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물고기,문어 등이 알을 낳아 돌보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1시간 쯤 지났을 때 

- 엄마, 요즘엔 엄마 알을 낳지 않아?

- 풋! 엄마는 알은 못 낳아. 아이들을 낳을 수 있는거야.

- 아빠하고 결혼해서 수민이랑 태민이를 낳은거야?

- 그래.

- 어떻게 결혼했는데?

-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해보고 같이 행복하게 살자고 하면서 결혼했지!

- 나도 엄마하고 결혼하고 싶다.

- 그런데 여자들끼리는 결혼하지 않는건데? 남자는 여자하고 결혼하고 여자는 남자하고 결혼하는거야.

- 그러면 내가 남자야?

- 수민이는 여자야, 엄마도 여자고.   아빠랑 결혼할래?

- 아니야, 그래도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잉~.

- 그래, 그러면 엄마랑 결혼하지 뭐.

- 나는 엄마랑 결혼해서 내 아이를 낳을거야.

- (푸하하^^) 어떤 아이를 낳을건데?

- 영우!

- 영우를 보니까 예쁘고 귀여웠어?

- 응, 영우랑 태민이를 낳을거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여기 2006-10-0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핫!!! 수민이 사람웃기는 재주는 끝내주네요!!
 

지난 일요일부터 3박4일동안 1월생 동갑내기 지훈이가 다녀갔다.

수많은 언니,오빠들이 다녀갔지만 또래는 드물었고

또 이렇게 오래 함께 놀 수 있었던 적이 없었던터라

니네 집에 다시 놀러 안올거야라는 말로 상처주거나

미끄럼틀 위에 서 있을 때 빨리 내려가라고 밀거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풍선 권투글러브 끼고 한 대 때려준 걸로 상쇄하고 둘이 재미있게 같이 놀았다.

수민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밥 먹기>도 하고 최참판댁 근처 토지 세트에서

물레방아, 늙은 호박, 토끼, 돼지,조롱박을 보고 돌아왔으며

외할아버지 밭에 가서 고추도 따고 콩깍지가 매달린 콩도 보고

올라가는 길 중간중간에 야호를 외치며 150m가량 등산을 해서 밤송이도 보고 내려왔다.

지훈이가 가지고 온 공룡 미니어처 줄세우기와 당겼다 놓으면 달려가는 자동차도 맘에 들었고

틈틈이 지훈엄마가 사오신 달콤한 도넛과 땅콩,아몬드 m & m초컬릿,

양념불고기와 수박을 먹으며 흐뭇해하기도 했으니 무척 즐거웠나보다.

가끔씩 나에게 달려와 엄마, 나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고 속삭이더니

급기야 지훈아빠가 수민이한테 뽀뽀해주라고 해서 지훈이가 뽀뽀해줬다고

- 지훈아, 나는 세상에서 니가 제일 좋아!

라고 만천하에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 그래. 우리 같이 자자.

 - 안돼, 나는 더 놀다가 잘거야.

라는 논쟁으로 이어졌다는 지훈엄마의 보고를 받고 수민아빠도 거기에 뛰어들었다.

- 수민아, 아빠가  더 좋아, 지훈이가 더 좋아?

- 저는 세상에서 지훈이가 제일 좋아요.

- 그래? 그럼 아빠는 태민이가 제일 좋더라.

- 그래도 저는 세상에서 지훈이가 제일 좋아요.

- 그럼, 앞으로 회 안 먹을거야? 아빠가 안좋으면 회도 못 사주는거지,뭐.

-(꿋꿋하게)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 지훈이가 제일 좋으면 지훈이 따라 가라. 이 방에서 나가. 지훈이 따라 2층에 가서 자!

-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지훈,

- 내가 아저씨보다 더 무서워요. (최대한 무서운 눈으로 자세잡고 수민아빠를 노려보지만)

- 하나도 안 무섭다, 임마!

- (한 팔을 쭉 내밀며) 파워레인져, 받아랏!!!

- 그게 뭐고? 하나도 안 무섭다. 수민이 손잡고 가라.

마루로 쫓겨난 수민,

- 그래도 저는 지훈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이리하여, 상황은 수민아빠의 좌절로 끝나는 듯 하였으나,

수민이는 지훈이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처음부터 지훈이랑 2층에서 자기 싫고 엄마, 아빠, 태민이랑 자고싶다고 줄곧 얘기했으며,

지훈이도 수민이랑 같이 자고 싶긴하지만 엄마,아빠랑 떨어져 1층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으니......

 - 아빠, 사랑해요!  저는 아빠가 좋아요,  시소 한 번 태워주세요,

- 아빠도 세상에서 우리 수민이를 제일 사랑한다!

이렇게 아빠와 딸의 밤이 깊었다.

 

p.s

오늘 밤, 잠자리에 누워 콩쥐팥쥐 얘기를 하다가

나쁜 일을 하면 하느님이 벌을 내리신다고 했더니 벌이 뭐냐고 묻는다.

회초리를 맞기도 하고 손을 들고 서 있기도 하는 거라고 수준에 맞추어 대답해주었더니

그럼 좋은 일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좋은 일을 하면 상을 주시지! 했더니 역시 수준에 맞는 대답이 돌아왔다.

.

.

.

초컬릿 말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배고파 우는 와중에도 여러가지 처음 해낸 일들이 있었다.

사흘 간 계단 첫 칸에 올라앉은 모습을 서너 번 보여주더니

엊그제 오전에 늘 다니던 길을 가는 양 자연스럽게 단번에 2층으로 올라갔다.

이상한 집안 구조상

계단 몇 개를 올라가면 눈앞에 콘크리트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수 있는 구멍이 뻥 뚫려있지만

그건 쳐다보지도 않고 직각으로 꺾인 나머지 계단을 올라 2층에 안착한다.

목적지는 2층 출입문 앞에 있는 신발과 바닥에 흩뿌려져있는 모래인 탓인가한다.

어찌되었든 구멍을 돌아보지 않으니 다행이다.

 

같은 날 오전 높이 30센티미터 가량의 상 위에서 엉거주춤 뒤로 발을 내리더니

한 발이 땅에 겨우겨우 닿자 무척이나 위태위태하게 바닥으로 내려서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일취월장 오늘은 내려오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열려있는 문을 보고 예의 그 신발과 모래에게로 달려갈 욕심에

무척 민첩하게 상에서 내려와 기어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는 1층에 재워놓고

엄마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같이 봐주길 읍소하는 산골소녀와 2층에서 텔레비젼을 보는데

산골소년 목소리가 들려서 달려내려가려고 방문을 열었더니

2층 문앞에 예의 그 신발과 모래 옆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잠에서 깨어 울지도 않고 1층 방 여닫이 장지문을 밀어 열고 나와 계단을 다 올라와

(비가 새는 곳이 있어서 마침 계단 참에 물받이 통이 2개나 있었는데 그런 장애물을 뚫고)

우둘투둘 쿨렁쿨렁거리는 마루를 지나 닫힌 문 앞에 앉아 문 열라고 소리친 것인가 보다.

후유, 1차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점심먹고 그릇들 대충 치워놓고 올라가려는데 산골소년의 외마디 울부짖음!

계단을 달려올라가니 2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려다가 첫 칸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두 발은 하늘을 향해 들려있었지만

계단모서리를 배로 꼭 누르고 한 손으로 계단 첫 칸을 짚고 다른 팔꿈치로 버티며

고개를 쳐들어 겨우 굴러떨어지는 것은 모면하고 있었다.

( 하지만 내가 한 걸음만 늦었어도 데굴데굴하지 않았을까 싶다.)

2층에 아빠는 화장실에 앉아 애가 나간 줄도 모르고 있었으니

으휴, 십년감수!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unny 2006-11-1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려운 집... 조심해용~~
아무런 일이랑 다 그만두고 산골소년만 쫒아 다녀야 할듯.... ㅎㅎ
 

10개월 7일

여름부터 8개의 앞니로 앙앙 물어가며 젖을 먹더니 급기야 살점이 살짝 뜯겨나갔다.

새벽녘에 실컷 먹고는 잠에 떨어지며 앙다문 채 고개를 뒤로 젖히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처음 하루이틀은 심각성을 몰랐고 그 뒤로 사나흘은 무척 아팠지만 버텼다.

태열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탓도 있고, 연일 분유에 대해 흉흉한 기사가 난 것을 읽은 탓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 제품에서 미세한 금속가루가 검출된 것에 이어

신생아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균까지 나와 제품을 수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아물 새가 없으니 더 이상 젖을 먹일 수가 없어서 분유와 젖병을 사왔다.

처음에는 이리 빨고 저리 빨고 가지고 놀면서 130밀리리터를 먹길래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이제 많이 자라 무얼 좀 아는 탓인지,

아니면 돌까지도 젖을 못 먹다니 제 복을 제가 찼다는 아빠의 핀잔을 들은 탓인지

유난히 긴 속눈썹을 눈물로 적시며 잠이 들면 들었지 실리콘 젖꼭지는 입술에도 갖다대지 못하게 했다.

젖병을 들이대면 외면하고 울음 소리를 높이며 마구마구 손사래를 친다.

젖몸살이 걱정되어 첫날은 굶고 그 후로 2박3일간 한 끼만 먹었더니

젖꼭지가 성한 나머지 한 쪽 젖도 거의 나오지 않는데 꿋꿋하게 분유는 거부한다.

애처로워서 흰죽을 끓여 걸러 먹였더니

양 볼이 다시 제법 발긋발긋하고 종아리 바깥 쪽이 따뜻하면서 지난 번 심할 때만큼 나빠졌다.

게다가 배고픈 투정까지 겹치니 부비부비 자꾸 비벼댄다.

결국 방금 굶어도 불어있어서 힘들었던 상처난 쪽 젖을 실컷 먹고 잠이 들었다.

오패산 덕분인지 예상보다 상처가 빨리 아물긴 했지만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서 젖먹이기가 편안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큰 분유통 절반 정도의 우유를 타서 다 내다버리고나서

1차 시도는 이렇게 막을 내리나보다.

 

- 오늘 아침 산골소녀가 하는 말,

엄마, 나도 젖이 나와요.  태민이 먹일려구요.

(심각하게 찡그린 표정으로)그런데 태민이가 나도 물어뜯으면 어떡하죠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unny 2006-11-1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땜시 못살어.... 꼭 성공하셩~
 

태민이가 과격하게 나동그라져 자지러지며 울 때 황급히 달려온 엄마,

- 수민이가 그랬니?(심증 뿐이라서 주저하는 목소리)

- 아니에요. 태민이가 혼자 넘어진거예요.

긴가민가 하였다. 벌써 저렇게 깜찍한 거짓말을 하랴! 하면서..

 

그런데 오늘 물컵을 부엌에 두고 돌아서는데 콘크리트 바닥에 뒤통수를 박은 태민 꺽꺽거리며 울었다.

수민이가 가만히 앉아 있는 태민이 가슴을 두 손바닥으로 확 밀치는 것을 목격, 놀란 엄마의 외마디.

- 수민아!!!

- (천연덕스런 표정과 목소리로) 제가 그런거 아니에요. 태민이가 혼자 넘어진거예요.

- 뭐! 엄마가 다 봤는데 엄마한테 거짓말까지 할거야! 회초리가 어디갔어?

발딱 일어나서 할아버지 방으로 달려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다.

짐짓 회초리 찾는 척하며 마당으로 나와 우는 태민이를 어르고 달래는데 뒤따라 문간에 나온 수민

- (낭랑하고 밝은 목소리로) 할머리~! 저하고 같이 숨어계세요. 할머리!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금여기 2006-08-2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별나다....

hsh2886 2006-09-0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슈민이는 그럼 안돼!!!!

2006-09-07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