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이 좀 있다. 조정이 될지 폐기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책에 집중하는 게 상당히 힘들지만...(소심함과 예민함이란 살아가는 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엊그제간에 바쁘고 정신 없는 틈틈이 재미있게 읽은 책은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이다.  

 

 

 

 

 

 

 

이 사람 상당히 흥미로운 사람이더군. 촘스키와 맞짱뜬 사람인데다, 촘스키가 말도 안섞는다는 사람.... 촘선생의 이런 면을 드러내게 한 사람이라니 재밌지 않는가.  

"사람들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자기의 가치와 정체성에 투표한다는 것".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떠올릴 문장이라면 이 문장을 선택하겠다. 지난 2006년, 2007년의 총선, 대선에서 사람들이 지향한 가치와 선택이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최근 유시민은 김혜리와의 인터뷰에서(씨네21) '국민들 스스로가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거대한 흐름으로 형성해 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큼직큼직한 일들이 팡팡 터져도 좀체 속내를 파악하기 힘들정도로 무표정한 모습이 지금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라든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인들도 확신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프레임에 대해 사고할 수 있게 해줘서 실용적인 책이었다.  

프레임적 사고와 정치적 수사학은 다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함께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70년대는 잘 모르겠고, 80년대의 DJ는 대중연설로 인상적인 기억에 남는 사람이다. 요즘은 대통령 선거나 여러 선거에서 잡다한 유세가 펼쳐지고, 기회만 있으면 어디서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정치적 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그 때만해도 대중 집회가 한 번이라도 마련된다면 정말이지 그 펄펄 끓어오르던 사람들의 관심과 열기란 대단했었다.(정치적 연금이 풀리고 광주를 찾았던 DJ 의 전남 도청 앞에서의 연설은 ... ) DJ를 보고 타고난 연설가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독특한 면모가 있었다.  

가끔 정치인들의 수사에 대해 분석한 글들을 보곤 하는데,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이 정치인들을 분석한 글, 강만준이 특유의 문헌학적 글쓰기에 따라, 정치인이 한 말, 글을 모두 인용하여 분석한 글 정도?  정치학, 심리학, 수사학적 분석들이 잘 버무려진 재미있는 글이 보고 싶다.  

 

 

 

 

 

 

 

연설을 찾았더니 영어학습 카테고리에 맞춘 책들이 너무나 많았다. 요즘 학생들은 진짜 대단하다니까!   

[위대한 연설]이 당기긴 한데, ... 실물을 보고 판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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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고비를 넘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 .  

외국의 누군가, 계속해서 그가 세계에 "영감"을 주는 이로 살아남기를 바란다는 전언을 했다고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그의 연설, 그의 말, 그의 생각, 그의 글들은 늘 그런 평을 받을 만했다.  

그를 '전라도의 신'(어떤 신문의 헤드라인으로 떠 있는 걸 지하철 가판대에서 본 적이 있다.) 따위로 지역적 프레임에 가두려 하는 어리석음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 

p.s.  자연사,... 다소 생뚱맞고, 엄살부리는 듯 하여 꺼내고 싶지 않지만, 사람이 늙는다는 것, 그리고 죽는다는 그 엄연한 사실 앞에 마음에 서늘한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더라.  

DJ, 죽을 고비를 여러 번(5번 정도라는데) 넘기고, 누군가에 의해 죽었을 수도 있을 타살의 고비를 다 넘기고, 마지막은 병상에서 가족과 평생 동지들과 눈빛 교감을 마치고 운명했다. 다발성 장기부전... 심 정지. 엄연한 육신의 쇠함을 누군들 피할 수 있을까? 

김훈의 [칼의 노래]에, '나는 내 자연사에 안도했다.'는 문장이 있다. 소설에서의 의미를 떠나 그냥 그 말 자체로 '내 자연사에 안도'하는 그런 날...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고, 앞으로 나는 통렬한 이별 자리에 서게 될 것이고, 결국 나도. 개별은 가슴이 빠개지듯한데 전체적으로는 상투적이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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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플란더스의 개>와 <마더>에서 폭탄주를 마시는 술자리 장면을 '기성세계의 대표적 이미지'로 사용했다고 말한다. '부당한 거래'가 오가는, '모든 것을 두루뭉실하게 만들어 버리는 한국사회의 거래'가 이런 술자리, 폭탄주를 돌려가며 마시는 회동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봤다. 더 나아가 봉 감독은 '한국성인남자'에 대한 공포를 앓고 있다. 나는 봉 감독의 말에 십분 동의할 수 있다. 그 어색하고 유쾌하지 못한 느낌이라니... . 나는 여전히 그런 자리가 불편하다.  

홍상수 감독은 그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술자리 장면이 다른 배열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같은 소재라도 느낌이나 의미가 다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홍 감독의 클리셰가 돼버린 듯한 그 술자리 장면이 이제 지겹다. 한국영화에 십중 팔구 빠지지 않는 장면이 술 마시는 장면이다. 혼자 마시든 여럿이 거나하게 마시든, 포장마차에서 마시든, 대폿집에서 마시든, 길거리에서 마시든, 집에서 마시든, 소주가 됐든, 막걸리가 됐든, 양주가 됐든... 무쟈게도 나오는 장면, 술 마시는 장면. 한국 영화감독들이 안이하게 만드는 장면 중 하나가 술마시는 장면이다. 현실의 반영이라고 해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 고민이 더 필요하다.  

유하 감독은 자신의 영화의 쇼트 수가 점점 많아진다고 고민한다. 그가 생각하는 고수란 '장면을 많이 나누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쇼트에 여러 쇼트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쌍화점>은 제작자나 PD가 그를 너무 그만의 세계에 방치한 탓에 그 정도의 영화가 나왔다. 몇 편의 성공으로 그도 무뎌지고 오만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임순례 감독의 인터뷰가 가장 재미없었다. 유하 감독이나 임 감독의 경우, 그들의 가장 최근작에 대해 변명조의 얘기가 많았다.  

6명의 감독에게 묻고 질문하는 이동진의 성실함이 흥미로운 인터뷰를 이끌어냈다. 꼼꼼하게 해당 감독의 작품 전부를 보고 감독에게 확인받으려 하는 그의 모범생 같은 모습도 있다. 책 말미에 그는 김혜리 기자에게 인터뷰 당한다. 부메랑 인터뷰다.  

이 책에 나온 감독 모두, 이 땅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걱정하듯이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늙어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한 사람의 시선이 담긴 영화'(류승완)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동진은 계속해서 감독들의 인터뷰를 엮어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모두들 계속되기를, '지속가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중을 위해 남겨둔 듯한 박찬욱 감독과 몇 감독 더 하면 이 정도의 책을 얼마나 더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서 많은 걸 드러내도록 질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상 자체가 털어놓는 말들이 읽을만 또는 들을만 해야 한다. 그것이 인터뷰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헛고생했다. 오전 미팅은 ... 씁쓸했다. 기운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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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편집책임을 맡아 펴낸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집(중)을 읽다. 중편의 주제 묶음은 '쓸쓸한 여자, 불쾌한 남자'이다.  

"꿈이 깨지거나 이상이 무너질 때 여자는 불행해지지만 남자는 불쾌해진다"고 미유키는 이 묶음에 나오는 여자와 남자들을 분류했다. 

책에 실린 8편의 단,중편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건 [서예강습](1969~1970). 물론 작위적 설정이라고 느껴지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주인공 시점으로 한정된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게 미로를 따라 흘러간다. 쇠락한 변두리 기모노 가게의 노부인, 허름한 고서점을 지키는 어딘지 모를 요염함을 갖춘 중년의 부인... 단호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무기력한 주인공, 그러나 약한 고리를 여지없이 파고들 줄 아는 범죄 결단력의 묘한 혼합... 등등이 몽땅 들어있어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다. 신발은 놓여있는데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 숨막힐 듯한 고요, 계면쩍이리만큼 너무 조용한 집안, 방에 홀로 남겨져 서예연습을 해야 하는 지경, 방, 방이 이어진 단독주택... 흥미로운 이미지이다.  

다음으로 재미있었던 건 [공백의 디자인](1959). 지방지 광고부장의 밥벌이 호러. 광고공백이라는 무시무시한 공포를 앞두고 신문사 광고부 전체의 피말리는 접대전. 이런 게 진짜 공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직장생활 좀 해보면 알 수 있다. ㅎ ㄷ ㄷ... 또 한편으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분노, 화 발생 소설'이기도 하다. 이때는 화르르~(화의 화기가 머리끝까지 도달하는 소리). 

[결혼식장의 미소](1975)는 기모노 입기,입혀주기를 소재로 생겨날 수 있는 얘기이기에 일본에서만 나올 수 있는 얘기이기도 하겠다.  

[멀리서 부르는 소리](1957)는 짧은 단편인데, 지금 시대에는 딱히 공감하기 어렵지 않나 싶은 얘기이도 하다. 그렇지만 어쨌든 마지막은 짠하다. 좋았다.      

[카르네아데스의 판자](1957)의 마지막을 작가의 무책임함이라고 해야할지 또는 더 이상 쓰기 싫어서 또는 좋은 생각이 안 떠올라서 그렇게 처리했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도 어쩔 수 없게 생겼다. 그만큼 어처구니 없는, 결론을 보여준다.  

이 단편 컬렉션을 통해 본 마쓰모토 세이초의 몇 작품은 이런 식으로 결말 부분이 모호하게 처리돼있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렇다고 깊이 생각하지는 못한다. 그저 그렇게 느낀다는 것... .  

인생이 녹스는 게 범죄를 저질러야만 하는 것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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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종일 외부로 돌아다니는 통에 평택 쌍용차 공장 소식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집에 돌아와 9시 뉴스를 보니 피가 거꾸로 솟았다. 아, 분노로 치가 떨리는 ... 이럴 수는 없다. 이래서는 안된다. 아무리 대치하는 노조원들이라고 해도 경찰이 그렇게 잔인하게 폭압적인 진압을 하는 걸 이대로 또다시 외면하며 넘어가서는 안된다. 용산의 참사를 외면하면서 다시 7개월 후 이런 사태를 맞는다. 이건 중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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