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절이면 창문 앞에 마른 풀 씨앗을 먹으러들 오는 것인지

참새만한 작은 새가 떼를 지어 몰려와 땅 위를 퐁퐁 뛰기도 하고

이 가지 저 가지로 포르르 날아오르기도 한다.

색깔이나 크기는 얼핏 참새처럼 보이지만

뒤통수 쪽으로 갈수록 깃털이 부풀어 노랗고 하얀 속이 보이는 머리장식이 특이하다.

수민이더러 새가 내려앉았다, 날아올랐다 할 때마다 나뭇가지가 흔들거린다고 한 번 보라고 했더니

깔깔대며 하는 말,

- 정말 그래요, 엄마.  나뭇가지가 깜짝 놀랐나봐요!

 

 아궁이에 불때기를 게을리한 어느 날 아침,

퍽 식어서 온기가 간신히 남은 구들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니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또 달라보였나보다.

- 엄마, 나뭇가지가 추워서 벌벌 떨고 있어요. 나뭇가지에 매달린 마른 나뭇잎도 벌벌 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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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2-26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들은!! 수민이 멋져!

hsh2886 2007-01-2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현력이 끝내 주네요!!!
창의력덕분에 시를 써도 될듯....
 

전에는 일단 앉아서 몸을 뒤로 돌린 후 엉금엉금 기어내려오던

문턱이나 낮은 계단을 옆에 있는 무언가를 붙들고 부들부들 떨면서 걸어서 내려온다.

아주 낮은 경우에는 그냥 걸어내려오기도 한다.

 

이제 겨우 바이바이를 하기 시작했는데 손을 좌우로 흔드는 것이 아니라

팔을 접어서 팔꿈치를 어깨높이로 들고 위아래로 흔드는 매우 특이한 동작이다.

도리도리도 온 어깨와 목을 같이 사용하는 듯한 격렬하고도 우스꽝스런 모습인데,

 안녕히 주무셨어요?라는 인사말을 듣지 않으면

 "형님!"소리가 절로 들리는 듯한 포즈로 아침인사하는 누나에 버금간다.

누워있는 사람이 있으면 어김없이 달려와 먼저 손가락으로 눈을 후벼파고

입을 벌려서 물어뜯을 듯이 다가오지만 뽀뽀만 얌전히 해주고 웃다가 간다.

 

요즘 죽, 밥, 배,사과,동치미 무 등을 먹고 있어서 이제 아기 똥이 아니라 냄새나는 똥이 되었다.

먹는 양은 정말 얼마 안되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낮잠도 한 시간 정도 한 번 자고나면 안 자는데 밤에 잠드는 시간도 점점 늦어진다.

8시 언저리에는 잠들던 태민이와 9시 언저리에 잠들던 수민이가

요즘엔 10시 쯤은 되어야 잠이 들곤 한다.

일어나는 시간도 7시 언저리에서 8시 언저리로 늦어지긴 했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난 좋다.

 

아무래도 젖이 적은지 우유를 하루에 두 번에 걸쳐 150밀리리터 정도 다시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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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2-2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컸겠다. 잘 먹고 소화도 곧 적응이 되겠지. 영우도 이유식하고 우유는 깨어있을때 두번 정도 먹는데 자기전이랑 자다 깨서 먹는 양이 있어 아직 꽤 먹고 있네. 슬슬 우유병 떼려고 맘먹긴 하는데 양을 줄이기가 쉽지 않네...애써.
 

혼자 놀다보니 역할놀이를  자주 한다.

엄마는 패즈(만화영화 캐릭터로 펭귄이다.), 동생은 캐즈라고 하고 자기가 엄마하는 게 좋단다.

엄마가 되어서 하는 말

- 패즈야, 글자 읽을 수 있니? 그림책 좀 읽어주렴.

- 패즈야, 배고프다. 밥 좀 줘.

그러면서 내가 무심결에 반말을 하면 엄마한테 존대말하라고 나무란다.

어떤 날은 의사가 되어서 인형들 눕혀놓고 침도 놓고

신데렐라나 나쁜 계모가 되어서 대사를 읊기도 한다.

어제는 산타할아버지가 되어서 엄마,아빠, 태민이에게 집에 있는 장난감들로 선물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먹보답게 요리사가 되는 것을 즐긴다.

지퍼달린 길쭉한 필통을 열어서 머리에 뒤집어쓰고 앞치마 하나 두르고

자주 해오는 요리가 바로 딸기요리이다.

처음에는 딸기를 좋아해서 언제쯤 딸기를 먹게되느냐고 날마다 물어보는터라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어느 날 그 딸기요리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수민이가 만드는 딸기요리의 재료는 혜림이와 동희언니에게서 선물로 받은

쌈지의 캐릭터 딸기저금통의 빨간 머리였던 것이다.

장난감 칼로 딸기 머리를 슬근슬근 써는 시늉을 한 끝에 완성되는 수민이의 딸기요리,

으~, 그 동안 내가 먹었던 딸기요리가 갑자기 엽기적인 음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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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반딧불이 날아다니고

퍼드덕거리는 소리에 잠 깨어보니 박쥐가 방 안을 헤매고 있고

비 오는 날엔 개구리와 달팽이론 부족한지 새끼손가락만한 도룡뇽도 다녀간다.

작은 새들은 심심하면 열린 창으로 들어와 파닥거리고

이중창 바깥 문이 며칠 열린 동안 창문 턱에 둥지를 지어놓은 놈도 있었다.

비행기 창문에 새가 부딪쳐서 위험한 경우가 있단 얘기는 들었지만

멀쩡한 가정집 유리창에도 그런 일이 생길 줄이야...

뭔가 퍽하고 순식간에 사라지길래 설마 했더니

아주 작고 보드라운 회갈색 깃털 몇 개를 창문에 딱 붙여놓고 갔다.

수민이는 어딘가 가까운 곳에 새가 죽어있을지도 모른다고 하길래

아궁이에 불을 넣으며 대충 훑어 보았더니 다행히 죽은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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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렸습니다.

밤새도록 그리고 점심나절 잠깐 그쳤지만 다시 함박눈이 펑펑!

마을사람들이 쓸어놓은 길이 다시 흔적없이 눈으로 덮였습니다.

수민이는 잠깐 눈이 그친 사이에 혼자서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엄마는 태민이 젖 먹여 재우느라 늦게야 합류했지요.

날씨는 따뜻한데 도대체 눈이 잘 뭉쳐지지 않는 바람에 아쉬운대로 작은 눈사람으로 만족했지요.

선물받은 <무척 불편한> 롱부츠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린 눈이 수민이 무릎께까지 쌓였거든요!!!

눈놀이가 끝나고 불을 많이 넣어 뜨끈뜨끈한 구들장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니

아침에 보던 것과는 마음이 다른 모양입니다.

- 엄마, 풀들이랑 나무들이랑 눈에 덮여서 무척 춥겠다!

  나도 나가보니까 무척 춥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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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6-12-17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불편한 롱부츠가 있어서 다행이네^^

hsh2886 2007-04-01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ㅋㅋ 롱부츠 없었으면 수민이 놀고싶어서 어떻게할뻔했누ㅋㅋ여기도 눈이 제법 왔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