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특히 더 건조해져서 새벽녘에는 결국 재민이가 쌕쌕거리느라 잠을 설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달 반을 지내온 방을 떠나 우풍이 덜한 옆방으로 옮겼는데 

웬걸 이 방은 어찌나 건조한지 두 시가 지나자  

태민이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물을 마시러 네 번이나 문을 박차고 나갔다. 

결국 4시가 지나자 재민이도 잠들기를 포기하고 말똥말똥 한 시간을 버텼다. 

다섯 시에 아이들이 모두 잠들었지만 완전히 잠이 깬 엄마는  

빨래바구니 하나 가득 담긴 빨래감 주머니를 살피고 나누어 빨래망에 담아 세탁기에 넣은 다음

시래국 끓이고 콩나물 무치고 미니아빠가 올해 처음으로 직접 담근 김장 한 포기 내어 썰고 

아침 준비를 하였다.  

장만한 김에 아예 혼자 앉아 새벽 아침을 먹고  

(산후조리를 도와주신 큰형님이 집으로 돌아가신지 이틀째에 벌써 새벽밥이다.)

시래국이랑 콩나물무침 한 접시 담아 친정으로 올라갔다. 

6시라 새벽예불을 열심히 드리고 계시기에 금방 돌아나오는데 

하늘에 별이 글자 그대로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많은 별들이 정말 손만 뻗으면 잡힐 듯이 가까이에 빛나고 있는 모습에 알싸한 겨울 새벽 공기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먼 북쪽하늘이 아니라 작은 앞마당에 선 내 머리 위에 선명한 국자 모양 북두칠성!!! 

게으른 내가 두 번째 스무 살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나이가 될 때까지  

이렇게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본 적이 있었던가? 

아이 셋을 낳고나서야 본의아니게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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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7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2-2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전에 빨래를 가득 널고 자면 괜찮을 듯한대요.
멋진 새벽풍경을 가끔은 즐겨주시길... ^^

miony 2008-12-2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래를 조금 널었더니 그랬나봐요. 어제랑 그제는 가득 널고 잤더니 조금 나아졌습니다.^^

>>sunny 2009-01-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햐!!! 탬니가 자다가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가다니!!
나도 귀찮아서 화장실가고싶어도 꾹 참고 다음날 아침에 가는데...ㅋㅋㅋ
나도 지리산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싶다!!
 

- 재민이는 정말 너무 귀여워! 너무 귀여워서 곁을 떠날 수가 없어.

   (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럼 이제 저는 나가볼께요. (그러고선 휘리릭 사라졌다.)

 

- (창 밖을 내다보며) 재민아, 환경 좋지?

 

- 재민아, 너도 먹고 싶지? 이건 감을 깎아서 지붕(처마라는 단어는 아직 몰라요^^)에

   실로 매달아서 말린 거란다. 너도 다섯 살 쯤 되면 먹어 봐!

   (이런 대화? 이후에 처음으로 재민이에게 쓴 편지 내용)

   재민아, 너도 크면 누나가 먹어보라고 한 것 다 먹어  봐!

- (재민이가 칭얼거리기만 해도 하는 말) 우리 재민이 말도 잘 하네!

 

- 요즘 스무고개 또는 퀴즈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니가 낸 퀴즈의 정답은?

    1.  이것은 아직 어립니다. 

    2.  이것은 말을 못합니다.

 

- 너는 뭐하려고 태어났니?

   (수민이가 태어난 이유랑 똑같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왜 태어났냐고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그런 다음에 죽기 위해선가?

   (그렇지, 또 왜 태어났을까?)

   여러가지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

   (그것도 그렇지, 또?)

    제일 중요한 것이 남아있죠?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사랑을 받기만 하면 될까?)

    아니죠, 다른 사람도 사랑하고 좋게 대해줘야죠!

 

 

 

 

 

퀴즈의 정답    1. 재민   2.태민   - 모두들 짐작하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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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12-13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골소녀에게 우리 모두 한 수 배워야겠어요.

미설 2008-12-13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골에서 인터넷 접속이 무리가 없는 모양이네.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한해 마무리 하길.. 태민이가 아우 많이 타지는 않나 모르겠다..

miony 2008-12-14 09:32   좋아요 0 | URL
태민이는 소리치면서 자기랑 누워서 자자고 겉으로 드러내지만
수민이는 내색은 않아도 어찌나 엄마한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지 안쓰럽다.
엄마한테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것 아니냐고 하는 말을 들으니 더 그렇네.

hsh2886 2008-12-14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민→재민이구나^^ 엽서엔 또민이라고 적어놨는데 말이지;; 아아..그건그렇고 수민이 이제 글 읽을줄 알지?

miony 2008-12-14 09:33   좋아요 0 | URL
글 읽을 줄 알게 된지 1년 반이나 되었는데 셩이가 그걸 아직 몰랐군.
아빠가 다음 주에 출장오신다더니 수민이가 카드받고 좋아하겠네.^^

2008-12-14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8-12-1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가 첫째인가요? 너무 똘똘하네요. ^^ 저런 궁금증을 찾고 또 다른 생각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질문을 적합하게 던져주신 것 같아서.. 수민이가 똘똘한 아이가 되었나봅니다. 동생을 대하는 걸 보니 마음도 참 따뜻하고 착한 아이같아요.

순오기 2008-12-16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스무고개의 1.2번 답이 서로 다른 거였군요.ㅋㅋ
이것은~~ 이것은~~ 둘이나 있는 이것은~ 잘 있군요.^^

miony 2008-12-16 15: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것이 둘이나 있어서 누나가 앞으로 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08-12-17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맹이 2008-12-2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민이는 둘째 동생이라 그런가 수민이가 더 귀여워하나보다.. 무지 철학적이다!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해서 일단 또민이라고 부른다.

예정일 보름 전과 8개월에 첫 진찰을 한 형, 누나와는 다르게

세상에서 가장 둔한 엄마를 온갖 냄새를 다 맡을 수 있게 하고

먹은 음식은 시늉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실제로 토하게 해서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4개월에 조산원에 진찰다녀오게 만든 또민,

빼빼로 데이 새벽 3시 14분에 마산 열린평화조산원 구순태원장님이

너덜이까지 출장을 와주신 덕분에 집에서 편안하게 태어났다.

세번째라고 탕약을 제대로 챙겨먹지 않은 엄마는 힘이 없었고 덕분에 너댓 시간 고생을 했지만

또민이는 태어나자마자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눈을 뜨고 팔다리를 활발하게 움직였다.

키는 좀 컸지만 3.8킬로그램이었지만 말랐고, 얼굴도 뜻밖에 작았고

쥐띠에다 열 달 내내 딸 맥이 펄떡펄떡 뛰었던 탓인지 예쁘장했다.

100분간 기저귀로 대충 감싸놓고 기다렸다가 모두 함께 잠이 들었다.

엄마가 진통하고 또민이가 태어나는 순간까지 엄마 왼팔을 베고 칭얼대던 형아와 함께...

사나흘은 밤에도 칭얼거렸지만 그 뒤론 아침과 저녁에 깨어서 놀고 밤에는 잘 잔다.

삼칠일 기념으로 사촌 미선누나가 찍어 준 사진들...

이 산골에 갇혀서 열심히 우리를 돌봐주시는 큰엄마 덕분에 볼과 턱, 목에 살이 많이 올랐다.

깔린 요는 작은 이모가 시영누나를 위해 만들었던 것이고 배내옷은 아라누나표?

 

꽁꽁 감싼 모습을 보고 미니누나는 노란번데기 같다고 했던 노란 이불

 

자주 취하는 포즈.

 

아웅, 메롱!!!

 

 

창 밖에는 첩첩인 산과 나무, 하늘

그리고 아빠가 나를 위해 새로 공사한 심야전기 온돌방 때문에 새로 세워진 전신주.





조산사 선생님 말씀이 키와 손, 발, 팔, 다리가 다 조금씩 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화룡점정.

배냇짓이겠지만 잘 웃는다. 그러고 보니 4개월에 찍은 초음파 사진에서도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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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12-03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셋째 낳으신 거예요?
세상에 임신할 줄도 몰랐는데 아기를 낳으셨네요.
아기 낳는 줄 알았으면 완도미역 보낼 드릴걸...
아기가 정말 통통하고 예뻐요. 웃는 모습도 어쩜 저리 예쁜가요?
님, 산후 조리는 잘 하고 계신 거죠?
또민이라고 한 걸 보니 아들인가 봐요?

miony 2008-12-04 12:39   좋아요 0 | URL
누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렇답니다.
완도미역은 마음으로 감사히 먹겠습니다.^^

조선인 2008-12-0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축하드려요. 또민이라고 하면 딸일까요?

miony 2008-12-04 12:39   좋아요 0 | URL
맥이 확실한 딸이어서 내내 딸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태어난 것은 아들이네요.^^

미설 2008-12-0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페퍼를 어디로 읽으시는거예욧, ㅋㅋ 아들내미네요. 셋중에 인물이 좀 출중한듯^^ 3.8킬로라고 하니 고생하셨네요. 솔직히 첫애였으면 자연분만도 어려웠을듯... 무사히 순산하시고 잘 크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형보다는 누나를 더 닮은것 같아요.

miony 2008-12-04 12:44   좋아요 0 | URL
솔직히 첫째였으면 산골 집에서 낳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부모가 모두 무사태평한 성격에 둘째나 셋째 출산이라면 가정분만을 강추합니다. 아기는 아직 누구를 닮았는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성격은 좀 까탈스럽고 여성스러울 것 같아요.태어날 때 <돌쇠>라고 이마에 써붙이고 있던 형과는 아무래도 많이 다른 듯.^^

2008-12-05 0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5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6 0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6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6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7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2-0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아들을 낳으셨군요. 고생하셨어요~~ 축하합니다!!
어쩜 아기가 저리 또랑또랑해요. 또민이~~는 또랑또랑할 '또'인듯...ㅋㅋ
심리학자들 말씀이 아우를 본 형아 맘은 첩을 본 조강지처의 마음이라고 하더군요.
형아랑 누나도 많이 안아주고 사랑 표현을 많이 해 주세요.
저도 그때는 그걸 몰라서 많이 표현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그게 미안하더라고요.
몸조리는 잘하고 계신거죠? 셋째니까 충분히 조리하셔요~~~ 일은 천천히 하고요.

miony 2008-12-13 17:22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아기 보러 오면서 막내 옷 대신 첫째랑 둘째 선물을 사 가지고 온 아기아빠 후배들이 더 고마웠어요.^^

가시장미 2008-12-1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히 너무 예뻐요 ^^ 마지막 사진이 제일 행복해 보이네요~~!! ㅋㅋ 출산을 앞 두고 있어서인지 아기들 사진 보면 너무 신기하고 예뻐보여요. 아기들은 다 천사같아요. 얼마전에 산후 조리원에 예약을 하러 갔을 때도 다른 아기들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날개만 없다뿐이지 하나같이 다 천사 같더라구요. 으흐 여기도 천사 한 명이 더 있군요. ^^*

정말 고생 많으셨겠어요~!! 몸조리 잘 하시고 따뜻하게 하시구요. 재민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도 이야기도 또 들려주세요. 저도 2월에 출산예정인데, 곧 그 날이 닥칠 것 같아서 두근반 세근반 한답니다. -_ㅠ
 

롯데 자이언츠가 꼴찌에서 맴돌다 8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여 가을에도 짧게나마 야구를 하였다.

엄마가 중학교 때 대학생이던 언니가 야구 기록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대충 규칙도 익히고

롯데가 우리 팀이 되어버린지 어언 이십 여년...

올해 롯데가 선전한 까닭으로 여섯 살인 미니에게는 벌써 롯데가 우리 팀이 되었다.

물론 엄마,아빠만 쫓아 롯데팬이 된 것은 아니고

본인의 말에 의하면 롯데 아이스크림이 있기 때문에 롯데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타자, 투수, 공격, 수비, 역전, 홈런 정도의 단어를 이해하고

쓰리 아웃이 되면 공수교체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롯데는 자이언츠, 삼성은 라이온즈, 두산은 베어즈라는 것도 알고

롯데팬은 부산에 삼성팬은 대구에 사는데 SK팬은 어디에 사는지 궁금해한다.

롯데와 삼성의 사직경기 중 하나를 엉겁결에 보러가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부끄럽고 용기가 없어서 함께 응원하기 어렵겠다고 귓속말을 하더니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신문지를 찢어 만든 응원도구를 열심히 흔들고 주황색 쓰레기 봉투도 써 봤다.

목소리가 어찌나 높고 새된지 주위 사람들이 한 번씩 다 쳐다보며 웃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이었다.

텔레비젼으로 보던 야구를 직접 보게 되다니 꿈만 같다고 하면서 말이다.

요즘엔 롯데 경기가 끝난 것을 아쉬워하면서 한국시리즈를 열심히 본다.

두산과 SK 중에서 이기고 있는 팀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응원한다.

어제는 잠실구장에도 직접 가서 응원하고 싶다고 하는 걸 서울은 너무 멀다고 말렸다.

내년 봄이 되면 롯데도 다시 야구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미니는 봄을 기다린다.

 

참, 생쥐 제리 뿐만아니라 사람도 제리가 있다는 것을 유치원 친구들에게 교육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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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0-3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제리 푸푸푸하하하 하하 ^^ 어린 갈매기는 많을 수록 좋습니다. 저도 요즘 두산과 SK 를 요리조리 바꿔가며 (저는 지는 팀을) 응원합니다. ㅎㅎ

2008-10-31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 2008-11-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재밌었겠다!!!

순오기 2008-11-03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스포츠 경기를 현장에서 즐긴다는 건 정말 하늘과 땅 차이죠. 더구나 응원의 물결에 합류한다는 건, 정말 꿈만 같은 일이죠~~~~ㅎㅎㅎ 잠실까지 진출하고 싶다고요!!^^
사람제리(?) 이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네요~~ 응원단인지 생쥐같은 사람을 얘기하는지 뭥미? 미니야~~ 나한테도 교육을 해줘야 할 거 같은데~~~ 부탁해!^^

2008-11-03 0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ony 2008-11-03 20:50   좋아요 0 | URL
올해 롯데를 이끈 미국인 감독의 이름이 제리 로이스터였답니다.^^

2008-11-03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04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3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당에 조그만 자갈더미에서 뒹굴다

온 몸에 흙을 뒤집어 쓰고 들어온 태민이를 씻기고 새 옷을 입혔더니

이 녀석 외출하는 줄 알고 신나서 신발을 찾아들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엊저녁부터 쌓인 설겆이도 포기하고 잠바를 입혀 나섰더니

벚나무 가로수 길 아래서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구멍가게가 있는 위 쪽으로 가지 않고 아래쪽으로 길을 잡았다고 온갖 엉터리를 부리는데

발 밑에서 쌓인 낙엽 위를 뒹굴며 소리를 악악 질러대는 동생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풍이 곱게 든 것이 아니라 그냥 시들어 말라 매달린 잎사귀를 올려다보며 누나는

"엄마, 어쩐지 쓸쓸하다. 그지?"

그 말을 듣고 보니 어제 정말 오랜만에 반갑던 비가 지나간 자리에

바스락바스락 휘이잉 찬바람이 부는 것이

화사한 햇살도 무색하게 쓸쓸한 가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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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8-10-24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감수성이 정말 남다른가보다. 갑자기 추워진게 정말 쓸쓸해진듯..

순오기 2008-10-26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는 시인이죠~~ 시인은 천재의 영역이라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