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오래잠자기 신기록을 세웠다. 

태어난지 일주일만에 조산사 선생님이 안부전화를 하셔서 

밤 11시 이후에는 될 수 있으면 기저귀도 갈지 말고 젖도 먹이지 않도록 노력해서 

밤새도록 깨지 않고 푹 자도록 도와주라고 하셨고  

형과 누나 키울 때 그런 내용을 육아서에서 읽은 기억도 있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은 없었던터라 실현될 일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9시 쯤 젖을 먹고 10시쯤 잠든 아이가 아침 7시 반에 내가 먼저 눈을 떴을 때 

아직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가 해서 얼굴 가까이에 귀를 대어보았을 정도다. 

아뭏든 기록은 9시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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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2-0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과네요. 마로도 태어난지 한 달만에 12시간을 내리 잤다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병원문 열리자마자 쫓아갔더니 '축복받았네요. 축하해요' 소리 듣고 맥이 탁 풀린 적이 있어요.

miony 2009-02-09 11:27   좋아요 0 | URL
모처럼 몸을 일으키지 않고 저도 푹 잤더니 삭신이 쑤시던 몸이 한결 나았답니다.^^

2009-02-09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민이가 태어난 후 너덜이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터라 

시장보는 일은 미니아빠가 맡아한다. 

어느 날 주먹만한 해초덩어리를 사가지고 왔는데  

색깔은 틀림없이 파래 같은데 분위기는 김 같기도 하고 

너무도 결이 고운 것이 도무지 정체를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색깔이나 모양새가 김보다는 파래 쪽이길래 무채를 곱게 썰어 새콤달콤 무쳤다.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맛은 영 아니었지만 어쨌든 상에 올라갔다. 

그랬더니 미니아빠랑 조카 승욱이가 씩 웃으면서 이건 국을 끓이는 건데 무쳤느냐고 한다. 

알고보니 그것은 매생이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오늘 낮에 굴이 없는데도 꿋꿋하게 국을 끓였다. 

마늘이랑 국간장, 참기름 넣고 들들 볶다가 멸치 다시국물 조금 넣고 보그르 끓였더니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레시피에 김이 다 나가도 무척 뜨거우니 데이지 않게 조심하라는 충고가 있어서 

미니아빠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옆에서 읽고 있는 미니가 요청한 문구^^;;) 

한 그릇 떠놓고 들여다보고 있으니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와 함께 코 끝에 감겨드는 향기가... 

어릴 때 외갓댁에 가면 할머니께서 <김 국>이라고 이름하며 끓여주시던 바로 그것인 듯 하다. 

내 기억엔 훨씬 검었던 것 같은데 어쩌면 진짜 생김으로 끓인 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렇게 곱고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는 느낌과 향은 똑같은 것 같다. 

아흔 넷 생을 마치고 돌아가실 때까지 너댓번 밖에 뵙지 못했던 할머니지만 

겨울엔 찹쌀떡이랑 식혜, 당면이 많이 든 포장마차표 군만두, 

담 너머 골목을 누비던 아줌마한테 새벽아침 사주시던 재첩국 한 그릇, 

십원만 주세요 하고 내밀던 손아귀에 쥐어주시던 동전으로  바꿔온 꼴덕, 

여름방학이면 맛이라도 보고가라고 항아리에 넣어 익힌 설 익은 초록 풋감, 

윗 채 옆, 허리만 굽히면 손에 닿을 듯한 낮은 우물에  

오렌지색 박 모양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 더위를 나던 시큼한 김치, 

생전 처음 먹어본 손콩국수의 고소한 맛 

외할머니는 이런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떠올리게 만들어주신다.  

이생에는 다시 뵐 수 없는 할머니처럼 절대로 다시 만날 수 없는 그 맛들.  

 

바닥에 머리가 닿을만큼 굽어서 움직이기 불편하게 하던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서 

참빗으로 백발을 곱게곱게 빗어내려 쪽져 올리던 할머니의 은비녀와 

화투로 하루 운을 떼보다가도 바깥 기척을 살피시려  

창호지 문에 달아놓으신 아기손바닥만 하던 할아버지의 유리창과 활과 화살. 

군민관 옆을 지나 어이어이 지나가던 높다란 꽃상여의 슬픈 소리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알싸하고 매캐한 기분 좋은 연기를 만들어내던 겨울 새벽 장작, 

마당 한가운데 납작하니 엎드려 피던 채송화와 변소 문 앞에서도 고운 빛을 자랑하던 분홍 분꽃. 

 

백일도 지나지 않아서 덜컹덜컹 차를 타고 추운 길을 가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너덜이 집에서 통유리 창 밖에 펄펄 날리는 함박눈을 한가로이 바라보고 있자니 

그런 것들이 모두 무척이나 그립고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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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9-01-25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생이국!!! 나도 매생이국 좋아하는데!!!
엄마가 종종 끓여줘서 숭이모가 왔을 땐 같이 먹었다능..ㅎㅎ
쩝... 이모... 매생이도 몰랐단 말이야?!?!? 헛ㅋㅋㅋ
함 무쳐본거 먹어보고 싶기도...ㅋㅋ

2009-01-26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1-2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적한 너덜이에서 추억여행을 하셨군요~~ 알싸하게 감겨듭니다.
아마도 할머니가 끓여주셨던 김국은 매생이가 아니고 김으로 한 것일 듯...^^

2009-02-02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설 2009-02-09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할머니가 끓여주신건 매생이 아니라 김국입니다.ㅋㅋㅋ
김국은 김국이고 매생이국은 매생이국... 우리 어렸을적엔 매생이 거의 안 먹고 자랐어요~

miony 2009-02-09 11:30   좋아요 0 | URL
오호~, 그렇군요. 그럼 그렇지...^^;;

소나무집 2009-02-1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완도도 매생이가 많이 나와요.
저도 이곳에 살면서 처음으로 매생이국을 먹어봤는데
굴 넣고 잘만 끓이면 참 맛있어요.
아이고, 먹고 싶어지네요.
 

요즘 말 비스무리한 것을 몇 마디 하기 시작했다.   

   

 

 

 

 

 

 

수민이에게 사주었던 책인데 보시다시피 도넛과 쿠키가 있고 

2 와 첫, 한, 글 을 손가락으로 짚어대면 읽어준다.  

 

 

 

 

 

 

 

   

이것이 바로 비스킷, 크래커,쵸코쿠키이고 역시 4 와 한,글 을 짚으면 읽어준다. 

이 책들의 제본한 옆면에도 콩알만한 글씨로 제목이 씌어져 있다. 

태민이가 손가락으로 짚으면 가려져서 전혀 보이지가 않을 때도 있고 

두 글자가 한꺼번에 가려지기도 해서 가끔 성의없이 대충 짐작으로 읽어준다.  

그런데 오늘은 <한>이라고 했더니 비난하는 눈빛으로 나를 휙 돌아보며 

<띳 !!!> 이라고 고쳐준다.  

일대일대응 수준의 이해는 하고 있는 듯 ^^;; 

 

그리고 이 책들의 첫 페이지에는 과제를 완성하면 붙여주는 손톱만한 칭찬스티커가 잔뜩 있는데 

첫한글엔 여러가지 과일과 채소가 등장한다. 

그것도 역시 읽어주는데  

고구마를 골랐다면 거기 보이는 고구마 스티커를 모두 짚어보이고나서야 다른 것으로 넘어간다. 

여러 번 다시 짚어도 계속 감자라고 엉터리 이름을 대면 감자를 짚어보이기도 한다. 

 

첫한글에는 바구니에서 쏟아진 과일들이 도망가는 그림이 한 페이지에 등장하는데 

그것도 열심히 읽어달라고 하더니 큰엄마와 엄마, 아빠가 따라해보라고 애걸복걸했더니 

선심쓰듯 하는 말이 다음과 같았다. 

 

우박(처음으로 따라한 말로 지금까지 딱 2번 말했음) 

오도(1번)  

 

그리고 아라와 해빛나누나가 미니누나에게 선물한 다이어리에도 세 가지 과일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무척 좋아 해서 늘 읽어달라고 하더니 하는 말은,

 

뜨드(3번) 

 

그 외에 어느 동물의 울음소리 -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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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9-01-2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수박,포도,딸기
야옹! ^^

>>sunny 2009-01-25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수박/포도..../?/? ㅋㅋㅋ
앞에 세개는 알겠는데 다른건 잘...ㅎㅎ

솔랑주 2009-01-2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도 너무 보고싶어요.. 지리산 가기전 d-day 1일에 씀
 

늘 직접 장도 담고 김장도 해보고 싶어하다가 

작년에 반가음식 가르쳐주시는 윤교수님 레시피를 응용해서 아빠가 직접 간장도 담고 김장도 담았다. 

봄에 멸치젓도 미리 담가 놓고 가을부터 그 가뭄에 지극 정성으로 아침저녁 물 주고 

농약 한 번 치지 않고 목초액 탄 물만으로 벌레와 싸우며 기른 배추와 

산 너머 농평마을 아저씨가 기르신 고랭지배추,  

큰 아버지가 기르신 배추로 300포기가 넘게 담았다. 

그래도 배추가 다 들 알이 작아서 시장에서 사온 것과 비교하면150포기 분량이나 되려나 모르겠지만.. 

아뭏든 서울에 계신 선생님들께도 맛보시라고 조금 보내고 식구들과 나누었다. 

그러더니 초겨울에는 2박3일 뚝딱거려서 제법 큰 닭장을 지었는데 

성마른 아빠 성격에 중병아리부터 키우기는 어려워서 

아랫마을 토종닭 키우는 집에서 알 낳는 암탉을 사가지고 왔다. 

장닭 한 마리와 여섯 마리의 암탉이 둥지를 튼 첫 날에는 달걀을 두 개 낳았는데 

세 개, 네 개 점점 늘더니 어제는 다섯 개나 낳았다. 

닭이 알을 낳기 시작하면 매일 또는 하루 걸러 하나씩 계속 낳는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는데 

미니는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닭장에 알 꺼내러 가는 것이 일이다. 

주인한테 맛있는 것을 많이 얻어 먹더니 보답하려고 알을 많이 낳는 모양이라고 하면서 

모이도 주고 물도 열심히 가져다 준다. 

며칠 전에는 승욱이 오빠가 달걀을 한 번 꺼내왔다가 미니가 단단히 삐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닭장에 도로 가져다 놓을 뻔 하기까지 했다. 

암탉과 수탉이 꼬리깃 모양은 어떤지 자세히 살펴보고 그림도 그리고  

꺼내온 달걀은 구워먹고 쪄먹고 삶아먹고  

꿀 넣고 우유넣고 우리밀 밀가루 넣고 둘이서 신나게 휘휘 저어서 팬케잌도 굽는다. 

엄마 바램은 닭들에게 조금은 미안하고 또 고마운 마음도 가졌으면 한다는 것! 

하지만 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엄마는 닭장 멀리서 건너다 볼 뿐 

미니가 꺼내온 달걀만 맛있게 먹는 순~얌체이니 무슨 말을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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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상적인 풍경이군요.^^ 부러워라~~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야 하는데... 정말 최고의 환경에섲 자라는 아이들이군요!

2009-01-23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태민이는 밥을 잘 먹지 않고 김치를 비롯한 반찬만 먹는다. 

물론 사이사이 고구마나 과일, 우리밀 건빵, 엄마표 팬케잌 따위의 간식을 먹어서 그렇겠지만 

거짓말 안 보태고 밥은 대엿새만에 한 번 정도 몰아서 먹는다. 

아무것도 없이 밥 그릇에 밥만 떠 먹거나 물이나 건더기 없는 국물에 말아서 열심히 먹는 것이다. 

평소에는 온갖 찌개나 국에 넣은 두부나 무만 건져먹고 생선이나 고기도 잘 먹는다. 

매운 것을 좋아해서 김치찌개 국물만 후루룩 쩝쩝 소리내어가며 떠먹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오신 손님 조카는 석 달 동안 꿀만 먹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말렸지만 맛있는데 왜 그러냐는 항변에 그냥 두었다니 그 쪽 부모님도 어지간히 강심장이신가 보다. 

얼마 전에 애들 위에 나쁜 줄 모르고 한꺼번에 꿀 달라는대로 주다가  

아빠가 보시고 벼락 내리신 날이 있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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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것만 먹어도 별탈이 없다면 좋겠죠~~ 매운 것도 잘 먹는 태민이!
오호~~~

솔랑주 2009-01-2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민이가 매운것두 잘 먹는다니..

밥을 몰아서 먹는다는 이모의 표현이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

>>sunny 2009-01-2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벌써 매운걸 잘먿는 탬니ㅎ_ㅎ
난 두부 싫어..하는건아니지만 잘 안좋아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