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조그만 자갈더미에서 뒹굴다
온 몸에 흙을 뒤집어 쓰고 들어온 태민이를 씻기고 새 옷을 입혔더니
이 녀석 외출하는 줄 알고 신나서 신발을 찾아들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엊저녁부터 쌓인 설겆이도 포기하고 잠바를 입혀 나섰더니
벚나무 가로수 길 아래서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구멍가게가 있는 위 쪽으로 가지 않고 아래쪽으로 길을 잡았다고 온갖 엉터리를 부리는데
발 밑에서 쌓인 낙엽 위를 뒹굴며 소리를 악악 질러대는 동생은 그러거나 말거나
단풍이 곱게 든 것이 아니라 그냥 시들어 말라 매달린 잎사귀를 올려다보며 누나는
"엄마, 어쩐지 쓸쓸하다. 그지?"
그 말을 듣고 보니 어제 정말 오랜만에 반갑던 비가 지나간 자리에
바스락바스락 휘이잉 찬바람이 부는 것이
화사한 햇살도 무색하게 쓸쓸한 가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