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책세상 니체전집 2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이진우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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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 앞에 서면

 

소크라테스의 영향은 그 순간까지, 아니 미래에 이르기까지 마치 석양에 점점 더 커져가는 그림자처럼 후세로 퍼져갔으며, 예술의 ㅡ 그것도 형이상학적인,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심오한 의미에서의 예술의 ㅡ 새로운 창조를 강요했고 자기 자신의 무한성으로 예술의 무한성까지 보장해주었다.

 

이런 사실을 인식하기 전까지, 모든 예술이 호메로스에서 소크라테스에 이르기까지 그리스인들에게 내면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전까지, 우리에게 그리스인들이 의미하는 바는 소크라테스가 그리스인들에게 의미했던 바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거의 모든 시대와 모든 문화의 단계는 깊은 불만감에서 한번쯤은 그리스인들에게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쳐본 경험이 있다. 왜냐하면 그리스인들 앞에 서면 자신이 이룬 모든 것, 외면상 완전히 독창적으로 보이는 것, 진정으로 감탄할 만한 것들이 갑자기 색채와 생명을 잃어버리고 실패한 모사품으로, 회화로 오그라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기 나라의 것이 아닌 것은 모두 "야만적"이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저 오만한 소민족에 대해 항상 새롭게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들이 도대체 누구인가라고 묻곤 한다. 단지 일시적인 역사적 영광, 우습지도 않은 편협한 제도, 풍습의 의심쩍은 건실성 외에는 보여줄 것이 없고 심지어 추악한 악덕을 특징으로 하면서도 민족 중에서 천재가 대중으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그런 존경과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저 민족은 도대체 누구인가?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그런 존재를 간단히 처치할 수 있는 독배를 발견하지 못했다. 어떠한 시기, 중상모략, 분노의 독도 저 자족적인 장엄함을 파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리스인들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 『음악의 정신으로부터의 비극의 탄생』,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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