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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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 지식e, 라는 생각.

스포츠계에선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게 있습니다. 영화계에도, 출판계에도 '소포모어 징크스'는 있습니다. 유명세를 타고 난 신인의 다음 작품은 반드시 망한다는 것인데, 메이저리그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알버트 푸홀스, 영화 중 터미네이터2 정도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깬 예입니다. 그리고 책으로 말하자면 지식e 2는 훌륭하게 1편의 퀄리티를 유지한 것 같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식e의 구절은 이것입니다(1편에서도 나왔던 지식e만의 메인 카피)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입니다

현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입니다

빈틈 없는 논리가 아니라/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사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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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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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있을 때 김연수의 '스무 살'을 봤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왔기에 믿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단편 두어 개를 읽고 나서, 굉장히 특이한 소설을 쓰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선풍기'라는 듣도보도 못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자가 나오는 소설이 있었고, 뭔가 굉장히 실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소설이 '스무 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찡했습니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을 그린 소설이었습니다. 여덟 편 정도의 단편이 굉장히 불균형했습니다. 소재도, 주제도, 완성도도. 그렇지만 재미있었고, 이 재미있는 작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김연수는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스무 살'을 쓴 뒤로도 끊임없이 노력했을 테지요. 그래도 제겐 아직 '스무 살'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나의 개인적 노스텔지어일 수도 있습니다.

천명관의 첫 소설집도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일관적이지 않고, 실험적인 면이 많이 닮았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천명관은 전작을 통해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명 작가라는-제게만 그런 걸까요-_-- 사실입니다. 제 생각엔 그래서 더 주목받는 장점도 있고, 그래서 더 비판받는 단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작가에게는 처음 내는 단편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단편이 문학판에서 자신을 알리는 첫 번째 명함이라서 그럴테지요. 동인문학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위있는 문학상도 단편에 주어지는 것이구요(세계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은 공모로 진행되는 상이구요). 천명관이 나중에 어떠한 작가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집에는 '스무 살'을 읽으며 느꼈던 순수성이 살아있어 보기가 좋았습니다. 완성도 있는 플롯, 적확한 표현력, 문장의 맛 같은 것을 차치하고서 본다면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좋았습니다. 첫 작품은 항상 그러한 것 같습니다. 치기어림과 자신감이 공존해 있어서 살아 펄떡이는 숨소리가 들리는 날 것과도 같은. 하지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아서 비리고 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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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박정희 특가 세트
시대의창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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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삼미슈퍼스타즈의 야구 즐기기'가 프로만을 지향하는 한국사회를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좋아진 것입니다.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프로스포츠가 '야구'이며, 프로스포츠를 만들게 된 계기가 군부독재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여댱의 눈속임 정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라는 것입니다. 책 한 권 잘 읽으면, 많은 것이 보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주인공이 동네 야구단에 들어가서 외야플라이도 잡지 않고, 공을 치고 1루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즐기기 위한 야구,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는 장면이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만화 박정희'는 '삼미슈퍼스타즈...'에서 느꼈던 새로운 앎에의 눈뜸을 가장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 역사를 잘 알게 하기 위해 기획된 책입니다. 그러므로 더 말할 것도 없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볼 것을 추천합니다. 어차피 인간은 개인이면서 사회의 구성원이므로.

'만화 박정희'의 주요한 배경이 되는 시대는 6~70년대입니다(8~90년대는 '만화 전두환'이라는 책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1권을 배제하고 읽어도 좋습니다. 1권은 박정희의 출생에서부터 대통령 취임, 그러니까 3공화국의 출범까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전히 박정희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본격적인 '역사 다루기'가 시작되는 것은 2권부터입니다.

혹시 광화문사거리에 왜 이순신 동상이 세워져 있는지 알고 있나요? 국회의 날치기법안통과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이승복 사건은 진실일까요?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나요?

읽고 나면, 박정희 정권의 군부독재가 남긴 잔재가 아직도 얼마나 많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놀랄 겁니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역사의 주인이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역사부터 알아야 합니다. 우리 역사, 똑바로 마주볼 준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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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석기용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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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새 세상이 힘들다,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 대졸자 이상의 고학력 백수들의 사회 문제는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취업 하나는 끝장으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팩토텀>의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다.

<팩토텀>은 헨리 치나스키에서 시작해서 헨리 치나스키로 끝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소설의 재미가 주인공에게 달려있다. 그러니 주인공과 교감하느냐 못하느냐가 이 책 읽기의 핵심이다. 다행히 나는 재미있었다. 아니, 강렬했다. 그냥 재미보다는 표지의 강렬함과 무식함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주인공에게 끌려다니다시피 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만난 최고의 주인공 반열에 이 사람이 올라갈 듯하다.

'팩토텀'은 일용직 노무자, 잡일꾼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가 그렇다. 소설이 시작할 때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그는, 소설이 끝날 때에는 백수가 된다. 그리고 소설 안에서 무려 스물 세 번이나 직장을 바꾼다. 스물 세 번이라니! 게다가 그가 다니는 직장은 모조리 3D 직종인 것을(그도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백수다).

<팩토텀>은 1975년작으로, 그 시대의 미국사회의 바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며, 그 바닥을 온 몸으로 쓸고닦는 사람이 치나스키다. 술, 여자, 돈을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며, 죽기보다 일을 싫어하고, 작가지망생이면서도 글쓰기를 게을러하는, 천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범법행위를 일삼는,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인간, 그러면서도 소설의 주인공이 가지는 일말의 동정심도 발휘되지 않는 극단적인 안티히어로. '헨리 치나스키'를 만나보시라!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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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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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 하느님', '캐비닛', '남한산성', '리진', 그리고 이 책 '바리데기'까지를 읽고 나니 한국문학의 중흥이라고 했던 한 문인-사실은 이 책의 저자-의 말이 거짓이 없음을 알겠다. 그간 한국문학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마치 2007년이라는 해에 맞추어 일시에 보여주자는 작가들의 담합이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풍성하다.

황석영은 대단한 작가다. '손님'을 읽고난 뒤에도 그 대단함을 몰랐었는데, '바리데기'를 읽고 황석영이 대단한 작가였구나, 라고 생각했다. 황석영이야말로 진짜 참여문학을 하는 몇 안되는 이 중 하나다. '삼포가는 길', '객지', '오래된 정원', '손님', 그리고 '바리데기'로 이어지는 그의 문학 여정에는 그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당대의 현실이 녹아 있다. 대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화두와 소재가 문학인생의 끝까지 이어지는 데 반해, 황석영의 소재는 늘 현재형이다. 이렇게 자주 변신하는 작가가 있을까. 이렇게 끝까지 현재의 문제를 고민하는 작가가 있을까. 그의 품은 마치 우주와 같다. 그의 사유가 김수영의 불온성을 보는 것 같다. 늘 어제의 자신을 깨트리는 모험. 황석영은 살아있는 '바리'다. 나는 이 '바리'를 한동안 기억하겠다. 다음 작품의 주인공이 오기 전까지.

 

* '바리데기'는 '바리'라는 북한 소녀의 일대기다. 한국 설화인 '바리데기'를 현실에 차용해 쓴 것이 개인적으로는 '디 워'라는 사회현상, 더 정확하게 말하면 '디 워'의 엔딩곡으로 '아리랑'을 쓴 것과 자꾸 오버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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