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이제 곧 만 7개월이 되는 동생이 한 바퀴 굴러가서  

자기 손가락 보다 짧은 형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그러쥐고 흔들었다. 

형은 맥없이 " 아, 아." 끙끙거리는 소리를 낸 게 고작이다. 

엄마가 달려들어 동생을 야단치고 꼭 거머쥔 손가락을 풀어주었다. 

그러자마자 형은 동생에게 다가와 코에 뽀뽀를 해준다.

요 몇 달 동안 아무리 아빠가 해보라고 해도 하지 않았는데... 

- 그 정도는 괜찮아, 엄마가 야단쳐도 형은 용서해줄께 - 

뭐 이런 얘기를 한걸까? 

 

아뭏든 동생이 태어나고 지금까지 형이 동생을 해꼬지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앞으로도 그렇게 잘 돌보아주고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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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6-0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7개월이군요. 세월 정말 빨라요.
뽀뽀까지... 정말 착한 형이네요.
둘째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요.^*^

2009-06-03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젯 밤 칼의 노래를 마저 읽었다. 

왜적 뿐만아니라 선조로 대표되는 조정과 명나라 군대에 둘러싸여  

외롭게 싸워야했던 장군과 그 군사들과 

죄 없이(그 당시에는 투표권도 없었으니 정말 죄없이) 당해야했던 백성들의 고통이 가슴을 쳤다. 

그나마 전쟁이 끝나고 억울하게 목 베어지지 않고 

마지막 전장에서 장렬하게(!) 숨을 거두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오늘 아침 남편이 노대통령이 음독 자살했다고 알려줬다. 

어찌나 엉뚱한 것들을 곧이곧대로 잘 믿는 못 말릴 나인지라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그랬는데 사실이었다.  

자기 집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뒷산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는 뉴스에서 귀를 떼지 못했다. 

착찹한 마음을 달래려던 담배도 한 대 못 피우고 그냥 가셨단다. 

몇 마디 짧은 글을 남기고 떠났단다.  

더 이상 난도질 당하기 전에 앞선 것이 잘한 일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다 이렇게 죽는 것이 오히려 천만다행한 일일까?

눈물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고 애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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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이름을 부르면 건조한 소리로 '어!' 대답하던 것도 며칠 만에 그만두었고 

옷 챙겨입고 신발신고 문 밖에 나가던 것도 날씨가 풀리자 다시 맨발에 만년셔츠로 되돌아왔다. 

다만 웬만하면 변기에 쉬하는 것이 나아진 점이다. 

그러고 엄마한테 와서는 어찌나 으스대면서 뽀뽀를 해대는지 ㅎㅎ  

 

어제는 상을 옮겨다 놓고 할아버지댁 냉장고 가장 높은 칸까지 구석구석 뒤졌단다. 

물론 아이스크림이나 치즈 따위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런 식으로 무언가 딛고 올라서서 어른 키가 넘는 곳에 놓아둔 것도 끌어내리는 요즘이다.  

 

참, 이젠 아랫마을에 다니러가서 빈 집을 뒤져 냉장고 안 액체들을 부어내버리거나 

대문 앞에 세워 둔 차 문을 열고 들락날락거리며 물건을 꺼내오는 것도 모자라서  

(날씨도 뜨거워지는데 혹시 차 안에 갇히기라도 하면 어쩔려구!!!)

겨울잠 끝나고 뱀들이 활보하는 산길을 따라 아래 쪽으로 점점 더 멀리 내려가기도 해서 걱정이다. 

방 문 앞에 앉아서 못 나가게 지키고 있어도  

재민이 젖먹이는 동안이나 화장실 다녀오는 사이에 바람도 없이 사라진다. 

 

그림책을 두 권 가지고 왔다. 

어쩐 일로 책을 읽어달라는 것일까 급흥분하였는데  

책 뒷면에 소개된 시리즈 책 제목 앞에 달린 번호를 읽어달란다. 

<2세 한글> 덕분에 알게 된 2를 가리키며 " 이, 이" 하면서 웃는다. 

아마도 숫자의 총칭으로 이해하고 있는 둣 다른 숫자들도 "이, 이"라고 읽는데  

다만 여러 숫자를 놓고 2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짚어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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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열흘이 지났다. 

요즘엔 왼쪽 오른쪽 방향을 가리지 않고 뒤집었다가 제자리로 돌아눕고 

한 방향으로 몇 번이고 굴러서 3~4미터는 거뜬히 옮겨가고 

고개를 잔뜩 뒤로 젖히고 구르면 방향도 이리저리 바뀌고 하여 

온 방안을 순식간에 옮겨 다닌다. 

그러더니 엊그제부터 엉덩이를 들고 움찔거리던 것이 발전하여 

드디어 배를 바닥에 붙이고 팔꿈치로 버티며 애벌레처럼 엉덩이를 쭉 밀어올렸다 내렸다하면서 

목적한 물건이 있는 곳까지 제법 기어간다. 

눈 맞추어주면 까르륵거리고 잘 웃고 다리에도 제법 힘이 붙어 손바닥 위에서 선다. 

아직 혼자 앉지는 못하고 앉혀보면 머리가 바닥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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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5-23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벌써 기어갈만큼 자랐군요~~ 감격의 순간을 생중계하는 것 같아요.^^
 

4월에는 사천 우주항공박물관에 다녀왔고 

5월에는 고성에서 2~3년 마다 열리는 공룡엑스포에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며칠 전 숙제를 해가면 칭찬스티커 두 개를 받는다는 사실에 열광하며  

고성에 대해 두 세줄 쓰고 인터넷에서 찾은 공룡엑스포 캐릭터 4마리를 그려갔다. 

용국이 오빠는 공룡과 나무를 정말 실감나게 그려왔더라며 감탄하면서 

선생님 말씀에 따라 자기 그림엔 색칠을 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다. 

어떤 때는 아주 사소한 일까지 샘을 내고 마음을 쓰면서 이럴 땐 또 심드렁하다.  

 

어제는 공룡엑스포를 보러 가다니 믿어지지가 않고 가슴이 부러질 것 같다고 들떠있더니 

오늘 다녀와서는 이렇게 즐거운 날이 없었단다. 

플라스틱 안경을 쓰고 보면 공룡이 사는 곳에 우리가 간 것 같은,  

공룡이 다른 것을 잡아 먹으려고 달려들 때 꼭 우리를 잡아 먹으려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도 보고 

선생님이 사주시는 구슬 아이스크림도 먹었으며 

바다언니가 조개껍질로 엮은 팔찌도 사주었고 

가는 길에서나 간 곳에서나 숙제할 때 그려 간 그 공룡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림도 있고 풍선이며 인형도 있고 정말 그려가길 잘 했다고 신이 났다.  

버스는 모두들 노래자랑하는 곳이나 다름없었다며 소녀시대 노래라고 몇 곡을 읊어(!)주기도 했다.

 

사천에 갔을 때는 고모가 정성껏 싸주신 김밥을 가져갔는데 

이번엔 어쩐 일인지 주먹밥이 좋다고 해서 얼씨구나 하고  

야채랑 달걀지단 다져넣고 주먹밥을 만들었는데  

결정적으로 참기름이 쏟아져 들어가서 잘 뭉쳐지지가 않아 불안하더니만 

미니 말처럼 온통 풀어져서 볶음밥이 된 것을 반 넘게 남겨가지고 왔다.  

미니가 바라는 것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그 정도도 야무지게 챙겨보내주지 못했나 싶어서 속으로 가슴을 쳤다.  

 

아침에 같이 주먹밥을 만들면서 친구들이랑 나눠먹을테니 많이 싸달라고 했던터라 

부서지는 바람에 친구들이랑 나눠먹지도 못했을테니 무척 속상했겠다고 먼저 물었다. 

역시나 친구들이 안 먹고 싶다고해서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다섯 살박이 선주하고만 나눠먹었단다. 

그래도 다행히 마음을 다친 것 같지는 않고 심드렁하게 

선주 주먹밥은 찹쌀밥으로 만들어서 검은 깨와 황토색 깨를 겉에 묻혀온 것이라서  

흩어지지 않았다고 얘기해준다.  

(찹쌀밥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들끼리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단다.)

그래도 자기는 다른 친구들 김밥을 먹어서 배불렀으니 아무런 문제 없다는 투다. 

누구 도시락이 제일 맛있었느냐고 물었더니

돈까스 맛 없어서 하나만 먹었다던 초롱이 도시락이라길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니  

돈까스랑 같이 싸온 참외가 제일 맛있었단다. 

오늘은 방울토마토도 없어서 큰 토마토를 잘라담아 보냈는데 다음엔 참외 싸달란다. 

 

엄마가 같이 온 아이들도 있었냐고 물었더니 

" 엄마가 뭐가 필요해?" 

라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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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5-2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젓하네요~~ '엄마가 뭐가 필요해!'ㅋㅋㅋ
주먹밥을 실패했군요~ 애들은 모양틀에 넣어서 해주는 것도 좋아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