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군대에 있을 때 김연수의 '스무 살'을 봤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왔기에 믿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단편 두어 개를 읽고 나서, 굉장히 특이한 소설을 쓰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선풍기'라는 듣도보도 못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자가 나오는 소설이 있었고, 뭔가 굉장히 실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소설이 '스무 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찡했습니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을 그린 소설이었습니다. 여덟 편 정도의 단편이 굉장히 불균형했습니다. 소재도, 주제도, 완성도도. 그렇지만 재미있었고, 이 재미있는 작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김연수는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스무 살'을 쓴 뒤로도 끊임없이 노력했을 테지요. 그래도 제겐 아직 '스무 살'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나의 개인적 노스텔지어일 수도 있습니다.

천명관의 첫 소설집도 느낌이 비슷했습니다. 일관적이지 않고, 실험적인 면이 많이 닮았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천명관은 전작을 통해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명 작가라는-제게만 그런 걸까요-_-- 사실입니다. 제 생각엔 그래서 더 주목받는 장점도 있고, 그래서 더 비판받는 단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작가에게는 처음 내는 단편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단편이 문학판에서 자신을 알리는 첫 번째 명함이라서 그럴테지요. 동인문학상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위있는 문학상도 단편에 주어지는 것이구요(세계문학상, 한겨레문학상 등은 공모로 진행되는 상이구요). 천명관이 나중에 어떠한 작가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집에는 '스무 살'을 읽으며 느꼈던 순수성이 살아있어 보기가 좋았습니다. 완성도 있는 플롯, 적확한 표현력, 문장의 맛 같은 것을 차치하고서 본다면 말이지요.

무엇보다도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느낌이 살아있어서 좋았습니다. 첫 작품은 항상 그러한 것 같습니다. 치기어림과 자신감이 공존해 있어서 살아 펄떡이는 숨소리가 들리는 날 것과도 같은. 하지만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아서 비리고 비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