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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블루스 ㅣ 앨버트 샘슨 미스터리
마이클 르윈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1.
나는 모드 시몬스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십 달러의 비용을 내고, <스타>에 크리스털 가문에 대한 특집 기사를 쓴다는 말을 하고 다녀도 괜찮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만일 누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면 십달러 추가이고.
미미여사가 좋아했다는 앨버트 샘슨 시리즈다.
왜 좋아했는지 알 것 같아. 과한 폭력이 없고 어깨에 힘주는 탐정도 없다.
시니컬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탐정이 삶의 수수께끼를 따라간다.
나도 저런 상황이 궁금했다.
책에서는 탐정들이 낯선 타인에게 찾아가 노크를 하고 질문을 하면 술술 알려주지만, 그런 상황은 이상하잖아.
그래서 스타지 편집장에게 기자를 사칭하고 다니는 댓가를 10달러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럴듯 하다. 리얼리티는 높여주는 설정이야. 재밌어.
지나친 철두철미함은 소심한 마음에서 나오는 요괴다. 오늘은 대범하자.
이런 문장도 재밌다.
슈퍼 히어로 영웅을 만드는것 보다, 옆집 아저씨같은 탐정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워 보인다. 마이클은 익숙하게 쓴다.
문뒤에 누군가 숨어 있진 않은지 재빨리 확인한 다음 최대한 조용히 들어갔다. 그리고 나의 거실을 향해 까치발로 다가갔다. 그 문 역시 열려 있었다. 들여다보기 전에 잠시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 나의 생활 공간 안을 발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다니는 내 모습을 그려 보았다. 스스로의 그림자를 무서워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하지만 남자가 자신감이 없으면 어떻게 이 한 세상을 살아가겠는가?
나는 뒷방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샘슨은 이런 식이다.
어떤 예상치 못한 폭력적인 상황에도 배짱좋게 의견하게 대처하는 여느 하느보일드 탐정과 달리
살금살금, 조심조심 스스로의 그림자조차 무섭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남자가 자신감이 없으면 쓰나, 자신을 격려했다가, 결국 다시 살금살금 살핀다.
소심하고 겁많은 탐정이다. 재밌어. ^^
샘슨의 엄마가 식당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보통 하드보일드 탐정들은 부모가 없는 것처럼 굴거나, 버려졌거나, 이미 죽어서 기억에만 있거나
그런대 샘슨의 엄마는 살아서 씩씩하게 식당을 한다는 것이 맘에 들어. 탐정이 가까워진 느낌. 리얼하잖아. ^^
심지어 샘슨은 10대 의뢰인 엘로이즈 크리스털에게 끌린다.
엘로이즈는 경쾌하게 걸어 사무실 문을 나섰다. 나는 찡그리면서 혹시 그녀의 스커트가 짧아지고 있는게 맞나 생각했다. 지금 내 눈앞에서 점점 짧아지는 게 아닌지.
재밌는 상상이다. 그러나 이런 상상을 하면서 샘슨은 스스로 못마땅하다.
탐정은 원래 우울해 할 특권이 있지 않던가?
혼자 사는 탐정이라면 더더욱?
밖을 보니 이미 날은 어두워졌는데 아직 한번도 나간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의료기록 뭉치와 코트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순하고 편안한, 그렇지만 하드보일드 탐정의 문법을 잘 아는 소설이다.
밤, 특히 혼자 있는 밤이면 오싹한 일이 많다. 공중전화 박스를 발견하고 내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정신을 분산시켜 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한시간짜리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다.
가끔 샘슨은 '내 여자'를 만난다.
그녀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름도 밝히지 않지만, 내 여자라고 소유격을 붙여 표현하고
시간이 제한된 데이트의 표현은 데이트가 거래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저러나, 그여자가 니꺼니. 이런 표현은 못마땅하다.
2.
시체가 없는 하드보일드라는 것 만으로도 매우 독특하다.
과하게 어깨에 힘주지 않고, 피를 뚝뚝 흘리지 않고, 심장뛰게 마음좋이며 쫓기지도 않고, 총질을 하지도 않고
성공보다는 실수가 더 많고
심지어 병원 기록 훔치러 갔다가 떡하니 증거를 남기고 오고, 그러나 경찰은 지문 따위 추적하지 않고
왜냐하면 죽은 사람도 없고, 뭐 잃어버린 것도 딱히 없으니까.
계획대로 되는 일보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당황하는 일이 더 많은 평범해보이고 거짓없어 보이는 이야기
샘슨은 살짝 시니컬함으로 착한 마음을 감추고 심각한 상황에도 유머를 떠올리는 탐정이다.
담백해서 맘에 든다. 질척거리지 않아.
탐정이 실수를 반복해도 이야기 전개는 흥미롭고 페이지는 휘리리릭 넘어간다.
꼭 미미여자의 추천 때문이 아니라도 이 시리즈를 더 보고 싶다. 재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