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주오 신문 사회부 기자 마쓰모토 히로후미가 후지사와 서부 경찰서 부서장 다카이를 집요하게 취재한 끝에 유괴범 나카지마의 은신처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마쓰모토가 취재 결과에 추측을 가미해 부서장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자, 부서장은 "멋대로 해" 라고 말하고 뒤돌아선다. 

적극적인 반박이 없다면 추측이 맞다는 것. 마쓰모토는 팀장 세키구치 고타로에게 즉각 전화를 걸어 범인의 은신처가 발견되어 포클레인을 동원한 수색이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그날 주오 신문은 특종을 잡았다. 다만,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 주오신문 사회부는 지금까지 납치된 여아들이 모두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점과 포클레인이 동원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제목을 내보낸 것이다. 


"행방불명 여아, 시신 발견되었나"


신문이 인쇄되어 전국의 배부처로 발송된 직후, TV 화면 생중계로 경찰에 의해 구출된 피해 아동 아이리의 모습이 방영되었다.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주오 신문의 오보가 언론사의 금도를 무너뜨린 듯 각종 추측 보도가 쏟아졌다. 이미 죽어버렸다는 오보가 쏟아진 이상 피해 아동이 범인에게 능욕당한 것 같다는 추측 기사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사건으로 심장이 약한 피해 아동의 할머니가 한달 뒤 사망했고, 어머니 역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게 되었다.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회부 팀장 세키구치 고타로가 지국으로 좌천되었고, 후지세 휴리는 부서 전보 당했으며, 마쓰모토 히로후미는 취재기자의 무거운 책임을 감당치 못하겠다며 정리부를 지원한다. 

세키구치는 자신들의 오보를 인정하면서도 범인이 한 명 더 있다는 취재 결과가 수사로 이어지길 바랬다. 하지만 범인 나카지마는 처음에 공범을 인정하다가 나중엔 단독범행이라고 말을 바꾼 뒤 사형 당한다. 


그로부터 7년 뒤, 세키구치가 쫓겨간 사이타마에서 유괴 미수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이 2인조인 것 같다는 목격담을 들은 세키구치는 수법이 과거 사건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한다. 그러나 동일범일지도 모른다는 세키구치의 확신은 오보 기자의 확신일 뿐. 모든 것은 처음부터 발로 뛰어 밝혀내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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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마사토는 1965년 가나가와 출생으로 메이지 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후 산케이 신문사에 입사해 스포츠 분야에서 20년간 취재기자로 일하다 작가로 전업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미드나잇 저널>에 생생하게 녹아들어 소설은 박진감 넘치는 현장감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 오보에 책임을 지고 저널리즘의 도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어느정도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본 신문이 진실을 추구하는 정론 매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쩌면 작가가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이상향에 맞추어 소설이 재구성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는 기자라는 직업이 언젠가 부터 쓰레기와 동격이 되어 기레기로 불린 지 오래 되었고, 이제는 나아가 구더기나 다름 없다는 의미에서 기더기로 불린다. 이러한 모멸적인 호칭 이면에는 해당 직업을 가진 자가 응당 갖춰야 할 소명의식을 내팽개친 데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이라면 진실을 추구하고 정의의 편에 서야 한다는 대중의 기대. 


하지만 한국의 언론은 그러한 소명의식을 갖추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광고를 지면에 싣기 위한 호객행위를 '취재'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것대로 언론의 현 주소라고 인정하면 된다. 

대중은 기레기니 기더기니 하면서 기자들을 멸시하면 되고, 기자들은 그것대로 수긍하고 장사꾼으로써의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모멸은 사라질 것이다. 쓰레기장에 적치되어 있는 진짜 쓰레기를, 모멸하기 위하여 부러 쓰레기라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기자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위상을 과거 목숨을 걸고 독재에 맞서고 진실을 추구했던 기자들의 그 위치에 두려고 한다는 데 있다. 

대중은 자신들 보다 저열하다는 엘리트 의식, 자신들이 언로의 향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착각.  


한국은 언론신뢰도 부동의 꼴찌 국가다. 모멸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04204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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