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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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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이라는 말, 우리는 참 쉽게도 사용했지요. 나는 안 그랬다, 생각하셨나요? 그렇담, 팜프파탈은요, 옴므파탈은요? 저만해도 종종 그런 말들을 써 왔지요. 기억나시죠? 우린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정재형돈 콤비의 파리돼지앵. 순정마초의 인기를 힘입어 많은 매체들이 가브리엘정에게 옴므파탈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습니다. 그래요, 그 옴므파탈입니다.

 

치명적이라는 뜻을 가진 파탈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에서 건너 왔지만, 우리는 단어를 찾지 않고도 대충 그 뜻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내가 느낀 그 감정을 '파탈'이라고 말하면 되겠거니, 생각하면서요. 자, 다시 생각해보자구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파탈'을 다시 살펴볼까요? 파탈은 과연 어떤 뜻일까요?

 

보기만해도 내 숨이 막혀서 그대로 죽어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일까요? 아니면 배 아래가 찌르르해지는 그런 느낌인가요? 찌르르? 왜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 지금 죽을 것 같아'란 말을 들은 적이 정말 없으신가요?

 

우리는 아주 자주 '파탈'을 경험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조금만 맛보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은 있게 마련이니까요. 자, 이제 드디어 '아트파탈'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죽을 것 같다'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치명적인 예술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그림 속 누드의 이미지란 무엇인지, 왜 남성누드화의 비율이 없을 만큼 적은지와 왜 옷을 입지 않은 여성들은 그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이죠.

집에서 혼자만 보려고 주문한 그림이 - 당연히 여럿이서 보기엔 민망할 그림이겠죠 - 위용을 뽐내며 미술관 한 벽에 걸려있는 이 시대의 아이러니와 팜므파탈의 속뜻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잔다르크는 팜므파탈일까요, 아닌 것 같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잔다르크야 말로 '치명적인 여자'아닌가요? 그녀의 손에 많은 남자들이 죽어갔는데요.

 

그래서, 한달음에 읽었어요. 민망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요.

어머나, 부끄러운 고백이려나?

그리고 생각했어요.

결국, 저도 ........ '찌르르'한 그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는 걸요.

그리고 그들의 위선 뒤에 숨어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었다는 것을요.

 

읽으신 분들만 공감할 수 있는, 얘기도 있어요.

저도 그때 책을 덮을 뻔 했답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살포시 구매버튼 눌러도 좋겠죠?

ㅎㅎㅎㅎㅎㅎ

아 그리고 이 책은 꼭 후미진 곳에 꽂아두어야만 할 것 같지만, 표지는 그렇지 않으니 조심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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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저는 매듭이란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적 앨범의 '매듭'이란 곡이 나오기 전 부터 좋아했어요. 졸업이나 끝이란 말보다는 매듭짓다는 말이 더 좋아요. 뭐랄까, 굵게 표시해두는 것 같잖아요. 이렇게 한 해를 매듭짓습니다, 하고 말이죠.  

아, 약간의 어폐가 있네요. 사실 이 추천페이퍼의 책들은 한 해를 시작하면서 읽게 되는데 말이죠. 마무리가 되든 시작이 되든 각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겠죠? 자, 그럼 어떤 의미를 부여하게될 지 시작해보아요. 

  

1.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이은화 지음 / 아트북스 / 2011년 11월

현대미술, 왠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한, 알고보니 깊은 뜻이 숨어있는 작품들로 즐비하죠. 게다가 미술품경매장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리고 있잖아요? 신기한 일이죠.
유럽의 현대미술관을 살펴보며 조금이나마 맛을 보도록 해요. 미술관 자체가 현대건축의 경향을 보여주기도 하고, 각각의 작품들이 현대미술의 면면을 알려준다니 꼼꼼히 읽어나가다보면 딱 하고 떠오르는 뭔가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마디 거들겠죠? 아, 가고 싶다. 

 

2. 앤디 워홀 정신
세실 길베르 지음 / 낭만북스 / 2011년 11월  

현대미술에서 앤디 워홀을 빼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앤디 워홀은 개인적으로는 그닥 매력 돋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의 삶이나 예술 세계는 알수록 신기합니다. 굉장히 간단한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그런 작업을 실행하기까지 한 고민의 깊이는 글쎄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오래도록 생명력을 지니는 걸 보면, 우연처럼 나타난 건 아닌 것만 같아요. 그런 앤디 워홀의 정신을 살펴보는 책이 나왔네요. 개인이 스스로 브랜드가 되는 일, 비단 예술에서만 참고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모두에게 경영 마인드를 갖기 원하는 이 사회에서는 특히 말이지요. 

 

 

3.다, 그림이다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이미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요. 그래서 추천을 할까 약간 망설이긴 했지만, 그래도 해볼랍니다.
그림이란 참 재미있지요. 유화가 시작되고 화가들은 신나게 덧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한 지 오래된 작품이어도 붓칠 몇 번으로 변화를 줄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덧칠은 화가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줄기차게 이어집니다. 바로 해석이죠. 그림을 보는 눈과 말이 사람과 시대를 거쳐가며 덧발라집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시 덧붙여진 이야기를 만납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요. 이런 시도들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소설가들이 짝을 지어 참여하여 두 권의 소설을 냈고, 배우 두 명이 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만든 시나리오는 이미 구경을 했죠(비포 선 셋입니다). 그림이라고 못할 거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저 보고 즐기면 그만입니다.  

  

4. 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지음 / 사계절출판사 / 2011년 11월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만화도 일부 다룬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전 알고 있으면서도 종종 까먹어서, 만화 부분을 살펴보는 것을 종종 잊어요. 그런데, 이 책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추천하고 싶어서 나오자마자 눈독 들이고 있었어요. 작가의 전작 <울기엔 좀 애매한>을 읽었거든요.
만화라는 장르는 소설과 영화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요. 직접적인 작가의 개입은 드러나지 않지만, 말풍선과 칸을 채운 그림들을 보다보면 조심스럽지만 뚝심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잡지인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한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인데요. 아이들과 함께 보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어르신과 젊은이의 간극이 크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지금의 젊은이와 아이들의 간극은 그보다 훨씬 크고 깊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공감하고 함께 이야기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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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011.11.12
오늘 편집부 엮음 / 문화선교연구원(월간지) / 2011년 11월  

아이고, 저 사진 참으로 흐릿하고나. 네,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잠시 머뭇거립니다만,
살아남기위하여 어쩔 수 없어요. 하하
저는 얼마전부터 문화선교연구원에서 속한 문화매거진<오늘>에서 일해요.
이것이 제 '자식 같은' 잡지, 오늘 2011년 11-12월호 입니다. 격월간지에요.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종교에 관계없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어요.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기쁜 일이잖아요. 

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깝지요. 
알라딘,에서 판매하는 페이지를 보아도 많은 정보들이 없어서
안타깝고요, 다음 호부터는 보도자료를 잘 만들어봐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제 역량이... 될까요? 

<오늘> 블로그에서 잡지에 실린 글들을 보실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종이에 찍혀나온 글을 읽는 맛은 없지만, 읽어보시고 땡기시면
구매해주셔도 좋을 것 같네요? (잉?) 

아래는 발행 소개글 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문화나눔터
<오늘> 11-12월호 발행

 특집 - 오늘, 깨어있음







 

다시 연말입니다. 새해가 밝으면 시작하겠다 마음 먹었던 계획이 많았는데, 실행에 옮기지도 못 하고 지나간 것이 수두룩하지요.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새 일을 시작한, 일년이라는 시간. 남들과 동일하게 주어진 그 시간동안 나는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았던 것일까요. 또한, 이렇게 지내온 나의 일년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어 남을까요.

<오늘> 11-12월호(통권 66호)는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내가 보고 듣고 행했던 삶의 부분들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깨달아 내 것으로 남기는 것을 말이지요. 해서, 김기석 목사님과 이호은 기자의 글과 함께 매해 같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변하는 나와 사회에 대해 고민하시는 박재련 장로님, 나태해져 둔해질 수 있는 우리의 삶을 불편이란 도구로 예리하게 다듬으시는 박대성 화백. 호기심 가득 안고 언제나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티스트, 275c와 영성일기를 통해 깨어 있기를 노력하는 선한목자교회 박리부가 사모를 만나보았습니다. 

<오늘>과 함께 한 해를 잘 마감하고 찾아올 새 해를 반갑게 맞이해보아요. 

 

 표지 인물 - 가수 박지윤의 신앙고백

 

박지윤답다. 박지윤이 데뷔할 때만 해도 10대의 방송활동은 활발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른 나이란 이유로 남들보다 먼저 아프고 먼저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힘들기만 했던 시절을 이겨내고 나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치열하게 찾아낸 박지윤은 참 박지윤다웠다.

“2003년 소속사를 나와서 7년 동안 제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으로 보냈어요.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찾아가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며, 그 과정에서 하나님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었어요. 사람이 어렸을 때야 남이 만들어준 옷을 입을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이 생기면 자신만의 것을 표현하고 싶어지잖아요.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고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듯 저 또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_ 인터뷰 기사 중 

박지윤은 <I am melody 2> 음반에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로 참여했다. 박지윤에게 하나님은 위로였고 도움이었고, 결국에는 '삶'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 위에 계시는 하나님을 말하는 박지윤의 눈이 반짝거렸다.  

“하나님을 만나고, 먼 미래는 계획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분명히 나를 더 잘 아시는 하나님이시니까 주님이 가라고 하시면 가고, 멈추라고 하시면 멈추고…. 주님 없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하나님이 제게 더 좋은 것을 주시더라고요.” _ 인터뷰 기사 중 

가장 박지윤다운 노래로, 박지윤을 닮은 배역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박지윤을 기대해본다.
 


<11-12월호 간략 목차>
매호 심층적인 내용을 싣는 특집 이외에 사람, 영성, 삶, 문화읽기 등의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People
표지인물 가수 박지윤의 인터뷰를 담은 [문화동네 사람들], 십자가 조각가 박형만을 만나 작품세계와 고민에 대해 이야기 나눈 [사람과 사람], 컵케이크와 함께 발랄한 인생을 사는 이샘을 만난 [아름다운 당신의 오늘] 등 삶과 신앙에 대한 인터뷰를 담았다. 

Spirituality
대전에서 선교와 대안적 교육을 통해 안팎으로 성장하는 선창교회를 담은 [문화선교리포트], 탄광지역의 지치고 힘들어 거칠어진 아이들과 부모를 위해 사역하는 소달교회 한만경 목사와 이야기를 나눈 [두 손을 모으다] 등 삶 가운데 영성을 담았다.

Life
여행작가 신미식 씨의 가을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길에게 길을 묻다], 종이 한 장에 담긴 짧은 소설 [한페이지 단편소설] 등 삶에서 만나는 문화 이야기를 담았다.

Culture Lens
바흐의 '커피 칸타타' 탄생 배경과 내용을 다룬 [클래식의 숲을 거닐다],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 기독영화제 이야기를 다룬 [인디 : 구름에 달 가듯이 산다], 성서주일을 맞이하여 말씀으로 오신 분을 생각해보는 [오늘과 함께하는 컬처 캠페인] 등 문화읽기를 돕는 칼럼들을 담았다.

오늘,을 읽다 
팟캐스트 규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비뚤어질 테다], 1%를 향한 99%의 소리에 대해 알아보는 [뉴스 따라잡기],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새롭게 읽는 시간 [고전으로 오늘을 읽다] 등 <오늘>의 시선으로 문화를 읽어냈다.

정기구독 문의
전화 02-743-2531
팩스 02-743-2534
홈페이지 www.cultureonul.com
가격 : 4,000원
정기구독료 :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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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지 2011-12-1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북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했네요. 저는 이제야 알았...
여기서도 어김없이 <오늘>을 소개해보는,
나는야 영업사원.. 아니고 기자.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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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감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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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 내내 고민했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까, 글의 말미에 언급되는 수많은 학자들과 이론에 대해 말을 해야할까, 철학, 심리학을 넘어 미디어생태학까지 만지고 있는 저자의 학문적 탁월함에 대해 이야기해야할까, 이걸 도대체 건축책이라고 봐야할까, 아니면 뭐라고 봐야할까. 

고민의 끝엔 언제나 '그냥 읽고, 느끼면 되지.' 와 같은 것들이다. 좋으면 됐지, 뭘 어렵게 하려고 했나 싶기도 하면서, 거창한 이야기 시작해봐야 아는 게 없는 내가 써낼 만한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책을 꺼내 들면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슨 말로 시작할까. 반복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책이 다루는 넓고 깊은 이야기에 나도 조금은 발 들이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공감'하진 못하지만 -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다 - 그럼에도 내가 '공감'한 부분이 있으니, 어떻게든 알려주고 싶다는 바로 그 느낌이었다. 

여기선 깔대기도 들이댈 수 있는데, 나에 대한 것이기도 저자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가장 우선한 것은 (왠지 흔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인문학이었다. 결국 이 책이 건축, 공간을 시작으로 해서 다양하고 깊고 공명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토대인 것이다. 아, 어쩌지. 요즘 인문학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데, 편승하는 것일까. 열심히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고, 밥 잘 먹었습니다. 배 두들기고 끝내면 그만인가?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이 책이 넘쳐나는 새 책 홍수 속에서 뽁 하고 튀어나오게 만들 재주가 없었다. 뻔한 이야기만 늘어놓을 게 뻔해. 자괴감에 빠진 나는, 이 책 읽었다고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발을 동동 구르며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아, 자랑, 하고 싶어! 

그리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뻔하고 진부하겠지만, 다르게 이야기해보자.  그렇게 생각한 것이 '감성'이었다. 한 꼭지 한 꼭지마다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에는 '감성'이 담뿍 들었다. 건물, 건축을 그저 보고 침 튀기며 장점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닌, 자신이 감동한 부분을 감동한 만큼씩 전해주는 것. '감성'이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정작 다른 것은 이게 아니었다.  

바로  

'공간'이었다. 

건축가이면서, 건축과 교수인 사람의 책이니 건축관련 책이겠지. 그간 보아온 좋은 건축이야기 책처럼 예쁘거나 아름답거나 특이하거나 오래되었거나 대단한 기술이 들어있거나 랜드마크이거나 한 건축물들을 이야기하고 있겠지. 여느 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책이 소개한 건물이 참 좋은 곳이구나 깨닫고, 꼭 여행가야지, 꼭 둘러봐야지 다짐하고 까먹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니오, 땡, 틀렸습니다. 

저자가 뼈대를 세우고 벽을 만들고 장식을 한, 혹은 구조적으로 특이하거나 건축가의 장인정신, 창조성을 주로 이야기하게 되는 '건축'을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만질 수 있는 '공간'으로 먼저 직접 시각을 변화시키면서 이 책은 그 상태로 다른 책이 되어버렸다. 

유명한 건물, 장소 등을 알려주고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왜, 굳이 집에 갈 때 그 골목길을 통하고 싶어했었는지.  
왜 늦은 밤 버스 정류장 앞의 서점의 불빛이 유난히 화사했는지,
왜 그 커피집엔 가지 않게 되었는지,
골목골목을 돌다 길을 잃어 울며 가게에 들어가 길을 묻던 기억이 잊혀지질 않는지,
그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을 헐고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고 했을 때, 왜 그렇게 싫었는지.
집에 가는 길에 영화조명처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이 아른거리는지.  
별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다. 

집(혹은 건물)이란 것이 멀어지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거라서, 그렇게 생겨나는 '공간'들에 경험이 들어차지 않을 수가 없어서 더욱 집중할 수 없고, 끈적하게 읽어버린 책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색다르게 자랑하고 싶었다. 나 이 책 읽었다? 하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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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가을이 한복판입니다. 하늘은 여전히 높고, 자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말이 비만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지만, 제 배를 보니 말이나 저나 살찌는 건 매한가지구나 싶네요. 이렇게 가만히 앉아 배에 지방을 넣으며, 우리는 책을 읽어보아요.  추우니까, 집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 유자차 한 잔 번갈아 가면서.  

 

아트파탈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치명적인 매력의 예술은 어디서 시작할까요, 아니, 예술은 어떻게 치명적인 매력을 획득할까요?  
 '팜므파탈'은 말이 지닌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스모키화장만 하면 누구나 그 말을 쓰는 데 말이죠. 혹시 예술에도 스모키화장과 같은 부분이 생겨난 것일까요? 
오늘 우리가 살펴볼 부분은 '음란'과 '예술'의 경계입니다. 지하철에서 활짝 펼쳐놓고 읽기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미술작품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도 음란과 예술의 사이 어디쯤인지를 짚어낼 수 있겠지요.  

 

2. 나오시마 디자인 여행
정희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11년 10월  

이번 주말에는 성북동에 갔었는데요. 큰집과 작은집이 뒤섞여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기묘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동네였어요. 작은집들은 대체로 싼 편이라 리모델링하서 까페나 식당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청년들이 들어와 작업실로도 쓴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뭐랄까요. 뉴타운뉴타운을 외치면서 삐까번쩍하고 큼지막한 도로와 아파트들만 세워놓은 동네와는 다른 '멋'이 있었습니다.  
공공디자인이란 말은 우리가 쉽게 만나기 힘든 것일 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개념이 널리 퍼지지 않은 것 같아서요. 저도 공공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박혀있는지 의심스럽긴 한데, 단순히 인사동 거리를 아름답게 바꾸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쁜 노트와 소품을 뒤적거리는 저에게, 꾸밀 집은 없지만 잘 된 인테리어를 보며 온갖 꿈을 꾸는 저에게 우리집 밖의 길과 마을을 생각하게 이끌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서요. 

함께 읽고 좋은 마을을, 동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3. 그림과 그림자
김혜리 지음 / 앨리스 / 2011년 10월  

김혜리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남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말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데요. 휘발성이 강한 말이기 때문에, 잊혀질 거란 믿음에 함부로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겐 무슨 이야기이든 다 해주고 싶을 때도 있을 겁니다. 이 사람이라면, 내 말을 곡해하지 않겠지, 내 마음을 읽어주겠지, 싶은, 사람이 바로 김혜리가 아닐까요? 김혜리의 인터뷰가 책으로 나온 것은 그만큼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도 많고, 그렇게 나온 글을 읽고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말하니까요. 

이렇게 따뜻하게 사람을 읽어내는 사람은 그림을 어떻게 읽고 느낄까요? 그래서 전 이 책을 기다립니다. 누구보다도 더 예민하게 그림과 그림자처럼 남은 작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거든요. 하하. 

 

 

4. 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문고판 영어단편을 읽어오라는 숙제를 받은 것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알파벳만 좀 알았지 다른 공부는 거의 없이 들어간 중학교에서 영어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그림을 읽어주는 책을 만날 때면, 아버지를 붙잡고 읽어달라고 조르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 장면에 담아내야 하는 그림은, 작가의 마음의 깊이 만큼, 또는 그 이상의 깊이를 갖게 됩니다. 슬쩍 보고 '와 멋있다' 감탄하고 지나가도 아무도 쇠고랑을 차지 않고, 경찰 출동 안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기에는 아쉬운 것이 그림 감상이죠. 
루브르에 걸린 그림들을 찬찬히 읽어주는 이 책은 압도되어 멍하게 바라보다 지나칠 그림들을 내 앞에 앉혀놓고 찬찬히 보게 할 겁니다. 그리고 우린 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 이 책이 다루지 않은 그림을 보며 생각해보는 것이죠. 나는 이제 어떻게 읽어볼까, 하고요. 

 

5. 미드의 성분
최원택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11년 10월  

미드 좋아하시나요? 미국드라마의 인기비결은 탄탄한 내러티브, 연기력, 다양한 배우구성, 자본 등등 무수히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다양하고 자극적이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미국만의 '소재' 때문일 겁니다. 
이 미국만의 소재라는 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요? 이걸 한 번 생각해보자는 거지요. 범죄수사드라마가 양산되고 있는 이유 중엔 미국만의 독보적인 범죄율이 있다는 거, 그걸 그냥 재미있다고 보고 넘기기엔 현실이 너무 삭막하지 않느냐는 거지요.  
남 이야기이기 때문에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다 돌아보고나면 우리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미드를 보고 미국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미드의 성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드라마를 보며 한국사회를 돌아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이쯤되면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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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