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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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문화

  

소크라테스적 문화를 오페라의 문화라 부른다면, 그 내면적 내용을 가장 예리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문화는 오페라의 문안에서 본연의 소박함을 가지고 자신들의 의지와 인식에 대해 말해서 우리를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오페라의 발생과 오페라 발전의 사실적 측면을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영원한 진리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이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무대조stilo rappresentativo와 서창Recitativ의 발생이 기억난다. 경건한 예배 능력이 부족한 완전히 외면적인 이 오페라 음악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상하고 성스러운 팔레스트리나 음악을 탄생시킨 직후, 한때 마치 모든 진정한 음악의 부활인 것처럼 열렬한 애호와 인정을 누렸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가? 그리고 누가 화려한 오락을 즐기는 피렌체 사람들의 생활 양식과 극적인 가수들의 허영심을 오페라에 대한 흥미가 급격히 확산된 원인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겠는가? 같은 시기에 같은 민족에게서, 전체의 기독교적 중세를 떠받치는 팔레스트리나적 화음의 아치형 건축물 옆에서 저런 반(半)음악적 화법에 대한 정열이 깨어났다는 사실을 나는 오로지 서창의 본질 속에 같이 작용하는 예술 외적인 경향이 원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가수는 노래보다 말을 많이 함으로써, 그리고 이 반(半)성악곡에 열정적인 단어의 표현을 강화함으로써, 노래의 가사를 좀더 잘 듣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열정의 강화로 인해 그는 단어의 이해를 쉽게 하고 반만 남은 음악을 극복한다. 이제 그에게 닥친 위험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그가 부적절한 시간에 음악에 더 중점을 둘 경우다. 그로 인해 말의 열정과 단어의 명료성이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그가 음악적 발산을 원하고 대가다운 멋진 자신의 목소리를 느끼고 싶어 하는 경우다. 여기에서 "시인"이 그에게 도움이 된다, 시인은 서정적인 감탄, 단어와 문장을 반복할 기회를 그에게 제공할 줄 안다. 이런 대목에서 가수들은 이제 단어는 고려치 않고 순수하게 음악적인 요소들에서 머무를 수 있다. 감정적으로 감동을 시켜야 하지만 반만 노래로 부르는 말과 완전히 노래로 불리는 감탄의 교체는 "무대조"의 본질인데, 이런 식의 교체 그리고 금방 개념과 표상에 작용하다가 어느 순간 청중의 음악적 소양에 적용하려는 식의 급격한 변화는 아주 부자연스럽고, 디오니소스적인 예술 충동과 아폴론적 예술 충동에 내적으로 똑같이 모순된다. 그래서 우리는 서창의 기원이 예술적 충동 외부에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지 않을 수 없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1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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