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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 ㅣ 지식인마을 16
최훈 지음 / 김영사 / 2007년 2월
평점 :
윤리적 문제에 공평의 잣대를 세우다 - 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 _ 스토리매니악
세상은 불공평하다. 나는 이 문장을 꽤 오랫동안 진리라 믿어 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문장이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회의 하층민은 이 문장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겠지만, 중산층은 상황에 따라 진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느낄 것이며, 상류층 사람들은 전혀 이해 못하는 문장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평'이라는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된다.
공평이라는 개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정치인들이라면 자신들의 표를 위해, 이 공평의 개념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을까? 또, 사회의 안정과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어떨까? 이 책을 읽은 나도, 공평이라는 개념을 실질적인 삶과 맞닿은 부분에 대해서만 잠시 고민해 봤던 것 같다. 금전에 대한, 기회에 대한, 또는 평가에 대한 것들 말이다.
이 책은 내가 했던 단순하고 현실적인 공평의 개념보다 더 근본적인 공평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이다. 공평이라는 개념의 밑바닥을 들여다 보고 이것이 우리의 삶을 재단하는데 있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이것을 통해 어떤 변화된 실천을 이끌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저자는 이를 공리주의의 원조인 '제러미 벤담'과 현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공리주의자인 '피터 싱어'를 통해 이야기 한다. 안락사와 임신중절의 옳고 그름, 기아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기부를 하는 것이 자선인지 의무인지에 대해, 음식과 실험으로 동물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가에 대한 물음까지, 현대 사회에서 열띤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벤담과 싱어의 사상을 이용해 해답을 찾고자 한다.
두 철학자를 통해 들여다 보는 윤리적 문제의 풀이는 꽤나 복잡해 보인다. 상당히 급진적인 사상을 지닌 철학자였다는 벤담과 현실적 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가장 위험한 인물로 불린다는 싱어를 통해 어떻게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는지 저자는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벤담이 세웠던 공리주의 원칙과 싱어가 정립한 공리주의 원칙은 기본 개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두 철학자자 공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누구라도 그 권익을 소홀히 하지 않고 정의로우며 공평한 사회다.
이런 사회를 위해 두 철학자가 제시한 다양한 윤리원칙들이 현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윤리 이슈들과 맞물려 어떻게 응용이 되는지 저자는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앞서 짚었던 윤리 문제들을 두 철학자가 세운 원칙을 통한다면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 이런 것이 현대 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등을 우리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잘 설명해주고 있다.
공리주의라고 하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경구 밖에 몰랐는데, 공리주의라는 것이 생각보다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이것이 나아가 실천까지 이끈다는 점에 꽤 놀랐다. 저자는 이 과정을 특히 잘 보여주고 있는데,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이를 어떻게 현실에 옮겨 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그 모든 이슈가 하나의 윤리적 사상에 의해 결론지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논쟁의 일부분을 맛만 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각 자체를 새로이 발견하고 나아가 윤리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어떤 실천을 이끌 수 있는지를 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진보라고 생각한다.
여기 벤담과 싱어가 제시하는 현대 사회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풀이가 있다. 이 풀이를 눈으로 쫓으며 그들이 어떤 윤리적 원칙을 세웠는지,이것이 개개인이 가진 가치의 기준과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살펴 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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