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침대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고서야 흔들거리는 내 다리가 침대 아래 넣어둔 트렁크에 부딪히는 걸깨달았다. 지금의 나보다 한 살 많은 열여섯 살 때 엄마가 샀던 트렁크였다. 엄마는 그 안에 가진 짐을 다 넣은 뒤, 도미니카의 부모님 집을떠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도미니카를 떠나 앤티가로 왔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독립하여 혼자 살 것인지, 엄마의 아빠 뜻대로 계속 부모님 집에서 살 것인지, 그 문제로 엄마의 아빠와 대판 싸운 뒤였다.

.........

이제 이 트렁크 안에는 내 삶의 모든 것이 각 단계별로 담겨 있었고,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보더라도 나에 대해 상당히 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내 발뒤꿈치가 트렁크를 칠 때마다 내 가슴이 무너져내렸고,
난 울고 또 울었다. 그 순간 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가 그리웠고, 어딘가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싶었다. 하지만 또한 엄마가 죽어버려 완전히 쪼글쪼글해진 모습으로 관 속에 누워 내 발치에 놓여 있는 걸 보고 싶기도 했다.
.........

... 아빠는 나를 보며 원하믄 것이 있냐고 물었다.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 트렁크. "
......
난 곁눈질로 엄마를 살폈다. 다시 반대쪽을 곁눈질하니 불빛을 받아 벽에 드리워진 엄마의 그림자가 보였다. 커다랗고 견고한 그림자였고, 얼마나 엄마를 똑 닮았는지 덜컥 겁이 났다. 앞으로 사는 동안 어떤 게 진짜 엄마고 어떤 게 세상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선 엄마의 그림자인지 구분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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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일이란 어차피 비극의 연속이잖아. 삶에 짖눌려서는 안 돼." - P195

비밀을 깊이 감추면 그 자신조차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잊고 있던 비밀이 하수구가 흘러넘치듯이 지표로 흘러나온다. - P203

"서로 사랑하면 질투하지 않거든."
"나는 질투하는 사람들을 사랑해요. 살아가는 이유를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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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함정이 뭔지 아니? 돈을 주면 모든 종류의 감각을 살 수있어. 하지만 감각과 진짜는 달라. 돈은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감각을 만들어줘. 진짜로 사랑받는 게 아니어도 사랑받는 느낌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돈으로 비바람을 피할 지붕은 살수 있어도 내면의 평화를 사지는 못 해."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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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집을 사랑하기에 오로라에 다시 오고 싶었어요."

"자네는 저 집이 아니라 추억을 사랑하는 거야. 일종의 ‘향수병‘이라고 할 수 있지. 지난날은 행복했고, 그 시절 우리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믿게 만드는 게 바로 향수병이지. 지난날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우리의 뇌가 병들어 향수든 우수든 찔끔찔끔 분비하는 탓이거든. 지난 과거가 헛일은 아니었다고, 공연히 시간을 허비한 건 아니었다고 믿게 하려는 거야. 시간을 허비하는 건 인생을 내다 버리는거나 다름없으니까." - P60

친구란 살다 보니 운 좋게 만나게 되는 존재가 아니라 그가 친구라는 사실을 어느날 눈앞에서 보여준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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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면서 통증이 느껴졌다.
‘내가 한 일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나는 인생의 정확한 가치도 정의나 우울의 가치도 모른다. 나는 한 인간의 기쁨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정확히 모른다. 떨리는 손의 가치도 모른다. 동정도, 따뜻함도 그는 생각에 잠겼다.
‘삶에는 얼마나 모순이 많은가. 하지만 우리는 삶과 화해할 수 있는 만큼 화해하며 산다....... 그러나 계속 살아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소멸할 수밖에 없는 육신과 맞바꾸는 것은 ...........‘ - P61

실패는 강한 자들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인간을 상대로 진정한 의미라고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 게임을 벌인다. 겉보기에 우리는 성공하거나 실패하고, 하잖은점수를 얻는다. 그리고 그 표면적인 실패에 발목을 잡힌다. - P79

어느 날 정비사와 리비에르는 건설중인 다리 근처를 지나가다가 부상당한 인부를 보게 되었다. 이때 정비사가 리비에르에게 물었다. "이다리가 저 망가진 얼굴보다 더 가치가 있을까요?" 그 다리를 이용하게될 농부 중 어느 누구라도 다음 다리로 돌아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그토록 끔찍하게 얼굴을 훼손시켜도 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리를 세운다.
정비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 공익은 개인의 이익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정당화되지 못해요."
한참 뒤에 리비에르가 대답했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것 처럼 행동하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

‘어쩌면 곧 사라질지도 모를 그 친구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땐데.‘ 저녁 식탁을 밝힌 불빛이 만들어낸 황금빛 성소 속에 고개를 숙인그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무엇의 이름으로 내가 그들을 거기에서 끌
‘어냈을까?‘ 무엇의 이름으로 그들을 개인적인 행복에서 빼내왔을까?
이런 행복을 보호하는 것이 첫번째 규칙 아닐까? 그러나 그 자신이 그러한 행복을 깨뜨리고 있다. 그렇지만 황금빛 성소는 언젠가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운명이 아닌가. 노화와 죽음이 리비에르보다 더 냉혹하게그 성소를 파괴할 것이다. 어쩌면 더 영속적인 무언가가 구해야 할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리비에르가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의 이런 부분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행동은 정당화될수 없다.
‘사랑한다는 것, 단지 사랑하기만 하는 것은 막다른 골목과 같다! 리비에르는 사랑하는 일보다 훨씬 더 막중한 의무가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 또한 애정과 관련된 것이겠지만, 여타의 애정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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