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21 | 322 | 32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하룻밤의 만찬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1
데이비드 그레고리 지음, 서소울 옮김 / 포이에마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내를 더 사랑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르고 있어요.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그만한 능력이 선생에겐 없죠. 하나님만이 그렇게 사랑합니다. 그런 사랑을 선생을 통해 하고 싶으신 겁니다."

메인디시에서 하나님의 공평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나님에겐 인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그 점에선 나와 의견이 다르지만 완전무결하다는 점에선 나와 같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워낙 더럽혀져서 그 단어를 쓰는 게 싫은 것 뿐이지, '인간과 다른 종류의 사랑'이라 쓴다면 그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역시 사랑이라고 하면 인간적인 사랑을 연상시키니 그렇게 쓰면 안 되는 것일 뿐. 아무튼 사람이라서 같은 사람을 볼 때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약점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메가데레는 2D나 신에게만 존재하지 사람에겐 있을 수 없다. 영원한 사랑 또한 없다. 이 책에선 신이 인간에게 베푸는 그 무언가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크리스마스날 읽고 리뷰쓰려다 귀찮아서 걍 지금 쓴다. 짧아서 영어공부하고 싶으면 원본 사서 읽어도 괜찮을 듯하다. 나는 기왕 산 거 이걸로.. 원문 제목은 Dinner with a perfect stranger이다. 미국 소설책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유머로 이루어진 책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골프장에 도착해 '내 주인은 유대인 목수시니'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인 차 뒤에 주차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나는 4인 1조 시합에 배정되었고, 알고 보니 그 차 주인도 같은 조였다. 그는 누군가에게 벽돌로 얻어맞고는 휴일에 성형외과 의사를 불러내 수술을 받은 사람처럼 부자연스런 미소가 얼굴에 고정돼 있었다. 


유대인 목수는 요셉이 아니냐는 말을 듣고 생각난 에피소드. 저번주 일요일날 성당에서 명화 강의 있어서 들으러 갔는데 마리아는 예쁘고 막 파랑색 이쁜 옷입고 그랬는데 요셉은 무슨 푸줏간 옷 입고 몸을 있는대로 꾸부리고 있고 완전 짜져있던 게 너무 리얼했다. 현재 산부인과 병원상태 보는 줄. 알고보면 요셉은 조신한 남자의 모범이다.


처음부터 힌두교를 대뜸 까기 시작한다. 일단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우주고 우주가 나라는데, 힌두교에서는 당장 내가 우주는 될 수 있어도 우주는 내가 될 수 없음. 개성을 버리면 우주에 속할 수 있지만 우주가 개성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마치 내가 계급장을 찰 수는 있지만 계급장 까고 이야기하는 건 리스토라를 각오해야 한다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닐까(...) 불교도 이와 비슷하게 까는데, 불교에서는 버려야 한다는 욕망이 지금 당장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는 이야길하면서 스치듯이 지나간다.

 


 살다보면 죽다 살아날 때도 있고 그런거죠 뭐. 난 예수 부활을 믿음. 오히려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과도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의심하는 편.


왜 안 믿냐 물어보면 대부분은 개신교나 천주교 신자에게 당한 일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신에게 당한 건 아니잖아? 예수 입장에선 걍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죽다 살아난 것 뿐인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은근 시샘하고 공격하는 걸 보고 좀 억울해할 듯. 납득 안 되는 이야기는 오히려 창세기쪽이다.

 


 맨 끝에 소소하고 깜찍하지만 예리한, 누구나 겪지만 가볍지는 않은 반전이 나온다.


아마 이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2탄이 나온 듯하다. 짧지만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잘 파악한 책이라고 생각되며, 마지막 순간까지 방심할 수 없다. 기독교인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절대 단순한 자기계발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책.

 

"창세기는 역사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따르면 하나님은 빛으로 시작해서 천지를 질서정연하게 창조합니다. 땅을 만든 다음 땅을 구성할 것들을 설계하죠. 대양으로 대륙을 만들어 내고, 식물을 창조하고, 동물을 창조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창조합니다. 자, 이 일련의 순서에 과학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점이 있습니까?"


 

이 다음에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에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닉이 말하니 예수가 과학자들이 창조주를 설명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맞긴 하지만 과학자란 직업 자체가 가설을 증명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지라 눈앞에서 보는 것도 믿지 않는 판인데, 너무 가혹한 건 아닌지;;? 다 좋은데 여기서 지뢰를 밟은 듯하다. 과학자들은 믿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창조주를 설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무신론자들이니 예수가 나타나서 신이 있다고 말한들 관심도 없을 것이다. 스켑틱이라는 과학 잡지만 봐도 그런 이야기 천지다. 이 경우엔 예수가 먼저 그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게 아닌지? 닉도 빨리 넘어가려는지 기적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바꾼다. 하지만 기적은 창조랑은 연관없을 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I & YOU 영어패턴 - 나와 너에 대해 다 말할 수 있는
굿모닝팝스 편집부.Jason Kim 지음 / 한국방송출판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For the rest of the morning I'm too distracted to read or do homework. Despite Carla's ressurances that I'm not getting sick, I find myself paying too close attention to my body and how it feels. Are my fingertips tingling? Do they usually do that? Why can't I seem to catch my breath? How many somersaults can a stomach do before becoming irreparably knotted? I ask Carla to do an extra check of my vitals, and the results are all normal.

 

팝송같은 문체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러나 원서로 사서 읽을 용기는 없다(...)


최근에 뜬 영화 플립에 대해서 다루는데 옛날부터 이렇게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너무 좋았음 ㅎㅎ 책에서 추천해준 에브리씽 에브리씽이란 소설도 볼 거고 플립도 소설로 볼 거다. 역시 비유를 읽으면서 혼자 상상하려면 영화나 애니보다는 소설이나 만화가 짱이지. 그래서 카드캡터 사쿠라도 3사방송에 나오는 거 처음 보자마자 바로 만화로 전향했는데 생각해보면 돈이 오지게 들어서 어머니에게 쳐맞아가면서 봤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듯하다.

 

소울, 알앤비 대부 스티비 원더가 아직 10대였을 때 발표한 러브송이다. 애초에 여자 친구를 위해 쓴 곡으로 제목이 'Oh, My Marsha'였으나, 그녀와 헤어진 후 좀 더 일반적인 제목으로 바꾸었다. 1969년 빌보드 차트 4위까지 올랐다. 


이것도 언젠가 다시 한번 만화로 보고 싶네 씁.

 

아무튼 천재는 나이가 들어서 작곡을 하던 10대 때 작곡을 하던 언제든 뭘해도 잘한다는 것. 스티비 원더 음악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곡은 좋아서 올려본다. 좋든 싫든 실음과 뮤지션에게 스티비 원더는 지울수가 없는 사람인 듯하다. 정말 뭔들 인상에 남는 곡을 만드네. 난 그게 거북해서 ㅋ

 

그의 최고 작품 중 하나인 라이온 킹에선 아프리카 음악과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완벽하게 조화시켜 'This Land' 같은 곡을 만들고, 쿵푸팬더에선 중국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슈퍼맨 리부트 맨 오브 스틸에서는 명망 있는 15명의 드러머를 기용해 드럼 오케스트라를 구현한 'Ignition' 등으로 슈퍼맨 재탄생 폭죽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영화를 위해서라면 본인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그니션은 점화, 발화란 뜻이 있죠. 

 

그나저나 블리치는 이제 추억의 만화인데 결말 이제야 나나요... 오리히메 납치 이후로 안 봤으니 어디서부터 봐야할진 확실한데. 봐야 하나.

 

They feel that Venice has come to cater more visitors to than to its inhabitants, and they fear the city could become little more than an "amusement park", emptied of its populace.

     


역시 열심히 안 하니 단어들을 하나씩 까먹는 것 같네요. cater to 어딘가에서 배운 건데. 반성합니다.


ARIA가 아무리 치유물이라고 해도 현실은 이것입니다. 보니까 바다에다가도 쓰레기 막 던지는 데 뭐 청소부에게 평생 의식주 보장하는 월급 주지 않는 이상 무슨 네오 베네치아야 ㅋ

 

It was confirmed in October 2012 that the the attempts to disseminate hangul in Indonesia failed. But there are still some people that use hangul at home or co-officially.

번역은 원활한데 오랜만에 컴퓨터를 해서 그런가 영어로 타자를 치는 게 힘들다. 특히 팝송을 들을 때 집중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지문을 쓴 것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닌가 싶다. 국뽕이 너무 들어간 게 단점이라 볼 수 있다. 애초 의도는 인도네시아의 일부 소수 부족의 언어 중에 문자가 없는 곳에 한글을 도입해서 그들의 언어를 기록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한국에선 인도네시아가 전부 한글을 도입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그곳에 한국어를 보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어"가 아니라 "문자"만 전파하려던 것. 물론 한글이 우수한 문자인 것은 객관적 사실입니다만 한국말이 우수한 언어인 것은 절대 아니다 ㅎㅎ 인공적으로 연구해서 만든 글자가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문자들보다 우수하지 않다면 그게 더 문제이고. 글을 읽은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언어를 널리 쓰도록 만들어진 한글의 그 골지를 파악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그가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뻣뻣하게 굳어져 있었고, 내면을 향하여 혹은 아주 먼 곳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 파리 한 마리가 그의 이마에 내려앉아 천천히 코와 입술 위로 서서히 기어갔다. 그러나 그는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꿈이었는지 뭔진 기억 안 나지만 꿈이라고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이거 따라하려고 옛날에 가만히 있던 적이 있었다.


 근데 등에 정도의 곤충이 날아와서 얼굴로 기어가고, 가만히 있었는데 귓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었다 ㅋㅋㅋ 정확히 그 이후 귓속에 무지막지한 염증이 생겨서 난리가 났는데, 그 때 사람이 아무거나 책에 나오는 내용을 무작정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걸 느꼈다. 당시엔 베토벤을 떠올리며 엄청난 무서움에 사로잡혔었는데, 그래서 베토벤 곡을 듣다보면 크게 쿵쾅거리는 대목에서 지금도 움찔하는 면이 있다.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인간에게는 남을 조종할 수 있는 자유 의지가 없어. 목사님이라도 말이야. 다른 사람 쪽에서 내가 원하는 생각을 할 수도 없거니와 내 쪽에서 원하는 것을 그가 생각하게 만들 수도 없어. 하지만 누군가를 잘 관찰할 수는 있지. 그러면 그 사람이 종종 무얼 생각하는지, 혹은 무얼 느끼는지 꽤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어. 그러면 그가 다음 순간에 무얼 느끼는지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어."

옛날에는 왜 이딴 책을 이렇게 열심히 읽는지 신기했는데 전 지금 보니까 왜 데미안을 반복해서 읽었는지 알겠다. 특히 이 대목은 아직도 내 인생 명언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이 구절 읽을 땐 정말 여기서 감동을 받고 아 이렇게 하면 내가 힘든 게 해결되겠구나 그런 생각과 함께 빛이 보였던 듯했다. 학교가 너무 힘들었거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싱클레어에겐 데미안이라는 조력자가 있으니 그렇게 좋아질 수 있었고, 무언가가 가능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데미안보단 빨강머리 앤 보고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듯하다. 데미안은 되고 싶은 사람이란 느낌이 강했고. 아직도 데미안 같은 인물이 되고 싶다. 어떤 사람은 책 한권으로 사람을 계몽시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는데, 데미안은 사람이 바뀔 수 없다고 여기서 말하는 듯하다. 관찰당한단 느낌이 강할때 잠깐 바뀌고 그뿐. 어릴 때는 이게 그냥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인 줄 알고 집중력만 줄창 연습했지만, 나머지가 안 되어 학교에서의 괴로움은 지속되었다. 뭐, 관찰하려면 쳐다보는 것부터 연습하는 건 맞지만. 

 

소녀들은 상냥하고 정중한 태도와 아첨만을 바라는데 그거야 실로 귀엽긴 하지만 진짜는 아니라고 했다. 성숙한 여자들한테서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고 그들이 훨씬 더 똑똑하다는 것이다.


 사실 데미안은 내 성적 취향을 자리잡게 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이때부터 어머니를 보는 눈이 달리 보이고 나이든 여성 중에서도 성숙한 여자를 가려내는 눈이 생겼으며 심지어 내가 나이가 들었음에도 이번엔 2D에서 성숙한 여성을 찾게 되더라. 좋던 싫던 첫사랑이었던 분도 경험많은 분이셨으니... 생각해보면 이걸 청소년 권장도서라고 추천하는 닌겐들이 데미안 정말 제대로 읽었는지 궁금한 부분 ㅋㅋㅋ 자세히 보면 이거 처음부터 끝까지 누님 찬양인 책인데.

 


 

최근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한 번 다 읽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다. 그런데 이 책에도 니체가 있었군. 이 대목에서부터는 별로 감흥이 없어서 대강 읽었었는데, 이렇게 니체를 만나게 될 것도 운명까진 아니지만 인연인가 보다.


사랑인 것 같으면서도 사랑이 아닌 것 같고, 철학인 것 같기도 하면서 동시에 철학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오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음. 아예 소설 자체가 아브락사스인듯. 처음 이 책을 접할 땐 이 결말에 강한 반발심이 생겨서 덮었는데 둘의 관계는 요즘의 썸이라고 하는 그런거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사랑보다 더한 어떤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쩌면 싱클레어는 에바부인보단 데미안을 사랑했던 게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좀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 나라에 오기 위해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버렸는데, 결국 그 모든 것이 이렇게 죽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고골리의 아버지에겐 사연이 있다. 그는 고골리의 외투를 우연히 읽다가 마음에 들어 전철까지 들고 갔었다. 그런데 전철이 전복되어서 구조를 청하려는 도중 손에 있던 종이를 날려 간신히 구조된 것이다. 여러분 이렇게 책을 들고 읽으면서 걸어가면 위기의 순간에 구조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는 우리나라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행위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방금 차 타자마자 이야기한 사람이 사지가 뎅겅 잘려서 자기 몸 위에 올려졌다니 굉장히 서스펜스하네요. 인도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내 기대가 좀 많이 컸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고골리가 너무 소심해서 대학시절 부터는 보기가 괴롭다 ㅋㅋㅋ 나도 이름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기는 했다만 그걸 보통 대학생 때까지 끌어안고 앉아 있냐. 역시 인간은 나이가 들 때까지 무언가 성장하는 게 없음 그것만큼 꼴사나운 게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핸드백 속에는 세븐업 맛이 나는 입술 연고가 들어 있었는데, 그 애는 이따금씩 그것을 꺼내어 입술에 발랐다.

 

이 때부터 끼가 충만했던 흑로리 분이

 

그녀가 책에서 눈을 떼어 고개를 들었을 때, 기다리는 사람은 그녀였음에도 자신이 방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갸름한 얼굴이었다. 고양이 상이지만 얄밉지 않았고, 눈썹은 가늘고 곧았다.

이런 흑누님이 되어 돌아옵니다.
아니 고골리 전생에 나라 구했음?
게다가 고골리보다 나이 한 살 많다고 함.

 

샌들 위로 드러난 발톱에는 고동색이 칠해져 있었고, 쪽지어 올린 머리에서 몇 가닥이 흘러내려와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는 반쯤 피운 담배가 끼워져 있었는데, 몸을 기울여 그의 뺨에 키스하기 전, 그녀는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샌들 끝으로 비벼 껐다. (...) 그녀가 돌아서서 그를 보았다. 계속 웃고 있었고, 안경엔 아직도 김이 서려 있었다. 그녀가 요리 때문에 밀가루와 닭고기 기름으로 엉망이 된 손을 들어보이며 물었다. "이것 좀 벗겨줄래?"

이후 메챠쿠챠했다!
않이!
이거 너무 내 취향 흑누님 아닙니까!
일러스트 하나 없는데 흥분했다!
나 이 책 보기 잘했어!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의 모슈미를 내 최애로 임명합니다 ㅠㅠ 사... 샤릉합니다 ㅠㅠ.
아니 진짜 고골리 이 자식 여자 보는 눈이 없네 옆에 모슈미 있는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오금이 저리는 반전이다.

 

피로연에서 고골리는 양복으로, 모슈미는 가는 어깨끈이 달린 바나라시 실크로 만든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해서 재봉사 친구가 만들어준 옷이었다. 살와 카미즈가 어디가 어때서 입지 않느냐고 따지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슈미는 이 드레스를 입었다. 모슈미가 깜빡 잊고 숄을 의자 위에 놓아두고 일어섰을 때 그녀의 가느다란 구릿빛 어깨가 드러났고, 모슈미가 바른 특별한 파우더 때문에 어깨는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모슈미의 이미지는 이 분으로 정했습니다.
아마도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캐스터로 짐작?

 

 

사실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떨지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학을 전공하는 여성들도 인간이다. 그런지라 그 가운데서도 능구렁이 같은 남자에게 휘둘리고, 주변 친구들에게 노예처럼 휘둘리고, 비밀로 지켜야할 일들도 술에 만취해서 서슴없이 폭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인간은 여성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대단하지 않다. 오히려 여성학을 공부함으로써 여성에게서 인기를 얻으려는 남성보다 훨씬 더 멍청해 보인다. 예를 들어, 여성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은 어떨까.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담배를 피운다는 건 해로운 일이다. 하지만 임신할 수도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을 볼 때, 그닥 책임감있는 행동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남성들의 정자에도 해롭다고는 한다. 하지만 여성은 아이라는 생명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중대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면 상관없지만, 결혼을 하는 사람이라면 남성과 여성 모두가 희생을 감수해야 함을 이 책은 담담하게 주장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최근 익명으로 어떤 남성의 성추행 성폭력을 폭로한 글들이 일부는 거짓임이 밝혀지고 있다. 폭력을 폭력으로서 대응하면 안 된다는 줌파 라히리의 선견지명이 최근 한국에서도 은연중에 뿌리내려지고 있다. 모슈미는 선명하게 빤한 거짓말을 함으로서 죄가 더욱 드러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름을 숨기는 게 딱히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된 요즘 시점에서 사람들은 더욱 신중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행동해야 할 일이다.

 

 그날 밤 고골리는 부모님이 이제 쓰시지 않는 RCA 턴테이블로 화이트 앨범의 3면을 듣고 있었다. 그룹이 해체될 무렵 태어난 고골리는 존, 폴, 조지, 그리고 링고의 열렬한 팬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들의 거의 모든 앨범을 사모았다. 문 뒤에 걸린 게시판에는 보스턴 글로브지에 실렸던, 이미 노랗게 바래고 나달나달해진 존 레논의 부고가 유일하게 붙어 있었다.

 

음악이 주가 되는 소설이 아니라서 소설에서 나온 모든 음악은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80~90년대 당시 굉장히 인기가 있었던 음악들이 많이 나온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이 매력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니 한번 챙겨서 들어보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불 3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울 아부지 한 번만 봤으면."
그 말에 비오리어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윽고 무슨 생각을 저만치 밀어내듯이, 번지는 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어디 가서 바. 없는디."
"큰 아부지라도, 작은 아부지라도, 누구 아부지 피 섺이고 탁인 사람 한 번만 봤으먼. 그런 사람 만나먼, 이러어케 손 한번 대 보먼 아부지 살 같을 것맹이여."
"살."
"잉."


 

솔직히 문맥 신경쓰지 않고
"살."
"잉."
에 줄 팍팍 치고 싶다.


비오리는 주막집 여자와 두부장사 사이에서 나왔다 하지만 생각이 깊고 예쁘다 하니 잘 살았으면 싶었다. 이미 강실이는 성격에서 나랑 안 맞아서 잘 살길 바라는 거 포기(...) 그러나.

 

"하문에다 박달방맹이를 쑤셔 박었드래."
(...) "첩도 일부종사 해양가?"
"아 첩은 머 벨 것이여? 여자로 났으면 헐 수 없능 거이제."

최근 아저씨와 딸내미뻘 여성의 로맨스 드라마가 나온다는데, 이 내용을 읽다보니 그게 스쳐지나간다. 남자들에게는 본처가 그랬단 소문이 파다하고, 여자들에게는 비오리가 바람나서 성난 아저씨가 그랬단 소문이 파다했다. 뭐 이런 것 때문에 왠만하면 나이차이가 너무 나면 결혼하지 말라는 게 내 지론인데, (한남인데 꼰대이기까지 한 남자와 결혼을 하니. 하물며 세컨드인데.) 안타깝네. 여자로 났으면 할 수 없다는 말이 너무 와 닿는다. 그래도 남의 말이라고 막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닌데. 난 뭐 처음부터 아저씨가 변태새끼라서 sm플레이를 가하고 본처도 영화 올가미 찍어서 비오리가 망가졌다는 데 한 표.

여기서부터 춘복이와 강모 강태의 이미지 역습이 시작된다. 춘복이는 근친 논란으로 시집도 가지 못하게 될 강실이를 신분 역전의 도구로 노리게 된다. 압도적인 자본의 차이에 눈이 멀어서, 자신조차 만만한 계급인 '여성'을 착취하려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간 데 없이 이미지고 뭐고 다 추락한 강모가 '자신도 계급에 착취당하는 사람이다'라고 제법 설득력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강태도 이에 감화받아 평소 비뚤어진 어투를 버리고 진지하게 혁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전히 강모보다 더 현실을 보지 못하고 꿈 속의 이야길 늘어놓지만, 일단 그 순간만큼은 혁명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보게 되는 순간이다. 혼불은 누구나 가슴에 불꽃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한 인물이 선하게 행동하다 악하게 행동하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게 이 소설의 재미이다.

결국 과부가 아닌데도 과부 중 생과부 신세가 될 효원이 집안을 물려받기로 결심한다. 자본으로 자신의 허전한 마음을 때우려 했던 청암부인은 죽을 날이 되어서야 인월댁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한다. (아무래도 '그런' 사건도 있었으니.) 이제 지귀가 될 염려도 없을테고 남편에 대한 원한은 처음부터 없었으니, 그녀는 편히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효원은 남편을 사별한 것도 아닌지라, 평생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어 훨씬 독한 자본가로서 살아야 땅을 지킬까 말까 한다. 남편은 이미 자본가들에게서 토지를 뺏어 인민들에게 고루 나누어주려는 사상으로 빠져들었으니 적편이 된 것이나 다름없고, 거멍굴 사람들은 입을 무기로 삼아 그녀가 일으킬 실수를 기다리며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고, 혼불 인물상 중 제일 나약한 강실이도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창씨개명으로 이미 집안을 뒤흔들었고 언제 또 다시 집을 무너뜨릴지 모르는 일본 사람들이 불안하다. 청암부인의 혼으로 효원은 쓰러져가는 집안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인가.

 


 

인월댁과 청암부인 사이에서 백합의 기운을 느낀 건 나 뿐인가요. 청암부인이 죽기 전 인월댁과 나눈 대화에서도 가족 이상의 친구 이상의 각별함이 있었고 말이다. 세상을 떠난 청암부인을 그리워하며 하얀 속적삼을 나부끼는 인월 부인은 지붕에 핀 꽃 같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청암부인 불쌍하다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 분은 죽기 전 애호박죽을 드신다. (...) 어쨌던 집안에 누워서 숨지셨고 비록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손주는 만주가서 없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시신 정리하고 살뜰히 챙겨준다. 그런데 폐허를 보다에서 시인 강이산은 판자로 만든 집에서 쫄쫄 굶어 입에서 오물을 토해가며 죽는다. 그나마 저자가 생사를 확인하러 직접 가지 않았음 발견되었을까...? 확실히 지금은 과거보다도 사람의 목숨이 더 가벼워지고 초라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나마 일제강점기 땐 모더니즘이라 양복 입고 다녔지 포스트모더니즘 나오니 사람들이 누더기를 입고 다닌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남.

이 소설이 왜 명작이냐면 이 세상의 소수(?) 한남과 독재자와 자본가와 꼰대들의 허울을 은연중 다 까발리기 때문이다. 꼰대가 굳이 양반이나 귀족 가문에만 있지 않다는 걸 가리키고 있는 건 둘째치자. 이 몰락양반은 노예도 없고 자신이 직접 밭뙈기를 가는 처지에다가 젊은 시절 공부를 많이 했다면 당연 불합리한 세상에 저항할 거라 흔히 생각될 터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솔직히 '나 같은 자식 낳을까봐 애 안 낳는다' 라던가 하는 건 다 핑계라 생각된다. 애초 이 분은 거멍굴 인간들처럼 힘든 농사를 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굳이 굶어죽을 것 같으면 자존심 다 죽이더라도 손 벌릴 연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손 잘 먹여살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는 것은 결국 내 자신만 잘 먹고 잘 살겠단 이기주의와 같지 않은가? 심지어 거멍굴도 자기 자식 먹여 살리려고 귀족집에서 무료로 급식 아주머니 뛰어주는 판인데.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힘든 건 변하지 않았다. 여성들이 차별로 인해 애 낳기 싫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한다. 심지어 이 시대가 결혼이 몸 파는 걸로 생각된다면 아예 결혼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나머지는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볼 일이다.

하도 본을 찾아보라기에 김녕 찾아봤는데 경상도에 있댄다. 그것도 남쪽이랜다. 하기사 할머니가 전라도에서 시집왔는데 일가에서 센세이션이 났다고 하니 무리도 아니다. (할아버진 그때까지도 거기서 사셨다고 한다.) 근데 난 남쪽만 가면 여수 제외하고 전부 차멀미가 나고 경치보러 갔는데 좋지 않은 사건이 나고 풍경 별로 좋지 않은데로 가게 되고 영 트러블이 나니... 그래도 한 번은 가볼 계획이지만.

마지막에 동양척식주식회사(간단히 식민지시대 왜놈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착취했던 기업 형태의 방식이라 보면 된다.)가 나온다. 농사를 계약식 비정규직으로 짓는 이야긴 줄 알았더니 소작료를 못 물면 그동안 그 토지에서 추수한 역대 작물들 다 빼앗아가거나 소작료를 내더라도 깡그리 훑어가는 형식이었다. 게다가 특정한 작물 외에 다른 먹을거리를 심으면 절대 안 된다 했다니 참 치사한 방식이다 싶다. 논문으로 보면 시큰둥할 이야기인데 소설로 보니 참말 일본놈들이 도둑놈들인게 실감이 난다. 하긴 그 무서운 호랑이도 씨를 말렸다 하니.

 


P.S 뜬금없이 올려보는 이번달의 근황.
한겨레 강의 가보고 싶긴 한데 혼불보고 줌파 라히리 보고 헤르만 헤세 봐야 해서 당분간 히키코모리 생활 좀 할 예정.
물론 여기에 리뷰 올리는 속도도 더 빨라지겠다. (과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321 | 322 | 32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