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정식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6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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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5학년생 교헤이가 부띠끄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바쁜 일정 때문에 홀로 하리가우라의 고모댁을 찾아간다. 고모댁은 그곳에서 로쿠간소 라는 이름의 여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도중에 기차간에서 이상한 할아버지가 휴대전화 사용을 두고 시비를 걸어 난처했지만 데이토 대학 물리학과 교수인 유가와 마나부가 도와주어 위기를 모면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유가와 마나부도 교헤이의 고모댁에서 머물게 된다.


고모부 시게하루는 다리가 조금 불편한데다 몸집도 비대했지만 고모인 쎄쓰코는 고모부 보다 훨씬 어린데다 미인이었다. 사촌누나 가와하타 나루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하리가우라의 바다를 보존하는 데 관심이 있어 환경운동에 열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하리가우라의 바다에서 해저 열수광상 발견되자 수익성을 보고 달려드는 회사들이 있었다. 그 회사가 바로 데스맥이었다. 나루미는 당연하다는 듯 환경운동가 사와무라 등과 함께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 개발 저지 투쟁에 나선다. 


한편, 유가와 마나부는 데스맥 측에서 해저 열수광상 개발 논리를 지원해줄 인사로 초빙한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한쪽 편 들기를 거부한다.


그는 해저 열수광상 개발을 하면 심해 생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느냐는 환경운동가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데스맥을 향해 "전문가들조차 심해 생물 존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이니 할 수 없는 것 할 수 없다고 정직하게 말하라"고 질타하면서도, 

환경운동가들을 향해서는 "지하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채광밖에 없고 채광을 하면 생물에게 피해가 간다" 면서, 환경을 완전무결하게 지키면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현실론을 들이민다.


그런데 토론이 있던 날 밤, 교헤이의 고모댁인 여관에 묵었던 또 다른 사나이 하나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내는 다음 날 제방 아래쪽 바위에서 발견된다. 사망자의 이름은 쓰카하라였고, 소지품에서는 '해저 열수광상 개발 계획에 관한 설명회 및 토론회 참가표'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찬성론자 쪽에서도 반대론자 쪽에서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역 경찰은 그가 술을 먹은 뒤 실족사한 것으로 처리하려 했으나 사내의 유류품에서 경찰공제조합원증이 나오고, 그의 후배인 관리관 다타라가 타살임이 분명하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자 수사본부가 꾸려진다. 그리고 쓰카하라가 16년 전 살인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8년 실형을 살고 나온 센바 히데토시라는 남자의 행적을 추적했음이 드러난다.


센바 히데토시는 16년 전 도쿄 스기나미 구 오기쿠보 노상에서 미야케 노부코라는 전직 호스티스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센바는 그의 집 인근에서 잠복 수사하다 센바의 가방에서 피묻은 식칼을 증거물로 압수하여 재판에 넘겼고 센바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런데 그는 왜 이제와서 센바 히데토시를 쫓아다녔던 것일까?


한편, 부검결과 쓰카하라의 사인이 밝혀졌는데 뜻밖에도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그는 어디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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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바는 잠시 정을 통했던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범행을 가려주기 위해 8년의 옥살이를 했다. 여자는 물론 센바에게 고마와했고, 아이는 센바가 사랑했던 바다를 지켜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알았던 여자의 남편은 과거의 일을 캐러 온 듯한 전직 형사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했기 때문에 조카와 함께 불꽃놀이를 한다는 핑계로 조카에게 여관의 모든 구멍, 즉 창문과 굴뚝을 막도록 시킨다. 불꽃이 혹시라도 건물로 들어가면 화재 위험이 있다면서...


지난 달 거진에 놀러갔는데 휴가기간 내내 비가 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 날로 기억된다. 

스프링이 다 튀어나온 민박집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었다. 다른 작품과 달리 서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지만 그다지 깔끔한 맛이 없고, 수수께끼 풀이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어쩌면 그 날 나의 마음이 그렇게 씁쓸했는지도 모르겠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06714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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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7
에이모스 어리처 & 일라이 랜도 지음, 김성종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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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동과 이스라엘의 정치적·군사적 위기가 정점에 달한 시기,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평화를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집트가 중동에서 이탈할 경우 중동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 생각한 리비아의 카다피는 이스라엘의 외무상 모세 다얀을 암살하기로 결정한다. 비밀첩보기관의 운용에 있어서 다소 열위에 있던 리비아는 막대한 자금으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다. 그들은 서로 연관되지 않은 세 사람의 암살자를 고용하여 동시에 모세 다얀을 습격토록 했다. 실패가 있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기에 다음 암살자의 성공률은 높아질 것이었다. 

모델 에이전트를 본업으로 하는 마담 샤를로트는 독살의 대가이고, 저널리스트로 위장한 요르크 깁스코프는 폭발물 전문가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피닉스' 라는 암호명을 쓰는 암살자는 빈틈없는 전술로 무장한 변장의 명수였다. 

경쟁자들을 차례차례 해치우면서 한발 한발 모세 다얀에게로 다가서던 피닉스는 마침내 모세 다얀의 취미인 골동품 수집에 착안하여 완벽한 함정을 꾸미고, 이스라엘 정보부는 프랑스 및 이집트 경찰과 연합하여 그를 막기 위한 그물망을 펼친다.


작가 에이모스 어리처는 이스라엘 경찰 출신으로 <Phoenix> 외 <Journey Toward Death>, <A Man called Jordan> 등을 발표했으나 <피닉스> 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한 것 같다. 일라이 랜도는 이스라엘 정보부를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한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역시 <피닉스> 이후로는 이렇다할 인기작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닉스>는 1979년 발매 당시 300만부를 팔아 치웠는데,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와 같은 걸작은 아니지만 스파이와 정보부의 세계를 미시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꽤나 그럴싸하다. 한편, 중동과 이스라엘의 문제를 단선적으로 취급한 것은 불만족 스럽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06310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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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지옥 이타카
유메노 큐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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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 큐사쿠는 1889년 후쿠야마 출생으로 본명은 스기야마 야스미치(杉山 泰道)이다. 유메노 큐사쿠(夢の久作)는 후쿠야마 방언으로 몽상가라는 뜻.

그의 아버지는 우리나라의 원수 스기야마 시게마루(杉山茂丸)이다. 일진회 고문인 스기야마 시게마루는 한일신협약(정미7조약)을 사실상 주도한 인물로, 아시아주의라는 사이비 이데올로기에 근거하여 조선침략과 대륙진출을 획책한 자이다. 


어찌됐건 그의 아들 유메노 큐사쿠는 일본 20-30년대를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로, 우리나라에는 3대 기서 중 하나인 <도구라 마구라>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다른 기서는 오쿠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사건> https://blog.naver.com/rainsky94/80126561725 과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제물> https://blog.naver.com/rainsky94/221754721163)

기괴함과 몽상을 주조로 서간체나 독백체를 활용한 그의 미스터리는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많다. 


<소녀지옥>의 소녀들은 꿈이 깨어졌을 때 그 존재 의미도 사라지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소녀들은 능수능란하게 거짓말을 해댄다. 마치 그것만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편인양 소녀들은 거짓말을 해댄다.


<아무것도 아닌>의 히메구사 유리코는 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의 소설 <태양은 가득히(재주꾼 리플리>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여자다. 자신을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이라 속이고, 유명한 의사와의 친분을 과시한다. 그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히메구사 유리코는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런데 그녀의 유서는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살인 릴레이>의 여성연쇄살인범 니타카 다쓰오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차장이 주인공이다. 니타카 다쓰오가 자신도 죽일 거라는 생각에 먼저 손을 쓰지만, 사실은 그가 자신에게만은 진실했다고 깨달은 여차장은 자살을 암시한다. 그런데 가만. 어디에서도 니타카 다쓰오가 여차장을 사랑했다는 확증은 없다. 이것이 거짓말일까? 아니면, 자살한다는 암시가 거짓말일까. 


<화성의 여자> 현립 여자고등학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남자같은 '화성의 여자'가 희생자로 떠오른다. 그녀는 남자와 같은 체격과 운동능력으로 모든 운동경기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그런 그녀가 교장에게 겁탈을 당한다. 물론 교장은 주위가 깜깜해 '화성의 여자'를 다른 여자로 착각해서였다. 하지만 '화성의 여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불길 속에 내던지는 복수다. 그런데 시체는 정말 '화성의 여자'였을까?


<동정> 서양인 전문 창부 루리코가 평범한 인물 고사쿠를 경찰로 오인한다. 그녀는 얼마든지 몸을 주겠노라며 다시 만날 약속을 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여갱주> 니바리 탄광의 여갱주 니바리 미카코가 PT혁명을 추종하는 일단의 무리를 돕는 척 하다가 밀고한다. 항의하는 자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넌 프롤레타리아의 투사, 난 부르주아의 투사'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굴뚝> 신문기자가 난도백작부인을 협박하여 돈을 우려낸다. 명목은 난잡한 행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목적은 소년들을 살해하고 손톱을 모으는 것. 그녀는 기자에게 건낸 돈이 마지만 재산이었다며 이제 죽여달라고 한다. 도락의 끝은 허무일까.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05468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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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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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니혼바시 파출소 앞을 불안한 걸음으로 지나쳤다. 이를 지켜보던 파출소 순경은 남자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니혼바시 다리 중간쯤 기린 조각상으로 장식된 기둥에 기대서더니 동작을 멈추었다. 순경이 취객을 살펴보러 가까이 다가갔을 때 붉게 물든 와이셔츠 자락이 보였다. 사망한 남자의 이름은 아오야기 다케아키. 아내와 아들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용의자는 금방 특정되었다. 이름은 후유키. 무직인 그는 사건 당일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트럭에 치였는데, 그의 소지품을 조사하니 다케아키의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이 나왔다. 문제는 후유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서 용의자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었다.

경찰은 후유키가 아오야기를 살해했다는 것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접점이 나온다. 후유키는 아오야기가 관리자로 있던 공장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산재를 당했다. 목을 다쳐 손까지 저렸지만 회사는 제대로 치료해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후유키를 해고한다. 함께 일했던 동료와 공장장의 증언도 일치한다. 후유키가 산재처리를 제대로 진행해 주지 않은 데 앙심을 품고 회사 책임자인 아오야기 다케아키를 살해했다. 이것이 경찰이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가가 형사의 생각은 달랐다. 가가는 다케아키가 왜 사건 당일 그곳에 있었는지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다케아키의 소지품 중 특이하게 생긴 안경 케이스의 판매처를 알아내고, 메밀 국수를 먹었던 장소 등을 더듬어 살핀다. 그리고 마침내 다케아키가 칠복신 순례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칠복신 순례는 무언가 간절히 빌 것이 있을 때 하는 것인데, 가족들은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가족들도 눈치채지 못하게 종이학을 백마리씩 접어 공양할 만큼 간절했던 다케아키. 그가 빌었던 신사는 수난구재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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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에서 자신의 수치스러운 장면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등학생이 계획 살인을 저지른다. <졸업>에서는 출세를 위해 자살에 실패한 여자친구의 손목을 세면대에 다시 집어넣는 비정한 남자 친구가 나온다. 

하찮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기꺼이 범죄자가 되는 그들을 '선생' 가가는 올바른 길로 지도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가는 '선생'을 그만두고 '경찰'이 된다. 다른 가가 시리즈도 비정한 청소년들이 곧잘 등장하고, 그들은 계도 대상이 아닌 처벌 대상으로 그려진다.


<기린의 날개>에서는 아예 '선생'의 잘못된 지도를 '경찰'이 바로잡는 구도를 그려낸다.


"왜 아오야기 씨를 칼로 찌르고도 자수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그건 당신이 그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가르쳤기 때문이야. 잘못을 저질러도 어물쩍 넘어가면 다 해결된다고 말이지. 3년 전 당신은 세 아이에게 그렇게 가르쳤어. 그래서 스기노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거야. 아오야기 씨는 당신이 잘못 교육한 아들에게 무엇이 옳은 일인지 가르치려고 했어. 그것도 모르면서 당신이 무슨 선생이야. 당신은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어"


그러나 미묘하게 아이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 범죄자로 머물던 아이들이 <기린의 날개>에서는 참회의 길을 걷는다. 가가도 이제 소념 범죄자들과 화해를 시도하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기린의 날개>에서 가가의 아버지가 죽는다. 그 영향 때문일지도 모른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054365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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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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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오 신문 사회부 기자 마쓰모토 히로후미가 후지사와 서부 경찰서 부서장 다카이를 집요하게 취재한 끝에 유괴범 나카지마의 은신처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마쓰모토가 취재 결과에 추측을 가미해 부서장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자, 부서장은 "멋대로 해" 라고 말하고 뒤돌아선다. 

적극적인 반박이 없다면 추측이 맞다는 것. 마쓰모토는 팀장 세키구치 고타로에게 즉각 전화를 걸어 범인의 은신처가 발견되어 포클레인을 동원한 수색이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그날 주오 신문은 특종을 잡았다. 다만,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 주오신문 사회부는 지금까지 납치된 여아들이 모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점과 포클레인이 동원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제목을 내보낸 것이다. 


"행방불명 여아, 시신 발견되었나"


신문이 인쇄되어 전국의 배부처로 발송된 직후, TV 화면 생중계로 경찰에 의해 구출된 피해 아동 아이리의 모습이 방영되었다.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주오 신문의 오보가 언론사의 금도를 무너뜨린 듯 각종 추측 보도가 쏟아졌다. 이미 죽어버렸다는 오보가 쏟아진 이상 피해 아동이 범인에게 능욕당한 것 같다는 추측 기사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사건으로 심장이 약한 피해 아동의 할머니가 한달 뒤 사망했고, 어머니 역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게 되었다.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회부 팀장 세키구치 고타로가 지국으로 좌천되었고, 후지세 휴리는 부서 전보 당했으며, 마쓰모토 히로후미는 취재기자의 무거운 책임을 감당치 못하겠다며 정리부를 지원한다. 

세키구치는 자신들의 오보를 인정하면서도 범인이 한 명 더 있다는 취재 결과가 수사로 이어지길 바랬다. 하지만 범인 나카지마는 처음에 공범을 인정하다가 나중엔 단독범행이라고 말을 바꾼 뒤 사형 당한다. 


그로부터 7년 뒤, 세키구치가 쫓겨간 사이타마에서 유괴 미수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이 2인조인 것 같다는 목격담을 들은 세키구치는 수법이 과거 사건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한다. 그러나 동일범일지도 모른다는 세키구치의 확신은 오보 기자의 확신일 뿐. 모든 것은 처음부터 발로 뛰어 밝혀내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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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마사토는 1965년 가나가와 출생으로 메이지 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후 산케이 신문사에 입사해 스포츠 분야에서 20년간 취재기자로 일하다 작가로 전업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미드나잇 저널>에 생생하게 녹아들어 소설은 박진감 넘치는 현장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 오보에 책임을 지고 저널리즘의 도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어느정도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본 신문이 진실을 추구하는 정론 매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쩌면 작가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이상향에 맞추어 소설이 재구성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는 기자라는 직업이 언젠가 부터 쓰레기와 동격이 되어 기레기로 불린 지 오래 되었고, 이제는 나아가 구더기나 다름 없다는 의미에서 기더기로 불린다. 이러한 모멸적인 호칭 이면에는 해당 직업을 가진 자가 응당 갖춰야 할 소명의식을 내팽개친 데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이라면 진실을 추구하고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는 대중의 기대. 


하지만 한국의 언론은 그러한 소명의식을 갖추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광고를 지면에 싣기 위한 호객행위를 '취재'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대로 언론의 현 주소라고 인정하면 된다. 

대중은 기레기니 기더기니 하면서 기자들을 멸시하면 되고, 기자들은 그것대로 수긍하고 장사꾼으로써의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모멸은 사라질 것이다. 쓰레기장에 적치되어 있는 진짜 쓰레기를, 모멸하기 위하여 부러 쓰레기라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기자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위상을 과거 목숨을 걸고 독재에 맞서고 진실을 추구했던 기자들의 그 위치에 두려고 한다는 데 있다. 

대중은 자신들 보다 저열하다는 엘리트 의식, 자신들이 언로의 향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착각.  


한국은 언론신뢰도 부동의 꼴찌 국가다. 모멸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04204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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