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앞산 뒷산 봄기운이 가득하여 정말 따뜻하였다. 

제법 쌀쌀한 날에도 내복바람으로  

마당으로, 할아버지 댁으로, 아랫마을 길로 쏘다니던 태민이는  

땅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좋아하는 돌멩이 던지기를 오래오래 하다가 

할아버지가 고로쇠 나무에 매달아놓은 페트병을 모두 떼내어  

열심히 모으신 고로쇠 물을 몽땅 부어내버리고  병을 모아 집으로 가져왔다.  

야단을 맞고 훌쩍거리며 들어와놓고 오후에 또 그랬다.ㅜ.ㅜ  

점심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수민이는 열어놓은 부엌문 문턱에 올라서서 밖을 향해 외쳤다. 

" 겨울아, 안녕! 다음에 또 보자.  눈아, 안녕! 다음에 또 보자 

겨울잠 자는 동물들아, 나와라! 봄이 왔다 !" 

(더 어릴 때는 "산아, 잘 잤니?"하더니...ㅎㅎ) 

따로 일러주지 않아도 온몸으로 봄을 느꼈나보다.  

오늘은 몇 년 묵은 잡지의 제호(개똥이네 놀이터 - 봄아 오너라)을 보고 시심이 동했는지(^^) 

스케치북 한 가득 크고 힘찬 글씨를 쓰고  

구멍에서 나와 혀를 날름거리는 뱀과 팔짝 뛰어오르는 개구리, 조그만 연못에 올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소짓는 나무와 열매가 잔뜩 달린 사과나무(ㅋㅋ)를 그렸다.  

개똥이네 놀이터에 아이들 그림이랑 글을 실어준다는 것을 알고 

자기 그림도 실리기를 바라면서 제 딴에는 정성껏 쓰고 그린 것이다. 

 

   봄친구들  

                                      쌍계초등학교 병설유치원 7살 김*민 

 

봄아오너라 

겨울은 안녕 

겨울잠자던동물들아봄이왔다 

벚꽃이피고 쑥이 자라나고 나무 

열메가 멪이는 봄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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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2-2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과 같이 살아서 그런지 시힘이 끝내줍니다. @.@

miony 2009-02-24 20:22   좋아요 0 | URL
어느 정도 그럴 듯 하게 써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념으로 페이퍼를 만들었습니다.
칭찬해주시니 미니가 옆에서 <와~!>라고 좋아하네요.^^

>>sunny 2009-02-2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이런 탤런트가 있다니...ㅎㅎ
근데 고로쇠물..........

미설 2009-02-2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 시인 탄생이다^^ 놀라워~

소나무집 2009-02-25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인 탄생을 축하하고 싶은데요.
동네에 벚꽃이랑 쑥이 많이 나나 봐요.

miony 2009-02-25 19:59   좋아요 0 | URL
화개십리 벚꽃길이 유명해서 봄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가로수가 온통 벚나무인 셈이지요.^^

솔랑주 2009-02-2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액자 해 두셔야 겠는 걸요 ~

알맹이 2009-03-0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다~!
 

요즘은 혼자서 소리소문 없이 쉬를 한다. 

조그만 주스 병부터 2리터 들이 생수병까지 가리지 않고 쉬를 하니

집안 곳곳에 널려 있는 펫트병 중에 쉬를 해보지 않은 병이 없을 정도다.  

처음엔 쉬 할 때마다 변기에 가져다 붓고는, 그 재미로 나오지 않는 쉬도 억지로 짜내곤 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오줌이 든 페트병이 집안 곳곳에 뒹굴고 있다.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하게 되니 좀 편안하긴 한데  

병이 아니면 그냥은 하지 못하던 쉬를 이제 아무데서나 하게 되자 문제가 생겼다. 

주로 문을 열고 문턱에 서서 쉬를 하다보니  

그 문이 욕실 문이라면 욕실 바닥에 쉬를 하는 것쯤은 너그러이 봐 줄 수도 있는데 

바깥으로 나 있는 문이 3개나 있다보니 신발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승욱이 형이 생애 처음으로 떠나게 된 해외여행을 기다리며 

삿뽀로의 추운 날씨를 염려하여 운동화를 사 온 첫 날이자 여행떠나기 전 날 밤, 

반짝이는 새 운동화가 태민이의 오줌 세례를 받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오후 엄마가 재민이 젖을 먹이고 있는데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거실로 슥~ 걸어나가더니 

곧이어 또로로록~ 낯설고도 심상치 않은 소리가 이어졌다. 

아니나다를까 상 위에 놓여있던 오목한 그릇에는  

수영이모가 보내주신 맛있는 한라봉 한 조각이 노오란 액체 위에 동동 떠 있었다. 

(아침에 누나가 한라봉을 담아먹던 그릇이었나보다.ㅜ.ㅜ)  

 

그릇을 들고가서 눈 앞에 들이밀며 야단을 쳤지만 외면할 뿐이고, 

응아는 아직도 아무 말 않고 아무데나 무더기무더기 만들어놓을 뿐이고, 

어른 변기든 어린이 변기든 그 위에 앉으면 죽을 듯이 거부할 뿐이고, 

아무리 키가 아직 좀 작다고 해도 어른 변기 앞에서는 쉬가 안 나올 뿐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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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17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재민이의 발달은 진행중이군요~ ^^

2009-02-17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9-02-18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앞으로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는데 정말 걱정이 앞섭니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는~.-.-;;;
저 한수 가르쳐 주세요~.^^;;;

miony 2009-02-18 10:20   좋아요 0 | URL
형,누나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라는~.^^;;
이번엔 동생 산후조리 해주러 오셨던 큰엄마가 배변훈련을 다 시켜놓고 가셨답니다.

>>sunny 2009-02-1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욱이형... 불쌍하다....
암튼 산골소년도 언젠가는 적응(?)하리라!!!
 

내일이면 백일이다. 

백일 즈음엔 뒤집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아직은 얌전히 누워 있다. 

다리를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위로 밀고 올라간 지는 꽤 되었고 

보름 전 쯤 목욕하고 귀를 닦아주느라 옆으로 돌려 뉘었더니  

버둥대다가 허리 아래를 홱 뒤집어서 깜짝 놀라 바로 뉘었던 적은 있지만 

아직 고개를 이기지 못해서 뒤집으려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포대기로 꽁꽁 싸지 않고 내복 바지를 입히기 시작했는데 

기저귀를 갈고 바지를 올려입히면 허리를 활처럼 휘며 들썩이기는 한다. 

며칠 전부터 누워서 도리도리 하는 것을 보니 목에도 좀 힘이 생긴 것 같다. 

 그리고 반시계 방향으로 45도 정도 빙글 돌아누워 있기도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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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1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에 힘을 주고 목에도 힘이 생겼다니 곧 뒤집기 성공하겠는데요.^^

2009-02-1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8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 2009-02-19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또민아... 열심히 크기만 하면 된다.....ㅋㅋㅋ
 

수민, 태민이 어릴 때는 한 권도 읽지 못하던 책인데 재민이랑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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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원래 글이 난해하거나
번역이 정말 엉망이거나...

그렇지만 읽어볼만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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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랑주 2009-02-1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에는 그래두 많이 읽으실 수 있을 거 같에요 ^^

솔랑주 2009-02-1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초보 사주학..ㅋㅋㅋ 이모부께 혹시 제 것을 보여주셨나여?ㅋㅋㅋ

miony 2009-02-17 20:07   좋아요 0 | URL
이모부도 왕초보라서 돌팔이기는 마찬가지라는 ㅎㅎ

순오기 2009-02-1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세 아이들과 군불까지 때가며 책읽을 시간이 있나요?
난 애들 키울때 책읽을 엄두도 못 냈어요.ㅜㅜ

miony 2009-02-18 10:22   좋아요 0 | URL
이제 백일이니 막내가 뒤집기 시작하면 책은 커녕 아무 것도 못하지 싶어요.
아직 가만히 잘 누워서 노는 중이라 몇 권 읽어봅니다.^^
 

1박2일 머무른 손님들이 점심을 먹고 떠나고 

미니아빠는 조카랑 모암에 작업할 일이 있다고 집을 나섰다. 

군불 좀 넣어주고 나가라고 부탁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쌓여있는 설겆이 거리를 보니 더 부아가 나서 계속 궁시렁거렸더니 

간식 달라고 아우성을 친 끝에  

바닥에 앉아 태민이랑 팬케익 반죽을 휘젓고 있던 미니가 쫑알쫑알 한다. 

아빠는 바깥에서 일을 하시니 힘들고 엄마는 그래도 쉬운 집안일이니 참으라는 얘기다. 

아빠 일만 일이냐 집안일도 중요하고 힘들다 어쩌구 저쩌구 공연히 미니한테 언성을 높였더니 

" 축구선수나 야구선수가 경기장에서 열심히 달리기를 하고 그러려면 힘들잖아? 

그렇지만 사람들이 응원해주면 좀 기운이 나겠지?" 

- 그래서? 

" 엄마는 집에서 우리가 응원해주니까 기운을 내서 더 쉽게 일할 수 있지 않겠어?" 

그러더니 연기랑 싸우며 아궁이에 불 때고 있노라니 유리창 안에서 한 마디 더 한다. 

" 엄마, 밖에서 불 땔 때는 우리가 바로 옆에 없으니까 힘들지?"  

가족을 그릴 때 자기를 제일 크게 그리고  

엄마랑 아빠는 왜 이렇게 작게 그렸느냐고 하면 멀리 있어서 그렇다고 둘러댈 때  알아봤지만  

대단한 자신감? 자존감? 자만심? 이다.

 

미니야, 한창 바쁠 때 간식타령하며 아우성 치지 말고 

읽은 책이랑, 벗은 옷 예쁘게 개어서 제자리에 갖다놓는 응원 좀 해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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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2-10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오늘도 미니 때문에 막 웃음이 나오네요.
저도 처음 알았어요.
집안일이 쉬운 이유!
정말 대박입니다.

2009-02-10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