득 문득, 여전히 나는 이것이 어렵다.

내가 뭐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과할때가 있고 그래서 불편해지기도 한다.

근대의 인간으로 자의식 넘치는 교육을 받아서 그런것인지

그런대 나만 '특별히' 그런것은 아닌가 부다.

행복하게 사는 인생수업의 첫머리 논리적 흐름속에 이 문장이 들어있어서 안심했다.

남들도 그러는구나. 편안하기로. ^^

 

오늘을 견디면 내일이 달라질 거라 믿었다

정말 그랬어.

10년을 견뎌도 달라지지 않는다는것을 확인할때마다 얼마나 기운이 빠지고 무릎이 꺽이는 느낌이던지

억울하고 화가나고 스스로 불쌍하고 그리하여 얼마나 편협해지던지

뭐가 안달라져도 그냥 오늘 내가 즐겁게 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한 일도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할 뿐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합니다. 그런데 자기중심 없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에 매달려 성공이라는 거품을 부풀리면, 그 거품이 꺼질 때 삶이 허무해집니다.

살면서 이런말은 많이 들어온 말이고,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쌀로 밥짓는 뻔한 얘기라 위로가 되지 않을때가 많은대

법륜스님의 장점은 벽돌을 쌓듯이, 구슬을 꿰듯이 책의 시작부터 순서대로 흐름에 따라,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말하기 때문에

쉽게 설득이 되고, 문득 감동하기도 한다.

삶을 관통하는 깨달음의 힘이 있다.

 

구멍난 가슴에 찬 바람이 드는 나이

치매, 무의식의 세계에서 옛날 영화를 보는 것

자살, 못마땅한 나를 살해하는 것

사흘 슬퍼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각 장의 제목이 시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마음에 와 닿는 불교 책들은 시 같더라.

사는것, 늙는것, 죽는것, 자살, 불교는 철학과 가깝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나는 어떤 물이 들어있는 단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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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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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작가의 소설을 전에도 읽은 적이 있던가? 잘 기억이 안난다. 


운율이 잘 맞는 시처럼 문장은 유려하고, 

동화처럼 단순한 스토리로 삶의 본질을 품위있게 속삭인다. 


"중요한 문제는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네. 그동안에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원칙이나 말을 내세워 변명하고, 이런 것들이 과연 중요할까?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대답하는 법이네." 

전 생애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은 어떤 것일까. 

삶을 해석하고 편집할때 전생애로 대답하는 질문이, 그러고 보니까 있구나. 


헨릭은 41년 동안 그날을 생각한다. 

쌍둥이 형제 같았던 친구 콘라드가 사녕터에서 총으로 자신을 죽이려 했던 다음날 

도망간 콘라드의 집에서 아내 크리스티나와 콘라드가 서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는 이해 할 수없다.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배반의 경계가 어디인지. 

이런일이 벌어지게 한 자신의 책임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한다. 

마지막 만찬의 테이블과 빛나던 초의 색깔, 세사람이 앉았던 의자의 배치와 먹었던 음식과 술의 향기

처음 콘라드를 만났던 날부터 마침내 콘라드가 총으로 자신을 겨누었던 날까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헨릭은 그날 이후 중단된 시간 속에 늙어가며 41년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모든 일이 어느날 갑자기 닥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세."


내 아내와 친구가 사랑에 빠지는 삼각관계의 이야기는 고전적이고 익숙한 스토리다. 

그 흔한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산도르가 특별한 이유는 전 생애로 대답하는 솔직함이 단정하기 때문이다. 

헨릭은 흔한 스토리처럼 친구의 배신에 불같이 분노하지 않는다. 아내의 머리에 총을 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는 너무 친구를 너무 사랑했고, 아내를 너무 신뢰했으며, 스스로 젊고 자신감 넘쳐 오만했거든.  

 

콘라드가 도망 간 후 헨릭은 그를 소리지르고 화내며 쫒아가서 복수하겠다고 결심하지 않는다.

기다린다. 친구가 반드시 돌아올거라 확신하며, 어디서부터, 뭘 잘못했는지 생각하고 생각한다. 

이 지점이 좋다. 


그리하여 마침내 찾아온 친구를 환영하며, 41년 전 마지막 만찬과 오늘을 연결시킨다. 

자기를 확인하고 싶은 인간의 자아는 놀랍게 집요하지만, 한편 연민이 느껴지고 

전 생애로 성찰하는 그의 대답에 동의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콘라드는 듣기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구성한 산도르의 의도를 알겠고, 그것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이 구성과 흐름과 마무리에 기꺼이 동의하지만 

뭐랄까. 소설로서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궁금해 진다는 거다. 

헨릭과 콘라드는 전 생애로 답해야 하는 동일한 질문이 있기 때문에 

콘라드도 헨릭처럼 생각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인간과 운명, 이 둘은 서로 붙잡고 서로 불러내서 서로를  만들어 간다네. 운명이 슬쩍 우리 삶으로 끼어든다는 말은 맞지 않아. 그게 아니라 우리가 열어 놓은 문으로 운명이 들어오고, 또 우리가 운명에게 더 가까이 오라고 청하는 걸세.


첫문장 부터 끝 문장까지 맥락을 따라가며 한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책

그래야 더 맛있다. 

뜨겁고, 차갑고, 과하고, 독하고, 넘치는, 열정을 이렇게 담담하고 차분하게 말하다니. 

산도르를 더 읽어봐야 겠다. 

모처럼 장르가 아닌 소설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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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an 2016-07-2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예요. 소설도 좋지만 `하늘과 땅` 산문집도 좋습니다~
 
인디애나 블루스 앨버트 샘슨 미스터리
마이클 르윈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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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나는 모드 시몬스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십 달러의 비용을 내고, <스타>에 크리스털 가문에 대한 특집 기사를 쓴다는 말을 하고 다녀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만일 누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면 십달러 추가이고.

미미여사가 좋아했다는 앨버트 샘슨 시리즈다.

왜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아. 과한 폭력이 없고 어깨에 힘주는 탐정도 없다.

시니컬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탐정이 삶의 수수께끼를 따라간다.

 

나도 저런 상황이 궁금했다.

책에서는 탐정들이 낯선 타인에게 찾아가 노크를 하고 질문을 하면 술술 알려주지만, 그런 상황은 이상하잖아.

그래서 스타지 편집장에게 기자를 사칭하고 다니는 댓가를 10달러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럴듯 하다. 리얼리티는 높여주는 설정이야. 재밌어.

 

지나친 철두철미함은 소심한 마음에서 나오는 요괴다. 오늘은 대범하자.

이런 문장도 재밌다.

슈퍼 히어로 영웅을 만드는것 보다, 옆집 아저씨같은 탐정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워 보인다. 마이클은 익숙하게 쓴다.

 

문뒤에 누군가 숨어 있진 않은지 재빨리 확인한 다음 최대한 조용히 들어갔다. 그리고 나의 거실을 향해 까치발로 다가갔다. 그 문 역시 열려 있었다. 들여다보기 전에 잠시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나의 생활 공간 안을 발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다니는 내 모습을 그려 보았다. 스스로의 그림자를 무서워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하지만 남자가 자신감이 없으면 어떻게 이 한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나는 뒷방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샘슨은 이런 식이다.

어떤 예상치 못한 폭력적인 상황에도 배짱좋게 의견하게 대처하는 여느 하느보일드 탐정과 달리

살금살금, 조심조심 스스로의 그림자조차 무섭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남자가 자신감이 없으면 쓰나, 자신을 격려했다가, 결국 다시 살금살금 살핀다.

소심하고 겁많은 탐정이다. 재밌어. ^^

 

샘슨의 엄마가 식당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보통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부모가 없는 것처럼 굴거나, 버려졌거나, 이미 죽어서 기억에만 있거나

그런대 샘슨의 엄마는 살아서 씩씩하게 식당을 한다는 것이 맘에 들어. 탐정이 가까워진 느낌. 리얼하잖아. ^^

 

심지어 샘슨은 10대 의뢰인 엘로이즈 크리스털에게 끌린다.

엘로이즈는 경쾌하게 걸어 사무실 문을 나섰다. 나는 찡그리면서 혹시 그녀의 스커트가 짧아지고 있는게 맞나 생각했다. 지금 내 눈앞에서 점점 짧아지는 게 아닌지.

재밌는 상상이다. 그러나 이런 상상을 하면서 샘슨은 스스로 못마땅하다.

 

탐정은 원래 우울해 할 특권이 있지 않던가?

혼자 사는 탐정이라면 더더욱?

밖을 보니 이미 날은 어두워졌는데 아직 한번도 나간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의료기록 뭉치와 코트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순하고 편안한, 그렇지만 하드보일드 탐정의 문법을 잘 아는 소설이다.

 

밤, 특히 혼자 있는 밤이면 오싹한 일이 많다. 공중전화 박스를 발견하고 내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정신을 분산시켜 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한시간짜리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다.

가끔 샘슨은 '내 여자'를 만난다.

그녀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름도 밝히지 않지만, 내 여자라고 소유격을 붙여 표현하고

시간이 제한된 데이트의 표현은 데이트가 거래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저러나, 그여자가 니꺼니. 이런 표현은 못마땅하다.

 

 

2.

시체가 없는 하드보일드라는 것 만으로도 매우 독특하다.

과하게 어깨에 힘주지 않고, 피를 뚝뚝 흘리지 않고, 심장뛰게 마음좋이며 쫓기지도 않고, 총질을 하지도 않고

성공보다는 실수가 더 많고

심지어 병원 기록 훔치러 갔다가 떡하니 증거를 남기고 오고, 그러나 경찰은 지문 따위 추적하지 않고

왜냐하면 죽은 사람도 없고, 뭐 잃어버린 것도 딱히 없으니까.

계획대로 되는 일보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당황하는 일이 더 많은 평범해보이고 거짓없어 보이는 이야기

샘슨은 살짝 시니컬함으로 착한 마음을 감추고 심각한 상황에도 유머를 떠올리는 탐정이다.

담백해서 맘에 든다. 질척거리지 않아. 

탐정이 실수를 반복해도 이야기 전개는 흥미롭고 페이지는 휘리리릭 넘어간다.

꼭 미미여자의 추천 때문이 아니라도 이 시리즈를 더 보고 싶다.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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