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동물' 이야기, 그 뒤를 잇는 '비슷한' 생각들

 

(밑줄긋기)

 

집주인 되는 회색 말은 종인 갈색 말에게 시켜서는 그 동물 중에서 가장 큰 놈을 풀어가지고는 마당으로 데리고 나오게 했다. 그러더니 그 짐승과 나를 나란히 세워놓고는 주인과 종이 다같이 우리의 모습을 번갈아가면서 비교해보고는 "야후"라는 소리를 여러 번 했다. 그 역겨운 짐승이 인간의 형태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이나 공포심은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짐승은 나와는 다르게 얼굴은 평평했고 코는 납작했으며 입술은 두툼했고 입은 컸다. 그런데 그런 정도의 차이점은 다른 야만족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 야만족들은 아기를 바닥에 눕혀놓거나 업고 다닐 때 얼굴을 등에 밀착시키기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다. 그 야후라는 짐승의 앞발과 내 손의 차이는 그 짐승의 것이 손톱이 더 길고 손바닥은 더 거칠며 더 밤색이고 손등에는 털이 많다는 것뿐이었다. 발도 손과 마찬가지였고 차이가 없었다. 내가 양말과 신발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말들은 그런 사실을 몰랐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외 신체의 다른 부분에서도 이미 말한 것처럼 털이 많다는 것이나 색이 약간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점이 없었다. (294∼295쪽)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4부 말의 나라 여행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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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 전부터, 사람이 가축의 주인이 아니라 가축이 사람의 주인이며292 가축이 사람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고 생각해왔다.(100쪽)


주석

292.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의 『걸리버 여행기』를 인용한 듯하다. 이 책에서는 말처럼 생긴 후이늠이 인간을 닮은 야후의 주인이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주석 달린 월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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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양이를 희롱하고 있자면

자만심은 타고난 근본적인 병폐이다. 모든 생령들 중에서도 가장 재난당하기 쉽고 취약하며, 동시에 가장 오만한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우주의 가장 나쁘고, 죽어 없이지며 비천한 부분에 못 박혀, 하늘의 끝없는 곳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최후 단계의 주거로, 여기 이 세상의 진흙과 분뇨통 속에서 세 가지 동물들(조류·포유류·어류) 중의 가장 나쁜 조건에 있는 동물들과 함께 자기를 보고 느끼고 한다. 그러고도 그는 상상력으로 달의 궤도 위에 올라서 하늘을 자기 발밑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바로 이 공상력으로 그는 자기를 하느님과 견주며, 하늘의 거룩한 조건을 자기가 차지하고 자기 자신을 따로 골라 다른 생령들과는 구별해 놓고, 자기 동료며 친구인 동물들에게는 그들의 몫을 갈라 주며, 그들에게 자기 멋대로 정한 소질과 힘을 부여한다. 그는 어떻게 자기 지성의 힘으로 동물들의 내적 움직임과 비밀을 안단 말인가? 그는 어떻게 그들과 우리를 비교하며, 동물들에게 어리석은 성질을 주고 있는 것인가? 내가 고양이와 희롱하고 있자면, 내가 고양이를 데리고 소일하는 것인지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소일하는 것인지 누가 알 일인가?



 

짐승들과 우리 사이의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게 된 결함이 어째서 그들에게 있고, 우리에게는 없다는 말인가? 우리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짐승들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이유로 우리가 그들을 짐승이라고 보는 만큼, 그들도 우리를 짐승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도 크게 괴이한 일은 아니다.

 

자연은 보편적으로 모든 피조물들을 포용한다. 그리고 생령 중에서, 자연이 그의 생명 보존에 필요한 모든 방법을 아주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나는 사람들이(그들은 방자한 생각으로 때로는 자기를 구름 위에 올려놓고, 때로는 그 반대편 극단 속에 집어넣는다) "우리는 속박당하고 잘 씌워져서 대지 위에 벌거숭이로 내던져진 단 하나의 동물이며, 남이 내버린 물건으로밖에 자기를 싸감아 무장해 볼 거리도 없다. 반면에 다른 피조물들은 자연이 그들을 조개껍데기·깍지·덧껍질·털·모사·가시·가죽·잔털·날개짓·거북·등껍질·양털 가죽, 돼지털 등 그들의 생활에 필요한 대로 옷을 입혀 주고, 그들을 발톱·이빨·뿔 등으로 무장시켜서 공격하고 방어하게 하고, 자연이 헤엄치기·달음질치기·날기·노래하기 등 그들에게 맞는 일을 가르쳐 주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 반대로 우는 것 외에는 배우지 않으면 길가기·말하기·밥먹기도 알지 못한다"고 하는 말을 듣는다.(481∼482족)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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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짐승을 섬긴다고 말해야 옳다

디오게네스는 부모들이 자기를 노예에서 해방시키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 "어버이들은 미쳤어. 나를 맡아 대접하고 먹여 살리는 자야말로 나의 노예요" 하고 말했다. 짐승을 먹이는 자들은 짐승이 그들을 섬긴다고 하기보다도 오히려 그들이 짐승을 섬긴다고 말해야 옳다.

그뿐더러 짐승들에게는 더한층 품위 있는 면이 있다. 사자는 결코 다른 사자를 섬긴 일이 없고, 말이 다른 말을 섬긴 일이 없는 것은, 그렇게 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짐승들을 사냥하러 가듯, 호랑이와 사자들은 사람을 사냥하러 간다. 서로간에 같은 사냥을 하고 있다. 개들이 토끼에게, 꼬치 고기가 잉어에게, 제비가 매미에게 , 매가 콩새와 종달새에게 하는 식이다.(493쪽)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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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님이 된 사자와 사자의 의사가 된 사람

감사의 심정으로 말하면(우리는 이 말을 애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의 예 하나로도 충분할 것이다.

이것은 아피온 자신이 눈으로 보았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는 어느 날 로마에서 시민들이 보기 드문 여러 짐승들, 그것도 아주 큰 사자들의 싸움을 보여 주었는데, 그 중에 한 마리는 사나운 생김새와 억세고 굵직한 네 다리와 거창하고도 무섭게 포효하는 소리로 온 관중의 시선을 독차지하였다. 시민들에게 이 짐승과 싸우기로 소개된 여러 노예들 중에, 다키아 출신의 안드로두스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집정관의 직위를 가진 한 로마 귀족의 노예였다. 사자는 멀리서 그를 알아보더니, 먼저 깜짝 놀란 듯 딱 멈춰 섰다. 그러고는 마치 옛 친지와 상면하려는 것처럼 부드럽고 평화로운 태도로 아주 온순하게 접근해 왔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찾던 것을 확인해 보고는 개들이 주인에게 아첨하는 식으로 꼬리를 흔들며, 미리 공포에 눌려 정신을 잃은 이 가련한 노예의 손이며 엉덩이에 주둥이를 대고 핥기 시작하였다. 안드로두스는 이 사자가 순하게 구는 데 정신을 차려 눈을 똑바로 떴다. 마주 쳐다보고는 서로 알아보고, 그러고는 노예와 사자가 서로 쓰다듬으며 기뻐하여 마지않는 광경은 보기에도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이때 시민들은 기뻐하며 환호성을 울렸다. 황제는 그 노예를 불러 오게 하여 이 일의 내력을 물어 보았다. 안드로두스는 황제에게 다음과 같은 신기하고도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제 주인이 아프리카의 총독으로 있을 때, 저를 잔인하고도 혹독하게 부리며 날마다 매질만 하였기 때문에 저는 도망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지방에서 권세가 있는 그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숨으려고, 가장 가까운 길을 찾아, 사람이 살 수 없는 외딴 사막으로 달아났습니다. 먹고 살 방법을 찾을 길이 없으면 자살할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점심때가 되자 햇볕은 극도로 강렬하고 더위는 참을 수 없이 심했습니다. 저는 사람이 찾아 낼 수 없는 어느 은밀한 동굴에 이르러 그 속에 쓰러지듯 들어갔습니다. 바로 뒤따라 갑자기 이 사자가 들어왔습니다. 사자는 한쪽 발을 다쳐서 피를 흘리고 몹시 아파 신음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가 들어왔을 때에 저는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제가 그의 집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고, 가만히 제게로 가까이 오더니 다친 발을 내밀며 구원을 청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곧 사자 발에 박혀 있는 나뭇조각을 뽑아 내고, 사자와 조금 더 낯을 익힌 후에, 상처의 고름을 짜내고, 할 수 있는 한 깨끗하게 닦고 씻어 주었습니다. 아픔이 다소 진정되었는지 사자는 발을 제 손에 맡긴 채 누워서 잠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사자와 저는 3년 동안 같은 고기를 먹으며, 그 굴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는 사냥을 나가 잡아오는 짐승의 가장 좋은 부분을 제게 갖다 주었습니다. 저는 불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햇볕에 말려 먹고 살았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나는 이 짐승과의 야만스러운 생활에서 벗어나기로 작정하고, 사자가 사냥을 나간 틈에 그곳을 떠났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병사들에게 발각되어 아프리카에서 이 도시로 끌려와서 제 주인에게 인도된 것입니다. 그리고 제 주인은 즉시 저를 사형에 처하여 짐승들에게 던져 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 사자도 바로 뒤에 잡혔고, 상처를 보살펴 준 은혜를 지금 이 시간에 갚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안드로두스가 황제에게 말한 이야기이다. 이 소문은 한 입 두 입을 거쳐 시민들에게 알려졌다. 그래서 모두의 요구에 따라 그는 사면 판결을 받아 자유를 얻었고, 시민들의 명령에 따라 그 사자도 풀려 나게 되었다. 그때부터 안드로두스는 이 사자를 짤막한 줄로 매어 로마의 주막집들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던져 주는 돈을 받아서 살아가고, 사자는 사람들이 던지는 꽃으로 덮여 있었다. 그들을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저기 사람의 손님이 된 사자와, 사자의 의사가 된 사람이 온다"고 하더라고 아피온은 말한다.(510∼512쪽)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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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원숭이, 어찌도 그리 우리를 닮았는가!

우리에게 가장 많은 짐승은, 모든 짐승들 중에서 가장 추하고 못난 짐승이다. 과연 외부에 나타난 모습과 얼굴의 형태로 보아서, 그것은 원숭이일 것이다.

가장 못난 짐승인 저 원숭이, 어찌도 그리 우리를 닮았는가!                                                   (엔니우스)

내부와 생명이 매인 부분들로 보면 돼지가 그렇다. 아주 벌거숭이로 해놓은 인간을, 그의 오점이나 타고난 굴종과 완전하지 못함을 생각해 보면,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우리가 몸을 감싸고 다니는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점에서 우리보다 더 혜택을 받고 있는 자들에게서, 그들의 미로 우리를 장식하고, 그들에게서 벗겨 온 물건 밑에 우리를 가리려고, 털실·날개깃·털·명주실 등을 빌려 오는 것은 너그러운 눈으로 보아 달라고 해야 할 만한 일이다.(518쪽)

 

 -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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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 중 단연 뛰어난 것은 1726년에 발간된 『걸리버 여행기』로서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내각의 각료에서부터 유아원의 유아에 이르기까지" 모두 환영했다. 루이스 멈포드가 한 다음의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기이한 작품이다. "문장은 어린이용이지만 의미는 성인용이다." 어린아이들은 이 소설의 첫 두 권(소인국과 대인국)을 특히 사랑한다. 스위프트는 "세상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진지한 목적 아래 이 소설을 썼다. 『걸리버 여행기』는 다양한 해석을 자아내는 의미심장한 책이다. 나는 스위프트가 인간의 진정한(때로는 혐오스러운) 얼굴에 거울을 들이대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위프트는 인간이 환상을 버리고, 거짓말을 내던지고, 합리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가 보기에 인간은 합리성으로부터 멀리 벗어난 야후(소설 속에 나오는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가 되어 있다.

 

스위프트의 작가 정신은 『걸리버 여행기』의 마지막 권인 마인국(馬人國)에 잘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 인간 혐오증은 야비한 인간성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운명의 힘 아래 인간이 자신의 이상주의를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그가 허약한 인간성을 맹렬하게 공격하기는 하지만 스위프트를 사악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가 작성한 자신의 라틴어 묘비명은 그의 내적 갈등을 암시한다. 그는 마침내 세인트 패트릭 성당의 지하에 평화롭게 묻혀 있다. 그곳은 "씁쓸한 분노가 그의 가슴을 더 이상 물어뜯지 못하는 곳"이다.

 

 -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독서계획』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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