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출판사 <역사 일기 시리즈>의 강변구 편집자님께서 보내주신 칼럼입니다.


옛날 역사 속 어린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 '역사 일기 쓰기 대회'를 진행하며'


'역사 일기 시리즈'는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그 시대의 아이가 쓴 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알아 보는 책이다. 그날그날에 쓴 일기 옆에는 의식주, 과학, 사회제도, 풍습 등 관련 주제를 함께 배치해 독자들이 일기로 된 이야기를 읽고 자연스럽게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꾸몄다. 시리즈는 '선사 시대'(1권)부터 '산업화 시기'(10권)으로 계획되었고, 현재 7권 조선 전기 편까지 나와 있다.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이 책과 딱 맞는 행사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독후감상문 쓰기는 이미 많이 하고 있어서 무언가 시리즈에 맞는 독특한 독후 활동을 찾았다. 시리즈의 컨셉인 "지식을 넘어서 그 시대 사람들과 공감을 이루는 역사"라는 점을 강조하되 어린이들이 쉽게 참여 할 수 있는 독후활동이라야 했다. 상대방의 삶에 공감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글을 써 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그래! 역사 일기를 써 보게 하는 거야.' 이미 초등학교에서는 역사 일기 쓰기가 교과 과정 중에 들어 있어서 독자들도 익숙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활글로서 일기를 늘 쓰는 아이들이 역사 일기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었다. 혹여 또 하나의 과제로 여겨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2010년 봄, 역사 일기 1권 "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와 2권 "고조선 소년 우지기, 철기 공방을 지켜라"가 나온 직후 첫 번째 '역사 일기 쓰기 대회'를 진행했다. 기대 반 불안 반 응모작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웬걸, 응모마감이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응모편수가 형편없이 적었다. 아무래도 어린이 독자들이 쉽게 참여하기에는 역사 일기 쓰기는 어려웠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마감이 며칠 앞둔 어느 날 몇 박스에 이르는 응모작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체와 개인 부문의 응모 편수는 모두 715편이었다. 700명 넘는 아이들이 내가 만든 책을 읽고 글을 썼다는 것에 가슴이 너무 벅찼다. 단체 응모는 주로 학교와 글쓰기 교실에서 참여했는데, 그 중 멀리 중국 천진시의 천진국제학교에서도 9점의 작품을 보내주셨다. 천진국제학교는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열정이 대단해서 감동을 받았다.



응모 작품들을 보니 원고지 5매라는 응모 요강을 넘어서 거의 한 달치 일기를 보낸 어린이도 있었고, 글과 그림 또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갖가지 만들기 작품을 곁들여 훌륭한 그림 일기를 만든 어린이들도 있었다. 특히 그림 일기 종류에는 시상식 때 오신 그림 작가 분들도 놀랄 만한 수준급 그림부터 아이들다운 소박하고 엉뚱한 그림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많았다.


일기의 내용들도 무척 흥미로웠다. 당시 시대상을 꼼꼼히 공부해서 일기 속에 잘 반영한 작품도 있었지만, 엉뚱하게도 고조선 시대에 청동거울과 칼을 파는 홈쇼핑이 등장하는 재기발랄한 글도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글이 있었다. 배경은 신석기 시대의 학교였다. 물론 그때 지금 같은 학교가 있지는 않았겠지만, 이야기는 학교에 새로 전학 온 다른 마을 출신 여자 아이와 같은 또래 여자 아이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전학 온 아이는 조개 팔찌에 목걸이 까지 하고 학교에 첫 등교를 했다. 주인공은 예쁘게 치장한 모습에 샘이 났지만, 그 친구가 목걸이를 선물하자 금새 친해졌다. 신석기 시대와는 조금 동떨어진 내용이 있지만, 요즘 어린이들이 학교 생활에서 겪을 법한 현실을 잘 담고 있었다.












작년 2011년 봄에는 역사 일기 3~5권(백제편, 신라편, 고구려편)을 묶어 두 번째 '역사 일기 쓰기 대회'를 진행했다. 이때는 응모 편수도 크게 늘어 1,000여편에 이르렀다. 심사를 맡은 선생님들은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많은 어린이가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자신만의 생생한 글로 표현하였습니다."라는 평가를 해주셨다. 일반적인 독후 감상문과는 달리 아이들은 역사 일기 쓰기에서 다른 시대 사람들의 삶을 체험하며 더욱 다채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작품들 때문에 우리들도 고무되었다. 그래서 역사 일기를 통해 기본적인 역사 지식과 소양을 갖춘 수상자들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시상식 때 역사체험연극단 '아트브릿지'와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수상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역사 연극 공연을 했다.



올해도 4월부터 5월까지 6권 고려 편과 7권 조선 전기 편을 묶어서 세 번째 '역사 일기 쓰기 대회'를 진행한다. 고려 편은 청자의 나라 고려에서 도자기 기술자의 아들이 쓴 일기다.  조선 전기 편은 향촌 낙안읍성의 서당에 다니는 아이가 무과를 준비하는 시기의 일기다. 요즘 어린이들이 자신의 시대와는 사뭇 다른 옛 사람들의 생활, 그것도 자기 또래의 어린이들이 살았던 모습에서 어떤 공감과 상상력을 발휘할지 기대된다. - 강변구(사계절출판사 <역사 일기 시리즈> 편집자)


'역사 일기 대회' 수상작 보러 가기

http://www.sakyejul.co.kr/board/board.asp?bid=contest1


'역사 일기 대회' 기념 이벤트 참여하기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20327_h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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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9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꼬치 2012-05-09 13:03   좋아요 0 | URL
네~ 5월 이벤트는 11일 오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일과 사람> 시리즈 4. 패션 디자이너/ 작가의 말

 

취재원 복 하나는 타고났습니다!

 

<일과 사람> 시리즈를 기획 편집하고 있는 '곰곰'. 네 번째 책, <내가 만든 옷 어때?>에서는 글을 맡아 직접 썼다. 우리 기획과 책 모양새에 대해서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괜찮지만, 한 가지 걱정은 있었다.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글을 쓰기에는, 패션계와 너무 먼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는 것. 이번 기회에 패션계와도 소통을 해야지, 하하하! 열심히 취재하고 독하게 공부하자고 다짐했다.

 

먼저, 어떤 패션 디자이너에 관해서 이야기 할 것인가부터. 패션 디자이너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세계에 이름을 널리 떨친 유명한 사람도 있고, 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옷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가. 평상복, 무대복, 운동복까지. 우리 기획에 딱 맞는 패션 디자이너를 찾아야 했다.

 

우리가 평소에 입는 옷. 너무 비싸지 않은 옷을 만드는 사람. 그래, 동대문 시장에 가게를 내서 자기가 디자인한 옷을 팔기도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직접 손님들을 만나서 반응을 살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어려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일찍 유명해졌거나, 유학을 다녀와서 큰 기업에 들어가 승승장구한 사람이 아니라, 제힘으로 조금씩 알차게 성장한 사람이어야겠고. 이렇게 우리 책에 담을 패션 디자이너에 대해 가닥을 잡았다.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주인공을 만들어야 한다. 주인공은 딸부자 집 막내가 좋겠어. 그렇다면 언니들 옷을 물려받기도 하고, 언니들 옷을 몰래 입기도 했을 테지. 그리고 딸이 많으니까 엄마가 아마 옷을 만들어 주기도 했을 거야. 엄마가 재봉틀을 드르륵 돌려가면서 옷을 만들면, 옆에서 자투리 천으로 인형 옷도 만들고 말이야. 자연스럽게 스스로 리폼도 하고, 옷을 만들기도 하면서 자란 거지. 딸은 넷 쯤? 아니야, 한 일곱은 되어야 딸부자 소리를 듣겠지? 좋아. 딸 일곱. 여덟은, 좀 많겠지? 그리고 이렇게 패션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옷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전문가로 존중할 줄도 알고 말이야.


이렇게 이야기 얼개를 짜고서 취재를 시작했다. 주인공의 이야기나 성격은 어차피 딱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 테니까, 정보 취재 중심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신문 기사를 뒤졌다. 맞춤한 취재원을 찾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동대문에 있는 한 패션몰에 가게를 가지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공모에 당선이 되어 지하에 작은 가게를 낸 것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패션몰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다. 우리 책 기획을 설명하자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해 주었다. 음, 성격 좋고 시원시원해!

 

그리고 첫 취재. 그 디자이너를 만났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벅차다. 우리가 잡은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취재원이 외쳤다. "저는 딸 여덟 집 막내예요. 우리 엄마가 손수 똑같은 옷 여덟 벌을 만들어 입힌 적도 있었어요!" 세상에. 조금은 무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우리 주인공 감이로구나! 진정 하늘이 돌보는 시리즈란 말인가! 말이 인터뷰지, 어색함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처음부터 편안하게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취재원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궁금하다면, <일과 사람> 시리즈의 네 번째 책, <내가 만든 옷 어때?>를 보시길. 우리가 만났던 그 취재원이 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잡았던 설정 그대로 딸부자 집 막내였던 취재원은, 우리가 책을 꼭 드러내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아니 그보다 더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말해 주었다. 옷에 대한 마음가짐이나,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 게다가 더 큰 꿈을 향해 한 발씩 내딛고 있는 노력까지.

 

우리 취재원이 했던 이야기 가운데 가장 마음에 남았던 것을 소개해야겠다. "어떤 디자이너들은 자기가 혼자 옷을 만드는 줄 알아요. 옷 만드는 공장에 가서도 따지기만 하고요, 거기서 일하는 분들을 부리려고 해요. 그런데요, 세상에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패턴사, 재단사, 재봉사, 그분들 모두 이십 년, 삼십 년 넘게 그 일 하신 전문가예요. 제 머릿속에 있던 옷을 진짜 옷으로 만들어 내는 분들이에요. 저는 늘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옷 하나가 되려면요, 정말 많은 사람들 손이 필요해요. 생각해 보면 일이라는 건, 내가 얼굴을 모르는 사람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하는 거예요."


취재원은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깨달아 알고 있었다. 일을 통해 서로 돕고 있다는 것을. 이런 취재원을 만나다니, 우리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었다. 이 <일과 사람>시리즈가 정말 취재원 복 하나는 타고났구나. 이 복을 고스란히 어린이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글을 만지고 다듬고 갈고 닦았다. 우리 곁에 사는 귀한 이웃 한 분을 세상에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모쪼록 즐거운 만남이 되시기를! - <내가 만든 옷 어때?> 글쓴이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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