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벽인가 '나꼼수 27회'를 반쯤 듣다가 자버렸다.  

하여 오늘 다시 나머지 부분을 들었는데 , 쓰나미가 따로없다. 씨바, 다들 멋쪄부러~~ 

3인3색 떨거지들을 앉혀놓고, '참회'와 '재활'이라는 형식으로 나간것도 신선했다. 

그냥 3시간이 다 주옥같았다. ^^ 

떨거지 3인방은 나꼼수 4인방이 별볼일 없어보이게 다들 한 이빨들 했다.  

 

다 중요한 얘기들이어서 어느 한가지를 옮기고 싶지 않다. 아니 옮길수가 엄따. 

직접 듣는것 외엔 방법이 엄써~~ 

 

노회찬: 서울시장 선거때, 긍께, 단일화가 될수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 있었군요.ㅠㅠ 

심상정: 재경위 의정 활동을 그리 꼼꼼히 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이미 그때, 지금 기로에선 FTA의 난점을 정확히 짚으셨군요. 몰라뵈서 죄송.. 

유시민: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우물이 있어 퍼내고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오오, 소매상을 하기엔 너무 깊고, 넓은 지성이여~~   

설명은 또 어찌그리 귀에 쏙쏙 박히게 잘하는지 놀랠 노자여!

.........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누구말이 맞는것인지 당췌 모르겠는, 에프 머시깽이. 

떨거지 3인방의 설명을 들으니 확실히 이해가 가네~~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일단 이들의 야그를 한번 들어보고 난후,

다시 찬반을 정함이 더욱 꼼꼼하다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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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늘 얘기치 않는 일이 벌어지는 법. 무려 14년만의 일본 크루즈 여행. 발단은 일본 도착지 주소 때문이었다. 묵을 호텔을 예약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도착지 주소가 따로 없었다. 

하여, 비워 둘 수는 없고 해서, 오래 전 알았던(지금은 소식이 끊긴) 지인의 집주소를 적을까, 한때 알바 했던 곳의 주소를 적을까 고민하다 알바 했던 곳의 주소가 쉬워서 그곳을 적었다. 양국은 3개월 무비자 협정도 맺은 사이이니 주소는 그냥 형식적으로 적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헉! 그런데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즉, 친구와 내가 적은 주소지가 신쥬꾸(新宿) 모 커피숍이었기에 그들은 자연스레 돈 벌러 가는 것이려니 의심한 것이었다.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나 싶더니, 아닌 게 아니라, 한쪽에 가서 앉아 있으라고 했다. 갑자기 당황이 되면서 이거이거, 간(?)도 못보고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늘이 노래졌다.(웃음) 

'모처럼 용기를 내어서 왔는데 이게 뭐람, 정말이지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우린 별 뾰족한 수 없이 그들이 가리키는 별도의 의자에 앉았다. 그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우리처지가 딱해보였던지 단체여행 가이드 한사람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사연을 듣더니.

"다른 사람들 심사 마치고 제일 나중에 할 겁니다. 일본은 주소를 중요시 합니다. 여행 가시는 도시의 호텔주소를 적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안 되었을 텐데..."

"그러니까, 불법 취업이 아님을 설명하면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한 시간여 후,  모든 사람들의 입국심사가 끝난 후 본격적인 심문 아닌 심문이 시작되었다.

"왜 이 주소를 적었나요?"

"아는 주소가 이것밖에 없어서 단지 적었을 뿐입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

"이해 안 됩니다."

"(웃으며) 이해하세요. 정말입니다! 옛날 유학시절 알바 하던 곳으로, 주소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칸을 비워 둘 수 없어 썼을 뿐입니다."

믿어라, 못 믿겠다, 실랑이 하다가 귀국 예약권을 보여주었더니, 왜 주소는 도쿄라 쓰고 돌아가는 것은 오사카냐고 또 따졌다. 

"도쿄에 갔다가 최종적으로 오사카에서 귀국하지 말란 법이 있나요? 그러나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갑자기 도쿄에 대한 흥미가 삭 가시는 군요."

"아무튼, 우리는 납득이 안 됩니다."

"믿어주세요. 취업이 웬 말입니까. 14년만에 여행 한번 하겠다고 모처럼 마음을 먹었는데... 오해하는 마음은 이해하나 사실이 아니니 믿어주세요."

그들로서는 뭔가 한건 잡았다 싶었는데 영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혼란스러운가 보았다. 수시로 사무실을 들락날락 안에 있는 사람들과 상의 해가며 추가로 묻고 또 물었다. 그래서 왜 똑같은 말 자꾸 묻느냐, 몇 번이냐 말해야 되냐 하다가, 옳거니, 그래 마음껏 물어라로 전략을 바꿨다. 그들이 자꾸 다각도로 묻는 것은 나의 말속에서 거짓말을 찾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정말 불법 취업이었다면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질문공세를 받았다면 중간에 눈동자가 흔들리며 인정하고 말지도 모를 일이었다. 심사관은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눈동자를 뚫어지게 살피며 물었기에 나 또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질문을 하다하다 그는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까지 시시콜콜 물었고 나는 허참, 이런 것까지 말해야 하냐며 대답했다.

"여행 일정을 다 말해 보세요."

"원래는 별다른 일정 없이 발길 닫는 대로 즉흥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었지만 굳이 그렇게 물으니 할 수 없이 일정을 정할게요. 일단 지금 이곳을 나가게 된다면 역에 가서 청춘 열차 티켓(여름 할인 티켓)을 끊을 겁니다. 그리고 몇 번의 갈아탐 후 히로시마 역에 도착해서 역 안내소에서 묵을 곳을 안내 받아 숙소에 짐을 부리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갈 겁니다."

"히로시마 공원에는 왜 가죠?"

"알다시피 후쿠시마 지진해일로 원전사고의 위험이 얼마나 인류 모두에게 당면한 난제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인한 고통을 이미 경험한 히로시마 사람들의 아픔을 평화공원의 원폭 돔 등을 보면서 느껴보고요. 또,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려면 세계시민들은 저마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까 등 인류의 미래와 원자력에 대해 두루두루 생각해보고 싶습니다(일부러 거창하게).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말 놀라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것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요. 일본이 잘 극복하면 다른 나라에도 도움이 되고 핵 없는 세상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요? 시사주간지 '아에라'가 현 상황의 나아 갈 길에 대해 보다 진실을 말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좌우지간 일본사람들 힘내시고. 후쿠시마 사람들도 힘내시고..." 

"일본 사람들 힘내라는 말 감사합니다."

"(감사하면 보내주든가.)"

"(그것과 이것은 별개 임, 착각하지 마쇼.)"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무역전시관. 상공 700미터에서 폭탄이 수직강하했다고.)
 


그렇게 히로시마 이후의 여행지도 말로 미리 갔다. 오카야마는 내릴까 우쩔까 고민이고, 고베 찍고, 돗토리 현 찍고, 교토에 가서 일박하고, 나라 갔다가 오사카로 와서 다시 일박한 다음 도톰보리 가서 푸짐하게 먹고 오사카 항구에 도착하면 되겠지요? 

아무튼 그런 식의 개괄과 별의별 구차한 질문과 대답을 다하다가 심사관이 사무실로 상의 하러간 막간을 이용하여 우리를 지키고 있던 젊은 직원과 잠시 수다를 떨었다. 한국드라마나 한류가수 좋아하느냐, 정말 인기 있느냐 물었다. 그는 카라가 소녀시대보다 더 인기 있다고 하였다. 자신도 카라 쪽이 더 좋다고.

나는, 지금 한국에서는 '현빈'이 최고로 인기 있는 배우인데 일본 아줌마들이 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척 궁금하다며 나중에 <시크릿 가든> 방영되면 꼭 보라며 추천했다. 그 직원은 문근영, 장근석이라면 몰라도 현빈은 아직 듣보잡인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명동과 제주도에 가봤다는 얘기를 하였다(굳이 그 직원과 얘기를 한 이유는 취업 아닌 여행이 목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위해).

"심야 우등 고속은 무섭나요?"

"아뇨. 전혀 그렇지 않고 시설도 좋습니다."

"여차하면 호텔 대신 심야고속도 한번쯤 이용할까 합니다."

"그것도 괜찮지요. 되도록 돈은 적게 의미는 깊은 그런 여행을 하고 싶은 거군요."

"바로 그거예요. 저, 저 높은 사람에게 얘기 좀 해줘요."(웃음)

 


(히로시마 라면은 너무 짜, 아우, 소태!  계란덮밥은 부더럽고 맛이 좋아~~)
   

다시 나온 심사관이랑 몇 번이나 더 했던 말 또 하며 옥신각신하다 이윽고, 결론은 해피엔딩. 하다하다 안 되어 마지막으로 가방을 열어 두 권의 책과 책 크기 만 한 일기장을 보여 주었다. 두 권의 책은 다름 아닌, <황하에서 천산까지>와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였다. 두 책은 다행히 사진이 있어서 그들이 한글을 몰라도 내 설명을 수긍하기 쉬웠다. 

"이것 보세요. 취업하러 가는 사람의 가방이 이렇게 가볍겠어요? 그리고 책을 이렇게 넣어갈까요? <기생충...>은 재미를 위해, <황하는...>는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행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 넣었습니다. 최근 산 책들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 일기장 보세요. '2011년 7월 23일'이라고 진하고 크게 써져 있죠? 어젯밤 배에서 잠이 안 와 로비에서 쓴 것입니다. (대 여섯 장 되는 일기를 넘기며, 웃으며) 번역해 읽어 드릴까요?"

"......."

그제야 할 수 없다는 듯, 심사관은 젊은 직원들에게 지문 찍는 것 도와주라 시켰고. 우리는 재일 교포들의 그 한 많은 투쟁의 사연이 담긴 지문을 얼씨구나 찍어서 송구했고 씁쓸했다. 물품 검사 등 최종 심사가 끝난 후, 카라가 좋다던 직원은 건물 밖으로 까지 걸어 나와 시모노세키역의 위치를 알려주며 즐거운 여행을 빌어주었다. 

 
(각종 안내책자와 지도 청춘티켓)



휴~~. 안도의 심호흡을 한 다음 친구와 나는 '에잇~!'하며 바로 다음 단계로 들어갔다. 씩씩거리며 갖은 욕*&%$#y@#$%^&*@#$%^&$*%&#$......을 다했다. 한편으론 이 떫은 기분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될까 하며 씁쓸히 웃었다. 그리고 만일에 대비에 다음에는 여행 첫날 하루정도는 예약호텔에서 잠을 자자고. 

가끔 다른 사람의 여행기에서 입국심사에서 난리 났네, 어쨌네 읽은 기억은 있지만 내가 설마 그런 경험을 할 줄이야~!^^ 

 
( 지난 7월 23~28일 사이에 있었던 일본 여행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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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11-07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인걸요. 여행 일정 동안의 이야기도 올려주세요.^^

폭설 2011-11-07 17:55   좋아요 0 | URL
ㅋㅋ..^^ 가을이군요.^^ 단풍이 무척 아릅답군요. 이렇게 계절이 자꾸자꾸
가니 좋아요. 괜히 붙잡고 싶은 마음도 생기면서~~
 

어느새, 창밖은 가을이 한창이다. 

멀리 보이는 인근 대학의 가로에는 벚나무들이 일제히 붉은빛으로  

물들어 어찌보면 지난봄의 꽃보다 더 아름다운 듯도 하다. 

 

뭐 하는 일도 없이 늘 시간은 빨리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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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기다리다 하루해가 저물었다. 이런 젠장~~

아침에: 아이들 학교가자마 후다닥 정리하고 컴을 켰는데, 아직 개봉을 안했군

점심먹고: 이젠 올라왔겠지 하고 역시 컴앞에 앉았는데, 아직도 오리무중

좀 이르다 싶게 휘리릭 저녁준비를 해놓고 이젠 정말 떴겠지 했는데, 이런 되, 되, 된장~~~
뭔 일 있는겨?

.....

에고, 오늘은 물건너 갔고 내일은 확실히 뜨겠죠잉?
.....

(혹시나 해서 자정무렵 한번 더 켜보아도 엠병(?) 소식이 없고나, ㅉ... 이쯤되면 신뢰의 위기라
할만한데 아쉬운 관계로 참겠어라. 흠.ㅋㅋ)

심심풀이 4인 4색 매력탐구

김용민:
넷중 가장 영계라니 풋풋함이 매력일세~ ㅋㅋ 기름진 목소리에 한표.
'목사 아들'이라는 수식어에 빵 터졌음.~~ 더불어 목사님 어떤 분일까 궁금해짐. 좋은 분일듯^^

김어준: 이미 지난 10년 너무 왕좌를 누려 다소 하락세~ㅋㅋ 신선미는 다소 떨어지나
그래도 이빨은  명불허전.

정봉주: 새로운 발견~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으니  되려 권위가 붙고 편안,  친근~(비슷한 과로는 문순c)
그럼에도 이분의 카페 회원까정 될 생각은 없었는데
나꼼수 21회 고대하며 들락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가입하고 말았다.

꼼수 21회 늦장에 어부지리로 봉도사 대박 맞은듯~~~ 다들 헛걸음하기 허해서 '회원가입'하며
허기를 달랜것은 아닌지... 정치인 팬클럽 회원수의 경우 1만명만 되어도 옹골차다 할것인데
워매, 4만명이 웬말이냐? 그 잘나가는 유시민도 2만 3천이던데...ㅋㅋ

노무현 대통령도 이정도 속도로 늘지는 않은것 같은데...^^ 노원구 공릉동 터가 좋은강? ㅋㅋ

주진우: 떠오르는 샛별!  새로운 타입의 남성상을 구현하는....ㅎㅎ  

수많은 연예인 몸짱남들보다 이분의 매력이 웃도는 듯~~ 주기자의 출현으로 몸짱의 시대는 가고 지성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은 아닐런지..ㅋㅋ  

대한민국 정재계+종교계 꼼수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에 언제든 풀어낼수 있을 것 같은
뇌용량이 무한매력.. 사탄기자 아무나 하나..ㅋㅋ

'누님들은 나만 좋아해요.' 푸핫~~ 웃겨죽소. 웃다가 정들~~

요즘 방송뉴스나 찌라시 신문들을 보면 한심의 극치인데 ....
주진우 기자는 그러한 자들을 일당백으로 커버할려니 몸값이 그리 높은가.
검찰청 누런 봉투만 봐도 움찔하는게 필부필부인데 취재하랴, 서초동 불려가랴.....
정의, 신뢰에다 은근 멋까지 갖춘 기자상을 보여주기에

주기자의 팬카페도 대박나는것은 시간문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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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22일)에서 세관에 적발된 수백 개의 짝퉁 루이뷔통 가방을 보자니 짝퉁과 관련한 일화가 떠올랐다. 

 
지난해 어느 날 서울 사는 한 친구가 소포를 보내왔다. 뭐지? 하며 제법 있어 보이는 미끈하게 각진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속 물건은 또 한 겹의 얇은 천에 싸여있었다. 꺼내 보니 직사각형의 보라색 손지갑이었다. 이름을 보니 루이뷔통. 에이 설마? 그래도 혹시나 싶어 친구에게 확인전화를 했다.

 

"지갑 잘 받았는데 루이뷔통이라니, 너무 과분하잖아."

"걱정마라, '짜가'고 2만 원 줬단다. 남편이 중국출장 갔다가 여러 개 사왔길래...ㅋㅋ."

"휴~, 안심이다. 난 또 진짜면 부담스러워서 어떡하나 싶어서... 포장이 좀 요란해야지~.

짝퉁이라서 너무 다행이고 고마워."

"그게 가짜라도 한국에서 사려면 6~7만 원 줘야 한다더라. 웃기지?"




  
가짜 뷔통
 
손지갑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며칠 후 똑같이 생긴 것이 아파트 노점시장에 있기에 가격을 물어보니 7만 원이라고 하였다. 가게주인은 '실용적이고 어디가도 이런 지갑은 이정도 가격을 줘야 해요'하면서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또 하나 떠오른 얘기. 언젠가 조카가 집에 놀러 와서 담소를 즐기고 있는데 조카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의 사연인즉, 지금 어디어디에서 짝퉁은 짝퉁인데 보다 고급 짝퉁이 출시되었는데 가보지 않으련 하는 것이었다.

 

"짝퉁이면 짝퉁이지 그 속에도 급이 있나?"

"그럼, 2,30만 원대도 있고 4,50만 원대도 있고..."

"짝퉁이래두 어마어마하게 비싸네. 짝퉁을 왜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다니."

 

"진품을 살려면 2,3백 혹은 4,5백 줘야하는데 동그라미 하나 떼고 살 수 있으니 혹하지. 비싼 짝퉁은 진품과 구분 못하게 철저한(?) 품질관리가 되었다나 뭐라나." 

"하긴 이태리 장인이나, 중국장인이나, 남대문 장인이나 기술력은 비슷하겠지. 디자인의 주인이 이태리 장인이라는 게 다를 뿐."

 
소중히 오래 쓰면 그것이 바로 명품




  
20년친구
 
가방


아무튼 기껏해야 출퇴근길에 화장품이며 잡동사니 넣어 다니는 가방이 평범한 가장 한 달 월급을 맞먹거나 넘는 다는 것이 씁쓸하다. 또, 비싼 가방에다 '명품'이란 말을 붙여주는 것도 마뜩찮다. 가방은 그냥 가방일 뿐이다. 비싼 가방이나 그냥 가방이나 내재적 가치는 별 차이 없다. 가방 안에 있는 내용물은 대개 비슷비슷하다. 화장품, 지갑, 책, 손 전화, 그 외 기타 등등.

 

그런 의미에서 내 오랜 가방을 소개한다. 나는 얼추 20년이 다 되어가는 가방을 애용하고 있다. 92~3년의 겨울, 대전의 '대전백화점'에서 당시 2만 5천 원을 주고 샀었다. 안정감 있고 소박한 게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JIRO'라는 이름이 가방 정면에 쓰여 있는데 '지로'는 만든 회사 이름인가 하면서 샀었다.

 

막상 가방을 써보니 첫인상 못잖게 실용적이고 착용감이 좋아서 늘 애용했다. 결혼을 하고나서도 결혼 때 산, 보다 비싼 백 놔두고 자주 애용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세월과 더불어 낡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내가 '지로' 가방을 멜 때 마다 면박을 주었다.

 

"어지간하면 새로 하나 사라, 내가 하나 사주랴?"

"낡긴 했는데 정이 들어서..."

 

정말 물건도 오래 쓰니 정이 들어서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가 없었다. 안 버려 본 것도 아니었다. 지청구를 주는 이웃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만 버리자. 다른 백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면서 헌옷 수거함(에 넣지 않고) 위에 올려놓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한 나절 만에 도로 가져오고 말았다. '분리불안'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남들이 지청구를 주든 말든 그냥 애용해야지~흠.'




  
좀 낡긴 낡았죠?ㅋㅋ
 
가방


그러다 지난 추석에 드디어 나의 가방을 좋게 말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동네 사진관에 들러서 사진관 아주머니와 차 한 잔 하게 되었는데 그분이 왈.

 

"아까부터 백을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요. 부러워요. 저리 낡은 것은 돈 주고도 살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겠죠, 후후~. 요즘 청바지는 돌 넣어 빨아 낡게 만든다지만 가방은 그럴 수 없겠죠."

 

구박이 아닌 상찬이라 놀라웠는데 사진관 아주머니는 또 다른 가방 얘기를 해 주었다. 즉, 며칠 전 어느 곳에서 한 외국인 여자가 맨, 제법 물건이 들어갈 보통 크기의 가방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 가방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이 낡아서 바들바들 해졌는데 그게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방 한 번 쳐다보고 가방주인 한 번 쳐다보고 하면서 넋을 잃었었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

 

"명품이 별건가요, 소중히 오래 쓰면 그게 바로 명품이죠."

"정말 그렇네요. 전 편리해서 이 가방을 자주 사용하면서도 조금 주눅 들기도 하고, 또, 지청구 주는 사람을 만날 때는 다른 가방을 들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휑하니 시장가고 슈퍼가고 금융볼일 보러 갈 때는 저도 모르게 이 가방을 선택해요. 가방이 낡아서 안전(?)하고 착용감도 좋고.."

"당당하게 쓰세요. 이 가방 보니 나도 정말 예쁜가방 하나 사서 오래 쓰고 싶어지네요."

 

누군가 불러주니 꽃이 되었듯. 사진관 아주머니가 의미부여를 해주니 편해서 쓰던 내 백이 진짜 명품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쓸 때까지 한번 써보자 다짐했다. 전과 다른 게 있다면 이전에는 외출했다 돌아오면 아무데나 마구 던져놓곤 했는데 이제는 좀 곱게 써야지. 그렇게 해야 될 것이 자꾸 빛바래고 낡으니.  





  
뒷주머니가 있어 더욱 실용적~
 
가방


요즘 유명 재벌 3세 여성들은 경쟁 하듯 너도나도 명품 매장을 열면서 마치 유행을 선도하는 듯하면서 매상고에 열을 올리던데 서민들이 거기에 춤 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대생들이 몇 달 알바해서 산다거나, 한두 달 만 월급이 끊겨도 대번 적금을 깨야하는 고만고만한 월급쟁이들이 명품에 연연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명품에 연연할수록 그 가방 값도 올라가고 짝퉁업 또한 번창할 것이다. 진품을 비싸게 들어도 짝퉁을 진품인양 들어도 결국 내주머니만 빌 뿐, 그 기분 오래가지 않는다. 철철이 새로운 신상품들은 또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백 만 원 짜리 하나 드느니 그냥 10만 원짜리 열 개 드는 게 낫지 않나. 10만 원 짜리 열 개 들것도 없이 그냥 용도에 맞게 큰 것 작은 것 중간 것 두 세 개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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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9-2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진품 루이뷔똥을 20년째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백화점에 진열된 신상보다 오래된 그 가방이 더 예뻐보였어요. 폭설님의 가방에는 역사가 담겨있네요. 명품 맞아요.^^

폭설 2011-09-24 11:57   좋아요 0 | URL
명품? ㅋㅋ 유럽 장사꾼들이 아시아 3국을 자기들 판로의 노다지로 보는 것을 알고 다들 현명한 소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