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마이볼>은 야구를 무척 좋아했던 아버지를 추억하며 쓴 , 일러스트레이터 유준재의 자전적 이야기다. 무대는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OB 베어스가 원년 우승을 차지한 1982년. 당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초등학생이었던 작가가 야구에 빠지게 된 건 순전히 야구광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때문. 작가는 처음에는 재미있는 야구 이야기로, 나중에 조금 더 생각해보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그림책으로 읽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아버지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속수무책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모든 이들에게.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떤 이들에게. 그리고 언젠가는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하고, 그 자신도 아버지로 살아가게 될 다음 세대에게.

 

이 책을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라 소개한 작가처럼, <마이볼>을 읽은 독자들은 저마다의 아버지에게 긴 편지를 쓰고 싶어지게 되지 않을까. 작가가 살짝 귀뜸해 준 다음 작품 얘기로 조심스럽게 짐작해보건대,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가족을 응시하게 하는, 뜨겁게 포옹하게 만드는 또 한 장의 편지를 곧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1년 12월 27일, 한 아이의 아버지로 또 여전한 베어스 팬으로 살아가고 있는 <마이볼> 작가 유준재 님을 만났다.

 

(사진 : 문학동네 이상혁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알라딘 이승혜 / 2011-12-27)

 

아버지와 캐치볼을 했던 이는 알 것이다. 내가 아버지를 향해 던진 건 야구공이 아니라 그리움이었다는 것을. 아버지가 내게 그랬듯이 나도 아이에게 미안함을 던지고 있다는 걸. 이 책은 추억 속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어른의 동화이자, 아버지가 될 아이들을 위한 성장서이다. - 박동희(스포츠 춘추 기자)

 

 

<마이볼>이 나오는 데 6년이 걸렸다고 들었어요.

 

제가 이걸 가져왔는데, (<마이볼>의 출발점이 된 <뼘책>을 가방에서 꺼내면서) 이게 처음에 만들었던 책이에요. 어렸을 때, 한 2004년 정도에, 대학 졸업하고 몇명이 모여서. 한 여섯 명 정도 됐을 거예요. 그 사람들하고 같이 만든 <뼘책>이라는 책이 있었거든요. <뼘책 2>에 처음 실렸었어요, <마이볼>이. <뼘책 2>은 여섯 챕터인데, 맨 마지막에 제가 실었던 글이 마이볼이거든요. <마이볼>은 뼘책을 목표로 썼던 건 아니고, 한번 아버지와의 얘기를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기회가 닿은 거였죠. 그 다음으로 이제 쭉 작업을 했던 건 아니에요.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가 문학동네 원선화 편집자님이 제의를 하셔서. 단행본으로 내보지 않겠냐 말씀하셔서 다시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럼 이 <뼘책>은 처음 만드셨을 때 배포가 어떤 식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됐었나요?

 

저희가 만들어서 돈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어떻게 보면 개인출판 형식으로 냈던 거고, 판매는 이제 대형 서점이나 뭐 그런 쪽이 아니라...

 

아 판매도 하셨었어요?

 

아 예, 오천원씩 받고 팔았어요. 안 팔렸죠(웃음). 아티누스 같은 서점들, 홍대 앞 카페 같은데 그런 데서 팔았었어요.

 

아 그럼 그때 편집자 분께서 보시고.

 

전시도 했었거든요. <뼘책 2>로 전시도 했었는데, 그 전시회 때 보시고. 그때부터 단행본 작업을 위한 시작이 된 건데, 그때가 2008년도였죠.

 

<뼘책 2>(왼쪽)

 

글과 그림 함께 작업한 첫 번째 책, 소감이 어떠세요?

 

기분이 좋죠. 애착이 더 가고, 기간도 워낙 많이 걸렸고. 기분이 좋죠(웃음).

 

아직 <마이볼>을 읽기 전인 독자분들께, 작가님 목소리로 어떤 책인지 짤막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제 아버지가 워낙에 무뚝뚝하고 그랬던 사람이라. 어렸을 때부터 참 대화를 하기 힘들었어요. 의사소통하기도 힘들고, 대화를 하기도 힘들고. <마이볼>에는 그랬던 아버지를 어떻게, 제가 아버지에 대한 것들을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서 편지처럼 쓴 글이에요. 아버님한테 드리는. 아버지하고 가장 소통이 많았던 야구를 통해서, 야구라는 소재를 통해서였던 거죠.

 

<마이볼>이 출간되기 전에 고인이 되신 아버지께서, 만약 책을 보셨다면 뭐라고 하셨을지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솔직히 아버지도 보신 적은 있어요. 요기 요거(<뼘책>)로. 같은 책이니까. 2004년에 나왔던 책은 보셨는데, 그때도 아무 얘기를 안하셨어요(웃음). 워낙 무뚝뚝하신 분이라. 그래도 마음 속으론 기분이 좋으셨겠죠. 당연히. 아들이 책을 썼으니까. 자기 아버지한테 드리는 책이니까 기분은 좋으셨는데, 아무 말씀도 안 하셨던 것 같아요. (웃음) 수고했다, 정도 얘기하셨던 것 같아요. 그냥.

 

이제는 작가님도 아버지가 되셨잖아요. 혹시 아이가 <마이볼>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됐나요?

 

아뇨, 아직. (표지의 야구공 그림을 가리키면서) 축구공인 줄 알아요(웃음).

 

아, 아이가 아빠책을 어떻게 읽었을지도 궁금했었거든요.

 

아직 읽진 못하고, 아빠 축구공 책이라고 그냥... (웃음)

 

그럼 <마이볼>을 읽은 사람들이 해줬던 이야기 중에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감상평이 있다면요?

 

저는 <마이볼>을 보신 독자분들이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장황하게 슬퍼하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걸 생각하고 쓴 책은 아니거든요. 몇몇 리뷰 들을 보니까 정말 슬프고 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많이 하셨는데. 그런 것보다는 조금 가볍게, 아버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좋았다, 그게 더 좋더라구요.

 

아, 저도 작가님의 그런 바람이랑 다르게 읽은 독자였는데...

 

아아 예(웃음). 어떻게 읽으셨는데요?

 

아주아주 슬프게요(웃음).

 

예, 그렇게 슬프게들 읽으시더라구요. 사실 아버님 돌아가셨다는 얘기는 책에 하나도 쓰지 않았거든요. 쓰지 않았는데 그런 게 좀 느껴졌는지 슬프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게 안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버지는 어머니와 중매로 만나

동대문야구장에서 세 번 데이트하고 결혼을 했다." - <마이볼> 본문 중에서

 

첫 페이지 첫 문장이 아주 인상적이고 간결한데, 그게 좋으면서도 혹시 부모님 결혼 에피소드가 이렇게 짧았을리가,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지, 숨은 이야기를 작가님께 여쭤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대사를 아주 많이 고민했어요. 편집자분들도 그렇고. 아버지하고 결혼할 때 얘기는 어머님이 저한테 얘기해주셨든요. 어머님은 야구장에 한번도 가보신 적이 없고 야구도 전혀 모르시는데, 세 번을 데려가셨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데이트하는 방법도 모르셨던 것 같아요. 그냥 일단 본인이 재밌으시니까 좋아하니까 데려간거죠, 어머니를. 야구장에 딱 세번 데려가시고 결혼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게 기억에 굉장히 남았었어요, 저는. 아, 그 정도로 아버지가 재미없고 멋없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래서 첫 문장에는 그걸 나타내고 싶었어요. 우리 가족. 그렇게 탄생이 된 거니까. 참 멋없는 아버지가 멋없이 결혼을 하셔가지고 우리를 만들었구나. 그런 얘기부터 시작하고 싶었어요.

 

작가님 결혼하실 때도 야구장 데이트는 빠지지 않았었나요?

 

아, 저희 와이프도 야구를 굉장히 싫어해요(일동 웃음). 그래서 딱 한번. 잠실 야구장에 데려갔어요. 그 이후로 한번도 가자는 이야기를...(웃음) 전 너무너무 재밌었는데, 다신 가잔 얘기를 안하더라구요.

 

"아버지는 늘 바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도 아버지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어쩌다 운이 좋아야 과자나 만화책을 사 들고 퇴근한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밤늦게까지 아버지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 <마이볼> 본문 중에서

 

제가 <마이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초반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퇴근 길 장면인데, 퇴근길은 아주 큰 원형이고 이 길을 다 걸어서 오셔야 이제 집에 도착하는. 아주 고단한...

 

예, 그렇죠. 그렇게 읽어주셨으니까 제가 맞게 그렸나봐요(웃음).

 

아 그게 맞나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화면 구성을 하셨겠구나 짐작했거든요.

 

그러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아주 좋은 질문이신데요(웃음). 처음에는 원형이 아니라 아예 다이아몬드였어요. 처음 스케치했을 때는. 저는 아버지의 필드를 그리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그러니까 원래 그 홈베이스라는 게... 아시죠?(웃음). 홈베이스가 집 모양이잖아요, 그래서 거기 들어오면은 1점을 주는 거예요, 야구가. 그러니까 그게 의미가 있는 거예요. 야구가 인생을 담고 있다 그런 얘기도 많잖아요. 무사히 1루 2루 3루를 돌아서 집으로 돌아오면 1점을 준다, 그러니까 잘했다라는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항상 맨날 집을 떠나서 자기 일을 보시다가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면 자기도 기분이 좋고, 저도 그렇고. 아버지가 그러니까 1점을 받으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기분이 좋다는 걸 나타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다이아몬드로 그렸다가, 그러니까 조형상 다이아몬드가 조금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이렇게 동그랗게 잡아봤습니다.

 

또 하나 이 페이지를 보면서 궁금했던 것이, 아버지는 어떤 직업을 가지셨었는지... 아버지가 손재주가 좋으셨다는 이야기도, 뒤에 나오는데요.

 

아버지가 설계 일을 하시다가 건축일을 하셨어요. 처음에 설계 일을 하셨던 굉장히 꼼꼼하셨던 분이죠. 저에게 아무래도 그런 게 조금 영향을 줬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맨날 설계하시는 걸 어렸을 때부터 봤으니까. 판이라고 하죠, 거기 자를 대고 그리시는... 그런 건축 일을 하셨죠.

 

쉬는 날이면 집안 구석구석을 손보셨다는 대목도 나오는데, 아버지가 수리하셨던 물건들은 작가님이 다 망가뜨린 것들이었나요?(웃음)

 

아마 아닐 거예요. 왜냐하면 아버님이 무서워서 집에 있을 때는 그러니까 뭘 망가뜨리기라도 하면 진짜 혼났어요. 가만히 있어도 무서운 분이셔서 제가 그림 상에도 보시면 아버지랑 가까이 붙어 있을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랑 항상 놀고 싶어도 가깝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림에서 잘 표현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항상 떨어져 있죠.

 

"쉬는 날에, 아버지는 말없이 신문을 보거나 집 안 구석구석을 손보았다.

낙서투성이 담벼락, 깨진 화분, 고장 난 라디오..." - <마이볼> 본문 중에서

 

그리고 이 장면에서 보면 주인공이 <보물섬>을 읽고 있잖아요.

 

야, 자세히도 보셨네(웃음).

 

그 보물섬에 얽힌 재밌는 얘기가 많을 것 같아서, 이 만화잡지에 대해서도 한번.

 

보물섬, 보물섬은 저도 기억나는 게 아버지가 가끔 미안하셨는지 맨날 늦게 들어오시고 하니까. 집에 오는 길에는 뭘 하나씩 들고 계셨어요 맨날. 과자도 사들고 오시고. 어느날은 보물섬을 들고 들어오셨더라구요. 그게 창간호에요, 이 여기 그려져 있는 게(웃음). 기억이 나요. 창간호 보물섬 10월호를 들고 오셨더라구요. 그때 기억이 많이 남아서 그려본 거예요.

 

그럼 어렸을 때 <보물섬> 말고 또 어떤 책을 좋아하셨어요?

 

보물섬이 워낙 인기가 많았었잖아요, 소년중앙이나 뭐 그런 것보다도. 그러니까 보물섬이라는 게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정말로 재밌게 읽었던 보물섬! 그리고 만화책 같은 거는 정말 열심히 봤죠.

 

초반에 아버지 무뚝뚝한 성격을 얘기해주셔서 이제 알 것도 같은데, <마이볼>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매 장면에서마다 표정이 하나도 없으세요. 화난 얼굴도 아니고 웃는 얼굴도 아니고. 안경을 낀 무표정으로만 그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예, 있어요. 입을 뺐죠, 제가. 어떻게 보면 가리기도 하고. 뺐던 게, 아버지 입을 그리게 되니까 아버지의 느낌이 안 나더라구요. 무뚝뚝했던 아버지의 분위기가 아니더라구요. 제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항상 어려웠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렇게 입을... 딸한테도 그림을 보면서 할아버지라고 알려주니까, 왜 입이 없어? 그러더라구요, 제 딸이. 왜 할아버진 입이 없냐고. 의도적으로 그 부분은 뺀 거예요.

 

아 말씀하신 걸 듣고나니까 구체적으로 더 이해가 가는데. 여쭤보기 전에도 살짝 이런 짐작을 했었거든요. 아주 친밀하고 살가운 사이처럼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그래서 의아했던 것이 이 TV야구중계를 같이 보는 장면이었어요. 야구를 시작할 때면 아버지가 같이 보자고 부르셨을지, 아니면 아들이 알아서, 야구 보고 있는 아버지 곁에 따라 앉은 건지. 그러니까 책 속에는 나란히 앉아서 TV보는 장면이 나오지만, 그 바로 전 상황이 잘 그려지지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그 대목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부르신 게 아니고 아버지가 불렀다기보다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걸 저도 하고 싶었던 거죠. 아버지가 싫진 않은데 어려웠던 거죠. 그러니까 아버지 옆으로 좀 가고 싶어서 그러니까 제가 찾아가서 본 거예요. 이렇게 아버지 옆에 있으면은 아버지랑 얘기도 할 수 있고. 이 소파도 일부러 죽 이렇게 길게 늘려서 그렸어요. 아버지랑 얘기를 하고 싶어도 야구중계가 아니면 기회를 잡기가 힘들었었죠.

 

"아버지가 유난히 말씀이 많아지는 때는 야구 중계 시간이었다.

안타를 치지 않고도 1루에 나가는 방법,

동시에 두 명을 아웃시키는 방법,

삼진을 당하고도 살 수 있는 방법...

아버지는 야구라면 모르는 게 없었다." - <마이볼> 본문 중에서

 

그럼 야구가 처음 좋아진 어떤 순간이 있었다기 보다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걸 자연스럽게...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랬던 거죠.

 

미즈노 글러브랑 배트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 미즈노 글러브를 갖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거였냐, 다른 분들한테 여쭤보기도 했었거든요.

 

그렇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이거면 끝나는 거죠!

 

처음 아버지에게 글러브를 선물받은 날 밤 글러브에 바셀린을 듬뿍 발랐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건 글러브를 길들이기 위해서였던 거지요?

 

그렇죠. 처음 새 글러브를 받으면 뻣뻣하잖아요. 어렸을 때 야구하셨던 분들은 아마 다 아실텐데요. 처음에 그 바셀린 로션을 바르면은 가죽냄새가 확 올라와요. 너무 좋으니까, 그 냄새가 좋은 게 아니라 글러브가 너무 좋으니까 다들 그걸 베고 자요. 공을 넣고 베고 자면 글러브가 부드러워지면서 공을 받기 좋게 변하죠. 옛날엔 그랬는데 지금도 다들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글러브를 아버지께 사달라고 조르신 거예요, 아니면 어떤 다른 날처럼 아버지가 퇴근길 선물로 불쑥 들고 오셨던 거예요?

 

솔직히 진짜 어렸을 때라 저도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조르기도 했겠죠, 몇 번은. 아마 갑자기 가져오시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현관에서. 그 다음부터 다른 야구용품도 사기 시작하고...

 

 

그렇게 글러브가 생긴 다음부터 집 앞마당에서 세 부자가 모여서 야구를 하게 되신 거죠? 형은 타자. 타자 역할을 맡은 형은 실력이 어땠나요?

 

아, 이건 뭐. 형이 타자도 했지만 계속 바꿔야죠(웃음). 세 명이서 밖에 놀 수가 없으니까. 아버지가 투수할 때도 있고. 계속 바꿔간다는 거죠. 꼭 타자만 했던 건 아니기 때문에...(웃음).

 

그러면 야구는 아버지가 가르쳐주셨겠네요?

 

그렇죠.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요즘도 놀이터에서 캐치볼하시는 분들이 종종 보여요, 아들을 데리고. 그래서 제가 글 쓰면서도 내려다보고 하는데요. 지금 캐치볼을 하듯이, 예전에도 일요일 같은 때 아버지들하고 야구하는 게 유일한 놀이였죠. 아버지가 알려주시고, 공을 잡고 그런 장면들이 제 기억에 아주 많았어요. 저도 꿈이 그거였어요. 아이를 낳아서 야구를 좀 가르쳐 주면 좋겠다!

 

아버지, 형이랑 셋이 야구하던 시절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제일 기억에 남는 거는, <마이볼>에도 썼듯이 제가 정통으로 맞아서. 형이 휘두른 배트에 맞아서 굉장히 크게 다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버지가 하셨던 말이, 피가 진짜 너무 많이 났는데 '다 다치면서 크는 거야'(웃음). 그 대사도 처음에는 넣었다가 애들 보기에 좀 그런 것 같아서. 막 피가 난자한 상황에서 그런 대사(웃음).... 그래서 뺐어요.

 

참, 어머니 모습은 가족사진에서 빼고는 볼 수가 없는데요. 아무래도 야구 얘기라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로 집중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요.

 

처음에는 어머님이 화자로 전개하는 이야기로 구상을 해서, 사실 어머님 대사도 있었어요. <뼘책>에는 어머니 비중이 좀 있어요. 어머니하고 아버님하고 저하고 맨 마지막에 전화 통화하는 내용이 있어요. 근데 그걸 이번에는 뺐어요. 아버지하고 저의 이야기로 끌어나가보고 싶어서. 원래 <뼘책>에 실린 이야기는 아버지와 저를 포함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고요. 야구를 소재로 하긴 했지만, 야구를 풀려고 했던 이야기는 아니에요. 아버님이 이제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하고 대화를 할 때, 한번도 '아버지, 제가 어떤 얘기를 하려고 해요' 하면서 시작해 본 적은 없거든요. 항상 '이승엽 요새 어때요?'하면서 말문을 열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얘기가 생기면. 제가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은 어떻게 회상해볼 수 있으시겠어요?

 

82년도면 아마 야구가 제일 극적이었던 때라 그러니까 또 올해는 한국 야구가 30주년이 된 때다 보니까 얘기도 많이 하고. 그때는 너도나도 다 어린이회원. 다들 동네에 얘는 어디 거, 얘는 무슨 팀 잠바, 또 무슨 팀 잠바... OB잠바 입고 다니고 삼성잠바 입고 다니고. 그러니까 동네가 다 야구, 어린이들은 다 그거였어요.

 

그 때 작가님이 몇 살이셨죠?

 

따져보니까 그때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사진 중에, 제가 그때부터 미술을 많이 했었거든요. 사생대회라고 하나요? OB베어스 야구복을 아래위로 입고 사생대회 시상식에 나가서 굉장히 이슈가 됐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린 그림을 가져왔는데요. (일동 환호)

 

 

제가 상을 탔었거든요. 시상식에 야구복 입고 가 가지고. 아, 초등학교 2학년 때네요. 1학년 때 그린 그림으로, 2학년 올라가서 아마 상을 받았었나봐요.

 

와, 은상을 받으셨네요!

 

이게 한국 시리즈 6차전, <마이볼>에 나오는 그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에요. 그때도 그게 기억에 남아서. 어렸을 때 그린 이 그림을 그대로 <마이볼> 속에도 그대로 넣고 싶었었는데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결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싣지는 못했지만.

 

혼자서만 외롭게 OB를 응원했던 건 베어스의 예쁜 유니폼 때문이었다고 하시는데, 그래도 어린 나이에 아버지랑 형이 응원하는 팀(삼성)을 따라갔을 법도 하거든요. 두 사람이 혹시 삼성편으로 데려오려고 설득하지는 않으셨어요?

 

그것도 아마 어떻게 보면은 그 얘기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버지하고 다른 사람이라는 것. 물론 아들이고 아버지가 던진 공을 제가 받았지만... 어딘가에도 썼던 것 같은데, 아버지가 던진 공은 아버지가 던질 수는 있어도, 받는 거는 아버지가 기대하고 설레일 뿐이다 라고 제가 썼었는데 그 얘기를 좀 암시했던 것 같아요. 디자인이 좋아서 그랬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제가 나중에 미술을 하게 됐잖아요. 그 걸 조금은 암시하고 싶었어요. 각자 좋아하는 게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게 된다는 것. 어렵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번도 흔들린 적은 없어요(웃음). 지금도 흔들릴 생각이 없구요. 평생 OB 베어스 팬만 할 것 같아요.

 

이미 그무렵부터 확고하게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하실 정도였는데, 미술에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으셨던 거예요?

 

그림 그리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이요. 소질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주 예전부터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어린 시절에 벌써 구체적으로 정해놓지는 않으셨겠죠?

 

어렸을 때 꿈은 그냥 화가였겠죠. 유명한 화가가 되고 싶다고.

 

그럼 본격적으로 일러스트 작업하시게 된 계기가.

 

그건 대학교 4학년 때, 제가 작업실에 있는데 어느 날 디자이너분하고 선배님이 찾아오셨어요. 제가 섬유미술과를 나왔거든요. 에스키스라는 작업 해놓은 걸 그때 보시고. 지하 작업실이었어요. 두 분이 작업할 사람을 찾던 TTL잡지 표지 제목이 '언더그라운드'였고. 제가 지하 작업실에서 그리고 있는 걸 보더니 이 사람이 이걸 해야겠다, 얘가. 하셔서 그 표지를 맡아서 하게 된 게 일러스트 작업의 시작이었어요. 처음에는 패션 디자이너로 취직을 했었는데, 적성에 안 맞아서 바로 접었어요(웃음).

 

지금도 작업실에서 일을 하시고요?

 

그렇죠. 워낙 벌려놓고 해야 되는 일이니까 작업실이 따로 하나 있고. 집에서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는.

 

아 그러면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딸이 보고, 예전에 작가님이 그랬던 것처럼 아빠한테서 영향을 받을 수 있겠네요.

 

돌겠어요(웃음). 물감 같은 걸 갖고 제가 하니까 자기도 옆에서 계속 하고 싶어서. 막 물감도 찍어보고.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도.

 

<마이볼> 이전에도 동화책에 일러스트 작업을 하신 적이 있으세요. 그림 작업한 책 중에서 특별히 아끼는 작품을 하나 골라주실 수 있으세요?

 

제일 애착이 간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마이볼>이란 책도 윤소연 디자이너가 기획을 하셨는데요. 제가 초기에 <화성에 간 내 동생>이라고, 윤소연 실장님 권유로 단행본 책을 처음 하게 됐었거든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첫 작품이기도 하고 그리고 되게 재밌었어요. 새롭게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동화책에 그림 그리는 작업이랑, 글과 그림 모두 작업하는 것 두 가지 병행할 계획이 있으세요?

 

처음 해봤는데, 글과 그림 모두 작업하는 것에도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구요. 그림만 참여했을 때와는 또 다른 만족감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참 어려운 작업이다 보니까... 확실히 글 그림을 같이 하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목표는 일년에 한 권?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 두 번째 작품 구상이나 준비도 시작하셨구요?

 

네! 아직 말씀 드릴 단계는 아니지만!(웃음)

 

앗 그럼 다음 작품도 기대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맞게 봤는지 모르지만, <마이볼>에 나온 82년 OB:삼성 6차전 경기가 야구장 첫 나들이였었던 건지요?

 

그거는... 솔직히 말씀을 드려야 하나요?(웃음) 사실은 이날 가지는 못했어요. 이날 갔다는 건 팩트가 아니에요(웃음). 그 전에는 몇 번 갔었죠. 아버지랑. 그 삼성이랑 경기가 있었을 때. 이 때는 표를 구하지 못했어요. 야구장에서는 못 본 경기였어요.

 

그럼 다른 경기 때, 처음 야구장에 들어섰을 때는 기분이 어떠셨어요?

 

너무너무 좋았죠! 이런 세상이 있었는지를 몰랐을 정도로 화려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응원도구들, 그 와하는 함성소리, 같이 응원하면서 들어가거든요. 경기장을 그렇게 들어가거든요. 나올 때도 그렇고. 정말 좋았어요. 야구를 좋아하려면 야구장을 꼭 가야될 것 같아요. 야구장을 가지 않고는 야구를 좋아할 수가 없죠. 없습니다(웃음).

 

 

6차전 경기 때는 삼성이 졌는데 작가님은 기분이 좋으셨겠지만, 형하고 아버지는 영 아니었을 것 같거든요. 경기가 끝나고 분위기가 좀 험악해지지는 않았나요?

 

아, 평소 때는 아버님이 삼성이 지면 굉장히 싫어하셨어요. 근데 이런 날은 서로 잔치라고 생각을 하니까. 아버님도 그러진 않으셨구요(웃음).

 

올해 2011년은 야구 팬으로서 어떤 해였다고 말씀하실 수 있나요?

 

올해는 참 야구가 정말 많이 붐이었잖아요. 붐이었는데 저는 두산이 플레이오프를 못 올라가서 실망이었는데, 재밌었어요. 삼성이 대신 우승을 했잖아요. 삼성이 우승을 해서 아버지가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야구를 워낙 좋아하시니까 프로야구 출범 30주년 축하 메시지라도 한 마디해주신다면?

 

야, 그런데 이거 너무 야구 얘기만...(웃음) 30주년, 기분 좋죠. 야구가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막 인기가 더 많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점점 더 많아지는. 다들 저처럼 손잡고 아버지하고, 온 가족이 손잡고 한번쯤은 야구장에 가보시면 좋겠어요.

 

<마이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버지랑 전혀 야구를 하지 않게 되고, 목욕탕도 함께 가지 않게 되었다는 대목이 있죠.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도 아버지와의 대화가 거의 없어지는 시기가 찾아오는데, 이건 어쩔 수 없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다른 의견이 있으신지 작가님에게 한번 듣고 싶었어요.

 

어찌보면 쓸쓸한 얘긴데, 그런 시기들이 다들 있다고 말씀을 하셨잖아요. 자기 일에 빠지고, 자기 공부하고, 사춘기 지난 다음에 또 대학 들어가고 하다 보면은.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그때는 정말 외로워지는 거거든요. 아버지는 외로워지고. 아들이 어렸을 때 다가서려고 했던 것처럼, 아버지도 그때 다가서려고 하면 아들이 바쁘잖아요. 사이는 또 벌어지고. 그때 모두에게 그런 쓸쓸함이 오게 되고, 뭐랄까, 그게 계속 이어지는 것 같은 것. 그런 쓸쓸한 그 느낌도 <마이볼>에 담고 싶었어요. 제가 커가고, 아버지는 늙어가고. 아버지는 언젠가 돌아가실 것 아니에요. 저는 또 똑같이 아버지가 될 거고. 또 제 자식은 제가 바쁠 때 저한테 다가서려고 해도, 제가 시간이 없어서 못 받아줄 거고. 계속 그렇게 이어져가는 것 같아요.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하신 게 그 얘기인 것 같아요.

 

예전 만큼 요즘 아버지들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잖아요. 예전 아버지들은 그래서 살갑지 못했고. 아무리 바빠도 요즘은 아빠들이 아이들한테 많이 치중을 하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앞에서 말한 이야기는 저희 세대에서 느끼는 감정이었을 것 같아요. 저희 세대 때 아버지들이 느끼는. 바쁘지만 살갑게 대해주지는 못하지만 아버지들의 애정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들은 애기들이랑 시간을 많이 갖기가 힘들잖아요, 그런 아버지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좀 해봤어요.

 

서문에서 본인의 아버지를 가리켜 '유명 인사는 아니었지만 우리 가족의 든든한 가장이었던 평범한 나의 아버지'라 소개해주셨는데, 작가님은 앞으로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으세요?

 

저희 아버지처럼 어려운 아버지로 비춰질 것 같지는 않아요. 제 아버지처럼 무뚝뚝한 아버지는 없겠죠, 없을 거예요. 우리 아버지가 잘못하셨다는 게 아니고, 저는 조금은 아버지보다는 덜 무뚝뚝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임감. 책임감은, 어떤 아버지든 다 느끼는 책임감일 거예요. 제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그런 것을 떠나서요. 그런 책임감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한테 내가 어떻게 해주느냐가 아주 중요하잖아요. 아버지도 말씀은 없으셨지만 제가 어떤 식으로 살아야한다는 이야기는 은연 중에 계속 저한테 하셨던 것 같거든요. 저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제 딸한테 이래라저래라 다 꼬치꼬치 얘기해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평생. 아버지로서요. 또 딸이니까 조금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어떻게 살아라라고 하는 얘기를. 다 해줄 순 없고 대부분은 지켜봐 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이의 미래를,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항상 지켜봐주는. 아버지의 역할인 것 같아요, 그게.

 

 

야구 얘기가 너무 많긴 한데(웃음), 이왕 준비해온 거니까 조금 더 여쭤볼게요. 앞에서 하신 말씀 중에 답이 이미 나오긴 했는데(야구를 좋아하려면 야구장에 가야한다!), 저처럼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신다면?

 

다들 얘기하시잖아요.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같다고. 볼 때마다 역전의 드라마고, 자기 팀이 져서 실망할 때도 있고. 야구는 정말로 가만히 보고 있으면은 정말 인생 같아요. 누가 이런 얘길 했는데, 야구만 사람이 들어왔을 때 점수를 준다고. 축구나 농구나 공이 들어가야 점수가 나잖아요. 그런데 야구만이 유일하게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를 주는 운동. 일단 홈베이스부터 집 모양처럼 생겼고, 가족과 인생을 담고 있는 것이 야구라고 생각해요. 야구를 모르시는 분들도 꼭 야구 경기를. 제가 마치 야구 홍보대사가 된 것 같네요(웃음). 그리고 아버지하고 가족들이 꼭 같이 봤으면 좋겠어요.

 

제일 좋아하는 야구 선수를 공개해주세요! 그리고 본인이 야구 선수가 된다면 맡고 싶은 포지션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김동주 선수죠. 김동주 선수가 프랜차이즈 스타잖아요. 두산 베어스의. 김동주 선수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도 야구를 했었어요. 아버님이 하게 해주셔가지고. 리틀 야구 같은 걸 했었는데, 그때 유격수를 했었어요.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다시 하더라도 역시 유격수를 해보고 싶어요. 야구는 유격수!

 

야구가 유년 시절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쉽게 짐작이 돼요. 혹시 야구 외에도 어렸을 때 많이 좋아했던 것, 큰 영향을 줬던 것을 떠올려 보신다면요?

 

만화책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어렸을 때 책을 솔직히 많이 읽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만화책은 정말 좋아했어요. 야구 만화 재밌는 거 되게 많거든요. 야구만화 중에 H2 같은 거 너무 좋아하고.

 

<공포의 외인구단>도 혹시 좋아하셨어요?

 

너무너무 좋아했죠. 그 만화가 보물섬에 나왔던 거니까.

 

야구 질문은 이제 진짜 마지막인데요(웃음), 평생 제일 기억에 남는 게임으로 어떤 걸 꼽으시겠어요?

 

그 박철순 선수 은퇴 경기요. 저도 갔었거든요. 펑펑 울었어요. 마운드에 키스를 하는 그 장면. 박철순 선수를 <마이볼>에도 그렸지만 정말 좋아하는 선수였어요. OB베어스 하면 박철순 선수죠. 박철순 선수 은퇴식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너무너무 울었었어요.

 

<마이볼>에 등장하는 박철순 선수(오른쪽)의 모습

 

 

작가님이 좋아하시거나 작가님에게 자극을 주는 그림책 작가들 소개도 좀 부탁 드릴게요.

 

저 같은 경우는 여러 작가들을 많이 좋아하는 편이에요. 3대 작가라고 얘기하는 존 버닝햄, 찰스 키핑,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세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을 좋아하거든요. <새벽>이라는 그림책은 정말 많이 좋아해요. 유리 슐레비츠의 작품인데, 마음으로 느껴지는 감동 같은 게 있잖아요. 요즘은 일본 작가들 작품에 빠져있거든요. 초신타라든지 아라이 료지 같은 그림 스타일이나 해석 방법이 좋아요. 통쾌하다고 할까요? 특히 일본 서적들은 상상력도 너무 기발하고 통쾌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2011년도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나, 올해 안에 꼭 하겠다고 세워두신 계획이 혹시 있으세요?

 

일단은 저는 처음 책이 나왔으니까, 올해 안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제일 하고 싶은 건 이제 제 다음 책에 대한 구상을 좀 해봤으면 좋겠고. 올해 안에 제일 하고 싶은 건 한번 뭐라고 해야 할까. 요즘 조금 바빴었거든요. 그래서 여행을 2박 3일 정도 갔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어른들도 좋아할 수 있는 그림책이지만 어린이들, <마이볼>을 읽게 될 초등학생 독자들에게 특별히 한 말씀 부탁 드릴게요. 또 하나, '이번 겨울에 이거 한번 해봐'하고 권해주실만한 것 혹시 있을까요? 얼마 전에 겨울방학이 시작됐거든요.

 

추우니까 야구를 하기는 좀 힘들고...(웃음) 초등학생 친구들한테 뭘 시킬까...(웃음). 책을 많이 읽어보면 좋겠어요, 겨울방학에. 그림책을 많이 보고 상상력을 많이 키울 수 있는 그런 겨울방학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이볼>이 솔직히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린이 책으로 처음에 나왔던 책이 아니라서 대상을 낮추는 작업이 사실은 좀 힘들었거든요. 조금 더 내려보고 싶었는데 완전히 내리진 못한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 좀 어려운 책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부모님한테 하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쉽게 처음에는 재밌게 야구 얘기로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게 아버지 얘기라는 것을 나중에 조금 더 커서 느낄 수 있겠죠. 근데 그 조금 어렵더라도 재밌게 야구책으로 읽히면 좋겠어요, 어린이들한테는. 그리고 조금 더 있다 생각해보면 아버지에 대해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준재 작가님의 새해 소망 들어보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소망. 새해 소망은... 내년에 꼭 두산이 우승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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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꽃방 2012-01-0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보게 되었는데 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책이네요^^

딸기꼬치 2012-01-03 18: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꼭 같이 읽어보세요!
 

소설가 심윤경이 돌아왔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기를 마치고. 다시 독자들을 찾은 그가 준비한 것은 뜻밖에도 세 권의 동화책이다.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아이들. 엉뚱하고 언제나 제멋대로지만, 그 통통 튀는 매력 앞에 어른들을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시리즈의 첫 세 편(<화해하기 보고서>, <개구리 폭탄 대결투>, <반짝 구두 대소동>)에서는 학교와 집, 떡볶이 가게를 안 가리고 온갖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귀염둥이 은지가, 2012년 초 출간될 세 편의 동화에서는 은지를 짝사랑하는 호찬이가 주인공으로 활약할 예정. 시리즈 출간을 앞둔 2011년 10월 6일, 동화작가로 변신한 심윤경 씨를 사직동의 한 까페에서 만났다. 매력덩어리 은지와 호찬이는 어떻게 탄생했는지부터 데뷔 10년을 맞은 소감, 올해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의 엄마이자 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 심윤경 작가의 신작을 고대했던 독자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새로운 소설의 출간 예정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사진 : 사계절출판사 정미은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알라딘 이승혜) 

 

<서라벌 사람들> 이후 3년 만의 신작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오셨습니다. 그간의 근황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2008년에 <서라벌 사람들>을 썼는데, 그 이후로 아주 긴 정체기가 왔어요. 개인적인 정체성의 위기이기도 했고. 제가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생각할만큼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 정체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화를 쓰게 됐어요. 그 전까지는 동화를 쓰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것이 흔들리는 시기이니까 모색해보는 기회로 삼아보자,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뚜렷한 게 없으니까. 그러면서 마침 유아에서 어린이로 접어든 제 아이에게도 이야깃거리가 좀 더 풍성해졌죠. 아이와 아이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것들을 조금씩 모아서 썼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즐거웠고 여기 몰랐던 나의 적성이 하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는 저한테는 굉장히 고마웠던 작품, 힘든 시간을 같이 해준 작품이에요. 이제는 앞으로 어떤 힘든 시간이 돌아와도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러기까지 동화가 참 많이 도와줬습니다. "

소설가로 데뷔를 하시고, 또 한번 동화작가로 두 번째 데뷔를 앞 두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가 아주 친밀하게 지내는 한 그룹의 사람들이 있어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났기 때문에 사는 지역도 떨어져 있고 성별도 나이도 또 조금씩은 다 흩어져 있는, 아이 또래 친구들이에요. 지방에 사는 친구, 남자아이들, 공부를 잘 하는 아이, 못 하는 아이, 이렇게 성격도 제각각이고. 누구나 자기 주변을 기준으로 살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는데, 좀 더 넓은 범위 안에서 아이들을 보게 된 거죠. 아 세상에 아이들이 이렇게 다양한데, 이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 코드를 저는 '웃음'으로 잡았어요. 웃음.  

아이들은 웃는 존재들인데 지금까지 이제 제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접했던 바로는 한국 아동문학에서 그 코드는 잘 짚어지지 않은 부분인 것 같았고요. 또 사회적인 책임감, 정의감각, 도덕, 그런 부분을 다루는 데 충실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한국동화라는 것에 대해서 약간은 부담감 같은 것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는 아이들도 느끼잖아요. 아이들은 많은 걸 받아들이는 존재들이지만, 무언가 목적성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되니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너희는 충분히 아름답고 재미있고 너희의 생활 자체가 굉장히 가치 있는 거다, 너희의 감정과 생활, 이것이 정말 좋은 소재가 되고, 가치 있다라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동화의 독자일 때 그리고 동화를 쓰는 시작한 이후, 두 시기에 느꼈던 동화의 매력에 혹시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먼저 동화 작가로서가 아니라 글을 쓰는 입장에서 언제나, 제가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해요. 이전에는 피상적으로 보던 것들을 글쓰기를 통해 주의 깊게 보고, 또 새로운 의미를 캐나가는 것이 보석찾기를 하는 것처럼 굉장히 기쁘거든요. 아이의 경우에도 내가 키우는, 내게 많은 일거리를 안겨주는 그런 존재이기만 할 때보다, 글의 소재로 삼으니까 또 아이가 다른 눈으로 보이더라구요. 

아이를 키운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이럴 때 욱 하고 또 저럴 때 욱 하는 순간이 많은데요. (웃음)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아이의 동네 친구들, 또 아이들 일이 어른들 일이 되어서 저도 휘말려 들어가고 그런 일이 생기는데, 많은 것이 객관화가 되고 많이 용서가 되고 '웃기면 용서한다. 나는 웃기면 용서하겠다'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저에게 웃음으로 접근하겠다는 기본 방향이 있으니까. 나는 얘 때문에 내가 진짜 미쳐 죽을 것 같은데, 한발짝 떨어져서 보면, 남들이 날보면 참 웃기겠다, 나는 죽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면서 피식하고 쌓였던 게 가라앉고 웃으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당사자가 아닌 제 3자로서 아 이 상황에는 이 아이의 자람과 개성이 녹아져 있구나라는 게 보이면서 더 좀 덜 감정적으로 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아직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를 읽기 전인 독자분들께 미리 간단한 작품 소개를 해주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될 어린이들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있으시다면 같이 들려주세요. 

"이 은지와 호찬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아주 평범한 초등학생들이에요. 작품 속에서는 아직 1학년이구요. 학교를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학교란 무엇일까라고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요. 그건 사실 부모쪽이 더 크기도 하죠.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아이들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그 첫 마음이 저에게도 굉장히 컸는데, 부담감이랄까 불안감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을 좀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에 간다는 건 굉장히 즐거운거고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일이다, 학교에서 너희는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구요. 

(책을 읽게 될) 아이들에게 제가 바라는 건 정말 한가지 밖에 없어요. 보고 즐거우면 돼요. 정말 엄마 나는 이 책을 읽어서 너무 즐거웠어라는 반응?. 이게 벌써 끝나서 아쉬워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면 좋겠고요. 또 하나 특별히 더 바랬던 건요. 일반화이기는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그래도 책을 많이 가까이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남자아이들은 책읽기에 쉽게 흥미를 못 붙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이 동화가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더군다나 글밥과 부피가 꽤 되는 그런 책에 좀 약간 겁을 먹는 책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쉽게 편안하게, 아 글씨만 있어도 재미있네 즐거웠어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지독한 편식쟁인 은지는 흰 우유, 과일, 시금치, 김치, 나물 등 안 먹는 게 너무 많다. 은지를 놀려먹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개구쟁이 호찬이는 은지가 ‘골고루 먹는 어린이 스티커’를 한 장도 못 받은 걸 가지고 놀려댄다. 이런 은지에게 이모는 우유 한 잔을 쿨하게 마셔 보라고 부추긴다. 우유를 마시니 배 속이 꾸륵꾸륵 요동을 친다. 은지는 배 속에 수백 마리의 개구리들이 들어앉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배 속 개구리들 때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은지. 호찬이의 놀림에 그나마 남은 힘으로 호찬이 얼굴에 개구리 방귀 폭탄을 발사하는데... 
"여태 장조림만 먹었으니까 이제 다른 반찬도 좀 먹어야지! 골고루 먹어야 키가 크지!" 
엄마가 물을 가져와서 김치를 헹구어주었다.
"자, 우리 은지도 김치 잘 먹을 수 있지? 이제 물에 헹궜으니까 안 매워. 먹어 봐!"
"싫어! 너무 커! 작게 해 줘!"
엄마는 김치를 조금 잘라 주었다.
"아직 여기 고춧가루 묻어 있잖아!"
엄마 얼굴이 좀 안 좋아 보였다.
"자, 다시 한 번 씻었다. 얼른 먹어."
"싫어! 김치 씻은 물이 밥에 묻었잖아. 밥이 더러워졌어. 나 이 밥 안 먹어!"
나는 숟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 놓았다.
그다음엔 어떻게 되었을까? - <개구리 폭탄 대결투> 본문 중에서

편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개구리 폭탄 대결투> 서문에서, 아직도 시금치랑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고백을 하셨어요! (웃음) 아이들 편식 문제로 고생하는 부모님들이 많으시잖아요. 그래서 여쭤보고 싶은 건데,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도 순순히 먹게 만드는 비결을 알고 계시나요?  

"전혀 없어요. (웃음) 저희 딸이야말로 정말 특이한 입맛의 소유자라서 밥먹이기가 아주 편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요. 먹는 것만 주면 아주 편하게도 먹이지만, 좀 색다른 걸 시도하려고 하면... 환경이라는 것이 항상 아이들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될 수 없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아주 큰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렇지만 저도 어릴 때 편식이 심했던 1인으로서 그 심정도 너무 이해가 가요. 아직도 기억나거든요. 너무 싫은데, 싫어 죽겠는데 어른들은 이 맛있는 걸 쯧쯔 하고... 기억나는 게 한 초등학교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저는 회가 그렇게 싫었어요. 그때는 회가 그렇게 흔한 음식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른들이 너무 맛있다고 하고. 한입만 먹으라고 하는데 저는 정말 죽을 것 같은 거예요.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그때 어른들이 그 좋은 음식을 저에게 먹이고 싶었던 마음 그게 이제야 이해가 가지만. 아직까지 강렬한 그 죽을 것 같았던 (웃음) 기분이 또렷하게 남아 있거든요. 저는 제 딸에게도 그렇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한번만 해보자, 이걸로 끼니를 다 채우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골고루 먹으라고는 안 하는데 한번만 해보자 그러면 그중에 정말 몰랐던 맛을 찾아낼 수도 있다, 한입은 해보자 우리 예의상. 그게 저와 저의 딸의 타협점이에요, 한 입!'"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은지는 시시하고 당연한 이야기는 싫어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기주장을 굽힐 줄 모르는 아이다. 그러한 은지가 일기장에 엄마에게 억울하게 혼난 이야기를 잔뜩 써 놨다. 그걸 본 엄마는 가슴을 탕탕 치며 자신도 억울하다 한다. 엄마와 딸이 대치 국면에 들어서 쉽사리 해결점을 찾지못하자 엄마가 깜짝 놀랄 새로운 제안을 한다. '화해하기 보고서'를 써 보자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나씩 써 보면화해할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은지는 잠깐 엄마의 의도를 의심해 보지만,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아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엄마와 딸은 초저녁부터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떠올려보기로 하는데...

"이제 그냥 화해하면 안 될까, 엄마?"
나는 정말로 자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정말 중요한 내용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걸. 이대로는 화해할 수 없어."
나는 벌서 엄마의 사과를 받고 마음이 다 풀렸는데 엄마는 뭐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엄마는 나보다 속이 좁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말했다.
"뭐가 제일 중요한 내용인데?"
엄마가 이렇게 썼다.
4. 준비물을 미리 챙기지 않았다. 알림장을 쓰지 않았다.
"자, 어때?"
엄마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나는 투덜거렸다.
"뭐? 뭘 알아?"
"결국은 다 내가 잘못했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한 번 더 야단치려고 그러는 거잖아! 전부 엄마 마음대로잖아!"  - <화해하기 보고서> 본문 중에서

<화해하기 보고서>에 등장하는 보고서 쓰면서 엄마랑 화해하기, 대단히 독특한 발상인데 어떻게 떠올리셨는지. 실제 경험이 책으로 들어간 건지 궁금했어요.

"하하 그 준비물 사러 시장으로 두 번 뛰었던 엄마가 바로 접니다! (웃음) 두 번 뛰었는데, 그때 우리 딸은 초등학교 1학년은 아니었고 더 어렸어요. 어린이집 다닐 때였어요. 그런데 아이니까 애기니까, 전달을 했는데 이제 저한테 떠듬떠듬 전달을 했는지. 그때 또 저는 마음이 급해서 화분만 들렸던 거예요. 그게 '야채 모종'이었어야 하는데 '야채'는 짤리고, 이제 '내일까지'랑 '화분'이라는 것만 입력하고 시장으로 열심히 뛰었는데 딸이 '이거 아니고!!!!!!' (웃음) 그래서 그 밤을 험난하게, 피차 험난하게 보내고...  

그런데 우리딸이 굉장히 고집이 세거든요. 끝까지 주장을 하더라구요. '엄마도 잘못을 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저는 이제 두 번 뛴 생각 밖에 안 나구요. (웃음) 너무 힘든 생각밖에 안 나고 막 분하고 괘씸하고 나에게는 너무나 화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우리딸은 정말 한 군데만 딱, 왜 한놈만 친다 그러잖아요 하나만 주장하는 거예요. '나는 다 말했다, 엄마가 못 들은 거다', 그런데 그걸 인정하기가 싫은 거예요. 나는 화나고 너무 고생했어,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너 때문에 니가 일찍 말하지 뭐 그런 여러가지 핑계들이 생각이 나는데, 아주 깊은 밤이 되어서야 받아들여졌어요. 딸 말도 일리가 있구나, 내 실수도 있는데 아이라는 이유로, 나는 어른이 아이를 야단치는 형식을 취하고 싶은 거였구나 얘는 아주 억울하겠구나.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아주 힘들게 받아들여지더라구요. 

근데 그런 경험이 저에게만 있는 건 아닐 것 같고요. 아이의 억울함이라는 게 가만 생각해보니까 제 어린 시절에서도 떠오르더라구요. 왜 엄마는 나의 억울함을 인정 안 해주지? 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다는 아닌데. 고것만, 그래 그거는 엄마가 잘못했다라고 해준다면 내 마음이 훨씬 편할 것 같은데. 그 날 있었던 일을 하나의 둥그런 덩어리가 아니라, 이걸 잘게 잘라서 이건 니 잘못, 요건 내 잘못 이렇게 플러스 마이너스, 대충 이 정도만 해도 부분부분에 대해서 한번씩 짚으면은 적어도 받아들이기가 서로 훨씬 쉽고 덜하다나는 걸 어느날 이렇게 경험을 하게 된 거죠. 그런 다툼을 이렇게 좀 더 나눠서 정리된 형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거고요." 

다른 엄마들도 화해하기 팁으로 많이 활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우리 둘의 (화해) 기술이 훨씬 더 좋아졌다는 생각을 해요."

주인공 은지 아빠 직업이 교도관인데요, 교도관 아빠를 둔 아이가 나오는 동화는 처음 읽어봤어요. 은지 엄마가 다니는 백화점도 동화 속에서 부모님의 직장으로 흔히 등장하는 장소는 아니구요.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동네가 그래요. 아파트촌이 반이라면 개인 주택촌이 반이고, 또 직업들도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더라고요. 이 동화를 쓰겠다고 마음 먹은 그 무렵에 제 친구 하나가 7급 교정직 공무원에 합격을 했다고 한턱 낸다고 하는데 아 맞어, 아 이것도 하면서 기억을 해뒀었고요. 제가 사직동에서 나고 자랐는데 저 어릴 때만 해도 근처에 서대문 형무소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교도관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어쩌다 가족 직업을 이야기하게 되면 늘 아빠가 공무원이라고만 얘기를 해요. 더 캐묻지도 않는데. 그리고 어느날 아주 오래 알고 지낸 다음에서야 그 친구가 실은 우리 아빠는 교도관이라 형무소에서 일을 하신다고 얘길 해줬죠. 흔치 않은, 인상 깊은 기억이었고요. 

그 두 가지가 생각이 나면서, 아빠들이 보통 집안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한방'이 있는, 엄할 때는 굉장히 엄하고 편안할 때는 굉장히 편안하고. 엄마가 무서운 것과는 다르게 한번 무서우면 아예 급이 다른. 그런 이미지를 굉장히 잘 나타낼 수 있는 직업이 교도관인 것 같았어요. 아빠는 벌 주는 거 하나는 확실하다, 뭐 그런. 그리고 백화점에 다니는 엄마는... 여자아이니까 예쁘고 화려한 거에 자연히 관심이 많을 수 있잖아요? 서민적인 직업이지만 아이가 굉장히 동경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하는. 그런 약간의 비틀림이 있는 직업들인데, 엄마는 그렇게 화려한 곳에서 서비스업을 하면서도 아빠랑 싸우면 늘 이겨. 그런 엄마가 더 쎄. 알고 보면 교도관인 아빠보다 우리 엄마가 훨씬 더 쎄더라, 아이에게 그런 신기한 느낌 그런 게 굉장히 매력 있게 느껴졌어요. 그런 가족 구성이."

가족 얘기 하시니까, 은지네 이모 얘기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한 집에 살다보니까 은지가 이모랑 굉장히 친밀한 사이잖아요. 이모는 항상 무조건 은지 편을 들어주니까요. 집에서는 구박 받지만 귀여운 구석도 있고, 은지한테는 위대한 위치에 있는 이런 이모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어요. 

"은지네 가족은 기본적으로 대가족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은지 아빠 엄마 동생. 그렇게 살려면 아파트라는 공간은 가능하지 않죠. 주택이어야 하고, 이모라는 존재는 그러니까 저희 어릴 때도 그랬지만 정말 1년 365일 센터 같은 존재죠. 이모만 오면 너무 좋고, 이모는 언제나 내 편이고 자기 아이들보다 나를 더 예뻐하고 엄마를 야단치는 일을 이모는 감싸주고. 이 동화 속에 나오는 이모는 상당히 철부지 이모예요. 집에선 구박 덩어리(웃음). 취직도 안해, 결혼도 안해, 돈도 허황되게 써. 아 이런 철부지야 하지만, 이 조카에게만은 절대적인! 너와 나는 한팀, 운명공동체, 우리는 무슨 사고도 서로 다 덮어준다라고하면서 똘똘 뭉치죠.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지원이 되어주는 그런 존재로. 

이모의 캐릭터도 굉장히 아이 같죠. 덜 자란 어른인데, 은지는 자기한테 참 언제나 그 자체로 선물덩어리 같은 그런 이모랑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우리 이모, 아니 이모부까지. 이모와 이모부는 저에게 한 가족이에요. 부모님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 계시는. 그분들이 저와 제 오빠에게 우리 남매에게 정말 전폭적으로 퍼부어주신 사랑과 지지는 이루 말로 다 못하죠. 집집마다 이모든 고모든 삼촌이든 그렇게 퍼부어주시는, 부모의 사랑과는 또다른 그런 게 있더라구요. 그런 느낌을 한번 살려보고 싶었어요." 

정규태나 호찬이, 은지, 또 민우 같은. 어린 시절 친구 중 동화 속 캐릭터의 모델이 된 사람도 혹시 있나요?

"이 동화에 나오는 친구들은 저의 어린 시절에서 초대한 친구들이 아니라, 제 딸의 주변에서 찾은 아이들이에요. 강은지라고 하는 이름은 제 딸의 같은 반 친구 이름이었는데요. 이름이 하도 예뻐서, 은지라는 이름을 쓰게 됐어요. 동화 속 은지하고는 전혀 달라요. 하지만 이름이 예뻐서 가져온 거구요, 이 동화 속에 나오는 친구들, 호찬이 은지는 양쪽 남자주인공 여자주인공인데 둘 다 제가 설정하기로는 아주 평범한 아이들, 조금 엉뚱하고 자유로운 아이들이었어요. 아주 평범한 보통 아이들, 그리고 김지수나 이민우 같은 아이들은 상당히 흔한 캐릭터죠, 어디에나 있는. 착하고 공부 열심히하고 뭐 선생님한테 무난한 성격들, 편안한 성격들? 

그리고 이제 규태 캐릭터가 제가 돌아다니다가 본. 요새 아이들이 여러가지 교육을 받고 어른들한테 이제 자기 PR하는 시기가 일찍 발달하다 보니까 굉장히 제 눈에는 특이하게 보이는 친구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저는 이런 것도 할 줄 알고요'하는 말. 옛날 같은 경우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저는 공부를 잘해요' 그랬는데 요새는 그게 아니라 저는 '창의력이 뛰어나요'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더라구요. 아 요새는 자기 PR 종목도 바뀌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조금은 서글펐어요. 순수함 이상의 창의력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순수함이 최고의 창의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아이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창의력이 본질이 아닌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들은 아 참 똑똑하다 너는 창의력이 참 뛰어나구나 하고 말은 하면서도 그런 마음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어린아이의 정말 아름다운 본질은 조금 잃어버렸다는. 또래 친구들은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약간의 씁쓸함... (웃음) 또래 친구들은 아 또 시작이셔 잘났어라고 말은 차마 못하겠지만 그래도 씁쓸해하는.  

오히려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한 바 없는 다른 아이들에게 오히려 훨씬 더 창의력이 살아있고, 자연의 야성미가 살아있는 그런 모습을 포착하고 싶었어요. 가공되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자연스러움을 좀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 규태라고 하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언제나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돌볼게요, 제가 했어야 했었는데, 저는 다 알고 있었는데, 아, 안타까워요, 정말, 제 친구들은 왜 이렇게 어린 걸까요, 제가 잘 볼봐줄게요, 저는 이런 경우에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퐈야퐈야...' (웃음) '대화를 한답니다'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잘 하는 표현이 아니거든요. '저는 ... 한답니다'라는 말을 언제 어쩌다가 한번은 할수도 있겠지만, 만병통치약 같이 아이가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어 저것은 그리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어쩌다 들었는데 그 표현이 재미있어서. (웃음)" 

그런 의미에서 은지는 굉장히 창의력 있는 아이가 아닐 수 없는데, <반짝 구두 대소동>에서 난데없이 강아지를 하겠다고 나서서 얼마나 웃었는지. 이 책 서문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선택하는 은지를 칭찬하고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강조하셨던 이유를 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은 뭔지, 좋아하는 것 또는 최대의 관심사라고 할까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최고의 창의성은 순수함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따라갈 수 있는 아이의 더 좋은 점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무엇을 봐도 그것만큼 아름답지가 않아요. 그래서 은지와 호찬이, 이제 호찬이는 이번에 나온 세 권의 책에서 아직까진 주인공이 아닙니다만, 호찬이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이야기가 나올텐데, 은지와 호찬이는 그 자연스러움이 살아있고, 야성미라고 해야 할까, 설득되지 않는 아이들이에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정말 진짤까? 하고 한번 의심하는 아이들. 저는 그 정신이 참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남들은 모두 대사가 많은 주인공이 제일로 좋은거야라고 하지만, 얘는 아 그게 힘들텐데... 대사가 많으면. (웃음) 하는 거죠. 그건 굉장히 힘든 일이야, 내가 하고 싶은 건 다른 거야, 하고 자기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본능적으로 잘 분별하는 아이. 

남들이 좋다좋다 하는 거에 결국 휩쓸려 가는 사람들이 다수인데,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지키면은, 지키면서 자라면은 그게 꼭 공부에 도움되는 방향은 아닐 수 있겠지만 정말로 매력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공부 잘하는 건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 차별성이 되지 못하고, 점점 더 매력으로 사람에게 강하고 명료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는 세상이 점점 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어떤 개성,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는 것이 정말 우리 아래 세대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을 저는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요새 푹 빠져 있는 일이라고 하면은, 그게 저의 주제이기도 한 것 같네요. 세상에서 좋다고 말하는 것과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의 차이를 구별해 보는 중인 것 같아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예를 들자면 제가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구요. 그걸 깨닫기까지 무려 40년이 흐른 것 같아요. 여행을 저도 좋아하죠, 가면 좋은데 그것이 저의 본질적인 욕구, 저에게 정말 충만감을 주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여행은 좋다, 여행을 가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라는 많은 말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니까 저는 그게 또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책도 늘 읽는 책이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책이 뭔가 그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분별하는 것, 타인의 욕구와 나의 욕구를 분별하는 그게 요새 저에게 아주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은지네 반은 학예회 때 라틴 댄스와 연극 [장화 신은 고양이]를 하기로 했다. 은지는 이모에게 선물받은 보석이 천 개 달린 예쁜 구두를 라틴 댄스에 신기로 하였다. 플라스틱 구두라서 신으면 무척 발이 아플 거라는 온 식구의 경고도 무시한 채 은지는 학예회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드디어 학예회 날, 보석이 반짝반짝하는 구두를 신었더니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하지만 얼마 안 되어 금세 발이 아프고, 은지는 비운의 짝꿍 호찬이와 라틴 댄스를 추다가 그만 스텝이 꼬이고 만다. 그바람에 호찬이와 한참 투닥투닥 싸우게 되는데... 

나는 강아지 모자를 쓰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민우를 졸졸 따라다녔다. 강아지는 원래 그렇게 주인을 따라다니는 거니까 말이다. 막내아들과 공주님이 결혼할 때도 나는 이민우와 정규태 공주 사이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이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강아지는 원래 그런 건데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귀를 긁거나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면서 좀 더 강아지 같아 보이려고 노력했다.
우리 가족들은 연극을 보지 않고 모두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엇다. 어쨌거나 나는 대사도 하나도 없고 이민우 옆에 계속 있을 수 있어서 아주 편하고 좋았다.
(중략) 

"은지야, 엄마는 어디 계시니? 같이 사진 찍어줄게."
호찬이 아빠가 말했다.
"우리 엄마는 백화점 세일 기간이라서 못 오셨어요." - <반짝 구두 대소동> 본문 중에서

<화해하기 보고서>, <개구리폭탄 대결투>, <반짝 구두 대소동>의 뒤를 이어 이 다음에 나올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에는 어떤 에피소드를 준비하셨는지 살짝 귀띔해주시겠어요? 

"앞으로 호찬이가 주인공이 되고 은지는 호찬이의 친구들 중 하나로 나오는 세 권이 더 준비되어 있는데요, 생일파티 이야기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나네요. 규태... (규태 이름만 등장해도 웃음이 번지는 인터뷰 자리) 규태의 생일파티에 호찬이가 가서 대활약을 펼치게 되죠. 일단 생일파티에서는 소동이 한바탕 벌어지고. 친구끼리 정말 하기 힘든 한마디, 미안해. 미안하다고 인정하기까지의 그 정말 힘든, 아이들의 놓기 힘든 자존심, 아이들도 자존심이 있으니까요, 그 이야기가 있구요. 

또 하나는 사실은 이 시리즈의 처음이 되었어야 하는 이야기인데요, 입학 이야기가 있어요. 입학하기 이전까지 숫자나 한글, 더군다나 아이를 키우다보면 둘째는 엄마가 신경을 안 쓴다는 것, 덜 쓴다는 것이 정설이거든요. 큰애 때는 아주 열심히 준비해가지고 알파벳, 두자릿수 곱셈부터 덧셈, 뺄쎔까지 싹 다 해가지고 가는데, 둘째는 이제 '아 얘는 이제 걷는 것만 해도 너무 귀여워'로 만족하는 거요.(웃음) 그러다보니까 학교에 딱 입학할 무렵이 돼서 엄마들이 '너무 준비 안 돼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잠시 후르륵 달아오르는 시기가 또 있어요. 제가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도 그런 불안의 시기가 있었어요. 저는 아이가 하나고 그 불안이 꽤 강했는데, 학교에 간다는 게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한 경험이구나, 학교의 교육과정도 상당히 아이들 친화적이고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에 젖어갈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의 경험을 했었고요. 그런 느낌,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하나는 뭐였더라? 아, 그리고 이제 학교에서 일일교사처럼 엄마 아빠들이 오셔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날은 또 은지 아빠가, 교도관이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은지네 아빠가 오시는 거죠. 호찬이네 아빠는 태권도 사범님이세요. 그래서 호찬이는 우리 아빠가 제일 쎄지, 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더 쎈 존재가 나타나는 거죠. 호찬이는 사실 은지에게 상당한 호감이 있어요. 근데 아이니까,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을 못해서 늘 은지의 성질을 돋우죠. 둘이 늘 티격태격하면서도 호찬이는 늘 은지한테 다가가려고 노력을 하고요. 

그리고 장차 하고 싶은 이야기로 이런 것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이 동화 속에서 아주 뚜렷하게는 드러내지는 않겠지만, 은지네는 서민 가정이고 호찬이네는 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든요. 아이들끼리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부자야, 누구네는 더 부자야, 가진 물건이라든지 그런 걸 가지고 상처를 주는지도 모르면서 하는 그런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 아이들이 좀 더 열린 자세라고 할까, 산다는 것이 이 모두에게 평등하지도 않지만 차이가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서열화되는 그런 문제는 전혀 아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의 세계가 있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세계가 있고,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그런 차이를 폭발시킬 필요가 없다는 그런 이야기를 두드러지게 드러낼 필요가 없다, 아이들끼리 얼마든지 잘 섞일 수 있고 그것에 대해서 배워가는 것, 아이들도 배워가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것,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따님이 요즘 가장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인지 알고 싶어요. 아이 책을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릴 때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 주시는 편인지도 궁금하고요.

"학교 공부나 다른 건 아이에게 일임하다시피 하는 편인데요. 독서에 있어서만큼은 나름대로 아주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나름의 단계를 거쳐서 목표로 하는 최종 목표 지점은 고전이에요, 고전. 고전을 향해 가고 있어요, 제 딸은. 물론 여러가지를 읽습니다만, 고전도 편집본이 아닌 최대한 원전을 살린 고전을 읽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고, 도서관에는 잘 안보내요. 근처에도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데,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은... 사실 제가 도서관에 가도 책을 고르기가 어렵거든요. 그 엄청난 책 쓰나미 속에서 저도 어려운데 아이는 더 어렵겠죠. 그러다보니까 제일 쉽게 손이 가는 건 만화예요. 물론 여러가지 좋은 만화, 학습만화들도 많습니다만, 읽기라고 하는 본연의 기능에서 만화는 분명히 지양해야 하는 점이 있고요. 

저희 집에는 아이 책이 많지 않아요. 언제나 책꽂이 두 개, 크지 않은 책꽂이 두 개의 분량을 유지하거든요. 그 정도의 컬렉션이면 아이에게 충분하다고 생각을 해요. 여러 번 읽기,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게 제 생각에는 문장력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그냥 단순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내용의 흐름을 따라가는 걸 넘어서 글을 쓸 수 있게, 문장을 쓰고 안정되게 글을 구성하는 능력은, 반복해서 읽는 것에서 온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좋아하는 좋은 책, 좋은 소수의 컬렉션을 아이가 거듭거듭 읽도록 권하는 편이고요. 그래봤자 아이는 여러 루트에서 책을 접하기 때문에 제 커리큘럼 밖의 다양한 책을 읽습니다. 

그런데 제가 크게 감동했던 순간이 그래서 '너는 어떤 책이 제일 좋드냐,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라고 물었을 때였는데요. 그 때 마침 제 딸이 해리포터에 푹 빠져 있어서 당연히 대답도 해리포터일 거라고 예상을 했거든요. 근데 아이가 한참 생각을 하더니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가 좋다고. 자기는 그 작가를 진짜 만나보고 싶대요, C.S. 루이스가. 저는 그때 아, 이 아이가 도전의 맛을 아는구나, 아이들에게도 고전의 향기가 전달이 되는구나 하고 굉장히 기뻤어요. 아이가 책임감으로 책을 읽게 되어서는 안 되고 일단 시작은 즐겁게. 시켜서가 아니라 정말 즐겁게 애정에 넘쳐서 정말 자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달달달달 몇번 읽기를 바라구요. 저는 딸의 독서를 사실은 그렇게 섬세하게 보진 않고, 일단 고전으로 간다는 방향을 잡아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첫 작품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발표 후 10년이 지났는데, 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여러 변화를 겪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올해로 딱 10년이에요, 제가 글 쓰는 사람이고 앞으로 쓸 것이다라는, 나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시기가 작년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아무것도 못 쓰고 고민만 하던 시기에 희한하게 이런 정체성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나는 이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제일 원하고 좋아하는 일은 이거다. 이전까지는 작가라는 직업, 일하는 환경, 만나는 사람들로 제 직업을 판단했다면, 좀 더 본질적으로 쓰는 것이 저에게 주는 거대한 의미와 이야기들을 작년부터 크게 실감한 것 같아요. 올 가을 제 새로운 소설도 출간이 임박했는데, 올해가 저에게는 인생의 분기점이 될 만큼 큰 전환점이 됐어요. 지난 10년, 작가로서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나름 열심히 일을 했지만 그 시기는 제게 주어진 격렬한 육아기와 딱 겹쳐 있었어요. 아이가 태어나서 10살이 되기까지는 일에 정말로 몰두해서 에너지를 쏟기가 힘든 환경이었고요. 아이가 10살을 넘기면서 이제는 저, 가족과 분리된 나와 나의 일을 다시 생각하는 그런 순간이 왔어요. 올해는 등단 10년이면서 마흔 고개도 넘겼는데 참 의미있는 한 해였고, 앞으로는 제 일을 이전과는 정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고, 또 훨씬 더 소중한 것으로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소설도 나오는구나. 기다리시던 많은 독자분들께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 되겠네요. 마지막으로 알라딘 독자분들께 전하는 인사말 부탁 드리겠습니다.

"알라딘이 참 그리워요. 2004년에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을 하면서 아주 많은 자양분을 섭취를 했어요, 알라딘이라고 하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독보적인 커뮤니티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얻었어요. 그 시절, 그 친구들, 이웃들과의 추억은 정말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저에게 쏟아주신 관심이나 애정에 비해서 제가 그동안 활동이 뜸 했던 것 같아서 반성하는 마음, 이제는 좀 더 열심히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인사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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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반지 2011-10-2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심윤경이라는 이름만으로 소설을 구매했지요. 언제나 소설읽기의 묵직함을 느끼게 해주시는 작가의 동화책 또한 거듭거듭 반갑습니다.^^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Iwona Chmielewska)'의 그림책은 한국에서 기획되어 한국에서 초판이 출간된다. 낯선 나라의 신비로운 일러스트레이터가 한국이 사랑하는 작가가 되기까지, 무척이나 이색적인 작품 활동과 출판 과정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를 그림책 작가로 데뷔시키는 역할을 한 번역가 이지원 씨, 그리고 애정어린 노력으로 그녀의 책을 만든 출판사들. 열정적인 한국의 조력자들을 통해 차츰 차츰 알려지기 시작한 그녀의 작품들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구조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일러스트, 한없이 자유로운 상상력과 그 안에 탄탄히 자리잡고 있는 논리, 다름의 무한한 가능성이 마법처럼 그림책 위에 펼쳐진다. 그리고 2011년 봄이 시작될 무렵, 국내작가 김희경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공동작업한 <마음의 집>의 볼로냐 라가찌 상을 수상은,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그를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신작 <여자아이의 왕국>과 함께 한국의 독자들을 찾은, 한국이 사랑하고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2011년 9월 23일 알라딘 독자들에게 건넨 이야기들.

(통역 : 설재인 / 사진 : 창비, 알라딘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이승혜)

 

 

알라딘 I 한국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가을로 접어든 것 같다. 한국에서 새로운 가을을 맞는 기분이 어떤지.  

"한국에서의 첫 번째 가을이다.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인데 한 번은 5월, 다른 한 번은 12월이었다. 먼저 5월에는 한국에 머무는 내내 비가 왔었고, 12월에는 너무 추웠다는 것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 시원한 공기와 산뜻한 바람 때문에 기분이 좋고, 모든 게 초록색이라서 너무 예쁘다. 폴란드에서는 이미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알라딘 I 초경을 시작한 날부터 여자아이는 자기 왕국의 주인이 된다는 비유를 담고 있는 신작, <여자아이의 왕국>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비밀스럽고도 개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월경을 끝내는 시기가 나에게 오면서, 월경을 할 수 있었던 기간 자체에 대해 그리움이 쌓이게 되었다. 월경을 겪던 그 기간을 책에 함축적으로 담고 싶었다. 내게 월경이 있었던 시간은 40년 정도다." 

알라딘 I <여자아이의 왕국>의 모티브가 된 초경을 한국에서는 사춘기의 시작과도 연결 짓곤 하는데 자신의 사춘기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돌이켜본다면.

"내가 열살 때 초경이 왔다. 초경, 월경이라는 건 나에게는 아프고 고통스럽기만한 순간들이었다. 어떤 기쁨조차 느낄 수 없었다. 아, 나도 이제 여자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다. 그냥 아이로 남고만 싶었다. 사춘기라고 하는 기간에 가슴이 자라고 월경을 해야하고, 그렇게 여자가 되는 준비를 하는 과정. 그 자체가 굉장히 힘들고 아팠다. 정신적으로는 아이인데, 몸만 속도를 앞질러 자라는 것이 굉장히 이상했다. 열살 아이의 생각으로는. 어깨가 잔뜩 굽은 자세로 걷게 되고, 자신 있게 가슴을 펴고 다닐 수 없었다. 그랬던 만큼 그 시간은, 사춘기라는 시간은 행복하지 않았다. 여자가 된다는 준비 기간이 기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춘기는 내게 아팠던 기간으로 기억된다."

알라딘 I 한글의 간결한 논리성에 매료되어 <생각하는 ㄱㄴㄷ>과 같은 한글 그림책을 작업하기도 했는데, 한글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와 내가 생각하는 한글의 매력이란.  

"한국어를 처음 접하게 된 건 논장 출판사에서 나온 <생각하는 ㄱㄴㄷ>을 준비하면서부터이다. 논장에서 처음 제의를 주셨을 때는 내가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나에게는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한글을 하나도 모르고 본 적도 없었고 심지어 써 본 적도 없는데. 이런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한글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렇지만 출판사에서는 이런 나를 믿어주었고,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그렇게 출판사의 도움으로 한글을 처음 보게 되었다. 한글이 가진 뜻을 전혀 모르다보니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나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다 더 폭넓은 해석을 가지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한글이란, 굉장히 논리적이고 치밀하게 짜여진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건축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조각처럼 정확히 맞춰지는 그런 느낌이 굉장히 아름답게 여겨졌다."  

           

알라딘 I <반이나 차 있을까? 반밖에 없을까>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에서, 두 사람이 한 가지 사실을 바라보지만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이해한다는 내용의 상대주의의 개념을 자주 다뤄왔다. 다리미 자국, 발자국, 연필이 온갖 형태로 변신하는, <문제가 생겼어요>-<학교 가는 길>-<생각 연필>로 이어지는 상상 그림책 시리즈도 이 개념의 발전 내지 변형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 주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  

"상대주의는 내가 굉장히 즐겨 쓰는 개념이다. 모든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나를 가지고 어떻게 노느냐, 하나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 <마음의 집>에 등장하는 '마음' 또한 그 중의 하나다. <문제가 생겼어요>란 작품에서는 다리미 자국이 배가 되었다가 다시 섬으로 바뀌며 계속 변화를 거듭한다. 다리미 자국이란 것이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뀌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문제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가능성을 나는 계속해서 그림책을 통해 말하려 한다. 테마는 항상 하나(상대주의)에서 시작하지만, 나오는 책은 제각각 다른 여러 가지 모습을 띤다. 이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것이 내 작품 활동의 목표이고 과제이다. 상대주의 개념이 가장 이상적으로 드러나 있는 나의 작품으로는 <시간의 네 방향>을 꼽고 싶다. 그리고 나의 모든 책에 이 개념이 적용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여자아이의 왕국>도 마찬가지다." 

 

알라딘 I 네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읽어 줄 책을 직접 만들면서 그림책 창작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의 작품을 알고 있는지. 

"나의 가족에게, 새로운 책이 나오는 날은 항상 새로운 기념일 같은 날이다. 모두가 함께 모여 책을 펼쳐 보고, 각자 이야기를 나누면서 와 예쁘다! 감탄하고 신기해한다. 마치 아이가 태어난 것처럼. 그래서 새로운 책, 제일 최근에 출간된 <여자아이의 왕국>이 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의 책일 것 같다. (웃음)"

알라딘 I 아이들은 태어나서 일정한 나이가 되기 전까지 부모님 또는 어른들이 권해주는 책을 읽게 마련인데,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읽힐 책을 선택했는지.  

"내가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구입하던 시기의 폴란드는 굉장히 암흑기였다. 지금도 폴란드 그림책 시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때에는 거의 시장이 없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책방에 가더라도 언제나 다른 부모들과 똑같은 책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양이 워낙 적고, 공급이 잘 되지 않았고,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부모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 전에는 달랐다. 내가 태어났던 해가 1960년, 어린 아이였던 내가 항상 일러스트레이션을 보고 자랐던 시기가 1970년대였다. 이때가 바로 폴란드 일러스트레이션의 전성기였다. 이 전성기는 1980년대까지만 지속되었다. 이후로는 공급이 되어도, 자유롭게 살 수 없었다. 나 자신은 그렇게 항상 예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을 볼 수 있었는데 정작 나의 아이들에게는 공급조차 되지 않았다. 언젠가 두 시간이 넘도록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책을 구해 아이들에게 읽혔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나의 아이들과 똑같은 세대의 학생들은 어렸을 때 읽은 책이 모두 같다. 그 정도로 그림책 공급이 극단적으로 제한돼 있었다. 그림책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예쁜 일러스트레이션 하나라도 더 찾아내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이란 매체를 아이들 곁에 항상 가까이 하려고 애를 썼다." 

알라딘 I 대학에서 그림책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우선 강의는 그림책 작업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작가로서 글과 그림을 함께 담긴 책을 만드는 작업에 대한 강의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글과 그림 자체가 워낙 스스로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는 형태이다 보니, 이 두 가지가 같이 있는 것, 어울리게 만드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글과 그림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을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강조하는 편이다."

알라딘 I <마음의 집>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가 '마음의 집은 가끔 주인이 바뀌곤 한단다'라는 문장이었다. 이렇게 바뀌는 마음의 주인들 가운데, 나의 마음에 가장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주인이 있다면. 

"마음의 주인은 항상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은 나의 두 번째 남편이다. 처음 부부의 연을 맺었을 때, 내 마음의 주인은 첫 번째 남편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뭔가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 생겨났고,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이유들이 생기면서 나는 그를 떠나게 되었다. 첫 번째 남편이 떠나고 난 내 마음의 빈 자리에는 나 자신이 들어왔다. 내 스스로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었다. 결혼을 두 번 하고 새로 태어난 나 자신이. 그 시기가 굉장히 힘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혼할 당시 이미 나에게는 세 명의 아이가 있었다.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이제는 나의 주인이 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라딘 I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를 좋아하는 알라딘의 독자분들께 전하는 마지막 인사. 

"우선 너무나도 저를 사랑해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내가 낯선 문화권에서 온 낯선 사람,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신뢰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점이 너무 감사하다. 나는 그림책이 세계를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림책을 좀 더 사랑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그림책을 통해서, 그림책이라는 예술 작품을 통해 세계를 좀 더 풍요롭게,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살기 좋은 상태로 만들 수 있도록 그림책을 더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탁자 위에 놓인 <마음의 집>에 눈길을 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책 자체가 항상 기쁘다. 그리고 내 첫 번째 남편이 한국어를 모른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마음의 집>은 내 첫 남편에 관한 책이기도 하니까. (웃음) 폴란드에서는 아직까지 출간되지 않았으니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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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mingel 2011-09-2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좋은 사람과 책(그리고 그림)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o^

딸기꼬치 2011-09-29 02:52   좋아요 0 | URL
예, 정말로 좋은 향기를 가진 분이셨어요. <두 사람>이라는 책은 꼭 한번 읽어보세요!
 

2011 상반기 국내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인사하는 다섯 동화작가를 소개합니다.

10문 10답으로 만나는 한국 아동문학의 기대주 5인의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저학년) 수상작가 김미애 님의 10문 10답

수상작 : <무지막지 공주의 모험> 자세히 보러 가기 >>

(1) 첫 책을 세상에 내놓은 소감
드디어 보물섬으로 가는 보물 지도를 찾았습니다!
신납니다!

(2) 나의 첫 책 소개
마음먹으면 못할 것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무지막지한 치우 공주의 모험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치우 공주의 성장 모험 이야기.
‘풍덩’ 빠져 보면 재미와 감동까지 풀 세트로 따라갑니다.

(3) 수상 결과를 전해 들었을 때의 기억과 느낌
아싸뵤오!!!
주먹이 하늘을 찌를 뻔했습니다.

(4) 동화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은
내 나이 열 살쯤, 소공녀 세라를 만났습니다.
나는 그때 세라였습니다.
끼니를 거르는 배고픈 세라, 동틀 녘까지 잠 안 자는 세라.
입이 찢어질 만큼 행복했습니다.

(5)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것
밥 < 돈 < 쉬는 시간 < 수다 떨 친구 < 사랑하는 내 아이, 영웅이랑 치우. 그리고 제 책을 읽는 여러분.

(6)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삼십 년 전, 심심하고 재미없고 슬픈 꼬마 소녀는 책을 보며 웃고 울고 꿈을 꾸었습니다. 이제, 또 다른 어린 나를 위해 고스란히 돌려놓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고 행복해야 합니다.

(7) 알라딘 어린이 독자들에게 권하는 내 인생 최고의 동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한 번에 삼키면 마음이 체합니다.

(8) 여름방학을 재미있게 보내는 비결을 알고 있다면
저도 알려주세요.

(9) 함께 출발점에 선 새내기 동료 작가들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
"아자! 아자!"

(10) 어린 시절의 꿈과 앞으로의 꿈
여덟 살, 요술쟁이 지니가 되고 싶었습니다.
마흔 살, 꿈을 짓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많이 튼튼하게 지어서 몽땅 분양하겠습니다.
"세상 모든 아이들 만세!!! 신나라! 웃어라! 행복해라!"

 

두 번째 이야기. 2011년 제1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가 신수현 님의 10문 10답  

수상작 : <빨강 연필> 자세히 보러 가기 >>

(1) 첫 동화를 세상에 내놓는 소감
산을 오르다 보면 크고 작은 돌탑들을 보게 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누구랄 것 없이 저마다 마음에 드는 돌을 하나씩 얹어 쌓은 탑이지요. 제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있다니, 나도 문학의 탑에 돌 하나 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나의 첫 작품 소개
민호라는 아이가 스스로 글을 쓰는 빨강 연필을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빨강 연필로 인해 민호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인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점차 비밀과 거짓말이 늘어나면서 민호는 고민에 빠지고 고독해지죠. 평범한 한 아이가 빨강 연필로 상징되는 욕망, 유혹을 넘어서서 보다 이상적인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3) 수상 결과를 전해 들었을 때의 기억과 느낌
넘어야 할 관문을 하나 넘었구나 싶었습니다. 마침 김장을 하던 중이었는데 가족들이 빙 둘러앉아 배추를 헹구고 양념을 버무리면서 수상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엄마가 ‘당선했다’를 ‘합격했다’로 말씀하셔서 모두 같이 웃었습니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저는 그게 기뻤고 다행스러웠습니다.

(4) 동화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은
어린 조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해 주곤 했는데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여 듣더라고요.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이야기를 흡수하는 모습을 보며 어린이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가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5)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것
일을 하다보면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는데, 결과에 상관하지 않고 저와 제 작품을 믿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분들의 진심 어린 지지와 격려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6)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어떤 이야기를 쓰든 인물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야기라는 건 인물의 행동이 유기적으로 이어진 건데, 행동은 곧 심리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궁금한 건 결국 사람인 것 같습니다.

(7) 알라딘 어린이 독자들에게 권하는 내 인생 최고의 동화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꼽고 싶습니다. 광장의 동상인 왕자가 제비에게 부탁하여 자신이 가진 보석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이야기입니다. 제비는 왕자의 부탁을 들어주느라 따듯한 나라로 가지 못해 죽고, 왕자는 아름다운 모습을 잃게 되어 사람들에 의해 버려지지만, 후에 천사가 아름다운 그들의 영혼을 거두어갑니다. 나이 들면서 더 좋아하게 된 작품인데 저는 왕자보다 제비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정말 희생적인 행동을 한 건 제비인데, 왜 제목을 ‘행복한 제비’가 아닌 왕자로 지었을까요? 왕자의 선한 의지를 더 중요한 가치로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8) 여름방학을 재미있게 보내는 비결을 알고 있다면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여름에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맘껏 경험해보세요. 얼굴이 까매지도록 밖에서 놀기도 하고 소나기도 맞아보세요. 한여름의 나뭇잎은 봄의 잎과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보세요. 공기 맑은 산으로 가면 밤하늘 은하수를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고 나면 가을이 더 가을답게 느껴진답니다.

(9) 함께 출발점에 선 새내기 동료 작가들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
창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지치지 말고 성급히 체념하지도 않으며 꾸준히 쓰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그러고 싶습니다.

(10) 어린 시절의 꿈과 앞으로의 꿈
꼭 무엇이 되고 싶거나 되려고 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창작은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늘 새로운 것, 보다 나은 것을 꿈꾸게 하니까요. 좋은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 좋은 작품인지 고민하겠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2011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 부문(고학년) 수상작가 전성현 님의 10문 10답

수상작 : <잃어버린 일기장> 자세히 보러 가기 >>

(1) 첫 책을 세상에 내놓은 소감
독자들의 반응에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도 있지만, 혼자만의 글쓰기 과정을 끝내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첫 책을 출간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2) 나의 첫 책 소개
<잃어버린 일기장>은 사춘기 몸의 변화에서 오는 갈등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상처를 극복하려는 다섯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공간인 비밀 일기장을 매개로 아이들이 각자의 생각을 펼쳐놓게 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3) 수상 결과를 전해 들었을 때의 기억과 느낌
권위 있는 출판사의 공모였던 데다 해마다 100여 편이 넘는 작품들이 응모되었기 때문에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감격적이었습니다. 유능한 심사위원들의 손에 마지막까지 제 원고가 들려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4) 동화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은
어릴 적 책 읽기보다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를 읽고 또 다른 번역본을 찾아서 볼 정도로 재미를 느꼈습니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동심으로 상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동화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5)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것
동화를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이 제 삶에 큰 힘을 줍니다. 좋은 동화를 쓸 수 있도록 기도해주는 가족과 늦은 밤 친구가 되어주는 햄스터들, 그리고 애벌레에서 성충이 된 애사슴벌레들까지 모두 제게 크고 작은 힘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저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저에게 가장 큰 힘입니다.

(6)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제 동화의 가장 큰 주제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기반이 된 가슴 따뜻한 동화들, 그러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동화를 앞으로도 쓰고 싶습니다.

(7) 알라딘 어린이 독자들에게 권하는 내 인생 최고의 동화
돌아가신 권정생 작가의 작품 중 단편인 「무명저고리와 엄마」와 장편인 <몽실 언니>를 권하고 싶습니다. 일곱 아가를 둔 엄마와 절름발이 여자아이 몽실이의 삶을 통해 전쟁이란 시대의 아픔을 사실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잘 담아내었습니다.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했던 작품들입니다.

(8) 여름방학을 재미있게 보내는 비결을 알고 있다면
우선, 해야 할 공부나 숙제는 밀리지 않고 끝내서 마음의 부담감을 털어낼 것. 그다음, 마음 통하는 친구들과 배고플 때까지 놀기. 더워 지칠 땐 방바닥에 누워 동화책 읽기.

(9) 함께 출발점에 선 새내기 동료 작가들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
더 좋은 동화로 서로에게 격려와 도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10) 어린 시절의 꿈과 앞으로의 꿈
어린 시절에는 피아노도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 어떨까, 영어에 능통해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 다니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하고도 생각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나 지리학자를 꿈꾼 적도 있습니다.

이제는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과 만나는 게 제 꿈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 웅진주니어 문학상 기성부문 수상작가 김리라 님의 10문 10답

수상작 : <무에타이 할아버지와 태권 손자> 자세히 보러 가기 >>

(1) 첫 동화를 세상에 내놓는 소감 
 남들이 싸주는 도시락을 가지고 소풍을 가다가 처음으로 내가 만든 주먹밥을 가지고 소풍을 가는 기분이에요. 재미있는 모양으로 만든 내 주먹밥을 보면 친구들이 뭐라고 말할까? 맛을 보면 어떤 얼굴일까? 첫 동화이기에 더 궁금하기도 하고 가슴이 떨려서 잠도 잘 오지 않아요.

(2) 나의 첫 작품 소개   
 "태꿍! 야이야~~"
 "태권도 말고 무에타이 플리즈요."
 주인공 관우가 사는 104동에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궁금하면 관우네 집으로 놀러 오세요.

(3) 수상 결과를 전해 들었을 때의 기억과 느낌 
유치원에서 아이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에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너무 좋아서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힘껏 달렸는데 꼭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4) 동화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은 
동화를 처음 쓴 날부터였어요. 동화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결코 동화를 쓸 수 없거든요.
 
(5)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것 
첫 번째는 가족이에요. 든든한 가족이 있기에 힘들고 어려운 일도 참고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위기는 곧 기회다! 라는 말이에요. 살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 힘든 일을 만나요. 그럴 땐 피하고 싶고 어디론가 숨고 싶어져서 고민도 해요. 그러다가 결론은 정면승부에요. 당당하게 맞서다보면 금방 지나가요. ‘잘했구나! 넌 정말 대단해!’ 스스로 칭찬도 하게 되지요.
 
(6)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7) 알라딘 어린이 독자들에게 권하는 내 인생 최고의 동화 
내 이름은 삐삐롱스타킹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학교에 간 사자 / 필리파 피어스
마법의 설탕 두 조각 / 미하엘 엔데
일기 감추는 날 / 황선미
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 / 이상권
싸움괴물 뿔딱 / 임정자
토끼앞니 / 이주미

 

 

 

 

 

 

 

 

(8) 여름방학을 재미있게 보내는 비결을 알고 있다면 
1. 온가족이 모여 앉아 선풍기를 튼다.
2.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낸다.
3. 공책과 연필을 준비한다.
4.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고 적는다.
5. 장소와 날짜를 정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말한다. 각자 준비물도 정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9) 함께 출발점에 선 새내기 동료 작가들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
 작가님들 축하합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고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눠요.

(10) 어린 시절의 꿈과 앞으로의 꿈
 어린 시절 꿈은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글 쓰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땐 동화작가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앞으로의 꿈은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해서 동화를 쓰고 싶고요. 제가 쓴 동화를 손자나 손녀한테 들려주고 싶어요.

 

다섯 번째 이야기. 웅진주니어 문학상 신인부문 수상작가 임제다 님의 10문 10답

수상작 : <달팽이의 성> 자세히 보러 가기 >>

(1) 첫 동화를 세상에 내놓는 소감
떨리고 설렌다. 기대도 되고, 또 많이 궁금하기도 하고.

(2) 나의 첫 작품 소개
프랑스 성에 사는 이상한 할머니와 개 두 마리, 그리고 정원에 숨어 사는 정체불명의 부랑자. 달팽이의 성에는 어떤 비밀이?

(3) 수상 결과를 전해들었을 때의 기억과 느낌
전화를 무척 덤덤하게 받아서 전화를 준 출판사 직원 분을 오히려 당황케 했다. 전화를 끊고 "야, 신 난다!" 소리치며 춤을 췄다.

(4) 동화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은
동화를 처음 쓴 그 순간, '이 아이가 내가 기다리던 그 아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것
가족과 친구들의 격려와 응원, 그리고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

(6)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쓰면서도 즐거운 이야기, 그래서 읽는 사람에게도 그 즐거움이 그대로 전해진다면 참 좋을 것 같다.

(7) 알라딘 어린이 독자들에게 권하는 내 인생 최고의 동화
장-클로드 무를르바의 '바다 아이'

(8) 여름방학을 재미있게 보내는 비결을 알고 있다면
역시 모험과 탐험!

(9) 함께 출발점에 선 새내기 동료 작가들을 위한 응원의 한마디
뛰어나거나 멋지거나 탁월하리라!

(10) 어린 시절의 꿈과 앞으로의 꿈
어릴 땐 개그맨이 꿈이었다. 난 늘 사람들을 웃기는 게 좋았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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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노아 2011-07-14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내기작가님들 !!!
우리 생활에 가까운 글. 아이들 마음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글.
톡톡 튀는 생각이 담긴 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글 ..... 등등
작가가 꿈인 우리 큰 딸이 본 받을 수 있게 멋진 글 부탁드려요.
화이팅!!!!

pgomo 2011-07-2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은 추카드립니다
정말 멋있는 인생승리가 아닐까 하네요!
저도 평소에 글을 쓰고픈 마음을 늘 품고 있는 두아이의 엄마로서 (작가님들 역시 그런분들도 아닌분도 있겠지만)
힘든 일을 이렇게 결실로-글로서 재탄생을 했다는데 대해 정말로 축하와 부러움을 함께 보냅니다
어린이 동화이지만 ,요즘엔 부모도 함께 읽게 되고, 또 읽고 나면 다시 어릴 적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한번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좋은 글들을 함께 써나가고 함께 읽게 해 주시길 간절히 바람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꼭 한번 글을 써봐야겠네요.
이렇게 재미있는 동화를 꼭 --------
그동안 이런 글을 쓰시기 위해서 많은 희생과 노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즐겁게 글을 쓰시고 , 즐겁게(저희들은) 읽겠습니다
새내기 작가님들 앞으로도 좋은 동화를 탄탄하게 만들어내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대한민국 작가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