뚤뚤 말아 구석에 놓아둔 포대기를 끙끙거리며 들고 와서 "엠마~!"하고 내민다. 

아무 생각없이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하면서 두 손으로 받아서 옆에 두었다. 

그랬는데 표정과 몸짓에 아양이 섞이고 등 뒤에서 옹알거린다.  

업어달라는 이런 간단한 신호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엄마라니.. 

 

"할머니 버선이 없어졌네, 할머니 버선 어디 있니?" 

외할머니가 짐짓 어쩌나 보려고 했더니  

누나가 신고 있던 할머니 버선을 벗겨가지고 와서 할머니께 드렸다. 

 

며칠 영하 10도에 가까운 추운 날들이 이어지다가  

햇빛도 따뜻하고 새벽에 영하5도로 추위가 좀 누그러져서 목욕채비를 했다. 

"재민이 기저귀도 잊어버리지 말고 챙겨라." 

외할머니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방 구석에 쌓아둔 기저귀를 가지고 와서 할머니께 드렸다. 

잘 했다고 칭찬했더니 그 뒤로 심심하면 기저귀를 가지고 온다. 

 

배꼽에 관심이 많다. 

엄마가 누워있으면 윗도리를 끌어올리고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옹알거린다. 

아빠 배꼽 어디있느냐고 하면 아빠에게 가서 배꼽을 찾아낸다. 

자기 배를 가리키면서 뭐라고 옮길 수 없는 배꼽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 코, 아빠 코, 할머니 코,재민이 코를 손가락으로 콕 짚어준다.  

 

할아버지가 시소를 태워주시면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종아리 쪽 바지를 꼭 움켜쥐고 말없이 그러나 열심히 할아버지를 바라본다. 

엄마가 시소를 태워주다 힘들어서 다리를 쭉 펴고 있으면 응응거리면서 발을 들어올린다. 

어서 다리를 구부려서 다시 시소를 태워달라는 말씀!  

일어나 앉으라고 할 때는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야무지게 그러쥐고 잡아당겨 올린다.

 

닷새만 있으면 만 14개월이다. 

어느 새 웬만한 곳은 모두 걸어다닌다. 

트램벌린 위에 서서 균형을 잡으며 흔들거리기도 한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고 걷고  

낮은 문턱은 기둥을 붙잡지 않고 살짝 올라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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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6 18: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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