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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토요일 아침이다. 행복함은 순간순간 찾아온다. 오늘 아침처럼, 컨디션 나쁘지 않고 왠지 싱싱함이 느껴지는 그런 순간. 어제 밤부터 손에 든 [안나 카레니나]는 완전 재밌다. 이 책이 이렇게 재밌는 책이었나? 이번 주말은 좀 행복할 것 같다. 컨디션만 좋다면... .   

 

 

 

 

 

 

 

 

그리고 두 사람의 '청춘의 독서'를 조금씩 읽었다. 김상중과 유시민. 

 

 

 

 

 

 

  

 

[청춘의 독서]에 이런 말이 나온다. 

 "엄청난 세상의 변화를 다 견디고 내 마음에 남은 것이 무엇인지". 청춘시절에 읽은 책들을 3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며 찾으려 한 '지금 내 마음에 남는 것'. 

내가 이런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쓴다면, 나는 어떤 책을 선택하여 다시 읽기를 할까. ......어째 좀 난감하다. 생각좀 해봐야겠다.... 이런 젠장, 헛살고 있는 거 아닌가? 

[청춘의 독서]를 아무래도 먼저 읽고 있는데, 순서대로가 아니라 관심가는 책에 대한 글부터 그냥 읽어가는 중이다. 10장,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종의기원], 글에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외 몇 권을 [종의 기원]을 제대로 알기 위한 입문서격으로 먼저 읽기를 권한 책이 있다.   

스티브 존스의 [진화하는 진화론], 마크 리들리의 [HOW TO READ 다윈]을 꼽았다.  

이런 책들을 다 읽고 나서, 관찰로 얻은 개별적 사실에서 일반적 명제를 끌어내는 논증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때 [종의 기원]을 읽으라고 권했다.  

그래서 구입하려는데,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번역에 대해 부정적 의견들이 있다는 사실에 주저하고 있다. 어떤 분은 '어렵지만 대단히 좋은 책'이라고 했고, ㅈ욕을 하는 분도 있다. 권장도서이기도 하고. 이런 경우는 성격대로, 내가 직접 확인할 밖에. .......  

 

  

 

 

 

 

  

 

엇, 애덤스미스의 [도덕감정론] 개역판이 출간되는군. 금융위기로부터 휘청거리는 자본주의에 대해 숙고해보는 정신들이 애덤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다시 떠들어보게 했다 운운하는 얘기들이 나돈 후라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손을 봐 책을 낸 모냥이다. 출간되면 서점에 가 실물을 좀 보고 구입할 생각이다. 언젠간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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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뭐, 물론 작가가 허술하게 놓아두지 않고 나름 메꾸려고 하고 그 밀폐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럴듯하지는 않다.  

화법으로는, 고백이 너무 많은 게 실험과 한계를 모두 싸안고 있는 듯하다.  

 

 

 

 

 

 

  

자애자와 구도자, 어머니와 아들의 장이 다소 흥미로웠고, 전반적으로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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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대 작가들의 소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동안 소설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관계로 이쪽 세계를 전혀 모른다. 서사를 주의깊게 보려한다. 어떻게 얘기를 풀어가는지 그 방식에 관심 있다.   

코맥 매카시,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과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힌다는 돈 드릴로의 소설 [화이트노이즈]는 한 마디로 재밌다. 1985년 발표작이다.

 

 

 

 

 

   

 

소설은 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할듯 한데, 내 처지도 그렇고, 성격이 느긋하지도 못한터라(단,체력이 찌질할 뿐) 진짜, 좀 후다닥 읽는다. 그래서 오래 기억에 안남는 건가?... 뭐, 어쨌든.  

옮긴이 강미숙의 약 10여 페이지에 이르는 '옮긴이의 말', "테크놀로지 시대의 욕망찾기/벗어나기"는 책에 대한 좋은 안내서이다. 잘 정리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존 어빙의 책이라곤 [가아프가 본 세상] 밖에 본 게 없지만, 어쩐지 비슷한 책읽기 경험이었다. 특별히 작가가 웃기자고 쓴게 아닌데 펼쳐지는 상황이나 대화, 인물의 행동이 우습다. 흐흐흐 웃을 수 있는 대목이 많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쓸쓸하고 적막한 슬픔이 배어난다. 기가 막히는 글쓰기다. 가족, 부부, 아이,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 듯한 평범한 현대 미국인들에게 드리워진 이상한 불안과 공포. 거기서 벗어나고자 또는 잊어버리고자 하는 욕망이 보여주는 안타깝고도 우스꽝스러운 후반부는 과도한 듯 하지만 작가의 밀어부치는 힘을 느끼게도 한다. 좋은 작품이다.  

   
 

 배비트와 나는 우리가 구입한 상품들의 질량과 다양성에서, 저렇게 빽빽하게 들어찬 봉투들이 암시하는 저 순전한 충만함 - 속에서 우리가 느낀 재충전감, 이를테면 이런 상품들이 우리 영혼 속의 어떤 아늑한 집에 가져다주는 행복감, 안전감, 만족감으로 존재의 충만함을 성취한 것 같았다. 이런 감흥은 외로운 저녁 산책을 중심으로 삶을 꾸리면서 물질을 덜 필요로 하고 덜 기대하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p.38)

 
   

   
  세상에는 채택되지 않는 의미들로 가득하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에서 나는 예기치 못한 주제들과 충격적인 사건들을 발견한다.(p.317)  
   

   
  그 컴퓨터 전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그가 내 이력을 두들겼더니 얼마나 비관적이고 엄청난 기록이 나왔는지도 말해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데이터의 총합이야. 우리가 우리의 화학적 충동의 총합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야, 이렇게 그녀에게 말했다. (p.351)  
   

   
  "당신, 괜찮은 내과의 알고 있냐고 묻지. 진짜 권력이 있는 곳이 거기니까. ...... 사람들은 조세전문 변호사나 자산운영자, 그리고 마약상에 대해 물어.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바로 내과의예요. "당신 내과의는 누굽니까?" 어떤 사람이 도전적인 어투로 물을 거요. 그 질문은 당신의 내과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당신은 췌장에 버섯 모양의 종양이 나서 죽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당신 장기에서 피가 뚝뚝 흐를 수도 있어서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 의뢰할 사람을 알지 못해서,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할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서 당신은 열등하고 죽을 운명에 처해 있다고 느껴야만 한다는 거죠. 군산복합체 따위는 신경끄시오. 진짜 권력이 일상적으로 휘둘러지는 것은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 사소한 도전과 훈계조의 말을 할 때니까." (p.377)  
   
 

   
 

"내 걱정은 하지 말게나." 그가 말했다. "다리 조금 저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야. 내 나이엔 누구나 저니까. 나이가 들면 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기침하는 것도 신경쓰지마. 기침은 건강에 좋은 거야. 속에 든 것이 이리저리 움직이게 해주잖아. 그게 한곳에서 자릴 잡고 몇 년이나 그 자리에 가만있지만 않으면 아무 해가 없는 법이야. 그러니까. 기침도 괜찮아. 불면증도 그렇지 불면증은 아무 문제 없어. 내가 잠을 자서 얻는 게 뭐가 있단 말이야? 자네들도 1분 더 자면 1분 줄어드는 그런 나이가 곧 될 거야. 기침하고 다리 절고 할 시간이 줄어든다 말이지. 여자 문제는 신경 꺼. 여자들은 괜찮아. 우리는 카세트를 빌려서 섹스도 좀 하고 그렇게 지낼 거야. 섹스는 피를 심장으로 펌프질해 주지. 담배 피운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어. 그럭저럭 잘 넘어가고 있다고 자신하고 싶으니까. 모르몬교도들이나 담배 끊으라고 해. 그들도 담배만큼 해로운 것 때문에 결국 죽을 거야. 돈은 아무 문제가 안돼. 수입 면에선 완전히 고정적이니까. 연금 제로, 저축 제로, 주식과 채권도 제로야. 그러니 걱정할 필요가 없지. 저절로 굴러갈 거야. 치아 때문에 신경쓸 것도 없어. 이는 괜찮아. 이가 헐렁해질수록 혀로 흔들어 줄 수 있어. 그러면 혀도 할 일이 생기는 거야. 손 떠는 것도 걱정하지마. 누구든지 가끔은 떠는 법이야. 그리고 왼손만 떨잖아. 손 떠는 걸 즐기는 방법은 말이야, 그게 다른 사람 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체중이 원인도 모르게 갑자기 줄어도 걱정할 필요 없어. 눈도 시원찮은데 먹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눈 걱정도 하지마. 눈이야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가 없지. 정신이 온전할까 하는 걱정은 깡그리 잊어버려. 정신이 몸보다 먼저 가는 법이야. 그렇게 돌아가는 거지. 그러니까 정신이 어떨가 걱정하지 마. 정신은 온전해. 차에 대해선 걱정을 해야만 해. 핸들이 좀 휘어졌거든. 브레이크도 세번이나 리콜된 거고. 푹 파진 곳을 지나가면 후드가 위로 치솟든단 말이야." 

완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444~445)

 
   
주인공 잭의 장인의 도저한 무심함? 그런데 정작 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건네 준 이는 바로 이 장인이다.  
 
   
 

"아주 멋져요, 잭. 죽음이 없다면 삶이 다소 불완전하다고 믿으시나요?" 

"그게 불완전할 수 있겠어요? 죽음이야말로 삶을 불완전하게 만드는 것인데." 

"우리가 죽음을 인식하기 때문에 삶이 더 소중해지는 건 아닐까요?" 

"두려움이나 불안에 근거한 소중함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불안해서 덜덜 떠는 존재일 뿐인 게지." 

"맞아요. 더없이 소중한 것은 우리가 든든하게 느끼는 사람들이죠. 아내나 아이 말이죠. 죽음의 유령 때문에 아이가 더 소중해지나요?" 

"아뇨."    (p.495)

 
   
   
 

 나는 사진틀, 금속으로 된 책받침대, 코르크 받침접시, 플라스틱 열쇠고리, 먼지 쌓인 머큐로크롬 병과 바셀린, 굳어버린 그림붓, 덩어리진 구둣솔, 응고된 수정액 따위를 버렸다. 촛대, 얇은 판으로 된 식탁용 깔개, 낡아빠진 주전자받침도 버렸다. 그 다음엔 천을 감은 옷걸이와 자석 달린 메모판을 버렸다. 나는 뭔가에 앙심을 품은 듯 거의 광포한 상태였다. 이 물건들에 대해 개인적인 원한을 품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들이 나를 이런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니까. 이것들이 나를 파멸시키고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했으니까. (p.512)

 
   

주인공 잭은 집안 물건들을 하나하나 버린다. 딸이 말릴 정도로 갖다 내 버린다.  

나도 가끔, 집안을 둘러보며 내가 부려놓은 이 것들을 다 버리고 가야 할텐데, 버려야 할텐데...... 한없이 둘러보곤 한다. 뭐, 곧잘 한 움큼씩 버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휘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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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기사 검색하다 <씨네21>에 실린,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대한 리뷰 [인간의 고통과 구원에 대한 집요한 물음](이화정)을 읽었다. 조쉬 하트넷과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 세 명의 등장으로 화제를 몰았던 영화지만 감독은 트란 안 홍이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는 그의 영화다. 리뷰에서 '근래 들어 가장 용감한 그의 도전'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 말에 십분 동의한다. 맞는 말이다. 근래들어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용감한 일이다. 근래의 한국 영화들에서는 더더군다나 찾아볼 수 없는 용감한 영화다. 영화라는 스펙트럼에는 이런 영화도 있는 거다. 한국에서는 점점 희귀해져가고 있는 영화. 정성일이 '교양'으로 봐줬으면 한다는 자신의 영화 <카페 느와르>가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고 영화로 말하는 이들의 영화가 더 울리는 법이다.   

한국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고통이나 구원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우리는 영화에서 그런 걸 찾거나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는 비와 함께 간다>가 아주 뛰어난 영화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영상미의 배경으로 전락한 오지와 원주민들의 모습은 불편하고 날 것처럼 들이대는 감독의 '체'하는 버릇도 괘씸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 게다가 부인인 트란 누엔케는 꼭 캐스팅 했어야 했는지... -, 그리고 꼭 예수의 얘기를 통해 구원이니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지 보는 내내 답답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고통없는 구원이란 이를 수 없는 것일까? 명랑한 캐릭터라곤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고 내내 무겁고 'thinking'만 하는 인물들로 가득 찬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감탄하며 봤던 영화다.  

트란 안홍의 다음 영화작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영화화다. 난 일단 예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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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영화에 대한 다른분들의 평을 좀 읽어보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영화보는 내내 불편했고, 집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좀 설명을 듣고 싶었어요. 저는 영상미도 느낄수가 없었구요, 여자주인공(이라고 해야하겠죠?)릴리의 연기는 영화를 보다가 자꾸 옆길로 새는 것 같고 말이죠.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도 좀 난감했어요. 왜 뜬금없이 예수의 부활을?

포스트잇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무슨말인지 좀 감이 잡히는 듯도 하지만 역시 이 영화는 제게 지나치게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다음 작품이 상실의 시대라구요? 오, 이 작품은 어려웠지만 상실의 시대도 봐야겠어요.

이 영화에 대한 포스팅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댓글 남깁니다. :)

포스트잇 2009-10-20 17:56   좋아요 0 | URL
아,불친절한 글인데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트란안홍의 이번 영화는 예전 그의 영화보다 훨씬 더 풀어서 설명해주고 보여줬다고는 생각하는데,그게 예수니 구원이니 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저는 그닥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대신에 캐릭터와 캐릭터가 지닌 사연을 압축해가며 스토리를 진전시켜 나가는 방식을 저는 재밌게 봤습니다. 트란안홍이 변한건지 아니면 그도 투자받아 제작하고 상영할 수 있기 위해 어느 정도는 자신의 창작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의식을 한건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번 그의 영화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트란안홍이 만들 <상실의 시대>가 더 궁금해지고 기대되고요.
별탈없이 투자받아 제작되고 빠른 시일 내에 만나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다락방님, 영화 좋아하시고 저보다 훨씬 많이 보시는 것 같은데, <상실의 시대>도 함께 두 손 모아 기대해보아요.~
 

어제는 영화를 두편이나 봤다.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은 극장에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블러디 다이아몬드>는 케이블 TV에서. <블러디...>는 2시간이 넘는 영화인데다, 케이블 TV에서 하기 땜에 중간중간 광고가 끼어들고, 또, 1부, 2부로 나눠서 하느라 1부 끝나고는 한참을 쉬어야했다. 늦게까지 TV 보면 안되는데 이왕 본 거, 또 보고 싶기도 했고 해서 졸음과 피로를 참으며 겨우 봤다. 디카프리오는 점점 매력적인 배우가 돼 가는 것 같고, 현실 고발을 담고 있는 만큼 충격적이고 참담한 이야기가 영화 전편에 흐른다. 2007년 1월 개봉했는데, 관객 동원은 43만 정도였던 듯하다. 맞붙어 1위를 한 영화는 <마파도>였다. 할리우드영화도, <트랜스포머> 정도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민다.   

<블러드..>에서 솔로몬의 말, '사람들은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해요, 차라리 외국이 지배하던 때가 나았다고...' 아프리카 나라들이 유럽의 식민지에서 해방됐지만 여전히 착취 당하는 대륙으로 전전하며 내전 등으로 살육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대한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고민을 드러냄과 동시에 인종차별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아프게 찌르는 말처럼 들렸다.  

<호우시절>을 보며... 울었다. 울면서 생각했다. '내가 눈물 흘리는 건 호르몬 때문이야.' 

혼자 본 것도 아니고 직원 중에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영화관을 혼자 찾아 버릇하는 나로서는 다소 불편했지만, 그래도 함께 보자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근데 주책없이 눈물이 흐르지 뭔가. 아, 민망했다. 평소의 카리스마와 냉정함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  

호르몬 때문이 크지만 그래도 눈물이 난 이유를 굳이 찾자면 이유가 있긴 하다. 굳이 밝힐 순 없고.  

<호우시절>은 '모든 걸 마음에 담아두고 살 수는 없다'는 말과 통하는 얘기를 담고 있다고 봤다. 쓰촨성 지진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 이 이야기에는 두보초당의 아름다움과 봄날의 상큼함을 관광 안내 홍보처럼 보이기도 하는 영상을 많이 담고 있다. 정우성과 고원원이 영어로 대사를 주고받는식은 보는 데 이질감을 계속 느끼게 했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왠지 자신들의 말이 아닌 외국어로 얘기를 하는 것을 보는 어색함이 맴돌았다.  

절정부분의 고원원의 울음을 보면서, 도대체 저 감정을 뭐라 봐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재된 감정, 복잡다단한 그런 모든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리라. 그래도 굳이 어느 쪽이 더 강했을까 라는 고약한 생각을 계속 했다. 허진호는 사랑을 둘러싼 이런 감정을 드러내는 데 과연 재능이 있다. 그래서 어제도 허진호 영화를 보러 간 게 아닌가?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하니, 그의 다음 영화도 기대해본다.    

 

<호우시절>은 자세한 투자정보는 모르겠지만, 겉으로만 보면, 한국과 중국의 주연배우, 한국 감독, 배경 중국, 언어 영어&한국어로 요즘 심심찮게 시도되는 '글로벌' (글로벌한 마인드나 주제, 정서를 담고 있느냐가 아니라, 자본과 인적, 배급상황만으로 자국을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이병헌 정도를 제외하곤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런 프로젝트들에 대해 좀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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