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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키 동남아 - 사랑과 행복의 상징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
김이재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동남아지역을 공부한 사람이 쓴 책으로 '사랑과 행복의 상징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라는 부제처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행복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밝고 따스하고 그리고 행복하다. 동남아지역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진다. 나도 이 중의 몇 나라를 잠깐씩 가보긴했었지만 이런 성찰까지로는 이어지지 못했는데, 역시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다르구나 싶다.
더군다나 책이 술술 잘 넘어간다. 내용도 좋고 읽기도 편하다. 학술적인 면으로 치우치지도 않았고, 재미 위주의 가볍기만한 글도 아니어서 책장을 넘기다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고 행복한 감정에 빠지게 된다. 지역안내서로는 참 적절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떤 나라의 문화를 설명하기 위한 단어 하나가 인상적이었는데, 태국의 '싸눅Sanuk'이나 필리핀의 '바랑가이 Barangay'가 그렇다.
먼저 싸눅: P168...태국 사람들은 모든 일에서 '싸눅'을 중요시한다. 싸눅의 사전적 의미는 '유쾌하다', '즐겁다', '재미있다', '행복하다' 정도인데 태국 문화 속에서 싸눅은 어떤 상황속에서도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엄청난 자연재해를 당하고 어려움이 닥쳐도 태국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고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 즐거움과 행복을 찾으려 노력한다.
필리핀의 '바랑가이'문화: p218....바랑가이란 친족관계를 기반으로 한 끈끈한 운명 공동체로, 필리핀 문화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요소다.... 끈끈한 연대의식에 기초한 바랑가이 문화ㅏ는 필리핀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이기도 하다. 필리핀에서는 바랑가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내가 속한 조직에는 무조건적인 충성을 다하지만, 그보다 규모가 더 큰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소속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편협한 바랑가이 연고주의는 외부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통일된 힘을 형성하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스페인과 미국이 쉽게 필리핀을 정복하고 통치하는 결과를 낳았다. p.242...내 가족, 내 바랑가이만 챙기는 식의 협소한 공동체 의식은 필리핀 사회의 모순을 심화시킨다. 미국식 자유 시장 경제 체제 아래서, 공약의 실천보다는 개인의 인기가 중요한 선거제도가 필리핀 특유의 바랑가이 문화와 결합하면서 빈부 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졌다.
이 외에도 필리핀을 이해하기 위해서 소개된 '피에스타(축제)', 발룻(음식)이나 국민 영웅 호세 리잘 , 국민 작가 시오닐 호세 등 술술 읽히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보면 한 나라가 쉽게 파악된다.
이렇게 소개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한결 친근하게 다가오고 그동안 알게모르게 지녀왔던 어떤 편협한 시각을 반성하게 한다. 뭐든 제대로 보는 게 중요하다. 동남아에 대한 제대로 된 시각을 지닌다면 동남아 여행도 한층 깊이를 더할 터, 동남아여행을 계획한다면 이 책부터 읽어야할 것 같다.
하나 더. 영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어보시길.
p. 240...국민들이 영어만 잘하면 취직도 잘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국가의 존립에 있어 양날의 칼이다. 국민들이 조국을 사랑하면 영어를 잘하는 애국자가 되지만, 반대로 조국을 싫어하면 영어를 무기로 언제든 모국을 떠날 수도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적은 평생 바꿀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똑똑하고 영어 잘하는 국민은 자신이 살고 싶은 국가를 선택하여 얼마든지 국적을 바꿀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어느 날 갑자기 현실로 다가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영어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