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도, 1Q84도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다. 하루키가 훌쩍 넘어가버린 현실의 어느 지점에 발 붙들린 나는 그의 세계로 갈 수 없었고 책장은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까 이 책은 애가 처음으로 읽은 하루키 소설 책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나는 하루키가 넘어가 버린 그 세상이 매우매우 궁금해졌다. 이제는, 하루키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머리가 뜨거워지지 않는다. 마음이 차갑게 식지도 않는다. 그러니 우선은 한 권 더 읽어보아야겠다.
그래도 한 명쯤은 올리버를 연민해 주어야겠기에.그래, 나는 올리버를 연민하기로 했다.이 소설의 핵심은 한 인간의 다층적 내면이 아니라 그에 대한 일방적 비난인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때, 그 비난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나는 좀 불편하다.
한때 슬픔은 전염된다고 믿었다. 한때의 믿음이었다. 한때 슬픔이 힘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지나갔다. 그래서 우리는 이 비극을 슬퍼하지도 못하고, 이 비극을 다른 어떤 힘으로 전환하지도 못하고 그저 지나가길 기다리고만 있다. 그러나 어떤 슬픔은 좀처럼 지나가지 않고 채 치워야지 못한 골방에 고여 누군가를 벼랑 앞에 서게 한다. 왜 늘 약한 이들만이 죄책감을 갖게 될까?? 2014년은 어떤 이들에게는 슬픔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시절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