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이 여성성에 대한 평가 절하를 거쳐 비대칭적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사나이, 가시내, 남편, 여편‘ 등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언어이다. 한국어로 남자를 뜻하는 사나이‘라는 말은 주로 젊은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며, 이와 대비해 여자를 지칭하는 말은 ‘가시내‘ 이다. 사나이’는 표준어가 되었으나 가시내는 계집아이를 비하하는 속어가 되었으며, 이와 유사하게 남편(男便)과 대칭되는 여편(女便)은, 여편네라는 말로 아내를 속되게 부르는 말이 되었다. 남자와 대칭되는 여자의 지칭은 처음에는 대칭적 의미로 동등하게 생성되었지만, 여성과 관련된 명사는 여성의 낮은 지위로 인해 같은 표준어가 되지 못한다. 여자다움에 대한 체계적인 부정을 통해 남자다움의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지위가 보장되어 왔던 것이다. - P11

남성 신체의 정상성을 판별하는 데 지금처럼 음경의 형태와 외부 생식기의 돌출 정도를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언제일까? 한국의 경우는 1950년대 들어서다. 군대의 신체 검사 제도는 신체를 등급으로 나누고 정상/비정상의 기준을 만들어냈다.
이때 남성의 신체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며,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영광된 의무를 수행한다. 근대적남성은 늘 체육 같은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해야 했고, 운동과 전투에 문제가 없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신체 검사 검진 기준에 음경과 고환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많은 기준이 부여된 것은, 군대를 통해 특정한 몸을 만들고 특정한 몸을 걸러내겠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이는 남성이 되기 위해서는 이성애 규범적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신체를 갖춰야 하며 국가 건설과 국민 만들기에 적합한 개인만 국민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바로 근대 남성 신체의 발명기이며, 근대적 남성성의 시작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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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7-14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좋은데 ~ 다시 읽고 싶다!!! 후다다다닥

난티나무 2021-07-15 02:08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좋다고 하시니 저도 얼른 읽어야 겠습니다. 불끈!! 여행 중에 읽으려고 들고 왔어요.^^
 

그녀의 기준에서는 자신보다 백인처럼 보이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보다 나았다. 그래서 때로는 그녀가 검은 정도에 따라 자기보다 검은 사람에게 잔인하게 대했던 것처럼 자기보다 백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기를 잔인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닭장 안에 존재하는 위계질서처럼. 채찍질을 해도 되는 사람들에게는 비정하고 잔인하게 대하고 그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납작 엎드려서 복종하라. 일단 자기의 우상들을 정하고 그들에게 바칠 제단을 쌓고 나면 그곳에서 숭배를 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진실한 숭배자들이 그랬듯이 그녀 역시 자기의 신이 보여주는 모든 비일관성과 잔인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경배를 받는 신들은 모두 잔인하다. 모든 신은 이유 없이 고통을 부과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들은 절대 숭배를 받지 못할 것이다. 무차별적인 고통을 통해 사람들은 두려움을 알게 되고 두려움은 가장 신성한 감정이다. 이것은 제단을 쌓는 돌들이자 지혜의 시발점이다.(이어짐)

(이어짐) 어중간한 신들은 술과 꽃으로 숭배를 받는다. 진짜 신들은 피를 요구한다.

원하는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낮에는 희망을 갖기가 무척 쉽다. 그러나 밤이었고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밤이 양손에 둥근 온 세상을 들고서 무(無)를 넘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천둥 번개가 큰 소리를 내며 지붕 위를 짓밟았다. 그러자 티 게이크와 모터 보트는 놀이를 멈췄다.
모터가 천사 같은 모습으로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하느님이 위층에서 의자를 끌어당기나 봐요."

그들 모두가 그녀를 비난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그녀를 비난하고 있어서 한 사람씩 가볍게 한 대씩만 쳐도 그녀는 죽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들이 온갖 추악한 생각으로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은 약자에게 남은 유일한 실제 무기인 혀를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잡아당겨 장전하고서 그곳에 와 있었다. 그것은 백인들 앞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허용된 유일한 살상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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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그 사람은 나를 때리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요. 나를 해치려고 내 몸에 손을 댈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어요. 내가 장작을 원한다 싶으면 패다가 부엌으로 날라주기도 하고요. 물동이도 두 개 다 가득 채워줘요."
"흥! 그런 게 꾸준히 계속될 거라고 기대하진 말거라. 너한테 그렇게 해줄 때는 그 사람이 네 입에 키스를 하는 게 아니란다. 그건 네 발에 키스하면서 하인처럼 구는 것인데 남자들이란 오랫동안 발에 키스하진 않는 법이다. 입에 키스하는 것이 동등하고 또 그게 당연하다. 그러나 남자들은 사랑하기 위해 몸을 구부렸다가도 금세 몸을 곧추세우고 만단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한 가지 방식으로 세상에 익숙해져 있을 때 갑자기 그것이 달라지는 것이 그는 싫었다. 우체국의 흑인이라는 생각을 할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요란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들 모두 그 길 잃은 검둥이가 그런 케케묵은 거짓말을 하도록 내버려뒀단 말이지! 흑인이 우체국을 지키고 앉아 있는다고!" 그는 역겨운 소리를 냈다.
"그 남자가 그 일 또한 해낼 가능성이 커, 힉스. 어쨌든 그러길 빌어. 우리 흑인들은 서로 너무 시기를 해.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지금보다 발전을 못하는 거야. 우리는 백인들이 우리를 억누른다고 말들을 하지! 빌어먹을! 백인이 그럴 필요가 없다니까!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을 억누르고 있어."

"그러면 이제 스탁스 시장 사모님에게 격려의 말씀을 잠깐 들어보겠습니다."
우레 같은 박수는 마루를 차지한 조에 의해 중단되었다.
"여러분의 찬사에는 감사하지만 제 아내는 연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그런 것 때문에 그 사람과 결혼한 것은 절대 아니니까요. 집사람은 여자이고 그 사람의 자리는 가정입니다."
재니는 잠깐 주저했다 웃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건 당신한테는 명령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야." 그가 몹시 성을 내며 대꾸했다. "내가 그러지 않으면 한심한 일이 벌어질 거야. 여자들과 아이들, 닭과 암소들에게는 대신 생각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해. 그럼, 분명히 그것들은 스스로 생각할 줄을 몰라."
"나도 아는 게 있고 여자들도 때로는 생각을 한다고요!"
"그렇지 않아. 자기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할 뿐이지. 나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알아. 당신은 열을 보고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세월은 재니의 얼굴에서 투지를 전부 가져가버렸다. 한동안 그녀는 자신의 영혼에서 그것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조디가 무슨 일을 하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떤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해야 하고, 어떤 일에 대해서는 내버려두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길에 난 바퀴 자국 같았다. 표면 아래에는 많은 생명력이 존재했지만 그것은 바퀴들로 끊임없이 짓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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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으로 228페이지 중 89페이지까지 읽었는데 밑줄을 얼마나 그었는지. 28페이지까지의 밑줄들을 추려본다. 





"저런, 말 많은 여자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은 나를 가지고 입방아를 찧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그래. 네가 사람들 앞을 지나갈 때 그들에게 말을 걸어서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그들은 네 삶 속으로 되돌아가서는 네가 했던 일을 따져본다는 걸 너도 알잖아. 너보다도 사람들이 너에 대해 아는 게 더 많아. 시샘하는 마음 때문에 귀가 잔인해지는 법이거든. 그들의 귀에는 너에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자기네가 바라던 것만 ‘들리니까‘."

"할미에게 오렴, 얘야. 옛날처럼 할미 무릎에 앉거라. 할미는 네 머리카락 한 올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단다. 할 수만 있다면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막고 싶다. 얘야, 지금까지 내가 아는 한 백인 남자가 세상의 지배자야. 어쩌면 저기 바다 너머 어딘가에 흑인 남자가 다스리는 나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말고는 알 수가 없단다. 그래서 백인 남자는 자기 짐을 내려놓고는 흑인 남자더러 그걸 들라고 하지. 어쩔 수 없으니까 흑인 남자는 짐을 집어 들긴 하지만 그걸 짊어지고 나르지는 않아. 그냥 자기 여자 식구들한테 짐을 넘긴단다. 내가 아는 한 흑인 여자들이 이 세상의 노새란다. 너한테는 상황이 달라지길 기도해왔는데, 주여, 주여, 주여!"

"얘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흑인들은 뿌리 없는 가지들이나 마찬가지고 그것 때문에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버리곤 한단다. 특히 네가 그렇다. 나는 노예 상태로 예전에 태어났기 때문에 여자가 어때야 하고 무얼 해야 할 것인가라는 꿈을 이룬다는 것이 내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그런 건 오히려 노예 생활을 방해하는 것일 뿐이었지. 그러나 그 무엇도 꿈꾸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법이란다. 아무리 사람을 밟아 뭉개더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완전히 빼앗아버릴 수는 없지. 나는 일소나 씨돼지로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고 내 딸도 그렇게 이용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분명히 내 의지가 아니었어. 나는 네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싫었다. 그래도 나는 변함없이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셨습니다,라고 말이다. 나는 높은 자리에 오른 흑인 여자들에 대래 대단한 설교를 하고 싶었지만

나한테는 설교할 연단이 어디에도 주어지지 않았어. 내가 자유의 몸이 됐을 때 내 품에는 갓 태어난 딸애가 안겨 있었고. 그래서 나는 그 애를 위해 빗자루와 요리 냄비를 들고 황야에 큰 길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지. 내가 느낀 것을 그 애가 잘 설명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 애는 그 큰길을 잃어버렸고 내가 다음에 정신을 차려보니 네가 세상에 와 있었다. 그래서 밤에 널 돌보면서 나는 널 위해 이야깃거리를 모아놓겠다고 말했다. 재니야, 나는 오랫동안 기다려왔지만 만약 네가 내 꿈처럼 높은 곳에 자리를 잡기만 한다면 내가 그동안 고생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 말에 그녀가 진정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녀의 화만 부추긴 것 같았지. 그러나 나를 더는 때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지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침대 발치로 가서 자기 손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네 몸뚱이에 손을 대서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 내일 날이 새자마자 농장 감독에게 널 채찍 기둥으로 끌고 가서 무릎을 꿇린 채 묶어놓고 네 누런 등에서 가죽을 잘라내라고 시킬 거야. 네 맨등을 생가죽 채찍으로 백 대를 갈기라고 할 거야. 네 발뒤꿈치로 피가 줄줄 흘러내릴 때까지 채찍질을 시키겠다! 채찍질 수는 내가 직접 셀 거야. 그리고 그것 때문에 네가 죽는다 해도 그 손해는 감수하겠다. 어쨌든 저 어린 것은 한 달만 되면 팔아 치워버리겠어.‘

그리고 재니야,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너에게 최선을 다했다. 네가 백인들 집의 뒤채에 살면서 다른 학교 친구들 앞에서 풀이 죽지 않도록 나는 가진 걸 다 긁어모아서 이 작은 땅뙈기를 샀다. 네가 어렸을 적엔 그런 게 아무 문제도 되질 않았지. 그러나 네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컸을 때는 네가 자부심을 갖기를 바랐다. 공공연하게 비난을 일삼는 사람들 떄문에 네 기분이 구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백인이건 흑인이건 남자들이 널 타구(唾具) 정도로 치부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편히 눈을 감을 수는 없구나. 제발 나를 불쌍히 여겨다오. 나를 천천히 내려놓아다오, 재니. 나는 금이 간 접시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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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1-1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어때요? 저 수업 시작하는데 북ppt준비해야 하는데 지금 고민이에요. 어떤 책을 고를까? 그런데 이 책이 리스트에 있네요! 이거로 할까요? ^^;

난티나무 2021-01-17 17:33   좋아요 0 | URL
준비 잘 하시기를요!! 할 이야기가 많은 소설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좋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안 좋을 수도?? 자료조사가 많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라영 [타락한 저항] 


1장 블랙리스트와 저항, 밑줄긋기. 




‘쓸데없이‘ 진지한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개그를 다큐로 받는다.‘ 이럴 때 실패한 개그를 돌아보기보다는 ‘왜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달려드냐‘며 도리어 화를 낸다. 유머를 생산하는 행위도 일종의 권력행위다. 유머에 대한 진지한 반응은 어느 정도 권력에 대한 도전이 된다. 지루한 ‘부장님 개그‘에도 직원들이 웃음으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19세기 유럽에서, 제국주의가 퍼져나갈수록 에로틱한 여성 누드는 활발해졌다. 남성 누드가 군사력과 영웅을 상징한다면 여성 누드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살롱에서 여성 누드의 비중은 전체 미술 작품의 50퍼센트에 가까웠다. 식민지를 개척할수록 여성 누드는 번창했다. 여성의 수동적인 벗은 몸은 식민지 지배의 메타포였다. 동물과 식물은 수집되어 진열되었다. 인간 남성이 그렇게 ‘보는 존재‘의 위치를 점한다. 오늘날에도 흐트러진 머리와 말없이 초점 없는 눈동자의 모습은 자연과 여성을 조합한 여성적인 이미지로 통한다. 여성-동물-자연은 남성-문명에 의해 철저하게 타자화되고 지배받는 대상으로 존재한다. 간혹 남성 지식인이 자연 훼손을 비판한다며 ‘강간‘이나 ‘매춘‘이라는 표현을 극구 고집하는 이유는 이렇게 나름의 논리(?)에 근거한다.

표현의 자유는 어떤 창작물을 발표하거나 발언을 했다고 해서 개인이 부당하게 법적 처벌을 받거나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창작물이나 발언을 두고 비판할 때 자동적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방어막을 치는 태도는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표현의 자유가 비판받지 않을 권리는 아니다.

서구 국가에서 주로 국가의 상징으로 가상의 인물인 여성을 활용하는 이유는 여성의 깨끗함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의 마리안느, 영국의 브리타니아, 그리고 독일의 게르마니아, 모두 여성이다. 미국의 자유의 여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실제 여성이 국가에서 권력을 행사하거나 시민으로 인정받은 역사는 짧다. 그러나 가상의 ‘여신‘들은 일찌감치 국가의 상징이 되었다. 여성을 존중해서가 아니다. 국가와 제도가 남성을 상징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이미지인 여성 인물을 국가 상징으로 내세워온 것이다. 또한 피 터지는 전쟁과 혁명의 이미지를 여성의 깨끗하고 온화한 이미지로 씻어낸다. 여성 인권과는 무관한 여성의 이미지일 뿐이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아이 등을 통한 타자화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관성에 젖은 체제 비판의 언어가 활발하다. 말과 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조차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창녀‘나 ‘자폐‘를 언급한다. 잘못된 비유와 예시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혐오는 놀이가 되고, 게임이 되고, 개그가 되고, 심지어 저항으로 둔갑해 문화사를 축적한다. 지하철 스크린에 얹힌 시민의 차별적 감수성과 부적절한 시어는 이러한 사회의 반영에 불과하다. 우리는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분노하지만, 일상은 이미 소수자와 약자의 블랙리스트가 견고하게 작성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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