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조그만 자갈더미에서 뒹굴다

온 몸에 흙을 뒤집어 쓰고 들어온 태민이를 씻기고 새 옷을 입혔더니

이 녀석 외출하는 줄 알고 신나서 신발을 찾아들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엊저녁부터 쌓인 설겆이도 포기하고 잠바를 입혀 나섰더니

벚나무 가로수 길 아래서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구멍가게가 있는 위 쪽으로 가지 않고 아래쪽으로 길을 잡았다고 온갖 엉터리를 부리는데

발 밑에서 쌓인 낙엽 위를 뒹굴며 소리를 악악 질러대는 동생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풍이 곱게 든 것이 아니라 그냥 시들어 말라 매달린 잎사귀를 올려다보며 누나는

"엄마, 어쩐지 쓸쓸하다. 그지?"

그 말을 듣고 보니 어제 정말 오랜만에 반갑던 비가 지나간 자리에

바스락바스락 휘이잉 찬바람이 부는 것이

화사한 햇살도 무색하게 쓸쓸한 가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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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8-10-24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민이 감수성이 정말 남다른가보다. 갑자기 추워진게 정말 쓸쓸해진듯..

순오기 2008-10-26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는 시인이죠~~ 시인은 천재의 영역이라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