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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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기록이 의무였던 것처럼, 나에게는 어떤 책이 의무이다.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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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삶은 그저 바라보는 것조차 힘겨울 때가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그저 들어주는 것조차 고달플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고개를 돌리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종종 들어주고 바라보았다는 것만으로도 윤리적일 수 있다.

웃기시네.
그렇게 생각하는 어른들은 꺼져라.

나무 밑에 붙들려 나무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올 수 없는 앨리시어의 뼈 아픈 일갈이다.

 
 
 
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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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슬픔은 전염된다고 믿었다. 한때의 믿음이었다.
한때 슬픔이 힘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지나갔다. 그래서 우리는 이 비극을 슬퍼하지도 못하고, 이 비극을 다른 어떤 힘으로 전환하지도 못하고 그저 지나가길 기다리고만 있다. 그러나 어떤 슬픔은 좀처럼 지나가지 않고 채 치워야지 못한 골방에 고여 누군가를 벼랑 앞에 서게 한다. 왜 늘 약한 이들만이 죄책감을 갖게 될까??
2014년은 어떤 이들에게는 슬픔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hanicare 2015-01-02 13:05   댓글달기 | URL
슬퍼하는 것 조차 죄스러운 한 해였죠.
과거형으로 끝날 일도 아니고
일부 인간들만 문제가 아니고
과반 이상의 문제가 깊이 내재된 상태로 뭐 하나 해결되는 것 없이 한 해가 갔네요.

이상해요.갈수록 새해라는 것이 이물스럽게 다가오니....
소시민적인 안녕을 비는 것도 작년부터는 입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그래도 모처럼 인기척 내주셔서 반갑게 읽고 갑니다.
어찌 지내셨는지요.

선인장 2015-01-03 17:02   URL
읽는 것도 제대로 못 하지만 쓰는 것은 더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라... 북플이라는 게 간단한 메모는 가능할 것 같아서, 기록한 것인데. 이렇게 완성도 안 된 글을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네요... 그래도 오랫만에 님의 안부가 반가워, 부끄러운 마음이 은근슬쩍 사라집니다.

1월 1일, 안부를 묻는 전화에 대고 이렇게 응대했습니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라고. 그러니 굳이 의미 부여하지 말고 살자고.
그런 나이를,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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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벌써 잊어가고 있지만, 지금 세상은 아우슈비츠와 그리 멀지 않다.
기억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소금창고

 

 

이문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 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최승자 시인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고 말했다. 아직 서른이 되기 전 우리들은 청승맞지만 낭창한 목소리로 이 시를 외우고 다녔을 것이다. 어쩌면 서른이란, 서른이 되기 전에만 그 무게를 잔뜩 느끼는 그런 나이. 소금자루를 등에 진 당나귀처럼 나는 스물 여덟에, 혹은 스물 아홉에 개울물에 빠져, 그 나이의 무게에서 벗어나 삼십대를 가뿐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듯 싶다. 살 수도 없노라, 죽을 수도 없노라, 이십 대의 마지막에 온갖 청승을 다 떤 덕분에.

 

 

 

그러나 마흔은, 지레 겁 먹는 것도 부족해 보일까 두려워서, 애써 덤덤하게 맞이해야 하는 또 다른 한 시절. 앞으로 나아가지도, 다가오는 옛것들을 뿌리치지도 못해, 그저 붙들린 시절. 내 어깨에 짊어진 것들이 솜덩이인 줄 모르고 개울물에서 다시 넘어졌다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지도 모르는 시절. 내 속에서 나온 말들에 혼자서 상처 받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면서도, 누구에게 그 상처를 보여주지도 못하는, 이제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도 부끄러운 나이. 하루 종일 눈가가 마르지 않아,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이상 고온의 봄날.

 

 

 

 



 
 
hanicare 2013-06-12 18:01   댓글달기 | URL
옛날은 가버린 게 아니고 지층처럼 속에 깔려있다가
지진이나 화산분출 때처럼 한번씩 울컥 치솟든지
속에 고여 있다가 잊으려하면 슬며시 올라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흐린 날에 옛날 품고다녔던 시인의 이름과 또 올리신 시를 읽노라니 마음이 하염없이 쓸쓸합니다.
이성복의 오래된 시들도 문득 맴돌구요.

별고 없으신지요.

선인장 2013-06-13 12:26   URL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오히려 무슨 일이든 생겨야 할 것 같은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곳은... 올 때마다 달라지는 옛동네를 보는 기분인데, 님의 댓글을 보니, 아직은 사라지지 않은 익숙한 풍경 하나 남아 있구나, 와락 반가웠습니다.

저는 늘 그렇게, 별고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님은 어떤 여름을 보내고 있는지...

[그장소] 2015-01-01 19:46   댓글달기 | URL
2015년 1월 1 일 입니다.
어쩌다 들러 두분의 지지난 여름을 살포시
엿보고 갑니다. 모든 시간이 혼재하는 곳.
그런 곳이기도 합니다..얼마나 먼 과거의 이야기 부터...당신들의 지난한 이야기까지, 이 곳을 떠 돌 고 있을것 인가요....또 한 해. 맞이 이렇다 할것없이
무난 하네..그리 여미시고요..시간들 나시면 소소한 얘기나 들려주러 와 주십시오. 그저 웃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