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명작을 읽는 내내 감탄은 물론 어떻게 이 이야기들이 시작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 과연 이 이야기들의 시초는 무엇이었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늘 그 결말을 안고서 그 물음은 고이 묻어두곤 했다.
우리나라의 고전 소설인 '홍길동전'과 '허생전'의 탄생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 찰나의 물음이 이 <걸작의 탄생>이라는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고 그 시작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속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게 되어 정신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허균. 허난설헌이 누이이자 그의 형 역시도 너무도 유명한 문인이었던 그는 조선의 땅 위에서는 '괴물'로 불리고 있었다. 그의 천재적이며 허심탄회했던 행보는 그를 죽음의 문턱으로 밀어넣게 되는 것은 물론 그가 남긴 책들은 금서로 지정되어 읽어서는 안되는,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될 것이 되고 만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허균의 이름이 잊혀질 즈음, 박지원에게 한 책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줄만 알았던 허균의 서책이 남아있다는 소식을 전해주게 된다. 연암에게 그 책을 안고서 다시 들르겠다던 책쾌의 소식이 오랜 시간동안이나 전해지지 않아 궁금해 하던 그에게 조열의 사망소식을 전해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과연 책쾌의 손에 들려 있던 책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는 누구의 손에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 있을지에 대한 물음은 이 이야기를 쫓아가는 박지원의 여정 위에 당시 허균의 일을 중첩시키며 서서히 내막을 드러내게 된다.
"호, 홍길동에 대해 알고자 왔습니다."
허균은 봉추거사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동안 조선 팔도를 떠돌면서 각양각색의 도인을 만나봤지만, 봉추거사처럼 강렬한 기운이 솟구치는 인물은 처음이었다.
"허허, 참으로 별난 놈이로구나. 홍길동이 이승을 떠난 지가 백 년이 넘었거늘 어찌 이제 와서 그리 호들갑을 떠는 게냐? 육신을 놓쳐 애간장을 태우더니 이제 혼백이라도 잡아 원풀이를 하러 왔단 말이냐?" -본문
허균이 홍길동의 발자취를 찾아가며 남겨 놓았던 <교산 기행>이 조열이 전해주려 했던 책이었다는 것과 조열의 죽음의 비밀을 하나씩 밝혀나가는 박지원에게 허균이 바라왔던 세상의 모습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홍길동전을 남기기 위해 홍길동의 모습을 찾아 다녔던 허균에게 결국 도래한 것이 끔찍한 죽음이었듯이 책쾌 조열의 마지막을 쫓아가던 그에게도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는데 이미 세상에서 사라지리라 생각했던 허균이 꿈꾸던 유토피아의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수 많은 이들이 찾고 있었음이 드러나게 되면서 비밀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모두의 염원을 담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도무지 이 두 가지의 이야기가 함께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이야기가 공존하여 새로우면서도 이전의 행적들을 따라가게 하는, 긴 호흡이지만 단번에 따라잡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한다. 연암이 마지막에 웃고 있는 그 순간, 허균도 그 장면을 보았더라면 함께 웃지 않았을가. 모두가 바라는 평등한 세상의 염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가 바라왔던 것인데 과연 우리는 그 시대를 맞이했는가에 대한 모습을 곱씹으며, 이 즐거운 여정이 또 다시 시작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