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는 15일로 넘어가 일요일이 되었다.

이미 전자투표는 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 순간,

괜시리 설레인다. ㅋㅋ

 

친구는 한명숙과 문성근에 표를 주었다고 했다.

나는 문성근과 이학영에 보탰다.

 

친구의 경우는 모르긴 해도 100% 당첨에 대표까정 뽑는 기염을~~

내 후보의 경우 성근님은 대표당첨 50%

학영님은 아쓸아쓸한 느낌~~ 

6위안에 들어야 될텐데~~ 내가 다 떨린다.^^

 

손전화 투표 정말 대단하다. 일주일이 즐겁다, 복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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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또 한해가 저무는 구나.... 

한해의 결론은 늘... 난 참 게으르구나 하는 반성....ㅋㅋ

내일 하루를 남겨두고서야 이해를 잘 마무리해야쥐 하며 부산을 떤다.ㅋㅋ 

어제는 먼저 살던 동네 미용실 가서 머리를 잘랐다.

딱히 자를 의도는 아니었으나 안부차 고구마 한봉지 들고 갔다가

겸사겸사 잘랐다. 머리카락이 순풍순풍 잘려나가니 덩달아 마음도 가벼워졌다.

 

오늘오전에는 경향신문의 <십대가 아프다>의 연속시리즈 마지막(아닌가?)번째를

정독하고서 이 힘든 시절을 살아내야 하는 십대들을 생각하자니 한숨이 절로절로...ㅉ

마음이 뒤숭숭할때는 청소가 재일. 종이며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통을 싹 정리하고

냉장고도 정리했다.  

 

올한해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면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 그것을 덮고, 덮고 나면

또 더 큰 사건이 일어나고, 일어나고 덮고 일어나고 덮고......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

인간계인지...

 

억울함과 분노 고통, 환희와 감격과 희망이  반복과 극복을 되풀이  하면서

시간의 수레바퀴는 훌러덩 또 굴러가네.

 

1. 3.11 동일본 대지진

 

충격이었다. 3.11은 법정스님의 양력 일주기이기도 한 날이기에 더욱 또렷이

기억나는 날이다. 신문에서 도쿄특파원 글은 빼놓지 않고 읽었다. 원자력은 정말

냄새없는 재앙. 며칠전 신문에서 일본은 원전의 87%인가를 발전 중지 했다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영덕 삼척에 원전을 더 짖는 다는 발표를 하였다.

거꾸로 가도 어쩜 그렇게 거꾸로 갈수가 있는지.... 원자력은 후손들에게 가장

미안한일...

 

2.이집트와 서아시아 민주화, 카다피 사망

 

독재자의 말로는 언제나 똑같아... 이제 겨우 민주화의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인 그쪽 사람들을

보자니 조마조마. 또 어문 놈이 열매를 챙겨갈까...

 

3. 일본여행

 

후쿠시마 대재앙이 없었다면 선뜻 나서지 않았을텐데 .... 놀라운 것은 한국에서

티비볼때는 도쿄시청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불끄고 또 반팔 입고 근무하며 에너지 절약하는

모습을 보이길래 전 일본이 다 에너지 절약에 동참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남쪽 동네는 전혀 그런 반응 없었다. 오사카 교토도 마찬가지고.

 

상점마다 넘쳐나는 형광불빛과 수많은 일회용 포장들.... 춥기까지한 열차안, 음식점들의 질좋은 매끈한 일회용 나무젓가락...  어딜봐도 흥청망청으로 보였는데 원전을 멈췄다니 , 더구나 원전을 멈추고도 도시가 돌아감이 놀랍다. 원자력자리를 석유에너지가 대신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렇게 대체하면서 태양열과 빛을 연구하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지. 열려야지. 암.

 

4.중국어

 

중국어 책을 사놓고 거죽만 바라보며 해를 넘겼고 또 해를 넘기나 싶었는데 일본여행으로

중국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기차안에서 계림에서 일어교사를 하는 중국아줌마를 만나

수다를 떨다가 '런스니 흔 까오싱(만나서 반가워요)'을 배웠다.

돌아와서 중국어 회화책을 비로소 펴서 런스니...의 한자가

어떻게 되는지 찾아 읽었을때의 그 오묘한 재미라니!

 

내친김에 예전 연변 여성에게 한자는 모르고 우리말 토시로만 배운 '메이 꾸안시(괜찮아요)''싱쿠러(수고했어요)''뚜웨이 부치이(미안해요)'등도 찾아보니 별거아닌 뻔한 한자들이 아닌가!

중국어라고 하면 그저 '성조'라는 두글자에 턱 막혀서

혼자는 못배우는가 싶어 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좌절했는데 중화채널이 있고 책을 사면 엠피쓰리 파일까지 붙어있는 요즘은

 

독학으로도 충분히 할수 있는 것이었다.  정말이다.

 

예전엔 중화채널을 틀면 참고 보려고 해도 10분을 넘기기 어려웠는데 요샌 중화채널만

보고싶어진다. 한 6개월 밤낮으로 보면 통달(?)하지 싶은데 ...ㅋㅋ 내가 그럴리가 있나..

시간되면 보고 안되면 말고 하다말다 그렇다. 그래도 중국드라마가 계속 재미있어주니

어영부영이나마 이어가기는 한다.

<궁 쇄심옥><띠아오만 어의><공자>를 보면서 중국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구나 느꼈다.

(그전에는 중화채널이 참 촌시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람마음이라는게 이리 180도 달라질수 있는지...^^ 배우들의 의상이며 소품, 장소 배경등이 너무 아름답고 놀랍다. 중국 비단옷이 그렇게 곱고 다양할줄이야. ㅋㅋ)

 

요즘은 <장미저택>과<서검은구록>을 시간 될때마다 보는데 재미있다.

<장미저택>에는 장나라가 주인공인데 장나라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중국에서 인기 있다고해도

어떻게 인기 있는지 몰랐는데 드라마를 보니 알겠다. 정말 예쁘고 보기좋다.

 

하여간, 중국드라마는 정말 끝이 없는것같다. 역사가 길고 땅덩이가 넓으니 사연도 많고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경우 한자는 같고 발음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중국어도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건데. 성조 어쩌고 하니 나는 우리가 쓰는 한자와 중국인이 쓰는 한자는 많이 다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간자체일뿐 많은 부분 같았다.

북경-뻬이징-페이킹, 완전-완추엔-칸젠, 건배-간페이-감빠이 식으루다가....ㅎㅎ

우좌간 중국어에 다가갈수 있어 기뻤던 한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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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친정에 갔다가 오늘 길이었다. 늘 그렇듯 차에서 라디오에 귀를 맡겼는데, 마침 라디오에서는 교육에세이를 쓰신 어느 분이 좌뇌형 우뇌형을 설명해가며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법'을 말하고 있었다. 왜 모든 결론은 '공부 잘하는'으로 귀결되냐며 찡그렸으나 다른 채널 돌리기 귀찮아 그냥 들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공부를 떠나 흥미로웠다. 즉 평소, 나는 좌뇌형일까 우뇌형일까 무척 궁금했으나 굳이 찾아보고 분석해보기 싫어 '궁금만'하고 있었더랬다. 그랬는데 마침 그 방송이 그것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즉, 우뇌형은 숲을 보는 형이라 전체를 보는 눈은 있으나 넓게 보는 만큼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대충 알기 때문에 아는 것도 많지만 잊어버리기도 잘하고 덜렁댄다고 하였다.

 

반면, 좌뇌형은 숲이 아닌 나무(부분)를 보는 형이라 꼼꼼하다고. 처음에는 배움의 효과를 내는데 더디나, 더디게 알지만 확실히 알고서 하나하나 쌓아가는 형이기 때문에 갈수록 향상하는 형이라고 하였다.

 

즉, 비약이 심할 수 있겠으나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우뇌는 숲을 볼 줄 아는 덜렁이, 좌뇌는 나무만 보는 꼼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좌뇌형은 계획한 바를 꼼꼼히 실천하나 우뇌형은 그러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가장 힘든 부모와 자녀의 조합은 좌뇌형의 꼼꼼한 엄마가 우뇌형 덜렁이 아이를 키울 때라고 하였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좌뇌형 엄마는 우뇌형 아이에게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왜 늘 말만 앞세우고 실천을 끝까지 못하느냐고 윽박지르게 되는데 우뇌형은 태생이 그게 안 된다고 한다. 책상에 10분을 못 앉아있는 형이라고. 그러니 꼼꼼한 엄마는 속이 터지고 우뇌형 아이는 우리 엄마 속상한 이유를 모르겠어라. 그러나 결과는 엄마의 힘이 강하니 꼼꼼하게 강압적으로 시키게 되고 10분도 못 앉아있는 아이는 아이고, 엄마 나죽소….

 

방송을 들으면서, 나는 우뇌형이구나 싶었다. 남편은 자신은 좌뇌형 같다고 했다. 덧붙여 첫째는 우뇌형, 둘째는 좌뇌형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느껴졌다. 우리만이 아니라 뒷좌석의 아이들에게도 솔깃하게 들렸는지 그 방송이 끝나자 바로 항의 들어왔다.

 

"봐라, 우뇌형은 10분도 못 앉아 있고 덜렁댄다잖아. 그런데 엄마는 두 시간을 공부하라니 말이 되나? 10분도 못 한다는데, 10분도. 엉?"

 

"아, 예~ 알겠심더. 그러면 이참에 엄마가 약속을 하나 하겠다. 그동안 우뇌형인줄 모르고 한 시간 두 시간 공부(독서)하라고 한 것 미안하고 앞으로는 공부하라는 소리 하지 않겠다."

 

"진짜? 정말이제?"

"그래. 엄마는 다른 부모들에 비해서 공부하란 소리 별로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들렸단 말이지? 알았어.(끄덕끄덕)"

 

둘째도 뽀루퉁하게 거들었다.

 

"내 한테도 공부하라 하지마라."

"니는 왜? 니는 그런 말 좀 들어도 되는 것 아니가?"

 

둘째는 한글을 못 떼고 학교 가서 3년째 고행 중이다.

 

"그래도 하지마라."

"풉~. 알았다."

 

사실 그동안 밖에서도 실컷 놀고 집에 와서는 또 만화영화는 기본이고 <런닝맨> <1박2일> <남자의 자격> <위기탈출넘버원> <소비자고발> <개그콘서트> 등 하나 하나 맛을 들이더니 요새는 <해피투개더> <승승장구>까지 보는 것이 아닌가.

 

'보고 싶으면 봐야지 어쩌겠어.'

'자꾸 보게 되니까 습관이 되는 건 아닐까.'

 

두 생각 사이에서 늘 왔다갔다 하다가 보는 꼴이 유난히 거슬리면 '이제부터 오후 8시 이후로는 TV시청 금지' 선언을 하는데 약발 며칠 못 간다. 내가 (우뇌형이라) 지속적으로 그럴 수 없는 데다가 아이들이 "'위기탈출 넘버원'은 꼭 봐야지 조심할 거 아니냐"며 꼬시면 한 번은 안 돼 넘어가도 두 번 안 돼 할 수는 없다. 그냥 넘어간다. 시대가 이런데 막아서 될 일이냐 하면서…. 그러면 또 원칙이 와르르~~ 보는 김에 <소비자 고발>도 보고 <1박2일>도 보고… 도로아미타불.

 

벌금이라도 내야 공부 닦달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우좌간 이제 내년이면 큰애도 중학생이 되니 그럭저럭 관계정립을 한번 새롭게 할 때도 되었겠다.

 

"공부하라는 소리 못 들어서 공부 안 할 일은 없겠지?"

"그럼, 10분을 못 앉아 있는 다잖아."

"공부하란 소리가 그렇게 효과없나?"

"그럼."

 

"알았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정말 알아서 해라. 오로지 공부, 공부하라는 것도 아니고 TV 보는 것의 반의반의 반만큼 공부(독서) 좀 하라는 게 그렇게 들렸다면 할 말 없네. 반평균 까먹어서 반에 피해주는 일이 없도록 각자 알아서들…. 말로만 간섭 안 하겠다고 하면 작심삼일로 잊어버릴지도 모르니 이참에 맹세할 게. 앞으로 공부하라 소리 하게 되면 100원 벌금 낼께."

 

"100원은 너무 적다."

"그러면 200원."

"그것도 너무 적다."

"그래, 그럼 엄마 스스로 결심을 굳건하게 하는 의미에서 500원 건다. 공부해라 소리 엄마 입에서 나오면 무조건 500원 청구해라. 사과의 말과 함께 즉시 주마."

"앗싸~."

 

어쩌면 벌금을 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전부터 생각한 것이었는데 마침 그날이 그날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나니 이내 속이 후련했다. 효과 없는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아이들을 해방시키는게 목적이었는데 되려 내가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이런줄도 모르고 혹시 덜렁 약속을 했다가 벌금만 잔뜩 무는 것은 아닌가 싶어 그동안 생각만 깨적깨적 했더랬다.

 

그러나 그렇게 '벌금'이라는 못을 박지 않고는 나도 모르게 '공부' 하란 소리를 습관적으로 할 것이기에 그러한 상징이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필요했다. 더불어 아이들의 입장에선 잔소리 안 들어 일단 좋고, 대신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진 만큼 스스로 알아서? 기대는 금물. 그런 기대 안 하고 싶다. 공부가 좋고 책이 좋으면 내나 할 일.

 

하여간 일주일이 흐른 어제, 큰애는 한 건 올리려고 바람을 넣었다. 아, 오늘은 숙제가 많네 어쩌네 하면서 다가왔다.

 

"엄마, 공부할까, 할까? 응?"

 

나도 모르게 평소대로 '그래 해라'라고 하면 당장 말꼬리 잡고 벌금타령 할 꿍꿍이가 순간 보였다. 오호, 거기에 넘어 갈소냐.

 

"니 맘대로 하세요.^^"

"안 속네. 헤헤~"

 

아무튼 지금의 마음으론 앞으로도 쭉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좌뇌형이었다면 지키지 못할 약속이겠으나 우뇌형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극복가능한 공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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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 100m쯤 가면 바로 청수사인데, 괜히 오른쪽으로 꺾고 싶더라는...ㅋㅋ 하여, 한참을 둘러서 다른길로 들어갔다가 나올때는 저 계단으로 내려왔다.
 
청수사


소시지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청수사 (淸水寺,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길에 보니 우리가 잔 곳은 정말이지 교토시내의 정중앙이었다. 길들이 바둑판처럼 정렬된 데다 건물들이 워낙 직각에다 높이마저 일률적이니 몸이 주눅 들고 현기증마저 났다. 거기다 자동차 소음이 '드르륵 드르륵' 쉴 새 없이 이어지니 차 소음을 특히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 순간들이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유황불 지옥보다 더 끔찍하군.'

그러나 그러한 중심을 한 30분쯤 걷다가 다행히 전통적인 건물들이 즐비한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옛 느낌이 나는 목조 주택들을 만나니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청수사 쪽으로 막연히 걷다가 그보다 먼저 있는 견인사를 만났고, 견인사를 나와 또 걷다보니 고대사가 나왔다. 고대사 앞에서는 찻집을 발견하고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오전 10시쯤이었는데도 찻집 안은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아니 할매 할배들이 어쩐 일로 다가?' 의아한 느낌은 잠시이고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연세가 다들 70세 이상은 족히 되어 보이는 노인 분들이었다. 수수하면서도 단아하고 깔끔하게 차려입고 아침부터 '마실'을 나와 차를 마시며 담소하며 노년의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우리 얘기를 엿듣고는 '어머나, 옆에 사람들은 한국사람들 인가봐'하며 소곤거리기며 소녀처럼 웃기도 하였다. 또 다른 쪽 옆의 할머니는 혼자였는데 나중 온 할아버지와 합석을 하였는데 그것도 참 보기 좋았다. 

"자리가 없는데 좀 앉아도 될까요?"하니 "물론이지요. 하하 호호~~" 해가며 자연스레 마주 앉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어색한 침묵의 순간도 없이 소소한 얘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정겹게 말을 주고받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일본에서는 할머니들이 제일 안정 되어 보였다. 머리모양도 마음에 들고, 옷차림도 수수 깔끔하고, 무엇보다 얼굴표정들이 밝았다. 그에 비해 젊은이들은 <화성인 바이러스>에서 간혹 보이는 것과 같은 과장된 모습들이 수시로 보였다. 

버스를 타면 쌍둥이처럼 쌍으로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있는가 하면. 아주 진하게 머리를 염색하고 머리모양은 세팅 말다 나온 것처럼 과장되게 부풀려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뿐인가. 눈은 인형처럼 하고 손은 마녀처럼 하고 손 전화에는 화면이 안보일 정도로 볼록 스티커를 붙이고. 인형은 안거나 커다란 종이가방에 넣어 다니고, 괴이한 신발을 신고, 바지는 허리띠를 팬티보다 내려서 차고 다녔다.

교복 차림의 여학생들의 경우, 한때는 흰색의 헐렁한 양말을 추운 겨울에도 발목 10센티 정도로 말고 다니는 게 유행이더니. 요새는 여름인데도 그 흰색이 검은색으로 바뀌어 여학생이란 여학생들은 모두 종아리 전체로, 이제는 반대로 다들 올려들 신고 있었다. 일종의 이열치열인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도 제멋이겠지만 혼자 산다면 몰라도 부모님이랑 같이 산다면 그 부모님들은 그러한 자녀를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친구는 너그럽게 이해하고 싶다고 하였지만 나는 솔직히 가슴이 답답~하였다.

"저렇게 하고 다니는 용기가 대단하지 않니? 남이야 뭐라고 하든 말든, 남 눈 의식 하지 않고 저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

"어휴, 그래도 난 반댈세. 저렇게 분장을 하면 피부도 피부지만 시력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저러한 모습들이 뭐에 대한 '반동'인지 일본 기성세대는 연구해야 된다고 봐(웃음)."

"저러다가도 때 되면 멈추지 않을까?"

"글쎄 멈출 거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을 거야. 당사자들이야 만족스러운지 몰라도 난 왠지 가슴이 아파…."

아무튼, 만화 속 인물 같은 과장된 젊은이들의 모습에 놀라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후 보장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느긋한 모습이 유독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늙으면 어린애가 되고, 또는,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우울한, 그런 모습의 노인들이 아닌 여유롭게 여생을 관조하며 사는 듯한 모습인지라 인상적이었다.



  
관음의 미소
 
관음상

(우째 얘기가 옆길로...^^ 다시 돌아와) 냉커피를 마신 후, 고대사(古代寺, 고다이지)로 들어갔다.  관음상이 하도 크다 보니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부좌 틀고 앉아 약간 내리깐 눈매며 입매에서 온화한 불성이 느껴졌다. 보면 볼수록 빨려드는 매력이 있어, 저런 대형 불사도 때론 효험을 발휘하는구나 싶었다.^^ 특히나 불상이 흰색이 아닌 약간 아이보리 비슷한 빛깔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고대사란 절의 기원은 우리에겐 과히 유쾌할 리 없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리기 위해 그의 부인이 지었다고 하였다. 그렇게 고대사를 들렀다가 두어 바퀴 헛돌다 원래 목적지인 청수사에 도착했다. 보수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한 청수사 대웅전의 낡은 지붕이 오랜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평지에 위치한 금각사 등과 달리 청수사는 높은 산허리에 있어 교토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청수사에서 내려다보니 교토도 분지라서 그런지 대구랑 비슷한 느낌이 났다. 마치 대구의 '앞산공원'에 올라서 대구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대구랑 닮았다. 그리고 청수사는 아마 교토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 싶다(그런데 그렇게 속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수도가 잘 되었을까나.^^).

청수사를 돌아보고 난후 우린 교토박물관 쪽을 거처 교토 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교토시내에서 청수사 까지 걸어서 왔는데 다시 걸어서 교토 역까지 가기로 했다. 엉뚱한 곳으로 빠지지 않으려 중간 중간 위치를 확인하면서 걸었다. 참으로 묘한 것이 걸어보니 길이 자연스레 익혀졌다. 타도시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무조건 그 도시를 일단 걸어보고 볼일이다.





  
섬세한 줄서기~
 
공예품

버스를 타고 혹은 택시를 타고 10여 분 만에 훌쩍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아무리 눈썰미가 있어도 지나친 길에 뭐가 있었는지 아무 생각 없기 쉽다. 그에 반해 걸으니, 시야가 단번에 훤해졌다. 그리고 지도를 보는 눈도 생기고 한번 걸은 길은 머릿속에 그대로 저장이 되었다. 

수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내 머릿속에는 교토시내 번화가에서 청수사~교토박물관~ 교토역의 그 길이 눈에 선하고 구석구석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지점들마저 기억이 난다. 예전 여행 때는 택시 타고 훌쩍 다녔기에 가는 노정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지금도 '금각사'하면 금박의 외벽만 생각나고 '은각사' 하면 미로정원밖에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웃음).

그런데 이번의 경우 걸었더니 가는 노정의 햇살까지, 어느 집 담벼락 노송의 푸르름까지 생생하게 기억났다. 고로, 앞으로 남의 나라 도시를 여행 할 때는 되도록 많이 걸어보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걷는 자에게 추억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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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항구, 물결은 잔잔하니 맑았고 하늘도 바다도 넉넉했다.)

 
입국심사관에게 그렇게 두 시간여 시달리다 겨우 빠져나와 시모노세키 역에 도착해 보니 이미 시각은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일단 히로시마로 가기로 하고, 친구가 여름철 할인티켓인   

청춘(세이슌)티켓'을 한번 이용해 보자고 하였다.

 

"우린 중년이지 청춘이 아니잖아. 가능할까?"

"그 청춘이 그 청춘이 아니여. 피 끓는 청춘들처럼 여러 번 갈아타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이면 누구나 청춘이라는 의미의 청춘이야."

"그래? 그럼 일단 한 번 물어보자."

 

과연 일본의 '청춘티켓'(11500엔으로 5일 이용가능. 우린 둘이 사용했으므로 3일째 되는 날 한사람은 별도의 보통 티켓을 끊음)은 그러했다. 고속열차에 비해선 시간이 배로 걸리고 히로시마까지 오는데 네댓 번 갈아타야 했으나 급할 것 없는 우리로서는 불만사항이랄 것도 없었다.

 

오히려 우리의 무궁화호처럼 적당한 속력으로 달려주니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딱 좋았다. NHK에서 일본철도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여 지던 그런 풍경들이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졌다. 때론 1시간, 혹은 40분, 50분 마다 한 번씩 갈아타게 되니 그때마다 바르게 탔는지 내렸는지 긴장감이 일었고, 오르고 내리는 모든 사람들이 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들이었다. 다들 무슨 사연으로 오고 가는지. 그저 평범한 일상의 하루에 지나지 않는지.

 

히로시마 역 안내소... 호텔 예약까지?

 

원래는 역 안내소 따위 들어갈 생각일랑 없었다. 어느 역, 어느 터미널에나 다 있는 그림으로 된 유적 안내도를 보면서 동으로, 서로 아무 곳이나 땡기는 명승지에다 발자국 찍고 역시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 호텔이나 들어서 묵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입국심사 실랑이할 때 역 안내소를 한 번 언급하고 나니 갑자기 그곳이 궁금해졌다. 어쩌면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묻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마침 때는 이미 오후 네 시를 넘었기에 볼거리보다 잘 곳이 더 급하기도 하였다.

  

"안녕하세요? 역 근처에 싼 호텔 없을까요?"

"가격은 얼마 정도를 예상하시는지요?"

"보통 얼마 정도로 있어요?"

"싼 곳부터 비싼 곳 까지 다 있어요.^^"

 

그러면서 안내소 직원이 보여준 홍보지에는 얼추 80여 개가 넘는 호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당장 역 주변 호텔만 해도 스무 개가 넘었다. 역 안내소 책자에 등록된 호텔 주소가 그렇게 많다니, 혹시나 하며 걱정했던 풍찬노숙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가장 싼 호텔은 얼마예요?"

"가장 싼 곳은 00호스텔인데 한 사람당 2900엔입니다."

"(무척 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더 싼 곳은 없나요?"

"있기는 하지만 유스호스텔은 역에서 멀고 방과 화장실과 욕실이 다 공용이라...."

"알겠어요. 2900엔 그곳으로 할게요."

"아, 이곳도 욕실은 공용이네요."

"괜찮습니다."

 

안내소 직원은 바로 2900엔 하는 호텔로 전화를 걸어서 방이 있는지 확인을 하였다. 방은 물론 있었다. 그는 한국여성 2명이 곧 갈 것이라고 말한 후 지도를 펴서 00호스텔은 10분 거리에 있다며 형광 팬으로 우리가 찾아갈 길에다 선을 그어주었다.   

 

00호스텔은 한 번 짧게 해맨 후 바로 찾았다. 우리네 대학촌의 빌라 한 동 정도의 건물인데 깔끔하고 정갈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 가니 역과는 달리 100엔이 올랐고 세금도 있어 한 사람 당 3200엔 이라고 하였다. '아, 그러냐'고 하면서 좋다고 하였다.

 

그렇게 첫날은 여느 호텔보다는 좀 좁았으나 다다미방에서 보송보송하고 푹신한 요를 깔고 잤다. 원래 생각은 아무리 적게 주어도 한 사람 당 5,6천 엔(7~8만원) 정도는 주어야 하루를 묵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둘이 합해서 그렇다니 의외였다.

 

수년 전 한 지인은 일본여행 갔다가 하룻밤 방값으로 우리 돈 35만 원을 지불하고는 아까워서 혼이 났다고 말했다. 하룻밤에 35만 원이라니 듣는 것만으로도 아까웠던 기억이 있기에, 그때보다 몇 년이 더 흘렀으니 방값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겪어 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 가만 보니 일본은 물가가 십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오른 것이었다. 버스, 지하철, 라면, 우동, 맥주, 책, 시디 등등 다 옛날 그대로였다.

 

하여간 둘이 하룻밤 숙박료 6400엔 정도야 너끈히 감당하겠고. 다음 숙박지가 될 교토나 오사카의 경우는 아무래도 조금 더 비싸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 어인 행운인지 더 싸게 묵을 수 있었다.

 

특히 다른 점은 히로시마 역 안내소는 호텔에 전화를 걸어 방이 있나 없나 알아봐주고, 가도 되냐 안 되냐 타진 해주기만 했다. 그런데, 교토와 오사카 역 안내소에서는 직접 전화문의는 물론 예약까지 해주었다. 나는 혹시나 호텔을 못 찾을 것을 대비해,

 

"위치만 알려주시면 직접 가서 예약할게요."

"아니 예약은 여기서 해야 합니다."

"아니 왜죠?"

"여기서 예약을 하면 가격이 할인 됩니다. 직접 가서 하시면 조금 더 비싸요."

"어머, 그래요?"

"네. 여기서 예약을 하면 예약확인서를 드리는데 그걸 호텔 프런트에 주고 돈을 지불하세요."

 

그렇게 해서 일본에서 3일 밤을 나는 동안 낸 숙박비는 다음과 같다.

 

첫날 히로시마 역 근처 00호스텔: 6400엔(당시 환율로 약 8만6000원)

둘째 날 교토 시내 00호텔: 5250엔(약 7만 원)

셋째 날 오사카 시내 00호텔: 4600엔(약 6만 원)

 








  
7만 원 짜리 방 치고는 대만족~

교토호텔





 




결론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중적 국제적인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닌 한, 일본의 경우, 빈방은 즐비한 듯하다. 그리고 아무리 싸도 관광안내소에 등록된 호텔들은 기본은 한다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청결의 정도 등이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안내소 책자에 오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일본 가기 전, 일본여행을 자주한 친구에게 호텔 예약 없이 가려고 하는데 그래도 되냐물으니 자기는 한 번도 예약을 하지 않고 간적이 없다며 걱정스러워 했다. 반대로 인도, 티벳 등 여행 경험이 풍부한 함께 간 친구는 "미리 정해 놓고 가면 재미없어, 가면 다 돼"라며 태평했었다.

 

뭐, 나 또한 예약 같은 건 지루하니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기는 가는데, 혹시나 역에서 박스 덮고 자야 되는 건 아닌가, 긴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무탈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비슷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친구와 나의 경우이고 다른 이들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시길.)

 

아무튼, 일본의 경우 역 관광안내소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호텔 예약까지 해 준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에 있었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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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11-13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친절하군요! 미리 예약하고 가야 할인된다고 알려주다니 고마운걸요. 잘 보았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2011-11-16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