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판 [전쟁과 평화](톨스토이)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대신(?) 줄리언 반스의 [웃으면서 죽음을 얘기하는 방법](다산책방)이 나왔다.

에세이다. 

그의 소설이 아니라서 아쉽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가 그닥 인상적이지 못했기에 이번 신간을 묻지마 구매하지는 못하겠다. 

갓 70세가 죽음을 얘기하나... 

44년생인 한국나이 73세도 젊다고 대통령 나오겠다는 나이에 46년생 반스는 죽음을 얘기하나. 

죽음이 나이순대로 오는 건 아니지만. 

길어진 노년을 산다는 것 자체가 계속 살아야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하다. 

불안한 위험 사회에서 길어진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죽음보다 못한 삶일 수 있으니. 


작정하고 죽음을 사유하면 뭐가 나올까. 











찰스 부코스키의 책이 더 댕기는 게 사실.

작정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살게 되는거다. 

아무나 그렇게 살 수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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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eiss 2016-05-3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맞아요. 저도 문동판 <전쟁과 평화> 출간되기만을 기다렸는데 ㅠㅜ 이달엔 나오겠죠? ㅜㅠ

포스트잇 2016-05-31 09:39   좋아요 1 | URL
준비하고 있던 거니 아마도 곧 나오긴 할 것 같습니다..
전 ... 4권부터 먼저 볼겁니다.... ㅎㅎㅎㅎㅎㅎㅎ

hi,keiss 2016-05-31 09:49   좋아요 0 | URL
4권부터 보신다면... 혹시 후반부에서 기존 번역본들과의 차이를 비교해보고 싶으신 건가요? ㅎㅎ

포스트잇 2016-05-31 09:52   좋아요 1 | URL
아, 박형규 교수의 범우사판을 보던 중이었거든요. 3권까지 읽고 4권은 뒀습니다.
문동판도 분권 지점들이 아마 같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전 4권부터 보겠다는 단순한 말이었습니다 ㅎㅎ ㅎㅎ
제가 무슨 번역본 차이씩이나 볼 수 있겠습니까.
번역해주시면 감사히 봅니다.

hi,keiss 2016-05-31 09:58   좋아요 0 | URL
아, 이번 문동판이 형규 형님의 번역본이었군요!! 저는 몰랐습니다. 그럼 범우사판은 이제 곧 절판인가요? 아님 벌써...?

포스트잇 2016-05-31 10:02   좋아요 1 | URL
형규행님? ㅎㅎㅎㅎㅎㅎ
그러고보니 범우사판은 품절이네요.
아마도.. 가지고 있던 거 다 소진하면 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hi,keiss 2016-05-31 10:12   좋아요 0 | URL
이야, `소진` 이라니... 대체 몇 번을 읽으시면(혹은 얼마나 거칠게 읽으시면) 책이 소진될 때까지 읽으시는 겁니까. 제 경우엔 <전쟁과 평화>를 읽다보면 소진되는 거라곤 저의 (부끄럽기 짝이없는)집중력뿐이던데......
아무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포스트잇 `행님`.

포스트잇 2016-05-31 10:20   좋아요 0 | URL
뭔가 오해를 ...;;:: ㅎㅎㅎㅎ
범우사 [전쟁과 평화]는 품절이라고 뜨네요.
범우사가 가지고 있던 [전쟁과 평화]가 다 팔리면(`소진`) 더이상 찍을 것 같지 않다고 저는 짐작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순전히 짐작입니다 ㅎㅎㅎㅎ

hi,keiss 2016-05-31 10:23   좋아요 0 | URL
그 `소진`이 그 `소진`이 아니었군요. 알겠습니다. ㅎㅎ

blanca 2016-05-3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줄리언 반스 책 읽고 있는데 기대이상이에요. 좀 중언부언하는 경향이 있긴 한데 사실 `죽음`은 요새 저도 생각하고 있는 주제라서...<전쟁과 평화>는 기대가 계속 커지네요. 이로써 낡고 오탈자가 가득한 저의 <전쟁과 평화>를 처분해도 되는 건가 싶어서요^^;;

포스트잇 2016-05-31 14:06   좋아요 0 | URL
기대이상..이라시면,,, 그냥 건너뛸 순 없겠네요^^
줄리언 반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가 죽음이라고도 하니,...읽지 않을 수도 없겠습니다. ㅎㅎㅎ
 

삼색볼펜은 있잖아. 

근데 삼색(혹은 사색) 색연필이 삼색볼펜처럼 된 문구는 없나?

책 페이지를 접는 건 싫어하지만 책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걸 기본으로 밑줄 긋고 메모를 하는 편이다.

밑줄이 선명한 게 싫어서 가급적 세가지 색깔의 색연필을 쓴다.

책에 형광펜은 쓰지 않는다. 


3색 정도의 색연필(빨녹초)을 하나의 필기구로 된 게 있으면 좋겠다. 

한자루에 삼색을 모은 색연필을 본적은 있지만 쓰다보면 각색의 경계까지 쓰게 되어 지저분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별로 좋지 않다. 

삼색볼펜처럼 그렇게 쓸 수 있는 색연필 필기구가 나오면 좋겠다. 

볼펜은 가능한데 색연필을 그렇게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걸까? 여태 그런 필기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3장에 이어 5장의 예술론에 이르러 또 한번의 장벽을 만났다. 

민음사(이상옥 역)판이 더 친절하다. 주석도 더 많고 옳은지 그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주석이 달려 있다. 열린책들판(성은애 역)은 성그고 불친절한 편이다. 

열린책들을 주로 해서 민음사판을 보조해서 읽고 있는데, 민음사판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븐의 캐릭터가 다르게 느껴질 판이다. 

민음사판 보다 열린책들판의 스티븐이 더 거칠다. 마치 조사없이 체언들만으로 된 문장들을 내뱉는 것 같다. 

5장을 넘으면... 끝이 보인다. 

불연속적 묘사로 성장의 단계들로 점핑해나가는 조이스의 기법(뭐 지금이야 새로울 것 없는 거겠지만)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역자해설은 주로 책을 다 읽은 후에 읽는 편이다. 미리 읽는 경우는 책이 정말 난해해서 도저히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때일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은 결국 해설을 볼 수밖에 없었다. 

역자해설들을 보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남들도 다 나처럼 3장과 5장이 마의 고비구나, 했다. 

책에 붙은 역자해설만으로는 부족하고 역시 다른 레퍼런스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소설은 1914년 2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했고 1916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지만 이미 1907년 경에 완성된 것으로 본다. 

대학생이 된 스티븐의 학교에서도 정치 사안을 두고 학생들끼리 대립하는 장면이 나온다. 

러시아 니콜라이2세의 평화조칙과 헤이그만국평화회의를 두고 지지파, 반대파, 그리고 냉소파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아일랜드와 러시아, 그리고 이 만국평화회의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헤이그만국평화회의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저 멀리 아일랜드의 한 대학교에서 벌어지는 서명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불러오는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 겹쳐지면서 낯설었다. 

평화회의 정체가 뭐였지? 고종은 제대로 타겟을 설정한 거 맞나?

제임스조이스가 조국 아일랜드에 갖게 된 애증의 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예전에 잠깐 들여다봤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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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고 있다. 

아, 3장은 정말... 

우리의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는 사창가에서 '다른 세계'를 맛본다. 

"그는 수 세기의 잠에서 깨어났던 것이다."(젊은 예술가의 초상, 열린책들)


그리고 성서가 가리키는 죽음과 지옥의 환영에 사로잡히는데 

이 청년의 지독한 죄의식은 마침 학교에서 열린 설교 강연을 마치 자신이 저지른 죄를 벌하는 채찍인양 한 대목도 빼놓지 않고 써댐으로써 대죄하는 것 같다. 

비기독교인 독자로서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장황하고, 불편하고...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그냥 넘기면 안되나?


신이시여, 이잔을 피하면 안될까요?

선하고 엄청 사랑한다면서, 죄에 빠지게 하고 추방시키고선, 

스스로 죄의식에 몸부림치게하고 결국엔 당신 앞에 엎드리게 한 신이시여?


아, 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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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철학가이드북](제임스 M. 러셀)은 철학의 고전 67권(66권의 책과 한편의 논문- 한편의 논문은 뭐지?)을 1000자 내외의 단어로 설명한 책이다. 

철학아카데미 안에서 형이상학적이고 인식론적인 질문에 감히 '철'자도 입에 올리기 싫어했던 사람들에게 그래도 이 정돈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또 이 정돈 읽어보면 좋다고) 하는 용기를 내볼 수 있게 가이드 길을 잡아주는 책인 것 같아 구입했다. 

'철학의 고전들'에 낀 67권의 선별기준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 저자 러셀은 "어떤 책들이 철학의 고전인가를 선정하는 작업은 도전해볼만한 매력적인 일"이라고 소개한다. 

그렇겠다. 흥미롭고 어쩜 당연한 것은, 철학적 영감을 주는 책이 엄밀히 따지면 철학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철학책으로 알려진 책만이 아니라 소설, 소설 중에서도 SF, 동화책도 철학의 고전에 포함되어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 전공, 대학원에서는 비판이론을 '공부했다'(공부했다는 뭐지? 학위를 받지는 못했다는 말인가?)는 저자 러셀은 우선 선정기준으로 간략하게(1000자 내외) 요약할 수 있는 책들을 뽑았지만, 그렇다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책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고 밝힌다. 

총 7부로 이루어진 책은 책 제목만으로 압도하는 고전들부터 그 고전을 뒤흔든 '미치광이들'의 저서, 현대철학의 새로운 관점들 소개까지, 관심있는 책 소개부터 봐도 좋겠지만 순서대로 읽을 때 일련의 흐름을 잡을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왜 들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철학자와 책도 있고 또 철학자의 대표작이 아닌 저서를 고른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들뢰즈는 빠져 있는데, 선정기준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들뢰즈는 우선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은데다, '절대 빼놓을 수 없는책'은 아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또 프로이드의 경우, [섹슈얼리티에 대해]가 선정됐는데 [꿈의 해석]이나 [정신분석학의 근본개념] 같은 책이 아니다. 

니체의 경우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아니라 [선악의 저편]이 선정됐다. 

러셀에 의하면, 니체는 스스로 '차라투스트라'가 걸작이라 했지만, [선악의 저편]이 '가장 논리적'이라는 이유로 선정했다고 한다. 

3부 '명상 : 달콤하지만 의미심장한 우화'로 소개되고 있는 책들 중에는 벤저민 호프의 [곰돌이 푸의 도(道)]가 있는데, 동화책 [곰돌이 푸우 이야기](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주인공 푸우에게 도교를 설명하는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동화책을 아직 보지 않은 관계로 곰돌이 푸우가 어떤 우화를 들려주는지 먼저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치열한 신학적 논쟁들이 펼쳐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빠트릴 수 없다. "신앙과 이성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사고를 촉발한다는 면에서 철학의 고전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104).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대심문관' 장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는데, 러셀은 대심문관의 메시지와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을 비교하는 것도 제안한다. 


둘은(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 이 책에서([계몽의 변증법]) 현대의 전체주의를 고찰하고, 새로운 신화가 그럴싸한 구실을 만들어 내어 대부분의 대중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박탈하는 데 사용되는 방식을 살펴본다.(106)


이런 책이었나? 비록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계몽의 변증법]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국내번역서는 원래도 난해하기 짝이 없는 책인데 번역이 난해함을 더 부추기는 모양.)










이밖에 보르헤스의 [픽션들],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도 선정되어 있다. 

1000자 내외의 설명으로 부족하겠지만 가이드니까 일단 따라가 보며 읽다가 자신만의 목록들을 가지고 읽어나갈 날을 준비해야지. 


사이토 다카시의 [철학읽는 힘]이라는 책도 얼마전에 구입했는데, 대중서이다. 

철학의 고담준론으로 이끄는 입구의 안내서들이 많지만 그조차도 읽기가 쉽지 않은데 '철학 문외한도 가뿐하게 읽는 철학책'이란 후크다. 

세상이 녹록하지 않듯 철학책도 그닥 만만치 않다. 

'철학과 문학'(문학속의 철학, 철학속의 문학이든)이라는 주제는 놓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박이문과 양운덕과 김용규 세사람의 저서를 길잡이 삼아 대충 어떤 것인지 그려보기도 한다.

내가 문외한이라 이 세사람을 일단 읽어야 다음을 길잡아 갈 것 같다. 

일단 안내서들을 잘 들여다본다, 그리고 나서 원저를 무조건 읽는다. 뭐 그러다보면 어찌 되지 않겠나?













책 뒤편에는 다음과 같은 자신의 철학성향 알아보기가 있는데,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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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 뼈대있는 전통 철학파'였다. 

뭘 어떻게 가도 결국 이길이었다. 

뼈대는 뭔.. 개뿔. 던적스럽게 재미없는 사람. ㅎㅎ

[국가](플라톤), [리바이어던](토머스 홉스), [순수이성비판](칸트)이 내가 읽어야 할 책이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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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2016-06-06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 편의 논문은 괴델의 <<<<수학원리>> 및 관련 체계에서 형식적으로 결정될 수 없는 명제에 관하여>입니다.

포스트잇 2016-06-06 07:40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알려주셔서 감사^^ 제목만으로도 논문 포스가 물씬 납니다...::;;
 

쿤데라는 좋아하는 작가다.

읽은 그의 작품 중 실망스러웠던 건 하나도 없다.

쿤데라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생은 다른곳에]는 1969년 6월경에 완성되어 해외로 밀반출되다시피 해서 1973년 프랑스에서 첫 출판된 소설이다. 쿤데라의 반정부, 반공산주의 비판과 풍자는 이미 체코에서 금지되어 있었다.

 

나는 까치출판사에서 나온 안정효 번역판을 가지고 있다.

펭귄판 영역본을 번역한 버전이다.

보니, 2002년에 구입했던 책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잡고 읽고 있었다.

청소년 시기에 읽으면서 분명 설렜던 책이다. 코 찔찔 아이를 훌쩍 성장시킬 것만 같았던 묵직한 질문들을 건네주었던 책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로부터 아마 ...수십년 지나서 다시 잡았을 때 아, 이건 읽을 시기가 따로 있는 책이구나, 싶었다.

코 찔찔이에서 코 닦을 때로 건너갈 시기쯤에 읽어야 할 책이다.

싱클레어가 이유없는 반항짓을 할 때쯤 그만 읽고 싶어졌다.

독일 교양소설 맥락에서 성장소설이라고 한다면 또 다른 성장소설들은 어떨까,라는 새삼스런 궁금증이 생겨서 가지고 있는 책 중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읽고 싶어졌다.

 

쿤데라의 [생은 다른곳에]는 예전에 구입해서 초반 읽다가 뒀던 책이다.

시인으로 성장해나가는 소설인줄 알았다.

이책을 읽은 후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을 예정이었다.

예술적 감수성을 가진 아이가 성장해나가는 성장소설로 읽어도 될 줄 알았다.

[생은 다른곳에]는 반(反)성장소설(교양소설)에 해당한다고 한다. 소설 내내 주인공 야로밀은 내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












쿤데라는 실제로 체코 공산정권이 초현실주의 시인 지바쉬 칼란드라를 처형한 일을 겪었다. 칼란드라가 처형당한 뒤 그의 시인 친구인 폴 엘뤼아르는 친구의 처형을 찬양하는 시를 지어 낭독했다. 젊은이들은 춤을 추었다. 쿤데라는 “처형자와 시인이 나란히 앉아 통치한 시대를 가까이서 목격한 증인이다.”(영어판 서문)

이 사건이 쿤데라에게 준 충격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듯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뒤틀린 모성, 망가지는 아들을 상상하게 되고 야로밀이라는 시인과 그의 어머니와 그의 사랑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쿤데라가 좋아하는 7장의 구성으로 된 이 소설은 홀수장은 야로밀의 탄생과 성장기, 그리고 시인으로의 탄생, 죽음에 이르는 일대기를 다룬다. 야로밀의 환상적 자아인 자비에르의 꿈이 끼어들고 6부는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 있는 인물과 얘기가 들어온다.

한번 손에 쥐면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을 가진 소설이 쿤데라의 작품이다.

쿤데라가 환상이라는 초현실주의적 장치를 사용하여 낯설게하기의 효과를 낸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 쿤데라가 택한 시점이 마치 무대에서 상연되고 있는 연극을 내려다보면서 관객(독자)에게 연출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는 듯해서 마치 내레이션을 듣고 있는 듯했다.

그리스극의 코러스 역할과도 비슷한 시점을 택한 건데 야로밀이나 그의 어머니의 뒤틀린 오이디푸스관계를 보게 될 때 그 거리감은 괴이하고도 괴물같은 그들의 밑바닥 감정을 더욱 배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듯하다. 내게는 그점이 흥미로웠다.

 

쿤데라는 이 소설의 제목을 원래 ‘서정시대’로 정했다 한다.

서정시대란 젊음을 말한다. 쿤데라는 젊음이 지닌 순진성이 혁명의 광기와 열광에 쉽게 빠져들게 한다고 본다. 더불어 혁명의 시대와 서정시는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이다. 혁명은 검토나 분석을 당하기를 바라지 않고, 대중과 결합하고 싶을 뿐이다.(211) 혁명은 생을 ‘여기’에 두게 하지 않는다. 언제나 보다 나은 미래를 약속하며 생을 ‘다른’ 곳에 두도록 한다.

야로밀의 어리석은 순진함, 야로밀의 연인 ‘붉은머리’의 순진한 거짓말이 가져오는 비극은 처형자와 나란히 앉은 시인의 비극이다. 모든 것을 대의속에 몰아넣고 만 야로밀의 단순성이 어머니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만나면서 보여주는 괴이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들.

연인에게 남성이고 싶고, 시인으로서 인정받고 싶고자 하는 욕망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야로밀은 쓰러진다. 야로밀의 어리석음은 자신의 순진한 현실인식이 어떤 비극을 가져올지 알지 못한다. 다른 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다. 오로지 어머니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야로밀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어머니쪽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야로밀이 시인이 되도록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어리석은 순진함을 고수하도록 부추기는 요인인 것처럼 여겨진다.

 

쿤데라는 야로밀이라는 시인을 랭보, 러시아의 레르몬토프, 푸시킨과 마야콥스키, 체코의 볼케르, 영국의 퍼시 셸리, 폴란드의 아담 미츠키에비치 등 시인들의 전기와 함께 몽타주로 보여준다.

랭보는 무서운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고 어머니로부터 도망치는 삶을 살았다.

스물일곱에 결투 끝에 삶을 마감하고마는 러시아의 레르몬토프의 전기도 흥미롭다. 살짜기 읽어본 레르몬토프의 삶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버리자 어마어마한 귀족 가문이었던 외조모가 그를 거둬들인다. 외조모의 엄격한 가풍밑에서 성장한 레르몬토프의 삶 또한 도망치는 삶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랭보를 들여다보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될 것 같다. 영화 <토탈이클립스>를 본지가 까마득해서 어떤 영화였던지 전혀 떠오르지 않고 단지 풋풋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만 기억에 가득하다. 이번 기회에 랭보의 전기도 더듬어보고 싶고,

레르몬토프는 읽을만한 거리가 있어서 들여다볼 수 있겠다.

레르몬토프에 관해서는 로쟈님의 [러시아문학강의-19세기편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에 “푸슈킨과 레르몬토프”를 다뤘을 뿐 아니라 박사학위 논문인 [애도와 우울증]은 바로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무의식”이다. 





















성장소설의 맥락에서 읽으려고 계획했던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독서는 자꾸 미뤄질 것 같다.

뿐인가? 5월에 출간 예고됐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문학동네판은 5월을 일주일 정도 남겨둔 지금까지 감감소식이니 뭐, 대순가? 29일 이따우 날짜에 나오는 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한 말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시 설레발은 금물이다.


[전쟁과 평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레르몬토프의 유일한 장편소설 [우리 시대의 영웅]은 러시아 문학사가 드미트리 미르스키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보다 더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했다 한다. 물론 드미트리는 레르몬토프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는 로쟈님의 [러시아문학강의]에 나오는 얘기다.

그러니 레르몬토프의 [우리 시대의 영웅]도 읽어볼만 하겠다. 로쟈님에 의하면 레르몬토프의 소설속 자의식을 지닌 주인공의 등장은 러시아문학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근대적 인간의 자의식.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로 이어지는 현대성의 기원을 바로 레르몬토프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하니 읽어보고 싶다.

 

쿤데라가 상정한 젊음과 순진성과 혁명에의 몰입이 결국 20세기 사회주의권의 폭력에 이용당한 처참한 환멸만을 남겼음을 확인하는 건 여러모로 생각에 잠기게 하는 독서경험이었다.

그 시대의 그 현장에서 목격하고 겪었을 폭력을 우리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젊음은 그렇게 경망스러웠던가? 그렇게도 화려해보였던 젊음의 뒤안이 그런 빈껍데기뿐이었던가?

야로밀과 시인의 엄마는 기억해둘만한 쿤데라의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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