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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후드티 소년 ㅣ 북멘토 가치동화 6
이병승 지음, 이담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3월
평점 :
앞표지가 나를 화악 휘어잡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치동화라는 타이틀이 일단 낯설기도 하구요. 그런데 요즘 동화라 일컫는 것들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 봐야 하는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 이유없이 인종차별의 희생량이 된 한 아이와 그를 둘러싼 세상이 저를 가슴 뭉클하게 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을 했다고 하는데 작가가 내세운 제이와 니콜과 하비는 꼭 우리네 세상의 대표자들만 같았습니다. 물론 그들의 부모도 마찬가지로요.
인종이든 학력이든, 재산이든 사람들은 무엇으로든 서로를 나누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외치는 니콜의 아버지도, 세상엔 힘이 최고라며 싫은 것엔 이유가 없다고 당당하게 하비에게 소리치는 속물 아버지도 모두 우리가 봐 왔던 사람이고, 내 안에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죽어간 마틴이란 소년은 '눈에도 가슴이고 이에도 가슴'이라 주장하며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나 그를 둘러싼 사람들 기억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디언 사이엔 죽음이란 기억속에 잊혀지는 거라고 하던데 그러고 보면 사람들 가슴 속에서 기억되는 것만큼 가치로운 일은 없나 봅니다. 물론 삶으로서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사회가 될 테지만요.
자식은 부모가 말하는 대로 자라지 않고 행동하는 대로 자란다는 무서운 말을 들었습니다. 단순히 아이를 기르고 있는 좁은 의미의 부모만 기억해야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땅에서 아이를 기르고 있는 모든 어른들이 어른답게 행동할 때 세상은 좀더 살만한 세상이 될 테니까요. 조금만 더 참고 공부하면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다든지, 조금만 더 힘을 기르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핑계는 참고 참고 참다가 아무도 돕지 못한 우리네들의 변명으로만 들리네요. 지금 지쳐 있는 한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없다면 나중에 백 명의 사람을 돕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과 나 사이의 공통점을 찾기에 바빠집니다.
"와! 나랑 똑같은 생각이네, 와 나랑 똑같은 핸드폰이네. 나랑 똑같은 취향이네."
라고 외치며 손바닥을 마주치던 학교 친구와 나의 연인이 떠오르는군요. 그렇게 같은 점이 많아서 좋아했던 우리들은 서로에게 익숙해질수록 서로 너무나 다르다며 갈등을 겪게 되죠. 사실 우리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인종으로 나누기 전에 우린 모두 사람이고, 성별로 나누기 전에 우린 생각을 가진 존재이며, 나이를 가르기 전에 우린 공동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같은 사람이니까요.
이 책 덕분에 내가 비겁하게 지나쳤던 세상을 한 번 더 돌아봅니다. 내 옆의 사람을 다시 한 번 지나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나의 아이가 보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로 인해 조금 나아진 내 주변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 설핏 알 것도 같거든요.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겠습니다. 나중으로 미루는 순간 세상은 금세 칙칙하게 변해버리니까요. 그럼 그 칙칙함을 핑계로 또 한 걸음 물러날 터이고 그럼 더이상 대책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미뤄둔 집청소가 나를 덮치는 것처럼 불의와 우울함이 덮치는 세상은 생각조차 하기 싫군요.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별점을 다섯 개 주기가 쉽지 않은에 이 책은 선뜻 별표 다섯 개가 그려지네요. 다양한 생각과 사람들이 좀더 다양하고 살 만한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을 이 시끄러운 세상에 다시 한 번, 지금 당장 소리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저한테 소리쳐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말한 '성공'의 정의가 불현듯 떠오르네요.
"성공이란 돈을 많이 벌거나, 지위가 높아지거나, 영웅적인 일은 한 것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아진 것이다. "
부디 이 책으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살기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