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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을 소재로 하는 소설들은 자연스럽게 연애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 전개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소재가 ‘섹스’라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무겁게 다루기도, 가볍게 다루기도 어려운 ‘섹스’라는 소재는 더러 연애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혹은 불륜의 일부에서 표현되어왔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성을 주제로 하는 소설들은 존재했다. 영화 ‘거짓말’의 원작인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와 성을 주제로 한 여러 편의 소설, 그리고 ‘「마광수의 뇌구조」를 통해 자신의 성에 대한 관점을 파격적으로 드러낸 작가 마광수까지 다양한 성에 대한 파헤침이 있었다. 하지만 섹스에 대한 예술적인 영역에서의 파헤침은 평범한 삶에 흡수되기에는 다소 벅차게만 다루어졌다. 
과연 섹스라는 소재가 무겁고 조심스럽게만 다뤄질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일까? 

「고구레 연애소동」은 섹스를 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불쾌하게 파헤치거나 퇴폐적이지 않다. 또한 연애의 과정에서 섹스를 표현하기 위해 구구절절 사랑이야기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 그리고 특별하지 않은 나날 속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섹스에 대한 관점들을 고구레빌라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할 뿐이다. 갈색 벽, 살짝 뒤틀린 창문틀. 제멋대로 자란 마당의 풀과 나무. 지금은 잎이 앙상한 나무들이 많은,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 존이 있는 고구레빌라에는 평범하지만 성적인 부분에 있어 사소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산다.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은 다양하지만 결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섹스 단막극인 셈이다.

 사랑하던 여자를 다시 찾아 온 옛 남자와 현재 그녀 곁에 있는 또 다른 남자. 그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여자. 이들의 삼각관계는 다소 특이하다. 누가 더 사랑하느냐를 두고 다투지도 의심이나 질투도 난무하지 않는다. 이 셋의 관계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평범하다. 특별함은 묻어나지 않지만 서로 다른 사랑관을 가진 세 사람이 이상하게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막장스토리와는 다른 담백함이 있다. 한편 고구레빌라의 주인인 고구레씨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눈앞에 둔 친구의 문병을 다녀온 이후 섹스에 대한 욕구에 불타오른다. 섹스를 하고 싶은 본능을 주책없다고 생각하는 고구레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섹스에 대한 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섹스를 하기 위해 시동을 건다. 그 밖에도 섹스를 즐기는 여대생의 비밀스러운 섹스에 담긴 슬픈 비밀과 이를 지켜보는 변태 이웃까지 특이하면서도 가감 없는 섹스이야기를 통해 진솔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고구레 연애소동」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은 고구레 빌라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 모든 인간관계를 연결고리로 엮어져나간다.

일본 소설은 많지는 읽어보진 않았지만 너무 가볍게만 느껴져서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 적이 많았다. 뭔가를 더 의미 있고 삶의 노하우 같은 얻을 지식이 있는 것을 원했다. 그래서 그런지 소장하지 보다는 한 번 보고도 충분할 것만 같은 일본소설은 책을 사서 읽는 것을 아깝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고구레빌라 연애소동’도 그와 다른 부류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단편 하나하나에 담긴 섹스에 대한 다양한 그리고 자유로운 이야기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추천해볼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남의 이야기일지 모르는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허무맹랑한 내용이 아닌 어쩌면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일 수도 있으며 숨기고 싶은 비밀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만큼 「고구레빌라 연애소동」에서의 섹스는 우리와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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