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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석기용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요새 세상이 힘들다,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 대졸자 이상의 고학력 백수들의 사회 문제는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취업 하나는 끝장으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팩토텀>의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다.
<팩토텀>은 헨리 치나스키에서 시작해서 헨리 치나스키로 끝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소설의 재미가 주인공에게 달려있다. 그러니 주인공과 교감하느냐 못하느냐가 이 책 읽기의 핵심이다. 다행히 나는 재미있었다. 아니, 강렬했다. 그냥 재미보다는 표지의 강렬함과 무식함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주인공에게 끌려다니다시피 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만난 최고의 주인공 반열에 이 사람이 올라갈 듯하다.
'팩토텀'은 일용직 노무자, 잡일꾼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가 그렇다. 소설이 시작할 때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그는, 소설이 끝날 때에는 백수가 된다. 그리고 소설 안에서 무려 스물 세 번이나 직장을 바꾼다. 스물 세 번이라니! 게다가 그가 다니는 직장은 모조리 3D 직종인 것을(그도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백수다).
<팩토텀>은 1975년작으로, 그 시대의 미국사회의 바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며, 그 바닥을 온 몸으로 쓸고닦는 사람이 치나스키다. 술, 여자, 돈을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며, 죽기보다 일을 싫어하고, 작가지망생이면서도 글쓰기를 게을러하는, 천재성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범법행위를 일삼는,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인간, 그러면서도 소설의 주인공이 가지는 일말의 동정심도 발휘되지 않는 극단적인 안티히어로. '헨리 치나스키'를 만나보시라! 당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