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밥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준이가 슬그머니 따라와서 내게 하는 말, "엄마, 오늘은 콩밥하지마."
오늘도 콩밥을 줄까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콩밥을 잘 먹었었는데 요즘은 도통 콩이라면 질색을 하니 걱정이다. 아이들에겐 단백질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식물성 단백질, 땅에서나는 고기 콩이 싫다고하니 억지로 먹이는 건 실패고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아이들 밥 먹이기는 것도 일이다.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할까? 오늘은 무슨 국을 끓일까? 몇달전까지만해도 해주는대로 잘 먹었던 것 같은데 요즘들어 유난스러워진 현준이때문에 식단 짜기가 쉽지가 않다. 우리집 식탁에서 볼 수 없는 햄, 소세지, 이런 걸 원하는걸까? 얼마전에도 중국산 내장이 반입되었다는 무시무시한 기사를 봤었는데 시금치, 콩나물, 미역, 고사리, 참나물, 취나물, 도라지 등의 나물들을 곧잘 먹었는데 요즘은 나물도 시들하고 고등어, 갈치, 꽁치, 임연수, 조기 등의 생선을 번갈아가면서 구워줘도 신통치 않다. 어디가 아픈걸까? 쇠고기 무국, 콩나물국, 배추국, 사골국, 미역국, 시금치국, 청국장, 달걀찜 등을 번갈아 내놓아도 시쿤둥하다. 하긴 식성이 조금씩 변한 걸 느끼는 건 가끔씩 피자나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그러는걸 보면 확실히 입맛이 변하긴 변한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잡아야 하는건지 오늘도 아들에 대한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내년엔 유치원에 갈거니까 조금은 나아지려나 싶은데 지금 이순간 매일 매일이 걱정이다.
아들에게 무얼 해주면 좋을까? 오늘도 고민이다. 점심엔 뭘 먹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