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작가의 옮김 1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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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화상

어떤 수치심이나 자랑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담백하게 써내려간 어느 천재의 지독한 자화상

에두아르 르베의 장편소설 『자화상』. 서로 연관관계도 인과관계도 없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저자는 일상의 모든 면을 간결하고 단정적인 건조한 문장들로 엮어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성적, 정치적, 철학적, 미학적 자화상을 그려냈다.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완벽한 자서전이자 완벽한 소설로 읽힐 수 있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자전적 허구의 세계를 선사한다.

사진작가로서 활동하던 저자가 2002년 미국 전역을 여행하며 낮에는 사진을 찍고 저녁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문장들을 조금씩 써내려갔는데 그 당시의 쪽글들이 모여 이루어진 이 작품은 거대한 한 폭의 자화상을 이룬다. 지나온 삶과 작품, 일상, 습관, 의혹과 불안에 관련된 문장들이 연대기적 순서 없이 나열되어 있다. 평범한 것들을 일상적인 언어로 썼지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프랑스 문학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비범한 예술 작품으로 평가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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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자신을 그린 초상화란 뜻을 담은 이 <자화상>이라는 소설은 소설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나 저자인 에두아르 르베의 모든 것을 담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그에 대한 나름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디서도 보지 못한 생경한 느낌의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에 대한 마성의 이야기로 빠져들게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에둘러 말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그의 고백처럼 그가 말하는 이야기를 보노라면 무엇이 좋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어느 것을 더 좋아한다, 라는 조심스러운 듯 전해지는 이야기가 송글송글 맺혀 간다. 어머니의 자궁의 고독과 내 무덤 속의 고독 사이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맺어 갈 것이라 말하는 그의 삶에서 실제 그가 얼마나 많은 삶의 그물을 남기고 갔는지에 대한 뚜렷한 결말은 없지만, 그가 매 순간 그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순간순간을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는 독서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나 자신을 대단한 독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읽은 것을 다시 읽는다. 내 책꽂이의 책들 가운데는 끝까지 읽지 못한 것이 읽은 것만큼이나 많다. 읽은 책들을 셀 때 나는 끝까지 읽지 않은 것도 세는 속임수를 부린다.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본문

 자신의 자화상이 수 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무어라 말했을까. 인생의 중간이 열다섯 살이라 말한 그의 수 많은 그의 단편들을 보면서도 아직 그의 모습이 확고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그의 모습을 그려볼 수는 있지만 그의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는 더 이상의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움만이 전해지는데 그의 인생 최고의 날이 다시 올 수 있도록 조금 더 진득하니 기다려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자신의 자화상을 너무 빨리 남기고 가버린 그가 야속할 뿐이다.

어떠한 형식도 없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 이야기가 생경하게 느껴지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나는 이토록 나를 또렷이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를 떠올리게 한다. 그가 남긴 자화상처럼 나도 조금씩 나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작업을 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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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렐렘』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작품이다. 소설의 전통적인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이 작품은,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는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가는 단일 구조의 파격적인 소설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구조가 품고 있는 감각의 갈래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환각 상태 속에서 주인공 ‘나’는 온전한 정신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시에 환각으로 인해 엉켜가는 생각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곱씹는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3.0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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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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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형제 동화전집

『그림 형제 동화전집(완역본)』에는 그림 형제의 작품 210편이 담겨 있다. 《개구리 왕자》 《백설공주》《라푼첼》《헨젤과 그레텔》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익숙한 동화의 제목이자 오늘날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형태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그림 형제가 약 200년 전 수집했던 이야기들이 원작이라는 점이다. 유럽 지역에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 속에서 인간적인 심성의 기원이 무엇인지 밝히고자 노력했던 그림 형제. 그들의 노력으로 시간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성의 여러 가지 모습과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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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형제의 유명한 동화를 완역했다는 말마따나 어린 시절 보았던 이야기들은 물론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들까지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을 마주하는 순간, 그야말로 기대감이 증폭되어 설렘까지 느껴졌다. 조심스레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 내려가며 느낀 생각은 생각보다 이야기의 길이가 짧다는 것과 그리고 이전에 느꼈던 것처럼 따스한 느낌보다는 의외의 잔혹한 면들도 담고 있구나, 라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어릴 때 느꼈던 그림 동화의 느낌은 솜사탕처럼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었다면 지금 다시 마주한 이야기들은 예리한 칼날을 숨기고 있는 벌집 같은 느낌이랄까. 그 안에 달콤한 꿀이 있기는 하나 수 많은 벌들이 지키고 있는 그 안의 이야기들 하나하나를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그림 동화에 대한 감정과 틀을 철저히 부셔뜨려야만 했다.  

 난 피곤해요, 공주님. 나도 공주님처럼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날 침대 위로 올려 주세요. 안 그러면 아버님께 일러바치겠어요!”
 
이 말에 공주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개구리를 집어 들어 있는 힘껏 벽에다 던졌습니다.
 
이제 푹 쉴 수 있을거야, 이 더러운 개구리 같으니!”
그러나 개구리가 방 바닥에 떨어졌을 때 개구리는 이미 아름다운 눈을 지닌 왕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공주는 이제 아버지가 지시하신 대로 왕자를 자신의 다정한 친구요 남편으로 맞아드리게 되었습니다. –본문

 개구리 왕자의 마법이 풀리기 위해서는 공주의 따스한 입맞춤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그녀의 곁에 함께하는 것만으로 마법이 풀리는 것이었다니. 특히나 황금공을 되찾기 위해 개구리에게 했던 약속 따위는 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다 아버지의 명령에 의해 자신의 약속을 억지로 지키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저 심술쟁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개구리 왕자가 벽에 부딪치는 순간 마법이 풀리며 아름다운 왕자로 변하지 않았더라면, 공주는 개구리를 계속해서 편애하고 괴롭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감언이설도 마다 하지 않던 그녀가 개구리를 대하는 모습은 우리네 사회 속에서도 종종 보아왔던 모습 같아 씁쓸하게만 보인다.

 내가 죽일까요?”
아내가 물었습니다.
 
안 돼! 이 놈은 잔인하게 죽여야 해. 내가 삼켜 버리겠어.”
그러더니 새를 통째로 삼켰습니다. 참새는 사나이의 목 속에서 퍼덕거리더니 목구멍까지 다시 기어나왔습니다. 참새를 머리를 삐죽 내밀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네 목숨도 성치 않을 줄 알아라!”
 
마부는 아내에게 도끼를 건네면서 말했습니다.
 
내 입 안의 새를 죽여!”
 
아내를 도끼를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빗맞은 도끼가 마부의 머리를 정통으로 내리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마부는 쓰러져 죽고 참새는 멀리멀리 날아갔습니다. –본문

 주인에게 버림받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굶주림에 빠져있는 개를 보고서는 참새를 도시로 함께 갈 것을 종용하고 있다. 그곳에서 참새는 개에게 고기를 물어다 주기도 하고 빵을 전해주기도 하며 개의 주린 배가 채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윽고 배불리 먹은 개는 길 위에서 잠이 들게 된다. 한가한 초원 위에 잠이 들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개가 누워있던 곳은 마차가 오가는 길목이었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마차가 개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본 참새는 마부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게 되지만 마부는 이 경고를 무시하고선 마차를 계속 움직이고 있다. 결국 개는 마차에 치어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되고 그 모습을 바라본 참새가 마부에게 복수하는 장면이 이어지게 되는데 이 혈투 넘치는 복수 장면을 보노라면 과연 개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참새는 왜 막무가내로 마부에게 길을 돌아가라 명령하며 그렇지 않으면 망하게 될 것이라 폭언을 쏟아 부은 것인지, 마부 또한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서는 자신의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이 안의 이야기들에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물론 우리가 있는 현재의 모습도 늘 모든 것이 나의 생각대로만은 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은 말이다.

 어른과 아이를 위한 이야기이지만, 실상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가 아니었을까. 그림 형제의 동화 속에서만큼은 현실이 아닌 동화 속의 환상에 빠져들고 싶었던 바람은 되려 더욱더 깊은 현실의 진창에서 허덕이다 나온 듯한 느낌이다. 어찌되었건 그들의 원작 이야기를 이 한 권으로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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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고전 명작!

어른들을 위한 동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세트. 『어린왕자』,『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작은 아씨들』 등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선사하는 고전 명작들을 어른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일러스트들과 함께 담아낸 시리즈이다. 명작들을 읽다보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감수성과 추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더불어 그때는 미처 느끼고 깨닫지 못했던 메시지를 어른이 된 나의 생각과 마음으로 새롭게 느끼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명작의 깊이에 버금가는 일러스트로,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를 더했으며, 하드커버 양장 제본으로 제작하여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책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했다. (전15권)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2.2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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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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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 소설을 거의 읽어본 적이 없기에 추리 소설은 이러한 맥락이다, 라는 것은 있다면,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안에 넘실거리는 수 많은 헛된 정보 속에서도 범인이 남기고 간 중요한 단서들만을 매의 눈으로 꿰뚫어보는 수사관이 등장하고 그 누구도 풀지 못할 미스터리했던 문제를 단숨에 풀어 넘기며 해결해 나가는 것이 추리 소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어나가며 미궁 속의 난제를 풀어나갈 때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것이 추리 소설의 본질이 아닐까, 라며 생각하던 나에게 이 <약속>이란 책은 추리 소설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의 내면은 전혀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뻔한 것 같았지만 알고 보면 뻔하지 않은 흐름 때문에 살짝 당혹스럽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뻔함을 넘어 새로움을 전해주고 있기에 이렇게 풀어나갈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전진 경찰국장을 연임했던 H박사가 추리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에게 한 사건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약속>은 시작된다. 한때는 H박사의 신임 받던 부하였던 마태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들르면서 이전에 그가 수사했던 사건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빨간 치마를 입고 있던 소녀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던 사건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게 된다. 피해자를 발견하고 신고를 했던 폰은 이미 성범죄 전과 기록이 있었고 그 기록들은 결국 그를 범인으로 몰게 된다. 범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이후 폰은 강압적인 수사 끝에 결국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자백하고서는 자살로 스스로 생을 마치게 된다.

 우리 사나이 대 사나이로 얘기해봅시다. 공연히 시치미를 뗄 필요가 없소. 당신이 살인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소. 또한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경악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스스로의 범행에 대해 당신 자신도 놀라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소. 어쩌다 보니 일이 그렇게 된 거요.당신은 느닷없이 짐승처럼 돌변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막무가내로 소녀를 덮치고 그 애를 죽이게 된 거요. 자신을 능가하는지 알지 못할 힘 때문에,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당신은 혼비백산하도록 놀란 것 이오, 폰 군텐 씨. 당신이 자수하려고 메겐도르프로 함달음에 달려갔지오. 하지만 막상 그리고 보니 용기가 없어졌어요. 자백할 용기가. 이 용기를 되살려내시오, 폰 군텐. 우리가 당신을 도와주겠소. –본문

 마태는 피해 소녀의 부모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라도 범인을 잡겠다는 약속을 기반으로 해서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금 끄집어 내어 수사를 하게 되는데 피해자와 비슷한 모습의 소녀를 미끼로 하여 범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진범은 그의 노력을 피해 전혀 다른 곳에서 흔적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추리 소설이었다면 마태에 의해서 이 문제가 풀리고 그로 인해 그는 오랜 노력 끝에 얻게 된 결말 안에서 뒤늦게 나마 안락한 삶을 지내는 그런 모습이 그려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그렇게 뻔한 추리 소설의 틀을 벗어나 다른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이윽고 그들은 객실 앞에 섰다. 검사는 아직도 냅킨을 둘러맨 모습이었다. 판사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엄숙한 대열은 문지방에 선 채 얼어붙고 말았다. 창틀엔 트랍스가 부동자세로 매달려 있었다. 짙은 장미 향기가 풍기는 가운데 부연 은빛 하늘을 배경으로 드러난 한 어두운 실루엣. 그 모습이 어찌나 절대적이었는지, 검사는 점점 밝게 모습을 드러내는 아침 햇살을 외눈 안경에 반사시키며, 한참 동안이나 숨을 몰아쉰 연후에야 잃어버린 친구에 대한 슬픔과 허망함을 가누지 못하고 진정 비통함에 가득 찬 절규를 내질렀다.
 
알프레도, 내 선량한 알프레도! 대체 자넨 무슨 생각을 했던 건가! 자넨 우리의 멋진 남성 야회를 망쳐놓고 있단 말일세!”. –본문

 뒤이어 이어지는 <사고>라는 이야기는 직물판매업에 종사하는 트랍스가 갑작스런 사고에 여관에 하루 머무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직 판사과 검사, 변호사 출신인 어르신들이 시간을 때울 겸 하고 있는 재판 놀이에 함께 하게 된 그는 그저 재미 삼아 피의자의 신분으로 재판에 가담하게 된다. 그렇게 재판에 빠져들면 들수록 지난 날의 자신의 과오에 대해 드러나는 모습과 마주하게 되는데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상이자 별다를 것 없을 것 같은 중년의 한 남자에게서 보여지는 모습은, 남들과 같은 평범한 그의 삶이 사실은 내 스스로에게 너무도 관대한 잣대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약속>이란 이야기가 기존의 틀을 깨어낸 것이라면 <사고>는 그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의 내가 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속에서 만나게 되는 반전이 결국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보다 보면은 그 모습에서 간담이 서늘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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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 김서진저


 

 

독서 기간 : 2015.02.17~02.2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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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를 타고 5주간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1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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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환상. 무언가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곳은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마음만 먹는다면 비행기를 타고서 얼마든지 가볼 수 있겠지만 내게 아프리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는 기분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라면 19세기의 사람들에게 아프리카는 경이로운 세계가 아니었을까. 쥘 베른에 의해서 그려진 아프리카 여행기는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가 유럽인들에 의해서 개척되어야 함은 물론 그들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공간으로 보여지고 있는데, 기구를 타고서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이 이야기의 발상은 신선하면서도 마치 그 곳을 실제하고 있는 기분이라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에세이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프리카가 드디어 외부와 단절된 그 넓은 땅의 비밀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수 많은 학자들이 도전했으나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현대의 오이디푸스가 마침내 풀어줄 것이다. 나일 강의 발원지를 찾으려는 노력은 과거에도 있어왔으나, 그때는 무모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여겨지고 있었다. -본문

 이전 사람들이 가보지 않았던 곳에 대한 개척의 욕망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 중 하나인 듯 하다. 이 책 속에서도 아프리카 탐험을 이미 많은 이들이 도전해왔지만 그들에게 드리운 것은 늘 실패라는 결말이었는데 새뮤얼은 그 이전의 이들이 했던 실패를 버팀목 삼아 기구를 타고서는 아프리카를 횡단할 것을 계획하게 된다. 기구를 타고 이동하게 될 경우, 급류나 폭풍, 야수나 원주민들의 공격에도 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향토병 등의 병으로부터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목표이지만 새뮤얼의 친구인 딕은 이 계획이 못미덥기만 하다. 하지만 거침없이 계획을 실행해가는 새뮤얼의 앞에서 딕의 주춤거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숲이 런던 주위에 있다면, 물론 꿈 같은 얘기지만, 정말 기분이 좋을 겁니다.” 조가 말했다. “하지만 왜 이런 아름다운 숲이 이 야만적인 나라에 있을까요?”
언젠가는 이 일대가 문명의 중심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나?” 박사가 대답했다. “유럽이 주민을 먹여 살릴 수 없게 되면 미래 사람들은 분명 여기로 이주할거야.” –본문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담고 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뿐만 아니라 기구를 타고 횡단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원주민들을 모습을 보노라면, 두려움을 느끼며 그들을 공격하는 이들이 있기도 하고 그들을 달의 전령이라 믿고서는 반기는 이들이나, 신기하게 바라보는 이들 등 다양한 반응은 실제 아프리카를 횡단하고 있는 느낌이 절로 들게 된다.

 평온한 여정이면 좋으련만 바람과는 달리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불타오르는 하늘을 마주하기도 하고 천둥번개의 소용돌이를 피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도 한다. 때론 사막 한복판을 건너며 목마름을 넘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래 벌판에서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500키로가 넘는 사막을 넘어서 그들의 여정 앞에 더 이상의 고난은 없기를 바라지만 바위산을 넘기 위해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아프리카를 정벌하러 가는 그들의 시작과는 달리 이 모든 자연 안에서 너무도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가스마저 사라진 그들이 마른 풀을 모아서 기구를 띄우는 모습에서 그들이 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그들을 따라가는 내내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구이나 폭포에 도착한 이후 보고서에 서명하기까지, 수 많은 여정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는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닌 생생한 울림이 되어 전해지게 된다. 유럽인의 상상 속에 있던 아프리카는 실제 상상보다도 훨씬 광활하고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었기에 매 순간의 이야기는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듯 하다. 19세기의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왔으니 21세기의 아프리카는 어떤 모습일는지. 지금이라도 이들의 전처를 밟아 쫓아가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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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트웨인의 19세기 세계일주 / 마크 트웨인저


 

 

독서 기간 : 2015.02.13~02.15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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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의 탄생 - 2014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 수상작
조완선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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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하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명작을 읽는 내내 감탄은 물론 어떻게 이 이야기들이 시작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 과연 이 이야기들의 시초는 무엇이었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늘 그 결말을 안고서 그 물음은 고이 묻어두곤 했다. 

우리나라의 고전 소설인 '홍길동전' '허생전'의 탄생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 찰나의 물음이 이 <걸작의 탄생>이라는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고 그 시작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속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게 되어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허균. 허난설헌이 누이이자 그의 형 역시도 너무도 유명한 문인이었던 그는 조선의 땅 위에서는 '괴물'로 불리고 있었다. 그의 천재적이며 허심탄회했던 행보는 그를 죽음의 문턱으로 밀어넣게 되는 것은 물론 그가 남긴 책들은 금서로 지정되어 읽어서는 안되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것이 되고 만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허균의 이름이 잊혀질 즈음, 박지원에게 한 책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줄만 알았던 허균의 서책이 남아있다는 소식을 전해주게 된다. 연암에게 그 책을 안고서 다시 들르겠다던 책쾌의 소식이 오랜 시간동안이나 전해지지 않아 궁금해 하던 그에게 조열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과연 책쾌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는 누구의 손에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 있을지에 대한 물음은 이 이야기를 쫓아가는 박지원의 여정 위에 당시 허균의 일을 중첩시키며 서서히 내막을 드러내게 된다.

", 홍길동에 대해 알고자 왔습니다."
허균은 봉추거사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동안 조선 팔도를 떠돌면서 각양각색의 도인을 만나봤지만, 봉추거사처럼 강렬한 기운이 솟구치는 인물은 처음이었다
.
 "
허허, 참으로 별난 놈이로구나. 홍길동이 이승을 떠난 지가 백 년이 넘었거늘 어찌 이제 와서 그리 호들갑을 떠는 게냐? 육신을 놓쳐 애간장을 태우더니 이제 혼백이라도 잡아 원풀이를 하러 왔단 말이냐?" -본문

 허균이 홍길동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남겨 놓았던 <교산 기행>이 조열이 전해주려 했던 책이었다는 것과 조열의 죽음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나가는 박지원에게 허균이 바라왔던 세상의 모습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길동전을 남기기 위해 홍길동의 모습을 찾아 다녔던 허균에게 결국 도래한 것이 끔찍한 죽음이었듯이 책쾌 조열의 마지막을 쫓아가던 그에게도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는데 이미 세상에서 사라지리라 생각했던 허균이 꿈꾸던 유토피아의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수 많은 이들이 찾고 있었음이 드러나게 되면서 비밀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모두의 염원을 담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도무지 이 두 가지의 이야기가 함께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이야기가 공존하여 새로우면서도 이전의 행적들을 따라가게 하는, 긴 호흡이지만 단번에 따라잡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한다. 연암이 마지막에 웃고 있는 그 순간, 허균도 그 장면을 보았더라면 함께 웃지 않았을가. 모두가 바라는 평등한 세상의 염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가 바라왔던 것인데 과연 우리는 그 시대를 맞이했는가에 대한 모습을 곱씹으며, 이 즐거운 여정이 또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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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심청 / 방민호저


 

 

독서 기간 : 2015.02.17~02.1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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