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오른쪽을 꼭 바꾸어 쓰던 9를 제대로 쓰기 시작했다. 

이름도 위,아래를 바꾸어 쓰거나 받침이나 모음 자리를 마음대로 옮겨 쓰거나 하더니 

드디어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자기 이름이라는 걸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칭찬을 해주니까 그런지 요즘 아주 열심이다. 

ㄱ 이랑 ㄴ을 구분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던지  

마지막 '민'자 받침을 쓸 때면 무척 망설이다가 '믹'이라고 쓰던 여러 날이 지나고 

오늘 자신있게 ㄴ을 쓰는 모습을 보았다. 

옆에서 그림그리던 누나는 동생만 칭찬받는 것을 견딜 수 없어서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칭찬하지 말라고, 자기가 깜짝 놀라서 그림 그리는 데 방해가 된다고 핀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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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뚤뚤 말아 구석에 놓아둔 포대기를 끙끙거리며 들고 와서 "엠마~!"하고 내민다. 

아무 생각없이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면서 두 손으로 받아서 옆에 두었다. 

그랬는데 표정과 몸짓에 아양이 섞이고 등 뒤에서 옹알거린다.  

업어달라는 이런 간단한 신호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엄마라니.. 

 

"할머니 버선이 없어졌네, 할머니 버선 어디 있니?" 

외할머니가 짐짓 어쩌나 보려고 했더니  

누나가 신고 있던 할머니 버선을 벗겨가지고 와서 할머니께 드렸다. 

 

며칠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운 날들이 이어지다가  

햇빛도 따뜻하고 새벽에 영하5도로 추위가 좀 누그러져서 목욕채비를 했다. 

"재민이 기저귀도 잊어버리지 말고 챙겨라." 

외할머니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방 구석에 쌓아둔 기저귀를 가지고 와서 할머니께 드렸다. 

잘 했다고 칭찬했더니 그 뒤로 심심하면 기저귀를 가지고 온다. 

 

배꼽에 관심이 많다. 

엄마가 누워있으면 윗도리를 끌어올리고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옹알거린다. 

아빠 배꼽 어디있느냐고 하면 아빠에게 가서 배꼽을 찾아낸다. 

자기 배를 가리키면서 뭐라고 옮길 수 없는 배꼽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 코, 아빠 코, 할머니 코,재민이 코를 손가락으로 콕 짚어준다.  

 

할아버지가 시소를 태워주시면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종아리 쪽 바지를 꼭 움켜쥐고 말없이 그러나 열심히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엄마가 시소를 태워주다 힘들어서 다리를 쭉 펴고 있으면 응응거리면서 발을 들어올린다. 

어서 다리를 구부려서 다시 시소를 태워달라는 말씀!  

일어나 앉으라고 할 때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야무지게 그러쥐고 잡아당겨 올린다.

 

닷새만 있으면 만 14개월이다. 

어느 새 웬만한 곳은 모두 걸어다닌다. 

트램벌린 위에 서서 균형을 잡으며 흔들거리기도 한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고 걷고  

낮은 문턱은 기둥을 붙잡지 않고 살짝 올라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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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들이랑 복작복작 너덜이에서 한 해가 갔다. 

일년 365일 중에 너덜이를 떠났던 날은 열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정신없이 어지러운 집안 꼴을 몇날 며칠이고 그대로 두고 보며 

간장에 비벼먹이고 물에 말아 김치랑 밥 먹이면 양반이고, 가끔 굶기기도 하면서 

한창 호기심 많은 첫째, 늦되는 둘째, 아직 어린 막내랑 하루종일 눈 맞추고 놀아주어도 모자라건만 

별스레 대단하지도 않은 책을 붙안고 읽었다. 

첫아이를 기를 때는 일년 내내 단 한권도 읽지 못했다고 기억하는데  

아이들 팽개치고 책 읽은 나를 책망해야 할지 그래도 등 토닥여주어야 할지 헷갈린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운명이니 사주니 하는 것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다. 새봄이 올 무렵까지 온 가족 사주를 안방 벽에 연필로 써 놓고  돌아봐가며 무척 열심히 재미있게 읽었고, 욕심껏 더 사들인 책은 아니나다를까 먼지 가득 앉은 채 책장을 지키고 있다. 

                            

  불멸의 이순신 재방송을 챙겨보다가 오래 전부터 읽어보고 싶던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고 가슴이 아팠다. 소나무집 님 페이퍼에서 본, 바다를 바라보며 등을 보이고 선 장군의 뒷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김 훈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표지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들이길 망설였지만 그래도 박민규가 강력한 추천사로 붙드는 바람에 읽게 되었다. 헛웃음을 웃다가도 답답한 요즘 세상사를 생각하면 입맛이 썼다. 

 

  

  

  올해 가장 마음에 든 글이다. 그래도 뭐라고 독후감을 쓸 능력이 내겐 없다. 그저 줌파 라히리를 알게되어서 기쁘고 새해에 그녀의 글들을 한껏 기대하고 더 읽으려고 한다.

 

 사들이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한 가득인데 여전히 다른 책들을 사고 싶고, 그래도 또 새로 산 책들 중 몇 권만 읽게 된다.  

보관함에서 고르고 골라 망설이고 망설이며 주문한 것이건만 내 앞에 도착한 순간 읽는 순서가 밀린 책들은 어쩐지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분명히 그 중에 펄쩍 뛸만큼 멋진 글들도 틀림없이 있을텐데도 말이다.  

새해에는 그렇게 묵은 책들부터 돌아보아야겠다. 

 

 

지금 무척 읽고 싶은 책 딱 한 두권만 더 주문하고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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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0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의 노래, 읽으셨으면 등을 토닥이셔도 됩니다.^^
음~ 나도 삼남매를 키우던 10년 세월은 책이나 영화를 거의 못 보고 살았어요.
마지막 구절에 동감의 미소를 날립니다.ㅋㅋ

소나무집 2010-01-1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아이 키우면서 열흘에 한 권 읽었다는 말에 감탄~
저도 <남한산성>을 읽고는 김훈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였는데
<칼의 노래> 서평 쓰면서 작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고 나니까 작가에 대한 이해도 되고 예전 작품들이 더 읽고 싶어지데요.
 

막내가 뭔가 요구할 때나 할머니처럼 반가운 사람을 부를 때, 

그 밖에 온갖 상황에서 "(으)나" 라고 한다. 

이 옹알이를 두고 미니는 막내가 누나거린다면서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막내가 누나거리면 어디선가 바람같이 나타난다.  

 

아빠가 두 동생 중에 누가 더 좋으냐니까 둘 다 예쁘다고 한다. 

살살 구슬리고 유도심문을 해도 끝까지 둘 다 예쁘단다. 

다음 날 아침 엄마가 비밀 지켜줄테니 말해보라고 했지만 역시 싫단다. 

그래서 둘 중에 더 좋은 동생이 있기는 하냐니까 그건 그렇단다. 

누굴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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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2-2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굴까? 저는 미니의 정답을 알고 있지요. 호호호
하지만 저도 비밀을 지킬래요.
지리산에도 눈이 많이 왔나요?
원주는 생각보다 눈이 많이 안 오네요.
바람만 차서 마음이 자꾸만 썰렁해져요.

miony 2009-12-29 14:31   좋아요 0 | URL
올 겨울들어 가장 춥고 스산한 날입니다.
방금 박경리선생님 옛집에 다녀오신 이야기랑 써니가 보내온 편지랑
옆지기가 너무 자상하신 것도 싫다는 염장지르시는 페이퍼랑 읽고 왔답니다.
단란한 가족 모습이 늘 보기 좋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12-2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우리 언니도 그랬냐고 물어봐야겠어요..

넌 언제 어른될래 퍽 --;;

순오기 2010-01-0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짐작이 되는 비밀인데요.
아니~ 왜 아이를 고민하게 해요. 짖궃게시리...
대딩 큰딸한테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왈~
"엄마,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어?"^^
 

                       

 

 

 

"소희언니랑 영준이는 A형인데 풍선공포증이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없으니까 아마 O형인 것 같아요. 제가 특이혈액형일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흠." 

아직 혈액형 검사를 해본 적이 없는 미니는 이렇게 자기 혈액형을 추측했다.  

혈액형의 유전 방식을 이해하고 나서  

우리집 아이들은 그 두 가지 중 한 가지 혈액형 밖에 나올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특이질환이 나열된 표를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나는 완벽한 아이야!" 라며 거의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자기는 키도 크고 건강하니까 몸은 완벽하단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바로 혀말기이다. 

어떻게 하면 혀를 동그랗게 말 수 있느냐고 하길래  

아직 어려서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크면 다 할 수 있게 된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이 책을 들고와서 혀말기가 유전된다는 거다. 

엄마는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미니아빠도 당연히 할 수 있을 줄 알고 해보랬더니 

이런이런 신기하게도 안 되는 것이었다. 

미니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서 속상해했는데 아마 혀말기 우성유전자가 없는 모양이다. 

아주 간단하고 작은 일인데 커서도 못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라서 

엄마,아빠가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고 또 어떤 유전자를 물려주면 혀말기를 할 수 있는지 그걸 연구하다보니

부모세대와 자손 1세대의 유전자형과 표현형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혀말기 우성유전자를 받았을 가능성은 있으니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어려서 방법을 모르는 탓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미니는 천성이 경쟁심이 강한 편이어서 무엇이든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데 

혀말기를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을 듯 하다. 

아뭏든 혀말기가 안 된 덕분에  

종이에다 R,r 따라쓰기 힘든 알파벳까지 써 가며 뜻하지 않은 공부를 열심히 했고  

혈액형이랑 다른 유전현상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린 두 동생들에게 틈틈이 혀말기를 시키느라 열심이다. 

둘 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유전자가 없어서인지 역시 혀말기는 하지 못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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