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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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스 하우스 뒤쪽 골목은 물이 질퍽거리고 있었다. 그가 젖은 쓰레기 더미 사이를 조심해서 디디며 그 골목을 천천히 내려가고 있는데 담 너머 수녀정신병원에서는 미친 수녀의 비명이 들려왔다.

 

『예수님! 오, 예수님! 예수님!』

 

그는 성난 듯이 머리를 흔들어 그 소리를 귓전에서 떨어낸 후, 썩어가는 오물 사이를 허둥지둥 걸어가는데 혐오감과 쓰라림으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의 휘파람 소리, 어머니의 불평, 보이지 않는 미친 여자의 비명 따위가 이제는 그의 오만한 젊음을 꺾기 위해 불쾌하게 위협하는 수많은 소리로 들렸다. 그는 그 소리들의메아리를 저주하면서 마음으로부터 몰아냈다. 그러나 그가 길을 따라 가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 사이로 그에게 비치는 잿빛 아침 햇살을 맡을 떄 그의 영혼은 그 모든 참담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71-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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