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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박정희 특가 세트
시대의창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삼미슈퍼스타즈의 야구 즐기기'가 프로만을 지향하는 한국사회를 다르게 바라본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좋아진 것입니다.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프로스포츠가 '야구'이며, 프로스포츠를 만들게 된 계기가 군부독재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여댱의 눈속임 정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라는 것입니다. 책 한 권 잘 읽으면, 많은 것이 보인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주인공이 동네 야구단에 들어가서 외야플라이도 잡지 않고, 공을 치고 1루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즐기기 위한 야구,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는 장면이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만화 박정희'는 '삼미슈퍼스타즈...'에서 느꼈던 새로운 앎에의 눈뜸을 가장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 역사를 잘 알게 하기 위해 기획된 책입니다. 그러므로 더 말할 것도 없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볼 것을 추천합니다. 어차피 인간은 개인이면서 사회의 구성원이므로.
'만화 박정희'의 주요한 배경이 되는 시대는 6~70년대입니다(8~90년대는 '만화 전두환'이라는 책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1권을 배제하고 읽어도 좋습니다. 1권은 박정희의 출생에서부터 대통령 취임, 그러니까 3공화국의 출범까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전히 박정희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본격적인 '역사 다루기'가 시작되는 것은 2권부터입니다.
혹시 광화문사거리에 왜 이순신 동상이 세워져 있는지 알고 있나요? 국회의 날치기법안통과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한 이승복 사건은 진실일까요? 주민등록번호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나요?
읽고 나면, 박정희 정권의 군부독재가 남긴 잔재가 아직도 얼마나 많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놀랄 겁니다. 우리 역사는 우리가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역사의 주인이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역사부터 알아야 합니다. 우리 역사, 똑바로 마주볼 준비가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