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잠든 헤르마프로디투스, 디토스의 조각. 루브르 박물관 소장

 

 

 

물의 요정은 '내가 이겼어. 그는 내 거야!' 라고 외치고 옷이란

옷은 모두 멀리 벗어던지고는 저도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그녀는 반항하는 소년을 붙들고는 싫다는데도 입맞추고,

밑으로 손을 가져가고, 원치 않는데도 가슴을 쓰다듬으며

때로는 이쪽에서, 때로는 저쪽에서 젊은이에게 달라붙었어요.

결국 그녀는 빠져 나가려고 발버둥치는 그를 친친 감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뱀이 새들의 왕에게 공중으로 낚아채어져

발톱에 매달린 채 그것의 머리와 발에 똬리를 틀고

꼬리로는 그것의 날개를 감아 펴지 못하게 할 때나,

또는 담쟁이덩굴이 긴 나무밑동을 감아 오르곤 할 때나,

또는 바다 밑에서 문어가 적을 붙잡아 사방에서

촉수로 에워싸며 죄어들 때와 같았다. 아틀라스의 자손은

힘껏 저항하며 요정이 바라는 쾌락을 거절했어요.

하나 그녀는 죄어들며 온몸으로 밀착하며 말했어요.

'이 바보!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대는 내게서 도망치치 못해요.

신들이시여, 그대들은 명령을 내리시어 누구든 그 어느 날도

나에게서 그를 떼어놓거나 그에게서 나를 떼어놓지 못하게 하소서!'

그녀의 기도를 신들이 들어주었어요. 두 몸은 엉클어진 그대로

하나로 결합되어 둘이서 하나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던 거예요.

마치 누군가가 나무에 어린 가지를 접붙이면 두 나무가

자라면서 하나가 되고 함께 성장해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들의 사지가 엉클어진 채 꼭 껴안고 있으니, 그들 둘은

더 이상 둘이 아니라, 여자라고도 소년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둘 중 어느 쪽도 아니면서 둘 다인 것처럼 보이는 한몸이 되었지요.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4권 356∼379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투스], 바르톨로마이우스 스프랑거, 빈 미술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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