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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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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나온 에세이 책들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기 보다는 중간중간 읽어도 상관없는 병렬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긴 에세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라는 부제는 매력적이다. 생각해보니 중고등학교 국어 참고서에는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박스로 처리되어 종종 실리곤 했는데, 학기 초가 되어 참고서를 사면 가장 먼저 그 이야기들부터 찾아서 읽었다. 작가와 관련된 이야기, 작품의 뒷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참고서에 실었던 이유가 뭐였을까? 그런 이야기가 학생들이 작품에 관심을 폭넓게 갖게 만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자체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하기도 하지만, 내가 읽은 작품 뒷이야기에 더 눈이 간다. 

이 책은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알아서인지, 원작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짧은 뒷이야기 뒤로 짧게 요약한 책의 간단한 줄거리가 쓰여 있다. 원작에 나와있으면 몰라도 아니면, 보통 200쪽이 넘는 장편소설들을 한 두쪽으로 요약하는 일이 참 고생스러웠을텐데, 그 요약이 좀 별로다. 

갑자기 문학작품을 5지선다형으로 공부하던 기분을 느끼게 한다. 

병렬식 구조로 된 책은 전체로 한 방향으로 가는 기분이 안 들어서 좀 소품느낌이다. 하지만 나름 이 책은 분류도 해놓고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따금씩 내용이 뜬금없다. 어떻게 보면 그 나라에서는 너무 유명한 작품 이야기를 하는 거라 자세한 설명이 안 붙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령 모비 딕 설명에서는 268쪽에 허먼 벨빌이 포경선 선원 출신이라고 나오는데, 다시 270쪽에 '멜빌 자신도 잠깐이나마 포경선 선원 생활을 했다.'고 나온다. 그리고 그 사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전해들은 일이다. 포경선 선원을 하다 작가 생활을 하게 되는 것, 쉽지 않은 일 같은데, 너무 당연하게 다들 작가가 될 마음이야 품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것처럼 넘어가 버린다. 

이런 식으로 읽으면서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 더 많아지는 작품도 많고 그런 부분에서는 편집이 놓친 것들이 많이 보인다. 

또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건 이런 책은 자기가 읽고 싶은 작품부터 찾아 읽는 경우가 많은데, 페이지가 가운데 그게 한꺼번에 짱박혀 있어서 안 그래도 잘 안펴지는 가운데 부분을 빡빡 눌러야 겨우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으로 그게 탐났어도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어떤 순서로 읽을지 자연스러운 흐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처음부터 유명했을 것 같은 작가들이 작품을 내려고 무수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대부분 작가 스토리에 그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우리 앞에 한 편의 문학작품이 감사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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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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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하응백... 세 명의 시인과 한 명의 평론가가 자신들이 사랑하는 시를 이야기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


시를 통하면, 한겨울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만든 눈사람이 스르륵 녹는 순간 느낀...슬프지만 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한 받아들임 같은 감정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눈사람도 자연스럽게 녹지 못하고 자동차에 치여 죽어버리는 시대가 됐다니 씁쓸해진다.
아무리 시를 자유롭게 읽고 자유롭게 사고해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시집을 들기까지는 오래 걸린다.
시집을 들고도 잘 몰입이 안된다. 그런 날은 나는 한 편씩 소리내서 읽어본다.
그럼, 묘하게도 시 한 편에 얽힌 이야기들이 줄줄이 엮여 나온다.


여기 작가들이 보여주는 사랑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장석남의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라는 글에 나온 것처럼 '듣던 음악도 그전에 듣던 음악이 아니고 바라보는 책상 모서리도 예전의 책상 모서리가 아닙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많습니다'...하는 게 사랑이다.
이렇게 내 마음 속에 있는 감정들을 이야기해주는 어떤 날은 사랑하는 어떤 이처럼 내 속에 들어와 내 마음을 다 흔들어버리는 시가 있나보다.

 

한 편 한 편 길지 않은 시에 얽힌 글들을 시처럼 읽었다.
중간중간 흑백 사진도 글을 읽는 데 꼭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쉬운 점은 저작권 문제 때문일 것 같은데, 언급된 시들이 책에 다 실리지 않았다는 것.

 

이런 책을 읽을 때 컴퓨터를 같이 켜고 싶진 않은데(스마트폰도) 시인의 시가 많이 궁금해져서 힘들었다는 것, 책 만드는 이들이 좀더 부지런을 떨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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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게임 - 도다 세이지 단편선 2
도다 세이지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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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라는 작품을 인상깊게 읽은 작가의 다른 단편집이다. sf물을 묶은 단편. 그 가운데 '쿠바드 신드룸'이 가장 인상깊다.
아무래도 임신에 관심이 많아서 그렇겠지.


쿠바드는 남자가 여자, 산모의 고통을 분담해주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아내가 출산 즈음해서 남편이 아내의 출산을 흉내내는 풍습으로 남아메리카에서는 남자의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거나 고환을 묶어서 산모와 비슷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등의 행위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산하면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지붕지랄'과 문지방에 구멍 뚫어서 상투를 넣어두면 산모가 그걸 잡고 힘쓰는 '상투빌이'가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 블로그에서 본 내용인데, 다른 데는 이런 말이 별로 없네. http://blog.naver.com/parkleekim/140162082435)


요샌 드라마에서 잘 안보이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드라마에서 아기 낳는 장면에서 꼭 부인들이 남편 머리채를 잡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나보다.


이런 풍습이 있었던 걸 보니.

이런 풍습을 미래 남편이 임신할 수 있는 것과 엮고 부성까지 엮다니! 음, 이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신선하고,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 무조건 긍정이 아니라 사람 본성에 숨은 작은 희망씨앗을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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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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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니, 난 도시락을 싼 뒤로 계란말이는 항상 싸. 역시 도시락은 계란말이야."
"오늘 도시락은 봄나물이었지."
"점심시간에 회사 앞 공원에 가서 읽고 싶은 책 펼쳐놓고 도시락 먹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서, 혼자 밥 먹어. 그러다 비오는 날은 사무실에서 같이 먹자고 하는게 좀 뭐해서 우산 쓰고 먹은 적도 있다니까."


도시락 예찬론자인 후배가 <도시락의 시간>을 추천했다. 나도 도시락을 싼 적이 꽤 있고, 지금도 짝꿍의 도시락을 싸주지만, 사실 도시락에 열정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냥 외식을 많이 하는게 몸에 안 좋고, 점심시간에 바글바글대는 식당에 찾아들어가 기다리고 뭐하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식사 시간이 아깝고, 별로 먹을 것도 없는 밥상이 7,8천원이나 되니 도시락을 싸는 거였다.
그런 마음이니 특별히 모양에 신경을 안 썼다. 그래도 뭔가 반찬이 있어야 도시락을 싸는 거니, 도시락 책이 보이면 꼭 넘겨보게 된다. 전문가들의 도시락이라 달라도 뭔가 다르다.


이 <도시락의 시간>은 일반인들의 도시락이란다. 책을 받고 쭉 넘겨본다. 아니, 다들 이렇게 예쁘게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거야? 깜짝 놀랐다.
보니, 그래도 취재 약속은 하고 가니 조금은 더 신경쓸 것 같다. 또 워낙 도시락에 열의를 보이는 일본인들 아닌가.


책에 나온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는 이유는 나랑 비슷하다. 하지만 도시락을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 새벽에 출근하는 자기 때문에 아내가 고생할까봐 뭉툭한 사나이 주먹밥을 준비해서 집을 나서는 남편의 배려, 아들에 입맛에 맞춘 어머니의 정성, 평생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이제 아픈 아내를 위해 남편이 준비하는 마음...
날마다 싸는 도시락이 날마다 특별한 일 하나씩을 만든다. 날마다 세 끼 먹어야 하는 밥이 사랑이고, 정성이고, 배려이다.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을 뿐, 내가 먹은 도시락도 그랬다. 날마다 두 개씩 싸다닌 고등학교적 도시락도 그렇고, 특별한 소풍날 도시락, 엄마가 집을 비운날, 집에 있을 남은 식구들을 위해 잔뜩 준비해둔 도시락, 여행가는 날 친구가 준비해온 도시락...도시락은 맛이고, 이야기고, 여유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도시락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들은 책의 발상이 좋다. 애기까지 데리고 세식구가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만나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이 세 식구의 도시락도 궁금하다. 또 날마다 자신을 위해 도시락을 싸는 후배의 도시락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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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찬일 셰프 음식 에세이
박찬일 지음 / 푸른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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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만화가 있다. 영업직이라 사람 만나러 돌아다닐 일이 많은 중년 아저씨가 일을 마치고 배가 고파지면 근처 식당을 찾아가 밥을 먹는 이야기인데, 슴슴하니 재밌다.

그런데 이 만화가 20여분, 11편짜리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드라마는 이야기 기본 구조는 같고, 메뉴는 좀 다르다. 아무리 먹는 내용이 주인 드라마래도 정말 어떤 다른 갈등이 거의 안 일어나고, 정말 식당에서 주문해서 맛있게 먹는다, 가 내용의 전부다. 그런데 이 삐적마른 주인공 아저씨가 정말 맛있게 먹는다. 메뉴도 일식, 중국식, 오키나와식(아, 이건 일식하고는 분명히 다르니까)까지 다양하다.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도, 궁금한 미스테리가 뒤에 풀리는 것도 아닌데, 한달음에 11편의 드라마를 다 봤다.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한 편이 끝나면 "빨리 다음 편!"을 외치면서.
다보고 나서도 그런 내 자신이 웃겨서 "아니, 남 밥 먹는 게 뭐 그리 재밌다고, 이리 열심히 보나." 했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도 그렇다. 박찬일이 참 글을 잘써...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에세이는 정말 최고다.
개그콘서트를 보고 한 주를 정리하며 이제 슬슬 잠들어야 하는 일요일 밤, 처음에 서문과 감사의 말을 읽었다. 감사의 말은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어서, 옮겨 적으려하니 이건 통째로 옮겨야 할 판이다.
문학 속에 나온 먹는 이야기가 가장 끌려서 3부부터 읽기 시작했다. 읽은 책도 읽고, 안 읽은 책도 있다. 하지만 박찬일이 같이 읽어준 문학 속 음식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그가 굴비 엮듯 이어가는 이야기들까지 한가득 침이 고인다. 움베리토 에코의 에코 타령은 썰렁한 스위스 개그지만 낄낄거리고 있다.


바로 2부로 정주행.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기게'라는 제목을 보고 어찌 책읽기를 멈출 수 있을까. 요리사가 시커먼 웍을 흔들어 밥알을 천장까지 솟을 듯 키질을 하며, 엄청난 화력으로 볶음밥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내일 점심은 볶음밥이다, 마음 먹는다. 다행히 난 화교들이 많이 사는 동네, 중국집 골목에 살고 있다. '볶음밥은 그래서 집에서 먹는 요리가 아니다.' 집에서 볶은듯, 비빈듯 만든 볶음밥은 진정한 볶음밥이 아니지. 아, 난 집밥 예찬론자인줄 알았더니, 진정한 프로들이 가득한 식당밥을 좋아했다!


이제 1부를 읽어야 한다. 읽을 수밖에 없다. 글이 얼마나 좋으면 1부에 배치했겠나. 거기에 2부에 나온 카놀리, 치즈, 랍스터, 토끼 고기, 캐비아, 바칼라, 할랄푸트는 구경해본 적도 없지만, 1부에 나온 음식은 알고 있다. 물론 박찬일이 말한 절정의 음식들은 아니래도 나름 내 추억의 맛이다.

세대도, 지역도 달라 마늘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는 공통점밖에 없지만, 집안의 가장은 닭목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틀고 닭털쯤은 가볍게 뽑아야 권위가 섰을 그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옆에 있는 짝꿍에게 "자기, 가장이라면 소는 아니래도 닭쯤은 잡을 수 있어야 되는거야." 강요한다. 아, 이런 허세 하나쯤은 완전 인정이다!


경양식집에서 고기랑 같이 먹기 위해 수프랑 샐러드를 남겨놨다가 뺏긴 경험...여전히 나중에 나온 고기랑 샐러드를 같이 먹고 싶고, 식전 빵을 파스타에 찍어먹고 싶은 나는 이젠 당당히, "그냥 놔두세요!" 하고 외치지만, 아줌마보다 더 당당했던 여고시절에는 못했다.
아, 이렇게 조르지 않는 애인이나 묵은 친구 하나 부산에 있어서 가끔 부산에 들릴 수 있기를 바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한 권을 한달음에 읽었다. 난 그런 친구 하나 있는데, 자랑스러워 하면서.


무슨 서스펜스 가득한 미스테리, 추리물도 아닌데, 가슴 두근두근 다음 책 장을 넘겼다. 빨리 자고 싶어, 하는 마음과 아, 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두 마음이 이어졌다.

 

이제 내가 마주한 이 식탁에 추억이, 맛이, 이야기가 쌓일 것이다.
박찬일의 추억이 재미있고, 글도 좋았지만, 내 추억의 맛도 쌓고 싶은 욕심이 들게 하는 글이다. 아니, 하루 세 끼 밥 먹는 다른 사람들의 맛에 대한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은 책이다. 내가 먹는 밥상을 준비하는 주방장의 팔뚝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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