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공부를 꽤(?) 잘했었는데,
전 학창시절에 1등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첫번째 자리는 제 자리가 아니었죠.
워낙에 낙천적인 성격이라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집착하지 않았었는데,
요즘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지켜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저는 독기가 없더군요.
10명에서 1등을 하려면, 혹은 한 반에서 1등을 하려고 해도
그게 공부던 운동이던 무엇이든 간에
어느 정도의 독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제 드뎌 금메달을 딴 남자 양궁팀과 인터뷰를 하는 아나운서를 보고 화가 났었습니다.
그러더군요.
개인전의 부진을 뚫고, 종합전에 1등을 해서 축하한다구요.
개인전의 부진?
뭐가 그렇게 부진인 지 모르겠습니다.
세계에서 3등 안에 못 든거?
그냥 8등에만 오른거?
그게 그렇게 부진인가?
원래 역사는 1등만을 기억한다고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뭘 그렇게 그 사람들 한테 잘 해줬다고,
그리고 우리 나라가 뭐 그렇게 대단한 나라라고,
그들에게 반드시 세계 3위권 안에 드는 것이 당연한거 아니냐는 투로 말하는 지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우리가 50명 안에서도 하기 힘들어 했던 1등을
그들은 전 세계 운동 선수들 중에서 그렇게 탑 클래스 안에 든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오히려 올림픽에 나갔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도 그들을 존경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올림픽에 나간 그 상태가 이미 우리 나라 일등 들입니다.
그것만해도 그들은 우리랑 달리 잘때 잠 못자고, 놀때 놀지 못하고,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고
이룩해낸 겁니다.
그런데 뭘 그렇게 메달 그 자체에 연연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것?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한 지,
그들이 금메달을 따고 그들이 은메달을 따는 것은 그들 자신만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그저 구경하는 것 뿐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왜 그것밖에 못했냐, 부진 아니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습니다.
방송을 보면서 웃겼습니다.
그들 말고 우리 나라는 정치는 경제는 방송은 우리 모두는 그렇게 잘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는 지,
웃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